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오스트리아의 뮤직 페스티벌

정준극 2010. 12. 26. 21:08

오스트리아의 뮤직 페스티벌(음악축제)

 

오스트리아의 뮤직 페스티벌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세계의 오페라 페스티벌 항목에서 잠시 소개하였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리하는 의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뮤직 페스티벌들을 소개코자 한다. 사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해마다 약 200 개에 이르는 각종 음악축제가 열린다. 음악제가 이만큼 많이 열리는 나라가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 보라고 할 정도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를 '음악의 나라'라고 부르며 비엔나를 '음악의 도시'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만을 일부러 관람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만 해도 1년에 수천명이나 된다. 오스트리아의 뮤직 페스티벌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고전 음악의 메카이다. 하지만 근년에 이르러서는 팝 음악에 대한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 모차르트로부터 말러를 거쳐 팔코(Falco)까지! 이것이 오스트리아 음악의 다양성이다.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음악제)에 한두번 쯤은 얼굴을 내밀어서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Falco: 오스트리아의 국가적 팝 가수. 랩음악을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음악제는 대강 다음과 같다.

 

비엔나악우회 황금홀에서의 빈 필하모닉의 연주회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er Festspiel: Salzburg Festival):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1920년 연출가 겸 감독인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극작가 겸 오페라 대본가인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fmannsthal), 지휘자 프란츠 샬크(Franz Schalk), 무대 디자이너 알프레드 롤러(Alfred Roller)의 5명이 조직한 문화예술 축제이다. 매년 여름 7-8월에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에서 거행된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최고 수준의 드마라, 오페라, 콘서트'를 제공한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요즘에 와서는 시낭송회를 비롯한 다른 형태의 예술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첫 해의 오프닝에서 휴고 폰 호프만슈탈의 드라마인 '예더만'(Jedermann)을 무대에 렸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살아 있어서 오늘날에도 매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프닝은 대성당 앞 광장에서 '예더만'(아무나)을 공연하고 있다. '예더만'은 중세로부터 부활절에 공연하던 고난연극(Passion Play)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영국의 '에브리맨'을 바탕으로 삼은 작품이다. 오늘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명성은 연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게 된 것은 오페라와 콘서트 때문이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시즌이면 잘츠부르크에는 세계 각지로부터 부호, 정치 지도자, 왕족이나 귀족들이 대거 몰려온다. 여러가지 이벤트를 관람하기 위해서이며 서로의 사교를 위해서이다. 하지만 진실로 음악회만을 보러 오는 가난한 음악가들도 많이 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에서의 '예더만' 공연

 

잘츠부르크에서는 1967년에 지휘자 허버트 폰 카라얀이 창설한 부활절 페스티벌(Salzburg Easter Festival:

Osterfestspiele Salzburg)도 열린다. 여름 시즌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볼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만든 것이다. 페스티벌의 내용은 주로 바로크 음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국제모차르테움재단이 주관하는 '모차르트 주간'이 매년 1월 27일 모차르트의 탄생일을 중심으로 개최되고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전도시가 무대가 된다.

 

- 브레겐츠 페스티벌(Bregenzer Festspiel: Bregenz Festival):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비하여 규모도 작고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인상적인 무대로서 수준 높은 오페라를 제공한다. 브레겐츠는 오스트리아의 가장 서쪽 끝에 있는 포아아를버그주의 주도로서 유럽에서 가장 큰 호수인 보덴제(Bodensee: 콘스탄스 호수)의 호반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호수에 오페라의 무대를 설치하여 놀라운 감동을 주고 있다. 보덴제와 알프스가 조화를 이룬 오페라의 무대장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보덴제(콘스탄스 호수)에 마련된 노천무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무대

 

- 비엔나 페스티벌(Wiener Festwochen: Vienna Festival): 비엔나 페스티벌의 원래 명칭은 '비엔나 축제주간'(Wiener Festwochen)이다. 매년 5월부터 6월까지 거의 5주 동안 계속되는 문화예술의 축제이다. 비엔나 페스티벌은 원래 1927년에 시작하였으나 정치적 혼동과 전쟁으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가 1957년에 다시 시작한 것이다. 비엔나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시대를 초월한 각종 스타일의 콘서트, 드라마, 오페라가 공연된다. 오프닝은 전통적으로 라트하우스플라츠(Rathausplatz: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다.

