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와 주디(Punch and Judy)
Harrison Birtwistle(해리슨 버트위슬)의 단막 오페라
해리슨 버트위슬
'펀치와 주디'라고 하면 특히 영국에서는 어린 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풍자 인형극이다. 아마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시장이나 박람회가 열리면 '주디와 펀치'의 가설 무대가 설치되고 그 앞에 아이들이 주루룩 앉아서 좋아라고 박수를 치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잘 알려진 구경꺼리이다. 그것을 해리슨 버트위슬(Harrison Birtwistle: 1934-)이 단막 오페라로 만들었다. 작가 스테픈 프러슬린(Stephen Pruslin)이 대본을 썼다. 오페라 '펀치와 주디'는 1968년 6월 8일 영국 서포크의 알드버러(Aldeburgh)음악제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은 대단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무슨 오페라가 저러냐?'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초연을 관람하던 점잖은 벤자민 브리튼도 더 이상 보고 있기가 어려워서 중간에 퇴장하였다고 한다. 스토리가 지나치게 폭력적이어서 불쾌감을 주었다는 것과 음악이 도무지 난해하여서 이해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 였다. 스토리가 얼마나 어이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이며 황당한지는 간단하나마 아래에 소개한 줄거리를 읽어보면 알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음악평론가인 폴 그리피스(Paul Griffiths)는 버트위슬의 '펀치와 주디'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인 '페트루슈카'(Petrushka)와 정확히 비교된다고 말했다. 간이 마치 인형처럼 행동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페트루슈카는 과 톱밥으로 만든 러시아의 전통 인형이다. 그러나 나중에 생명을 얻어 인간이 되며 감정을 지니게 된다.
펀치가 아기를 들고 있다.
미국 초연은 1988년(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미네아폴리스에서 였으며 그해에 뉴욕에서도 공연되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91년 빈 모데른(Wien Modern)이라는 단체가 초연하였다. 이때에는 버트위슬 자신이 제작감독을 하였다. 버트위슬은 1991년 6월, 알드버러에서 리바이브 될 때에도 제작 감독을 맡았다. 등장 인물 중에서 점장이는 주디가 1인 2역을 하며 마녀는 예쁜 폴리가 겸하여 맡고 잭 케치(Jack Ketch)는 펀치의 친구인 코레고스(Choregos)가 함께 맡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페라 '펀치와 주디'의 한 장면
펀치가 주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팔에 안고 흔들며 돌보아주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아기를 불 속에 던진다. 펀치의 부인인 주디가 나타나서 불 속에서 까맣게 숯이 된 아기를 찾아내자 펀치는 주디를 칼로 찔러 죽인다. 펀치는 이제 자유스런 입장이 된다. 그는 예쁜 폴리(Pretty Polly)를 찾기 위해 말을 타고 떠난다. 펀치는 예쁜 폴리를 찾아내어 꽃 한송이를 준다. 예쁜 폴리는 그 꽃이 아기를 죽인 손으로 만진 더러운 것이므로 받을수 없다고 거절한다. 의사와 변호사가 주디를 살려낸다. 하지만 이들도 엄청나게 커다란 주사바늘과 깃털 펜에 찔려 죽임을 당한다. 교수대의 합창대가 주디와 함께 이들을 환영하여 노래를 부른다.펀치는 다시 예쁜 폴리에게 프리즘을 주며 청혼한다. 예쁜 폴리가 다시 펀치를 거절한다. 펀치는 친구인 코레고스를 죽인다. 이번에는 톱으로 코레고스의 몸을 두 토막낸다. 펀치가 사용한 톱은 실은 첼로 케이스이다. 코레고스는 해설자 역할을 했다. 펀치가 친구인 코레고스를 죽인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작품의 순환적인 성격도 변한다.
