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황금장미 이야기

이것이 황금장미의 모습

정준극 2010. 6. 7. 04:57

[황금장미는 어떻게 생겼나?]

 

로마의 라테란 궁전과 성요한(산조반니)성당. 장미주일이면 교황이 황금장미를 들고 바티칸으로부터 이곳까지 행진하였다. 산조반니성당은 로마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성당이다. 상단의 조각들은 아마도 그리스도와 열두사도를 표현한 것 같다.

 

중세에는 황금장미가 순금으로 만든 한 송이의 장미꽃이었다. 그러므로 사이즈도 작았다. 옷에 다는 브로치만한 크기였다. 국왕들이나 왕비들은 황금장비의 규모가 상당히 작은데 대하여 불안한 심정을 표명하였다. 어디다 두더라도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기왕이면 크게 만들어서 주세요’라고 말할 형편도 아니었다. 이때에 눈치 빠른 교황은 그렇다고 황금장미를 느닷없이 크게 만들어 주기는 어려우므로 황금장미에 루비를 박아 장식하여 더 값어치 있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금으로 만든 장미가 진짜 장미처럼 보기도록 하기 위해 붉은 색을 칠하기도 했다. 붉은 색을 칠하는 대신에 붉은 루비를 박자 ‘너무 화려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었으나 교황으로서는 ‘까짓것 비싸면 얼마나 비싸랴! 그만큼 해주면 알아서 더 많이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느 때는 장미에 색색갈의 다른 보석들을 박아 넣기도 했다.

 

그러다가 1484년에 세상을 떠난 교황 식스투스4세는 황금장미의 디자인에 있어서 일대개혁을 이루어 숙원사업이던 사이즈를 크게 만들었다. 장미꽃에 줄기와 가시와 잎을 붙여 크게 만든 것이었다. 꽃도 여러 송이를 만들어 붙였다. 가운데에 있는 큰 장미꽃의 속에는 뚜껑이 있는 컵을 두어 사향가루나 다른 방향제를 넣었다. 원래 장미다발의 길이는 대략 6인치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쉽게 손에 들고 다니면서 축복을 내려 줄수 있었다. 장미주일에는 교황이 황금장미를 들고 로마의 예루살렘성십자가교회로부터 로마 가톨릭의 총본산인 라테란궁전(Lateran Palace)까지 행진하였다. 교황 인노센트11세가 요셉1세 황제의 부인인 브룬스위크의 빌헬미나 아말리아에게 하사한 꽃다발 형태의 장미가 가장 크게 만든 것이다. 무게가 20파운드나 되며 길이는 18인치나 되었다.

 

교황 요한22세가 14세기에 니다우의 루돌프3세에게 하사한 황금장미

 

[황금장미의 값어치는?]

 

1650년경에 하사한 황금장미는 5백달러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교황 알렉산더7세가 사용한 황금장미는 1천2백달러 상당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교황 클레멘트9세가 프랑스의 왕비에게 보낸 황금장미도 1천2백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 보낸 장미의 조각은 대단히 훌륭하여서 그것을 만든 장인은 별도로 3백 달러의 수고료를 받았다고 한다. 19세기에 들어서서는 거의 2천달러 이상이나 들었다고 한다.

 

2008년 교황 베네딕트16세가 워싱턴의 성모무오수태성당에 하사한 황금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