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32. 헨리 킴벌 해들리의 '클레오파트라의 밤'

정준극 2011. 8. 23. 14:01

클레오파트라의 밤(Cleopatra's Night)

Henry Kimball Hadley(헨리 킴벌 해들리)의 2막 오페라

미국 오페라 베스트 10 에 포함되는 작품

 

헨리 킴벌 해들리(1871-1937)

 

'클레오파트라의 밤'(Cleopatra's Night)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헨리 킴벌 해들리(Henry Kimball Hadley: 1871-1937)이 작곡한 5편의 오페라 중 하나이다. 이 오페라는 1920년 1월 31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헨리 해들리가 직접 지휘를 하였다. 메트로폴리탄에서 미국 작곡가가 자기의 작품을 직접 지휘한 경우는 이것이 처음이다. 초연 이후 이 오페라에 대한 평은 호의적이었다. 유명한 음악학자인 헨리 핑크(Henry Finck)는 '클레오파트라의 밤'을 메트포폴리탄에서 공연된 미국 오페라 중에서 베스트 10 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프랑스의 작가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 1811-1872)가 쓴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미국의 앨리스 폴락(Alice Pollack)이 대본을 썼다. 이 오페라는 베리스모 운동과 관련한 드라마틱 서정주의, 그리고 바그너 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보여준 풍부한 오케스트라 음악에 영향을 받은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을 절충한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19세기에 그린 클레오파트라 상상도

     

초연에서 소프라노 프란시스 알다(Frances Alda)가 클레오파트라의 역을 맡았다. 상대역인 메이아문(Meïamoun)은 테너 오르빌 해롤드(Orville Harrold)가 맡았다. 이밖에 등장인물은 마크 안토니(Mark Antony: Bar), 여왕이 가장 총애하는 시녀 마르디온(Mardion: MS), 또 다른 시녀인 이라스(Iras: MS), 환관(Bar), 안토니의 직속장교(Bar), 손님들(T, B, MS) 등이 있다.

 

초연에서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은 소프라노 프란시스 알다

 

[제1막] 나일 강변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넓은 정원이다. 한쪽에는 아름다운 목욕시설이 있다. 멀리서 이집트의 백성들이 비가 내리기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총애하는 두 시녀, 마르디온과 이라스가 정원으로 들어온다. 이라스는 마르디온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고 연유를 묻는다. 마르디온은 사자 사냥꾼인 메이아문을 속절없이 사랑하고 있지만 그는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 놓는다. 환관이 나타나 클레오파트라가 배를 타고 도착한다고 전한다. [나일강의 배를 Cangia 라고 부른다.] 클레오파트라는 해기 지기 전에 목욕을 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환관은 시녀들에게 클레오파트라의 기분이 썩 좋지 않으므로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시녀들이 목욕탕에 향수를 뿌리고 꽃닢을 준비한다. 클레오파트라의 배가 도착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단조로운 생활을 싫어하여 신에게 새롭고 빛나는 생활을 하게 해 달라고 외친다. 클레오파트라는 날씨는 덥기만 하고 사막에는 미이라만이 있는 삭막한 환경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때에 화살 하나가 클레오파트라가 서 있는 옆에 떨어진다. 클레오파트라는 누가 자기를 죽이려고 화살을 쏘았다고 하며 반드시 죄갚음을 받도록 하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다가 화살에 종이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풀어서 읽는다. 'I Love You' 라고 적혀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나일강 저쪽에서 헤엄을 치며 사라지는 어떤 남자를 본다. 클레오파트라는 호위병들을 시켜 그를 당장 잡아 오도록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신들이 무료한 것에서 탈피하게 해 달라는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었다고 하면서 기뻐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옷을 벗고 욕조에 발을 담근다. 그때 정원의 풀에서 메이아문이 갑자기 솟아 나온다. 환관이 칼을 빼어들고 갑작스런 침입자를 죽이려 한다. 클레오파트라가 말린다. 메이아문은 아무런 겁도 없이 당당하게 여왕의 앞에 선다. 클레오파트라가 I Love You 라는 글을 무슨 뜻에서 썼느냐고 묻자 메이아문은 아름다운 노래로서 그가 지금까지 여왕을 깊이 사모하여 왔음을 고백한다. 메이아문은 결론적으로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 여왕을 만났으니 죽어도 좋다고 하며 병사들에게 목숨을 맡긴다. 병사들은 여왕에게 무례를 행한 메이아문을 당장 처형코자 한다. 클레오파트라가 메이아문을 처형하려는 병사들을 제지한다.