 

비엔나 시청(라트하우스)앞 광장에서의 비엔나 페스티벌(비너 페스트보헨) 오프닝. 저 많은 인파를 보라!

 

- 슈베르트 페스티벌(Schubertiade: Schubert Festival): 오스트리아의 포아아를버그주 슈봐르첸버그/호에넴스(Schwarzenberg/Hohenems)에서 열리는 슈베르트 페스티벌은 슈베르티아데라고 부른다. 슈베르티아데(슈베르트의 밤)는 슈베르트가 살아 있을 때 슈베르트의 친구들이 가난한 슈베르트를 돕기 위해 슈베르트의 연주를 듣거나 시작(詩作) 발표회를 가졌던 모임을 말한다. 슈베르트는 친구들이 주선한 이런 모임을 통하여 피아노 연주로서 자기를 돕고 있는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었도 또한 가곡의 가사를 얻기도 했다. 슈베르티아데는 1820년부터 1822년까지 3년 동안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몇년후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자 모임은 더 이상 계속할수 없었다. 슈베르트 가곡의 뛰어난 바리톤인 헤르만 프라이(Hermann Prey)는 슈베르트 생전 당시의 슈베르티아데를 부활시키고자 했다. 그리하여 1976년 포아아를버그주의 호에넴스(Hohenems)에서 제1회 슈베르티아데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그러다가 음악회장으로 사용하던 호에넴스의 궁전이 대대적인 수리보수에 들어가자 장소를 인근 펠트키르헤(Feldkirche)로 옮겼다. 펠트키르헤에서는 야외 연주회가 시도되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갖는 연주회를 란트파르티엔(Landpartien)이라고 부른다. 그후 2001년부터는 슈봐르첸버그(Schwarzenberg)에 있는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ka Kauffmann: 1741-1807) 기념홀이 확장되자 이곳을 슈베르트 페스티벌(슈베르티아데)의 센터로 삼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슈베르티아데는 오로지 슈베르트의 음악만을 연주한다. 매년 약 70회의 연주회가 주선되며 이를 위해 브레겐츠 숲에 있는 슈봐르첸버그에 3만명 이상의 슈베르트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든다.

 

1820년의 슈베르티아데

 

- 린츠 페스티벌(Linzer Klangwolke: Linz Sound-Cloud Festival): 린츠는 오래전부터 산업도시로서 여러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오베르외스터라이히주는 근년에 들어서 주도인 린츠를 문화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린츠는 비엔나 또는 잘츠부르크만큼 음악적 전통이 부족한 도시였다. 대신에 첨단 과학기술에 있어서는 다른 곳보다도 훨씬 앞섰다. 린츠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혁신과 기술을 최대로 이용키로 했다. '린처 클랑볼케'(린츠의 사운드 구름)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린처 클랑볼케'는 야외행사로서 매년 9월 도나우파르크에서 열린다. 린츠 페스티벌은 1979년에 조직되었다. 모토는 예술-기술-사회의 축제이다.

 

린처 클랑볼케(린츠 페스티벌)가 열리는 도나우파르크

 

출력 25만 와트의 초대형 스피커들이 공중에 설치된다. 이 스피커들을 통하여 도나우파르크(도나우공원) 연주회가 전달된다. 음향과 함께 비주얼 쇼(레이저 쇼등)가 진행된다. 때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장관이 아닐수 없다. 매년 약 10만명의 인파가 린츠 페스티벌(린처 클랑볼케)을 보러 온다. 또 하나의 린처 클랑볼케는 고전음악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두번째 린처 클랑볼케는 린츠가 낳은 음악의 영웅인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를 기념하는 '브루크너 페스티벌'과 협동하여 진행된다. 린처 클랑볼케가 브루크너 페스티벌의 오프닝 프로그램을 맡아한다. 세번째 클랑볼케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브루크너 페스티벌이 열리는 린츠의 브루크너 기념관 

 

- 도나우인젤 페스티벌(Donauinselfest Wien: Vienna Danube Island Festival): 1984년부터 시작된 팝음악의 축제이다. 초여름에 3일 동안 열리는 도니우인젤 페스티벌은 이름난 국제 팝음악 밴드들이 출연하여 도나우인젤을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콘서트장으로 만들고 있다. 무료입장. 주로 젊은 층이 찾아오며 연인원 3백만명이 다녀간다. 1990년대에 활코(Falo)의 연주회에는 무려 23만명이 참석하는 기록을 세웠다. 활코는 랩음악을 처음으로 시작한 가수이다. 여름밤, 도나우 강변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감상하는 도나우인젤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도나우인젤페스트의 한 장면. 저 많은 인파를 보라.

