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위대한 발자취

위대한 성악가를 기리는 거리

정준극 2012. 1. 7. 10:09

위대한 성악가를 기리는 거리

 

주로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와 폭스오퍼에서 활동했던 성악가들을 기려서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많이 있다. 그중에는 비엔나 출신들도 있지만 다른 나라 출신으로 비엔나에 와서 활동했던 성악가들도 더러 있다. 여기서는 그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극히 일부만을 소개한다. 성악가로서 그들의 이름이 비엔나의 거리 이름으로 명명된 경우는 실제로 상당히 많다. 다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소개키로 하는 바이다.

 

- 소프라노 류바 웰리츄(Ljuba Welitsch: 1913-1996) - 3구 류바 웰리츄 슈트라쎄(Ljuba Welitsch Strasse). 불가리아의 보리쏘보(Borissovo)에서 태어나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중앙공동묘지의 예술가묘역에 안장되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대표적인 역할이었다. 이밖에 토스카, 아이다, 돈 조반니(돈나 안나)로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비엔나 오페라 무대를 압도하였다.

 

불가리아 출신의 소프라노로서 비엔나에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나 류바 웰리츄

 

- 소프라노 제니 린드(Jenny Lind: 1820-1887) - 10구 제니 린드 가쎄(Jenny Lind Gasse).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영국의 워체스터셔어에서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소프라노.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마탄의 사수'에서 앵헨으로 데뷔하였고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벨리니의 '몽유병자'에서 아미나였다. 비엔나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벨리니의 '몽유병자'에서 아미나 역을 맡은 제니 린드. 그를 기념하여 비엔나의 10구에 제니 린드 가쎄라는 길이 있다.

 

- 소프라노 베르타 키우리나(Bertha Kiurina) - 10구 키우리나가쎄(Kiurinagasse). 헬덴테너 에릭 슈메데스와 함께 바그너의 오페라 여주인공으로 유명했다. 또한 푸치니의 '투란도트'의 타이틀 롤로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베르타 키우리나

 

- 테너 게오르그 마이클(Georg Maikl) - 10구 마이클가쎄(Maiklgasse). 1930-40년대 비엔나에서 활동한 명테너.

 

게오르그 마이클.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왕자.

 

- 베이스 요셉 슈타우디글(Josef Staudigl: 1807-1861) - 10구 슈타우디글가쎄(Staudiglgasse). 비엔나 근교 뵐러스도르프에서 태어나 외과의사 공부를 하다가 궁정오페라의 멤버로 발탁된 이후 성악가로 활동하였다. '위그노'에서 마르셀, '노르마'에서 오로베소로서 유명했다. 비엔나의 마츨라인스도르프 가톨릭묘지에 안장되었다.

 

베이스 요셉 슈타우디글. 원래 외과의사가 되려고 공부했었다.

                      

- 테너 안토니 슐라거(Anthony Schlager) - 11구 안토니 슐라거 가쎄(Anthony Schlager Gasse).

 

- 소프라노 구타일 쇼더(Gutheil Schoder) - 12구 구타일 쇼더 가쎄(Gutheil Schoder Gasse). 독일 봐이마르 출신으로 구스타브 말러에게 발탁되어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대활약을 했다. 프란츠 슈미트의 오페라 '노트르 담'에서 에스메랄다의 이미지를 창조했고 1924년에는 아놀트 쇤버그의 극도로 난해한 모노오페라인 '에어봐르퉁'(기다림)에서 주인공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메조소프라노 리제 스티븐스는 그의 제자이다.

 

소프라노 마리 구타일 쇼더.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에서.1918년

 

- 소프라노 마틸데 빌다우어(Mathilde Wildauer: 1820-1878) - 12구 빌다우어가쎄(Wildauergasse). 비엔나에서 태어나서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난 배우 겸 소프라노. 사랑스럽고 발랄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우상이었다. 비엔나 출신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알렉산더 바우만(1814-1857)의 연극 Das Versprechen hinterm Herd 에서 난데를(Nanderl 또는 Nandl) 역은 대표적이다. 히칭공공묘지에 안장되었다.

 

난데를 역의 마틸데 빌다우어

 

- 베네딕트 펠릭스(Benedict Felix) - 13구 펠릭스가쎄(Felixgasse)

- 테너 안토니 린크(Anthony Link: 1853-1931) - 13구 린크가쎄(Linkgasse)

- 테너 가브리엘레 모들 토만 - 13구 모들 토만 가쎄(Modl Toman Gasse). 오페레타 가수인 가브리엘레 모들 토만(-1848)을 기념하는 거리이다.

