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공동묘지 문화

알트만스도르프 프리드호프(Altmannsdorfer Friedhof)

정준극 2010. 3. 12. 22:16

알트만스도르프 프리드호프(Altmannsdorfer Friedhof)

 

알트만스도르프 공동묘지의 성안나 카펠레 

 

알트만스도르프 공동묘지는 비엔나 제12구 마이들링의 한쪽에 있는 오래된 공동묘지이다. U6 지하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Am Schöpfwerk(암 쇠프베르크) 역에서 내리면 알트만스도르프공동묘지의 입구가 나온다. 주소는 Stüber Gunther Gasse(슈튀버 군터 가쎄) 1번지이다. 묘지의 바로 입구에는 성안나 채플이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마중하고 있다. 원래 성안나채플은 일찍이 1783년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세운 것이었다.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안나에게 봉헌한 것은 성안나가 비엔나의 수호성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피폐해졌지만 1838년에 어떤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서 한번 크게 개축하였고 1855년에는 이 마을의 최대 지주였던 요한 자게더의 미망인인 안나 자게더(Anna Sageder)의 후원으로 다시 개축하게 되었다. 안나 자게더는 채플의 이름이 자기의 이름과 같은 것을 생각하여 안나채플의 신축은 성안나가 자기에게 명령한 사명이라고 믿었다. 그후 안나채플은 나폴레옹 전쟁과 1차 대전을 거치면서 허물어지기 직전이 되어 난관에 봉착하였으나 주민들의 합의에 따라 재건축하기로 하여 1925에 완전히 철거하고 다시 지었으니 그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채플에 있던 성안나가 어린 성모 마리아를 안고 있는 그림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얇은 철판에 다시 그렸다. 그리고 원래의 채플은 남향이었으나 다시 지을 때는 북향으로 했다.

 

알트만스도르프 공동묘지의 십자가

 

알트만스도르프에 공동묘지가 생긴 것은 16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83년이면 터키의 제2차 비엔나 공성이 있던 해이다. 이때 무지막지한 이교도의 터키군이 이 마을을 점거하고 주민들을 학살한후 마음대로 한 곳에 구덩이를 파고 매장하였다. 오늘날 안나채플이 있는 주위였다. 당시 이 마을은 Atzgersdorf(아츠거스도르프)라는 이름이었다. 얼마후 아츠거스도르프 주민들은 터키군에 의해 희생된 주민들을 추도하기 위해 매몰장소에 작은 예배처를 세웠다. 성안나 채플이다. 아츠거스도르프가 알트만스도르프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것은 터키군이 비엔나를 공성한 때로부터 1백년이 지난 1783년이었다. 관례에 따라 마을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 성안나 채플의 주변에 묘지를 만들고 매장하였다. 그러나 워낙 작은 채플이어서 얼마후 교회묘지가 포화상태가 되었다. 이때 알트만스도르프 지방판사인 Josef Ranninger(요셉 라닝거)라는 사람이 안나채플 주변에 있던 자기 소유의 상당히 넓은 땅을 마을 공동묘지로 만들도록 희사하였다. 그리하여 1784년 10월 25일 알트만스도르프 공동묘지가 간단한 기념식과 함께 오픈되었다. 1838년에 안나 채플을 대대적으로 보수할 때에는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요한 호프만이라는 사람이 봐르샤바에 갔다고 우연히 복권을 샀다가 당첨되어 그 돈을 사용하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오늘날의 알트만스도르프 공동묘지

 

1835년에는 묘역을 좀 더 확장하였고 묘역을 둘러싸고 있던 목재 울타리도 담장으로 바꾸었다. 목재 울타리는 1809년 나폴레옹 군대가 쳐들어 왔을때 이미 크게 파손되었었다. 그후에도 두어 차례 묘역확장 공사가 있었다. 알트만스도르프 공동묘지에서 가장 눈에 띠는 묘지는 알트만스도르프 대지주였던 요한 호프만의 가족 영묘이다. 이외에도 비엔나남성합창단 기념비와 알트만스도르프 의용소방대원 희생자비가 우뚝 서있다. 저명인사로서는 오스트리아저축은행의 창설자 중의 한 사람인 요한 밥티스트 베버, 알트만스도르프의 영주로서 비엔나에서 가장 큰 목장을 가지고 있었던 요한 자게더와 그의 부인인 안나 자게더의 영묘가 있다. 1809년 이곳에 있던 프랑스야전병원에서 숨을 거둔 두명의 프랑스 병사들의 묘지도 이곳에 있다. 그러고 보면 일부러 찾아가서 탐구해 볼만한 프리드호프(공동묘지)는 아닌것 같다. 만일 한적하기 그지없고 으스스하기까지 한 이곳 알트만스도르프 프리드호프에서 동양인이 혼자서 두리번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면 마을 주민들이 퍽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므로 정히 가보고 싶으면 일행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납골당. 독일어로는 Aufbahrungshalle 라고 한다. 근자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