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비엔나에서 하루만 있는다면?

정준극 2010. 12. 25. 06:57

비엔나에서 하루만 있는다면?

 

링 슈트라쎄에 있는 카페 슈페를. 비엔나의 카페에서는 혼자서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나가라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그저 종업원이 눈치를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눈치를 주어도 버티고 있으면 그만이다.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아침 일찍 시내 중심가에 있는 카페에 가서 멜랑즈 한잔과 카이저프뤼슈튀크(Kaiserfrühstück)를 주문하여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한다. 여름철이라면 그라벤이나 캐른트너슈트라쎄의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척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센트랄 카페와 같은 고색창연한 카페에 들어가서 죽치고 앉아 있는 것도 경험해볼만한 일이다. 카이저프뤼슈튀크는 비엔나식 아침정식이다. 대체로 오렌지 주스 한잔에 젬멜 빵 한 두개가 전부이지만 소시지나 야구르트를 주는 카페도 있다. 에그 프라이나 베이컨 또는 소시지를 원하면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창가에 앉아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책이나 읽고 있으면 '아, 여기가 비엔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오스트리아의 역사, 문화, 종교에 대한 책이면 무난하다. 그렇지 않으면 슈테판 츠봐이그(Stefan Zweig)나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의 단편소설을 읽는 척 하는 것도 좋다.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Traumnovelle(트라움노벨레)도 관찮은 선택이다. 그러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옷차림이나 얼굴 모습으로 어떤 인종인지를 추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반가워서 붙잡을 수도 있다. 아무튼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오전 내내 카페에서 책이나 읽고 커피나 마시면서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다. 점심은 오스트리아 전통 식당에 가서 비너 슈니츨 등으로 해결한다. 오후에는 박물관을 한군데 정해서 방문한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는 척 하며 역시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여겨 관찰하는 것도 미상불 재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밤에는 오페라나 콘서트를 구경간다. 돈이 넉넉치 않으면 입석표(슈테플라츠)를 사서 분위가만 잠시 느끼다가 나오는 것도 미상불 비엔나 방문 경력에 들어간다.

 

피아커를 혼자 타고 다니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핀잔을 줄 것이다. '저 비싼 피아커를 혼자 탄다는 말인가?'라면서. 필자도 비엔나를 수십번 갔었지만 아직 한번도 피아커를 타본 일이 없다. 요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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