'펀치와 주디' 제네바 공연
이제 펀치는 자기가 지나치게 잔혹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펀치는 주디와 악마적인 결혼을 했던 것을 생각한다. 펀치는 죄가 밝혀져 교수대로 끌려간다. 그러나 교수형 집행인을 속여서 집행인이 교수형에 처해지도록 한다. 예쁜 폴리가 나타나 펀치와 함께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이어 두 사람은 메이폴(Maypole)로 변신한다.
예쁜 폴리와 함께 있는 펀치
오페라의 스토리는 이와 같이 황당무계하지만 실제 전통적인 인형극의 스토리는 어떠한지 참고로 소개코자 한다. 물론, 마을을 돌아다니며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인형극에서는 스토리가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통일된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인형극 '펀치와 주디'는 여러 편의 짧은 공연으로 구성된다. 이야기가 복잡하고 길면 아이들이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된 것은 무질서하고 제멋대로의 펀치가 부인 주디와 아기를 못살게 구는 등 사사건건 일만 저리르고 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혀 곤혹을 치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조크와 노래가 곁들이므로 이리저리해도 웃기는 내용이 아닐수 없다. 영국에서 예전에는 '펀치와 주디'가 '펀치넬로와 조안'(Punchinello and Joan)이었으나 세월이 지남과 함께 간단하게 '펀치와 주디'라고 부르게 되었다.
전형적인 '주디와 펀치' 인형극 무대. 보통 천막 안에서 한 사람이 여러 인형들을 모두 작동한다. 그리고 소리도 치고 노래도 부른다.
현재 영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인형극 '주디와 펀치'는 펀치가 먼저 나타나서 주디를 와이프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디와 펀치는 키스도 하고 부등켜 안고 춤도 춘다. 주지가 펀치에게 아기를 돌보아 달라고 부탁한다. 오늘날 펀치가 아기를 불 속에 집어 던진다든지 하는 것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대신, 펀치가 아기를 보면서 별별 실수를 저지르는 것으로 진행된다. 떨어트리기도 하고 모르고 깔고 앉기도 한다. 심지어는 소시지 만드는 기계에 집어 넣기도 한다. 주디가 돌아와 그 꼴을 보고 화를낸다. 주디는 막대기를 들어 펀치를 사정없이 때린다. 이 장면을 보고 동네 아줌마들이 속시원하다고 하면서 박수를 친다. 폭력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도착하지만 오히려 펀치의 슬랩스틱으로 혼이 난다. 엎치락 뒷치락하며 싸움판이 벌어지면 구경하던 사람들은 신이나서 소리를 지른다.
오페라에서 펀치가 친구 코레고스를 두 토막으로 낸다.
광대인 조이(Joey)가 나타나 저녁식사 시간이라고 외친다. 펀치는 저녁이라고 하니까 소시지 생각이 나서 소시지를 줄줄이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시지는 악어를 불러들인다. 펀치는 악어가 나타나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 구경꾼들은 악어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친다. 이어 펀치와 악어의 웃기지도 않는 싸움이 벌어진다. 의사가 도착하여 펀치가 입은 상처를 치료코자 한다. 의사는 치료한다고 하면서 몽둥이로 펀치를 때린다. 펀치와 의사의 싸움이 또 시작된다. 펀치는 자기 때문에 생긴 희생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세어본다. 유령이 나타나 펀치를 놀라게 만든다. 이어 교수형을 집행하는 사람이 도착하여 펀치를 교수형에 처하고자 한다. 펀치는 사형집행인을 속여서 그가 대신 목에 밧줄을 걸도록 한다. 이때 펀치가 사형집행인에게 묻는 말이 Do you do the hanging? 이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형극은 악마의 등장으로 마무리된다. 악마는 펀치를 겁주기 위해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구경꾼들에게 나쁜 마음을 먹으면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나타난다. 아무튼 악마가 펀치에게 벌을 주자 구경꾼들은 큰 박수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형극 '주디와 펀치'. 경찰관과 광대도 등장한다. 한쪽에는 악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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