 

클레오파트라(케이트 멀그류)와 메이아문. 메트로폴리탄 공연

 

클레오파트라는 메이아문에게 한가지 조건을 내건다. 자기와 하루밤을 지내는 것으로 목숨을 바꾼다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밤을 지새고 새벽이 오면 가차없이 처형하겠다고 말한다. 시녀인 마르디온이 드디어 메이아문에게 그를 사랑하고 있으니 목숨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메이아문은 마르디온에게 '그대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클레오파트라만을 생각한다. 마르디온은 비참한 운명을 한탄하며 단검을 꺼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클레오파트라는 총애하던 시녀가 자기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클레오파트라는 마르디온의 시체를 나일강에 던져 악어의 밥이 되도록 하라고 명령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메이아문과 함께 배를 타고 궁전으로 돌아간다. 여왕의 배가 황혼을 등지고 멀어질 때에 수행원들은 여왕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드럽게 부른다.

 

[제2막] 짧은 간주곡에 이어 막이 오르면 새벽녘 클레오파트라 궁전의 테라스이다. 아직도 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손님들은 아무리 파티가 화려해도 클레오파트라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비록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마크 안토니)라고 해도 클레오파트라를 파티에 붙잡아 둘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잠시후 클레오파트라와 메이아문이 궁전에 나타난다. 메이아문은 이제 사냥꾼의 옷을 벗어 던지고 찬란한 옷을 입고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왕좌에 앉아 있고 메이아문은 여왕의 발 아래에 앉아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메이아문에게 이제 그만 자기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메이아문이 줄곧 여왕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 눈빛으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운 음식을 보여주며 메이아문에게 먹으라고 권하지만 메이아문은 먹지도 않고 클레오파트라만을 쳐다본다. 클레오파트라가 사막의 여자들에게 춤을 추라고 하여 메이아문의 관심을 돌려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메이아문의 열정적인 사랑을 막지 못한다.

 

클레오파트라와 시녀 메르디온

      

메이아문은 클레오파트라를 위해 그의 사랑을 고백하는 열정적이면서도 진지한 노래를 부른다. 그때 동쪽에서 한줄기 빛이 나타난다. 새벽이 찾아온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메이아문에게 부근에 있는 사원으로 어서 함께 피하자고 말한다. 그곳에 들어가면 새벽의 빛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메이아문은 사원까지 가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있으면서 사원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클레오파트라는 한달이나 그 이상이라도 햇빛을 받지 않고 사랑을 나누며 지낼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메이아문은 약속한대로 새벽이 오면 더 이상의 미련을 남기지 않고 이 세상을 하직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만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클레오파트라가 밤의 조용한 시간에 자기를 기억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아문은 환관에게 독약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메이아문에게 제발 죽지 말고 자기와 함께 사랑을 나누면서 지내자고 간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아문은 환관이 독약을 가져오자 클레오파트라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며 마시려고 한다. 그러면서 클레오파트라에게 자기가 죽으면 자기를 마지막으로 한번 가슴에 안아 달라고 부탁한다.

 

클레오파트라(엘리자베스 차로프)와 메이아문

 

그때 시녀인 이라스가 뛰어 들어오면서 지금 곧 마크 안토니가 도착한다고 전한다. 그 소리를 들은 메이아문은 주저없이 독약을 마신다. 클레오파트라는 얼른 환관을 불러 메이마움의 시체를 치우도록 한다. 이어 마크 안토니의 부장(副將)이 들어온다. 클레오파트라는 그에게 자기가 안토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음을 전해 달라고 말한다. 안토니의 부하들이 나가자 클레오파트라는 메이아문의 시신을 가슴에 안고 약속을 지킨다고 말한다. 이어 안토니의 음성이 들리고 멀리서는 백성들이 비를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린다. 클레오파트라는 마지막으로 메이아문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안토니를 맞이하기 위해 궁전의 계단을 올라간다.

 

영화 속의 클레오파트라(엘리자베스 테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