비엔나의 거리들/22구 도나우슈타트

[22구 거리이름 설명을 시작하면서]

정준극 2010. 2. 26. 11:44

비엔나 22구 도나우슈타트(Donastadt) 거리이름 유래

 

[22구의 거리이름의 설명을 시작하면서]

 

 도나우투름(도나우타워)에서 내려다 본 도나우와 카이저뮐렌의 공원

 

잘 아는 대로 비엔나는 모두 23개의 구(Bezirk)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본 블로그에서는 비엔나의 센터 중의 센터인 1구 인네레 슈타트(Innere Stadt)로부터 시작하여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아서 9구까지 갔다가 남쪽의 10구인 화보리텐에 잠시 들려 이 곳들의 거리이름을 살펴보았다. 거리이름의 유래를 알면 역사와 문화와 기타 모든 것을 알수 있기 때문에 성심껏 살펴보았다. 원래는 23구까지 모두 살펴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외곽으로 나갈수록 거리 이름에서 특별히 흥미 있는 유래가 드믄 형편이다. 게다가 23구까지의 거리이름을 전부 정리하려면 너무 지면을 많이 차지한다. 그래서 이쯤해서 접기로 했다. 비엔나 거리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는 것은 필자로서야 공부가 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지만 본 블로그의 일반 방문자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더구나 일고해 보건대 비엔나 거리의 이름들이라는 것이 도무지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아서 공연히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느라고 수고만 죽도록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라! 그저 구의회 의원 정도만 지냈어도 무슨 업적이 그리도 위대한지 그의 이름을 거리이름으로 등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한 돈 푼깨나 있다고 해서 기부금을 내면 거룩하게도 자선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의 이름을 거리이름으로 삼아서 자자손손 대대로 가문의 영광이 되니 실로 웃기지도 않는다. 그런 연고로 그만 마감키로 했다. 하지만 비엔나를 진정으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23개 구까지의 거리이름을 소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3개 구에 펼쳐 있는 거리 이름들은 모두 살펴보기로 작정했다. 물론 거리 이름의 유래는 되도록 간략히 설명했다. 원래는 현재의 이름이 생기기 이전에는 어떤 이름이었는지를 연혁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그렇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야 말로 끝도 한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당히 단축키로 하였다.

 

22구 도나우슈타트의 카이저뮐렌의 봐그라머슈트라쎄에 있는 UNO-City(VIC)와 국제회의장인 오스트리아 센터(ACV)

 

일단은 10구까지만 설명하고 마치려고 했지만 그래도 전부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 섭섭하여 마지막으로 22구 도나우슈타트만은 짚고 넘어가고자 결심했다. 왜냐하면 필자가 1970년대 말에 말로만 듣던 비엔나에 처음 갔을 때 우선 22구에 와서 도나우를 보고 자못 감개가 무량하였으며 전차를 타고 도나우를 건너가서 IAEA(국제원자력기구) 본부 건물을 보고 또한 감회가 깊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IAEA 총회에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여러 해 동안 참가했었다. IAEA 총회는 1980년대 중반에 UNO-City의 옆에 ACV(비엔나 오스트리아 센터)가 완성되기 전까지 1구 호프부르크의 페스트잘(대연회홀)에서 개최되었다. 때문에 자연히 몇 년 동안은 시내 중심지역에 숙소를 정했었다.


도나우슈타트의 우노시티 옆에 오스트리아 센터가 완성됨으로서 IAEA 총회 등 주요 회의를 시내에서 갖지 않고 이곳에서 고정적으로 갖게 되었다.

 

나슈마르크트 인근에 있는 밀뢰커가쎄의 베토벤호텔은 필자가 비엔나에 처음 와서 숙박했던 호텔이었다. IAEA 관련 회의가 22구 봐그라머슈트라쎄의 IAEA 본부 건물이나 ACV에서 열릴 때에는 가까운 2구 레오폴드슈타트나 22구 도나우슈타트의 이곳저곳 호텔에 묵었다. 봐그라머슈트라쎄에 있는 파르크 인(Park Inn)은 나에게 있어서 영어표현으로 Port of Call 이었다. 그나저나 필자는 30여년 동안 1년에 한두번씩 비엔나를 방문하면서 이 거리의 이름은 무슨 의미일까, 저 거리의 이름은 어떤 연유로 붙여진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체계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실감하여 우선은 비엔나의 센터인 1구에 대하여 집중 탐구했다. 2009년 12월에 한울출판사에서 나온 필자의 저서인 ‘비엔나 워킹 투어’는 1구에 대한 집중탐구의 산물이다. 3구 네스트로이플라츠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호텔 카프리에도 자주 숙박했는데 그 호텔의 지배인과 친하게 되어 그로부터 비엔나 1구의 거리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이 책 발간에 큰 도움이었다.

 

네스트로이플라츠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카르피 호텔. 이 호텔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서울 식당이 있다. 호텔 바로 건너편에는 비엔나의 필리핀성당이라고 하는 성요셉 성당이 있다. 

 

22구 도나우슈타트는 도나우 강 건너편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다. 유엔기구들이 입주하여 있는 UNO-City가 있으며 비엔나시를 내려다 볼수 있는 도나우투름(도나우타워)이 있다. 오리지널 도나우 강이던 알테 도나우가 있으며 카그란에는 규모가 큰 쇼핑센터도 있다. 도나우슈타트의 중심 거리는 봐그라머슈트라쎄이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나폴레옹과의 에쓸링-아슈페른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다. 그리하여 도나우슈타트의 상당수 거리이름들은 아슈페른 전투를 기억하여서 붙인 것들이다. 나폴레옹이 아슈페른-에슬링 전투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나폴레옹의 처남이 되는 사람의 이름도 도나우슈타트의 거리이름으로 삼았다. 도나우슈타트는 또한 비행장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도나우슈타트는 아슈페른(Aspern), 브라이텐레(Breitenlee), 에슬링(Essling), 히르슈슈테텐(Hirschstetten), 카그란(Kagran), 카이저뮐렌(Kaisermühlen), 레오폴다우(Leopoldau), 슈타들라우(Stadlau), 쥐쎈브룬(Süssenbrunn)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도나우슈타트는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거리이름도 대단히 많다. 도나우슈타트의 거리이름을 정리하면서 느끼는 점은 오스트리아의 역사, 문화, 종교, 정치, 스포츠, 자연과학, 의학, 음악, 식물 및 동물계 등에 대하여 참으로 배우는바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리이름을 그렇게 붙이지 않을수 없었던 사회상까지 짐작할수 있다.

 

카그란의 도나우 첸트룸

 

도나우슈타트와 자매결연 비슷한 것을 맺고 있는 도시의 구역은 많다. 도나우슈타트가 비엔나처럼 하나의 도시가 아니므로 자매결연을 맺더라도 큰 도시의 한 구역과 맺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다음과 같은 도시의 구역과 연관되어 있다.


-  Levent(이스탄불)

-  Nishi-Shinjuku(도쿄)

- La Defense(파리)

- Jersey City(뉴욕)

- Manhattan(뉴욕)

- Rosslyn(버지니아주 워싱턴 디씨)

- Central Hong Kong(홍콩)

- Pudong(상하이)

- Kirchberg(룩셈부르크)

 

바그라머슈트라쎄  16-18번지인 파르크 인. IAEA 길건너편에 있기 때문에 IAEA에 회의차 오는 각국 사람들이 자주 묵는 호텔이다. 필자의 단골호텔이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밤에는 한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