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서의 세계/구약시대의 경외서

도빗서란 어떤 것인가?

정준극 2010. 7. 24. 18:58

도빗서란 어떤 것인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토비아와 라파엘'. 토비아가 작은 물고기를 들고 있고 삽살개도 한마리 보인다.

 

도빗서(Book of Tobit: Book of Tobias)는 불가타(Vulgate) 성서의 하나이다. 불가타 성서는 4세기경에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번역한 성서를 말한다. 그로부터 불가타 성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성서를 뜻하게 되었다. 도빗은 사람의 이름이다. 도빗이라는 말은 원래 히브리어의 토비아(Tobiah)에서 비롯한 것이다. 여호와는 나의 선하심이다(Yahweh is my good)라는 의미이다.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는 도빗과 그의 아들 도비아의 행적을 적은 도빗서를 성경의 정경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일찍이 주후 397년 카르타고 종교회의(Council of Carthago)에서 도빗서를 정경으로 인정하였고 다시 1546년 트렌트 종교회의(Council of Trent)에서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영국교회는 도빗서를 경외서의 명단에 포함하였다. 마찬가지로 개신교에서도 도빗서는 경외서로 간주하고 있다. 유태교에서도 도빗서는 고대로부터 타나크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어 구약(70인역)에는 포함되어 있다. 1952년 쿰란에서 아람어와 히브리어로 된 성경 두루마리들을 발견했을 때 그 중의 어떤 조각에 도빗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이를 비추어보아 도빗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성경을 구성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갖게 해주었다.

 

도빗은 니느웨(Nineveh)에 사는 납달리 지파의 의로운 이스라엘인이었다. 납달리 지파는 주전 721년에 사라곤 2세에 의해 이스라엘 땅에서 추방되어 앗수르(아시리아)로 강제로 옮겨와 살았다. 도빗은 니느웨에 있을 때 앗수르의 왕인 세나케리브(Sennacherib)가 죽인 이스라엘 사람들을 정성껏 장사 지내주었다. 그로인하여 도빗은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러자 세나케리브는 니느웨에 있는 도빗의 재산을 몰수하고 결국 그를 마을에서 추방하였다. 도빗은 메디아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였다. 세나케리브가 죽자 도빗은 니느웨로 돌아올수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도빗은 전처럼 불쌍한 사람들이 죽으면 정성껏 장사 지내주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맡아하였다. 어느날 도빗은 그날도 마침 길에서 살해당한 사람을 발견하고 장사를 지내 주었는데 그날밤 노천에서 잠을 자던 도빗은 공중의 새들이 도빗의 눈에 배설물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눈이 멀게 되었다. 얼마 후면 결혼식을 치루기로 되어 있는 도빗은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결혼식도 치루지 못하고 낙심 중에 빠지게 되었다. 너무나 낙심한 도빗은 결국 하나님께 죽음을 기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서론에 해당하며 본론은 도빗의 아들 도비아(Tobiah 또는 Tobiyah: 도빗)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이름도 도빗이고 아들의 이름도 도빗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구별하기 위해 아들의 이름은 히브리어의 도비아를 사용한다.

 

저 멀리 메디아(메데)에서는 사라(Sarah)라고 하는 젊은 여인이 낙심 중에 역시 죽음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어찌된 일인지 결혼할 때마다 그날 밤에 악마 아스모데우스(Asmodeus)가 신랑을 죽이는 바람에 단 한번도 결혼을 완성하지 못한채 지금까지 일곱 남편을 잃었다. 그래서 사라는 하니님께 죽음을 기도하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니느웨에 있는 도빗의 기도와 메디아에 있는 사라의 기도를 모두 들으셨다. 하나님은 천사장 라파엘을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보내어 도빗과 사라를 도와주도록 하였다. 그때에 도빗의 아들인 도비아는 아버지 의 명을 받고 저 멀리 메디아에 가서 도빗이 메디아에 있을 때 남겨 두었던 돈을 가져오게 되었다. 천사장 라파엘은 도비아를 돕는 하인 아자리아(Azariah)가 되어 함께 길을 떠났다. 이때 개 한 마리도 도비아와 함께 메디아로 여행을 떠났다.

