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41. 로시니의 '오텔로'

정준극 2011. 8. 30. 16:54

오텔로(Otello) - Othello

Gioachino Rossini(조아키노 로시니)의 3막 오페라

 

로시니도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델로'를 바탕으로 오페라 '오텔로'를 작곡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로시니의 '오텔로'는 거의 공연되고 있지 않다. 베르디의 '오텔로'의 그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시니가 '오텔로'를 발표했을 당시, 그의 '오텔로'보다는 훨씬 인기를 차지한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라 체네렌톨라'가 공연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중간에 샌드위치 신세로 있었던 '오텔로'는 어느새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는 것이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베르디의 '오텔로'보다 약 70년 전에 만들어졌다. 로시니의 오페라 '오텔로'의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베리오(Francesco Maria Berio)라는 사람이 썼다.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장면 그림

     

그런데 베르디의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대로 비극이지만 로시니의 '오텔로'는 해피엔딩이면서도 비극이다. 당시 유럽의 오페라들은 비록 비극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헤피엔딩으로 끝나도록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예를 들면 18세기 게오르그 벤다(Georg Benda)의 '로메오와 율리'는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과는 달리 로미오와 줄리엣이 모두 죽지 않고 살아서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다고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도록 구성되었다. 관중들이 비극보다는 해피엔딩을 선호하였기 때문이다. 로시니의 '오텔로'도 순전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자 했으나 그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이어서 다시 비극으로 끝나도록 만들었다. 어떤 내용인지는 나중에 줄거리를 소개할 때에 설명코자 한다.

 

데스데모나와 에밀라

 

로시니와 베르디의 '오텔로'가 다른 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베르디의 '오텔로'는 장소를 키프러스(사이프러스)로 삼았지만 로시니는 뜻한바 있어서 '베니스'를 무대로 삼았다. 극적인 전개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로시니의 '오텔로'에서는 이아고(Iago)의 역할이 어느정도 약화되어 있다. 베르디의 '오텔로'에 비하여 이아고의 사악한 면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는 것이다. 소품에 있어서도 로시니의 '오텔로'에서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은 나오지도 않고 대신 데스데모나가 쓴 편지가 이용되고 있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뮤지컬 드라마로서 오페라의 발전과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나중에 베르디가 '오텔로'를 작곡하는데 있어서 벤치마크로 삼은 것이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1816년 12월 4일 나폴리의 테아트로 델 폰도(Teatro del Fondo)에서 초연되었다. 오텔로(T) 역할은 테너 안드레이 노짜리(Andrea Nozzari)가 맡았고 데스데모나 역할은 메조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Isabella Colbran)이 맡았다. 이사벨라 콜브란은 잘 아는대로 '오텔로'에서 데스데모나의 이미자를 창조한지 6년 후에 로시니와 결혼한 여자이다. 그리고 이아고(Iago: Jago)는 테너 주세페 치키마라(Giuseppe Ciccimarra)가 맡았다.

 

메조소프라노 마리아 말리브란. 로시니의 '오텔로' 세계초연에서 데스데모나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마리아 말리브란은 나중에 로시니와 결혼하였다.

 

로시니의 오페라 '오텔로'의 시기는 18세기 말이며 무대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키프러스가 아니라 베니스이다. 등장 인물은 비교적 검은 피부의 무어인 장군인 오텔로(T), 오텔로를 사랑하는 베니스 귀족의 딸인 아름다운 데스데모나(MS), 총독의 아들로서 데스데모나를 사랑하고 있는 로드리고(T), 오텔로의 부관인 이아고(Jago: T: Iago), 데스데모나의 친구 겸 시녀인 에밀리아(MS),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엘미로(Elmiro: B), 베니스 총독(Doge: T), 오텔로의 또 다른 부관인 루치오(T), 곤돌라 사공(T) 등이다. 로시니는 베르디의 '오텔로'에서처럼 마지막 막에 데스데모나를 위한 '버들의 노래'(Willow Song)를 만들었다. 그러나 베르디의 것과는 달리 데스데모나가 끝까지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에밀리아에게 나머지 부분을 부르도록 넘기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1막과 2막이 전통적인 오페라 세리아 스타일이다. 그러나 3막은 전편이 자유스러운 드라마틱한 표현의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감정의 표현에 중점을 둔 음악이다. 심지어 주제도 도전적이다. 19세기 초에는 거의 모든 오페라 작품이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오리지널 대본이 그렇지 않게 되어 있으면 일부러 결론을 고쳐서라도 해피엔딩 스타일을 지향하였다. 그러나 로시니의 '오텔로'는 비극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의 '오텔로' 무대

     

[제1막] 베니스의 총독이 승전하고 돌아온 무어인 장군인 오텔로의 전공을 높히 치하하고 있다. 오텔로는 그러한 찬사를 받아 들이지만 실제로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는 데스데모나와 결혼하는 것이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는 비밀스럽게 그들의 사랑을 약속한 바 있다.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알면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텔로의 부관인 이아고와 총독의 아들인 로드리고는 오텔로의 인기와 권세를 질투한다. 더구나 로드리고는 데스데모나를 사랑하고 있다. 데스데모나 자신도 앞날이 불안하다. 데스데모나는 자기의 사랑을 다짐하는 편지를 써서 오텔로에게 보낸다. 그러나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엘미로가 편지를 가로 챈다. 엘미로는 딸 데스데모나가 총독의 아들인 로드리고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처지이므로 데스데모나는 오텔로의 확신을 다짐하고 싶다. 데스데모나는 혹시 오텔로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데스데모나의 친구이며 시녀인 에밀리아는 오텔로의 사랑이 진심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한다.

