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황금장미 이야기

황금장미와 천국열쇠

정준극 2010. 6. 7. 04:55

황금장미의 유래

[언제부터 생겼나?]

 

비엔나 호프부르크의 황실보물실에 전시되어 있는 황금장미. 누가 받은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합스부르크의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황금장미를 주는 전통은 사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의 문을 열수 있는 열쇠를 준 전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은 성베드로의 고해의 날에 황금열쇠를 유럽의 가톨릭 군주들에게 보낸 관습이 있었다. 황금열쇠를 처음 사용한 교황은 716년 교황 그레고리2세였다. 일각에서는 740년 교황 그레고리4세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왜 열쇠가 장미로 바뀌어졌는가? 열쇠와 장미가 유사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황금열쇠는 성베드로성당의 성베드로 의자에 있는 성골함에 간직되어 있다. 황금장미를 담은 화병에도 조그만 상자가 있다. 상자에는 방향이 들어 있게 된다. 주로 유향과 몰약을 넣어 둔다. 그래서 황금장미의 조그만 상자를 성골함에 비유하였다. 모두 빛을 발하고 향기를 발한다는데 있어서는 공통이다. 황금장미를 처름 사용한 교황은 누구인가? 확실치 않다. 1050년에 교황 레오9세가 장미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때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교황이 아비뇽으로 이전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처음에는 교황궁에 속한 공자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공자에게 하사하였다. 이같은 관습은 교황이 로마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되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열쇠를 전해 주는 장면. 1481년 Pietro Perugio 작품

 

교황으로부터 황금장미를 하사받은 공자들은 교황궁으로부터 자기의 저택까지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행진을 하였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급제한 후 어사화를 꽂고 풍악을 잡히며 동네방네를 도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17세기에 이르러서는 황금장미를 여왕, 왕비, 공주, 그리고 귀족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에게만 하사하였다. 대신에 황제, 국왕, 왕자들에게는 검을 하사했다. 남자들에게 장미를 주자니 영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장미를 더 선호하므로 교황은 국왕이나 왕자에게 황금장미를 줄 경우, 로마에 오도록 하여 사순절 넷째 주일에 직접 전달하였다. 로마에 와서 교황으로부터 직접 황금장미를 전달 받은 국왕이나 왕자들은 속으로는 기고만장하였지만 겉으로는 아주 공손하고 겸손한 듯 행세하였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헨리에트(헨드리카)공주. 벨기에 레오폴드2세의 왕비가 되었다. 1893년 교황 레오13세로부터 황금장미를 받았다. 식물학계에서 덩굴장미의 일종을 개발하고 마리아 헨리에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교황은 이를 기념하여 황금장미를 하사하였다. 빈터할터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