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서의 세계/구약시대의 경외서

수잔나서의 스토리

정준극 2010. 7. 24. 19:01

수잔나서(다니엘 추가서)

 

음흉한 장로들이 목욕하고 있는 수잔나를 보고 욕정을 품는다.

 

음흉한 장로들 때문에 고난을 당했으나 다니엘의 명철함으로 누명을 벗은 수잔나에 대한 이야기는 다니엘서에 추가되어 있다. 개신교는 수잔나서를 경외서로 간주하고 있지만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는 다니엘서에 추가하여 정경처럼 인정하고 있다. 다니엘서에는 수잔나 이외에도 ‘세 소년의 노래’ ‘벨과 용’에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다. '세 소년의 노래(찬미)'는 소년 다니엘과 함께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 갔던 유다 소년들이 풀무불 속에 던져 졌지만 무사한데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는 노래이다. '벨과 용'은 다니엘이 바알신을 믿는 무당과 박수들을 물리친 얘기와 함께 용을 물리친 얘기이다. 그러나 이들 이야기는 유태교의 타나크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초대 유태문학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수잔나는 언제 어떻게 써진 것인가?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 수잔나서의 내용에 대하여 간단히 짚어보자. 수잔나(Susanna: Susannah: Shoshana)는 ‘백합’이라는 뜻이다.

 

히브리 여인인 아름다운 수잔나는 음란하고 못된 두 장로가 거짓 소송하는 바람에 큰 고난을 당할뻔 한다. 사연인즉, 어느날 수잔나가 정원에서 홀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음탕하고 욕정에 넘친 두명의 장로들(영어로 Elder)이 수잔나의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게 된다. 현대의학적 용어로 관음증(觀淫症)에 걸린 장로들이었다. 수잔나가 목욕을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욕정에 넘친 두명의 장로들은 수잔나를 따라가 수작을 건다. 장로들은 수잔나가 정원에서 어떤 젊은 남자를 은밀히 만났다고 주장하며 만일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수잔나의 부도덕함을 소문내겠다고 협박한다. 음탕한 장로들의 요구는 수잔나와 섹스를 하는 것이었다. 놀란 수잔나가 당연히 장로들의 요구를 거절하자 장로들은 수잔나를 관가에 거짓 고소하였고 결국 수잔나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재판이 열릴 때 다니엘이 앞에 나와서 ‘어찌하여 무고한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가려고 하는가?’라며 소리쳤다. 이에 재판관은 장로들의 고소가 어딘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여 장로들을 서로 떼어 놓고 따로따로 심문하였다. 과연, 장로들의 말은 서로 달랐다. 예를 들어 수잔나가 어떤 나무 아래에서 젊은 청년과 밀회를 하였는지를 묻는 말에 장로 한 사람은 유향수(乳香樹)라고 말하였고 다른 장로는 참나무라고 말하였다. 유향수라는 나무의 명칭은 그리스어로 Hupo schinon이며 참나무는 Hupo prinon이다. 영리한 다니엘은 장로들에게 질문할 때에 비슷한 두 단어를 들어 질문하여 혼동하게 만들어 이들의 거짓 소송을 밝혀냈다. 거짓 고소한 장로들은 오히려 죽임을 당하였고 덕성이 승리하였다.

 

신학자인 섹스투스 율리우스 아프리카누스는 수잔나 이야기를 정경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제롬(347-420)은 불가타 성서를 번역하면서 수잔나서를 정경이 아닌 우화로 간주하였다. 제롬은 수잔나서를 다니엘에 추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원래의 다니엘서는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는데 수잔나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경외서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신학자인 오리겐(Origen)은 수잔나서가 유태교에서 감추어진 문서, 즉 위경이라고 주장했다. 초기 유태교의 경전에는 수잔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잔나에 대한 이야기는 예술과 문학의 소재로 자주 활용되었다. 일찍이 북서부 유럽의 로타링기아 지역에는 수잔나 이야기가 수정바위에 조각되어 있다. 이를 로테어 크리스탈(Lothair Crystal)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영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월레이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의 시 ‘클라피어의 페터 퀸스’(Peter Quince at the Clavier)는 제목이 페터 퀸스라고 되어 있지만 실은 수잔나가 주제이다. 이 시를 기본으로 하여 미국 작곡가인 도미닉 아르겐토(Dominic Argento)와 캐나다의 제랄드 버그(Gerald Berg)가 음악을 붙였다. 1749년 헨델은 영어대본의 오라토리오인 ‘수잔나’를 작곡했다. 미국의 작곡가인 칼리슬 플로이드(Carlisle Floyd)도 오페라를 작곡했다. 하지만 플로이드의 오페라는 해피 엔딩이 아니다. 플로리드의 오페라에서는 수잔나를 유혹하는 두명의 장로 대신에 위선적인 순회설교사를 내세웠다.

 

게르치노(Guercino)의 수잔나와 장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