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40. 엘리옷 카터의 '어처구니 없는 일'

정준극 2011. 8. 29. 17:30

어처구니 없는 일(What Next) - '훳 넥스트'(다음은?)

Elliott Carter(엘리옷 카터)의 유일한 오페라

 

엘리옷 카터(1908-2008)

 

뉴욕 출신의 엘리옷 카터(Elliott Carter: 1908-2008)는 세계의 현대 음악계에서 두드러진 인물이다. 꼭 100세가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난 그는 수많은 실내악곡, 교향곡, 기악 독주곡, 합창곡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오페라에 대하여는 재능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그는 오페라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았다. 수십년 동안 단 몇 편의 오페라만을 보았을 뿐이다. '라 보엠'을 본 것은 그가 70세 정도가 되던 때였다. 그나마 '라 보엠'에 대하여 그저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 그가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가 90세가 되던 해에 작곡했다. '훳 넥스트?'(What Next?)라는 타이틀의 오페라이다. 아마 역대의 오페라 작곡가들 중에서는 가장 고령에 오페라를 작곡한 인물일 것이다. 영어에서 What Next 라는 용어는 어처구니 없는 일에 대하여 '놀랍군!' '어이 없군!' '다음은 어떻게 나올 건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필자는 What Next 를 일단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번역하여 보았다. 하지만 본 블로그에서는 그대로 '훳 넥스트'라고 표현키로 한다. '훳 넥스트'는 단막으로 40분이 소요되는 작품이다.

 

베를린 슈타츠오퍼 운터 덴 린덴 초연

                                

'훳 넥스트'의 대본은 영국의 대본가이며 음악평론가인 콜 그리피스(Paul Griffiths: 1947-)이 썼다. 폴 그리피스는 여러 오페라의 대본을 썼다. 대표적인 것은 해리슨 버트위슬의 '펀치와 주디'(Punch and Judy), 탄 던의 '마리코 폴로', 모차르트 음악을 정리한 '보석함'(Jewel Box) 등이다. 오페라 '훳 넥스트'는 베를린의 슈타츠오퍼 운터 덴 린덴(Staatsoper Unter den Linden)이 엘리옷 카터에게 의뢰한 것으로 1999년 9월 16일 이 극장에서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미국 초연은 2006년 제임스 르바인(James Levine) 지휘로 탱글우드 음악제에서였다. 등장인물은 여섯 명이다. 마마(Mama: S), 스텔라(Stella: Cont), 해리 또는 래리(Harry - Larry: Bar), 로우즈(Rose: S), 첸(Zen: T), 그리고 소년(보이 알토)이다.

 

 

2008년 비엔나 캄머오퍼 공연

 

내용은 황당하다. 하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 자신에게 닥친 일일수도 있다. 여섯 명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섯 명은 어른이고 한명은 어린이이다. 이들은 사고를 당한 자동차에서 겨우 빠져 나오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러나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다. 다섯 명의 어른은 자기의 이름이 래리인지 해리인지 확실히 모르는 사람을 비롯하여 마마, 로우즈, 스텔라, 첸이다. 우선 이들은 자기들이 어떤 관계로 함께 있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자기들이 어디로 가고 있었으며 어떻게 하여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게 되었는지를 알지 못한다. 로우즈는 오페라 디바이다. 다른 사람들을 자기의 팬으로 생각하여 계속 아리아를 부른다. 첸은 예언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암호로 된 문자를 해독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해리 또는 래리라고 부르는 사람은 웃기지도 않는 썰렁한 조크로 계속 떠들기만 한다. 천문학자라고 자처하는 스텔라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마마는 현재의 상태가 이상한 상태라고 믿어서 모두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한편, 어린아이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있다.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인 것이다. 도로공사를 하던 두 사람이 얼마나 사고가 일어났는지 보려고 다가와서 사람들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로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한다. 한참후에 도로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어른들을 데리고 무대 밖으로 나간다. 이제 어린아이만 남아 있다. 도로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어린아이에게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묻고자 한다. 어린아이의 대답 여하에 따라서 어른 다섯명이 제대로 된 사람들인자, 아니면 정신 나간 사람들인지가 판명이 될 것이다.

 

2006년 탱글우드 음악제에서의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