 

도비아가 아버지 도빗의 눈을 고치기 위해 물고기의 장기로 만든 약을 눈에 바르고 있다. 천사가 도와주고 있다.

 

도비아는 메디아로 가는 중에 한미라의 거대한(또는 작은) 물고기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아자리아(라파엘)의 도움으로 도리어 물고기를 잡아 물고기의 간, 심장, 쓸개들을 떼어내어 약을 만들었다. 도비아가 마침내 메디아에 도착하게 되자 라파엘은 도비아에게 아름답고 젊은 사라(Sarah)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토비아가 가만히 따져보니 사라는 자기의 사촌이 되었다. 도비아는 사라와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에 결혼할수 있었다. 결혼식을 치룬 그날밤, 도비아는 하인 아자리아(아사랴: 라파엘)에게 물고기의 심장과 간과 쓸개로 만든 약을 태우도록 하였다. 사라가 결혼할 때마다 신랑을 죽여 온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가대한 물고기의 내장으로 만든 약을 태우자 과연 악마는 견디지 못하고 멀리 도망쳤다. 그러한 악마를 라파엘이 쫓아가서 잡아 단단히 결박하여 다시는 신랑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때 약을 태운 연기가 저 멀리 북부 애급(이집트)까지 번졌다고 한다. 도비아와 사라는 행복한 부부가 되었다. [아사랴라는 이름은 다니엘서에도 나온다. 다니엘과 함께 바사(페르시아)에 잡혀온 소년들 중의 한 사람의 이름이 아사랴(Azariah)이다.]

 

그런데 사라의 아버지는 설마 악마가 도망갔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번에도 신랑인 토비아를 첫날밤에 죽였을 것으로 믿어서 토비아를 장사지낼 무덤을 혼자서 파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사라의 아버지는 사위인 토비아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나 감격하여서 결혼잔치를 배나 성대하게 다시 마련토록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은밀히 하인들을 시켜 무덤을 속히 메우도록 하였다. 신랑 도비아는 아버지 도빗의 명에 따라 돈을 찾아야 하지만 결혼잔치 때문에 자리를 떠날 수 없어서 하인 아자리아(라파엘)로 하여금 돈을 찾아오도록 했다. 결혼잔치가 끝난후 도비아와 사라는 니느웨로 돌아왔다. 라파엘은 물고기의 쓸개로 약을 도빗의 눈에 발라 다시 눈을 떠서 볼수 있게 하였다. 얼마후 하인 아자리아는 도빗과 도비아와 사라에게 자기가 하나님의 명을 받들어 온 라파엘이라고 밝히고 이제 모든 일을 마쳤으니 천국으로 올라가겠노라고 말하였다. 도빗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찬양의 노래를 불렀다. 도빗은 하나님이 니느웨 성을 멸망시키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아들 토비아에게 하나님이 니느웨 성을 멸망하시기 전에 어서 떠나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 후에 도빗은 하나님께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숨을 거두었다. 토비아는 아버지 도빗을 장사지낸 후 가족들을 데리고 메디아로 돌아가서 하나님을 경외하며 신실하게 살았다. 이것이 도빗서의 내용이다.

 

얀 반 스코렐의 작품. 도비아와 천사장 라파엘(하인 아지리아)

 

학자들은 도빗서를 종교소설로 간주하였다. 물론 니느웨 성에 대한 이야기, 앗수르의 사라곤과 세나케리브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도빗서에 적혀 있는 내용들은 역사적 사실들과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하여 가톨릭교회는 도빗서의 역사적 적합성에 대한 여부보다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을 강조하였다. 도빗서는 유태교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지혜서의 범주에 속한다. 도빗이 아들 도비아가 메디아로 떠나기 전에 당부하는 말들은 모두 귀중한 지혜이다. 가톨릭은 전례에서 도빗서에 나오는 말씀들을 인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결혼식에서는 결혼의 순수함을 찬양하는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도빗서는 죽은자에 대한 존경, 신실한 신앙심, 기도의 중요성, 금식과 자선에 대한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사라가 일곱명의 남편을 가졌었다는 것은 신약의 마태복음 12장 20-22절에 다시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또한 사라가 아이가 없음은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가 아이가 없이 지내온 것과 같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