 

데스데모나 역의 소프라노 올가 페레트리야트코. 로잔느 오페라

 

이아고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손에 넣고 있다. 이아고는 그 편지를 잘 만 이용하면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사이를 멀게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음모도 있다.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엘미로는 오텔로를 싫어하고 있다. 이아고는 로드리고에게 데스데모나와 오텔로의 사이를 악화시킬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데스데모나와 결혼할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총독에게 오텔로가 반역자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엘미로는 데스데모나에게 결혼할 대상자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라고는 얘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 곧 결혼할 데스데모나를 축하한다. 데스데모나는 상대방이 로드리고인 것을 알고 거절한다. 엘미로는 데스데모나에게 만일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처벌하겠다고 위협한다. 오텔로가 나타나 데스데모나와 로드리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다. 오텔로는 이제야 말로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을 밝힐 때라고 생각하여 모든 사람에게 자기와 데스데모나가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 선언한다. 이 소리를 들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엘미로가 분노하여 데스데모나를 데리고 사라진다. 남아 있는 오텔로와 로드리고는 서로 증오의 눈길로 바라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오텔로가 불쌍한 데스데모나를 모욕하고 손찌검을 한다. 아이고., 왜 그러나...

       

[제2막] 데스데모나는 계속하여 로드리고와의 사랑을 거부한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오텔로가 혹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였다. 마찬가지로 오텔로도 데스데모나가 자기를 떠날 것 같아 걱정이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을 계속하려면 어쩔수 없이 엘미로와 로드리고의 적이 되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고 과연 그것이 자기의 명예와 인기를 내버릴수 있을 정도로 필요한 일인지 의문을 갖는다. 이아고가 이번에는 오텔로에게 접근한다. 오텔로는 미련하게도 이아고를 신임하고 있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수도 있다고 이미 힌트를 준바 있다. 오텔로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가 쓴 열정적인 편지를 내 보인다. 오텔로는 그것이 자기에게 보낸 것이라는 것은 생각치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비밀스럽게 보낸 것이라고 믿는다. 오텔로는 배신을 당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복수를 하겠다고 생각한다.

 

로드리고가 나타나 오텔로와 공연히 말다툼을 한다. 데스데모나가 등장하자 로드리고와 오텔로는 서로 데스데모나의 성실치 못함을 비난한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불성실에 대한 증거를 내 놓을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데스데모나는 너무나 기가 막혀서 그대로 쓰러진다. 로드리고와 오텔로는 쓰러져 있는 데스데모나에게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은채 두 사람만의 결말을 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얼마후 데스데모나는 친구들로부터 오텔로가 로드리고와의 결투에서 살아 남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곧이어 엘미로가 나타나 데스데모나에게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하며 비난한다. 데스데모나는 아버지의 자비를 구한다. 하지만 엘미로는 데스데모나를 자식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말한다.

 

로드리고와 결투하는 오텔로. 괴로워하는 데스데모나.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제3막] 데스데모나의 침실이다. 오텔로는 추방당한다. 에밀라가 상심한 데스데모나를 위로하지만 데스데모나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다. 멀리서 곤돌라 사공의 노래가 들린다. 데스데모나는 유명한 '버들의 노래'로서 자기의 심정을 노래한다. 에밀리아가 나가자 데스데모나는 오텔로가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기도하다가 지쳐서 잠이 든다. 과연 오텔로가 비밀문을 통하여 들어온다. 오텔로는 아직도 데스데모나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믿는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를 죽이기 위해 칼을 빼어들고 데스데모나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다가간다. 오텔로는 처음에는 데스데모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주저한다. 데스데모나는 아마 꿈 속에서 오텔로를 만난듯 열정적인 말을 속삭인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가 로드리고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오텔로가 칼을 드러 데스데모나를 찌르려는데 데스데모나가 잠에서 깨어난다. 데스데모나는 오텔로가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 자기는 아직도 오텔로를 사랑하고 있으며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오텔로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를 조롱한다. 그리고 이아고가 오텔로를 위해 데스데모나가 사랑하고 있는 로드리고를 죽일 것이라고 말한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존 오스본-올가 페레트리야트코). 로잔느 오페라

 

이아고의 이름을 듣는 순간, 데스데모나는 모든 트러블의 발단이 이아고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까지 된데 대하여 고뇌의 눈물을 흘린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가 로드리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슬퍼서 울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칼로 데스데모나를 찌른다. 그때 누가 현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오텔로는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현관 문으로 간다. 오텔로의 부관 중의 하나인 루치오이다. 오텔로는 루치오에게 이아고가 로드리고를 죽였는지 묻는다. 루치오는 로드리고는 살아 있으며 대신 이아고가 중상을 입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아고가 숨을 거두기 전에 모든 사실을 고백하였으며 데스데모나가 아무런 죄가 없음을 강조했다고 전한다. 오텔로가 어쩔줄 모르고 있을 때에 베니스의 총독이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엘미로와 함께 나타난다. 총독은 오텔로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알았다고 하며 오텔로를 용서한다. 그간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알지 못하는 엘미로는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와의 결혼을 승락한다고 말한다. 순간, 자기의 커다란 실수를 깨달은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와 행복하게 결혼하겠다고 대답하고 단검을 다시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현대적 연출의 오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