 

- 뫼르비슈 호수페스티벌(Mörbischer Seefestspiel): 뫼르비슈(Mörbisch)는 부르겐란트의 루스트(Rust) 남쪽에 있는 전형적인 목장마을(Angerdorf)이다. 과거 헝가리나 터키가 자주 침범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세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오페레타 호수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가 되었다. 노이지들러 제(Neusiedler See)가 무대이다.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열린다. 부르겐란트는 잘츠부르크에 비하면 사막과 같은 곳이다.  여름에 비가 거의 오지 않으므로 야외공연으로서는 적당하다. 주로 비엔나 오페레타를 공연하기 때문에 관중들은 비엔나의 노년층이거나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방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다.

 

뫼르비슈 호수페스티벌. 요한 슈트라우스의 '비너 블루트' 피날레이다. 호수에 인공무대가 설치되어 밤하늘이 무대배경이다.

 

- 그라페네그 음악제(Musik-Festival Grafenegg): 비엔나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곳에 그라페네그라는 마을이 있다. 인구 약 3천 명의 비교적 작은 마을이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크렘스군에 속한다. 이 마을에 아름다운 그라페네그 성(Schloss Grafenegg)가 있다. 피아니스트인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그라페네그 성에서 음악제를 열기 시작했다. 톤퀸스틀러라는 니더외스터라이히 주립교향악단이 중점 연주하는 음악제이다. 그라페네그 음악제는 2007년 8월에 처음 시작했다. 음악제는 그라페네그 성내의 연주회장과 정원에서 열렸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야외풍경을 살려서 야외극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2007년 하반기에 '구름기둥'(Wolkenturm)이라는 야외극장을 만들었다. 2011년 8월의 음악제에는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연주를 한다.

 

그라페네그의 볼켄투름 공연장. 니더외스터라이히 주립교향악단이라고 할수 있는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의 연주.

 

- 글라트-페어케르트 축제(Glatt&Verkehrt Festival): Internationale Festival für neue Volksmusik "Glatt und Verkehrt": 재즈와 민속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여름에 비엔나에서 서쪽으로 70km 떨어진 도나우강변의 크렘스(Krems)에 가면 된다. 글라트-페어케르트 축제는 크렘스의 빈처 크렘스(Winzer Krems)에서 주로 열린다. 인근의 괴트봐이크(Gottweg) 수도원에서는 민속음악 워크샵이 열린다. 빈처 그렘스는 크렘스와 봐하우 지역의 포도주 생산업자들이 합심하여 설치한 대형 실내주점이다. 1천 명을 수용할수 있다. 글라트-페어케르트 축제는 1997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수백명의 음악인들이 유럽 각지로부터 크렘스에 모여 빈처 크렘스에서 연주회를 갖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2011년에는 7월 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우리나라 국립극장에 속하여 있는 '여우락(樂)'이 2010년 7월에 이곳 축제에 초청을 받아 참여했었다. 글라트-페어케르트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글라트는 스무스 하다는 뜻이고 페어케르트는 교통이라는 뜻이다. 사통팔달 음악축제?

 

글라트/페어케르트 음악축제. 빈처 크렘스에서.

 

- 기타 페스티벌들: 이상의 뮤직 페스티벌은 단지 대표적인 것들만 정리해본 것이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전역에서는 해마다 여름에 수많은 재즈 콘서트, 클래식 연주회, 현대음악 발표회, 락이나 팝음악 연주회 등이 열린다.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면 자세한 정보를 준다. 아무튼 오스트리아에는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뮤직 페스티벌을 구경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도나우인젤의 팝음악 연주회. 도나우인젤에 가려면 U1 도나우인젤에서 내리면 된다. 이러니 오스트리아를 음악의 메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