- 소프라노 베르타 올마(Bertha Olma: 1851-1902) - 13구 올마가쎄(Olmagasse).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서 1877-78년에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빈강변극장)에서 카를 밀뢰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R. 르네의 오페레타에서 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배우이기도 해서 연극에도 출연했다.

- 베이스 빌헬름 헤슈(Wilhelm Hesch: 1860-1908) - 14구 헤슈베그(Heschweg). 보헤미아 출신의 베이스. 구스타브 말러가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에 활동함. 대표적인 역할은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 한스 작스였다.

 

슈타츠오퍼의 베이스 빌헬름 헤슈

 

- 테너 얀 키에푸라(Jan Kiepura: 1902-1966) - 14구 얀 키에푸라 가쎄(Jan Kiepura Gasse). 폴란드 출신으로 비엔나에서 활동하다가 나치를 피하여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국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위대한 테너 겸 배우였다. 그의 유해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옮겨져 안장되었다. 부인은 리릭 소프라노인 마사 에거트(Martha Eggerth: 1912-)로서 두 사람은 종종 오페레타에 함께 출연하였다.

 

폴란드 출신의 위대한 테너 얀 키에푸라. 뛰어난 배우로서 영화에도 자주 출연하였다.

 

- 테너 알프레드 피카버(Alfred Piccaver: 1848-1958) - 14구 피카버베그(Paccaverweg). 로맨틱 테너의 대명사였다. 특히 라 보엠에서 로돌포 역할은 최고였다. 1913년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푸치니의 '황금서부의 아가씨'가 초연되었을 때 딕 존스의 역할을 맡았다. 이때 푸치니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비엔나와서 3주 동안 지낸바 있다. 알프레드 피카버는 영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후 프라하에서 오페라 테너로서 활동하다가 비엔나의 궁정오페라(슈타츠오퍼)로 자리를 옮겨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그를 '프라하에서 온 카루소'라고 불렀다.

 

'황금서부의 아가씨'에서의 알프레드 피카버

 

- 바리톤 테오도르 라이히만(Theodor Reichmann: 1849-1903) - 14구 라이히만가쎄(Reichmanngasse). 그는 비엔나와 베를린에서 바그너 바리톤으로서 유명했다. 베를린의 예루살렘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테오도르 라이히만

 

- 바리톤 레오폴드 데무트(Leopold Demuth: 1860-1910) - 16구 데무트가쎄(Demuthgasse). 바그너 바리톤으로서 유명했다. 현재는 체코공화국인 브르노에서 출생.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대활약을 했다. '방랑하는 화란인'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탄호이저' '발퀴레'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탄호이저에서 볼프람 폰 에센바흐를 맡은 레오폴드 데무트

 

- 소프라노 마리 루이스 두스트만 마이어(Marie Louis Dustmann-Meyer: 1831-1899) - 16구 두스트만베그(Dustmannweg). 독일 아헨에서 태어나 독일 여러 곳에서 활동하다가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에서 본격적인 바그너 소프라노로서 활동했다. 로엔그린의 엘자는 대표적이었다. 베를린의 샬로텐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로엔그린에서 엘자로서 당대 최고였던 소프라노 마리 루이스 두스트만 마이어

 

- 베이스 바리톤 에밀 스카리아(Emil Scaria: 1836-1886) - 16구 스카리아베그(Scariaweg). 그라츠에서 태어나 페스트에서 '위그노'의 생 브리로서 오페라에 데뷔하였다. 런던에 가서 활동하다가 1872년에는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활동했다. 1886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바그너의 '파르치팔'에서 구르네만츠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뛰어난 바그너 베이스 바리톤이었다.

 

베이스 바리톤 에밀 스카리아

 

- 테너 에릭 안톤 슈메데스(Erik Anton Schmedes: 1868-1931) - 16구 슈메데스베그(Schmedesweg). 덴마크 출신으로 비엔나에 와서 활동했던 테너. 특히 바그너 테너로서 인기를 끌었다.

 

로엔그린에서의 에릭 슈메데스

 

- 소프라노 베티 피셔(Betty Fischer: 1887-1969) - 17구 베티 피셔 베그(Betty Fischer Weg). 비엔나의 헤르날스에서 태어난 베티 피셔는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에서 한나로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가 오페레타 소프라노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1912년 '공주마마가 왈츠를 추다'(Hoheit tanzt Walzer)에서 마리 공주를 맡은 것이었다. 비엔나에서 무려 500회의 연속공연을 기록하였다. 이후 사람들은 그를 '헤르날스의 작은 꾀꼬리'(Lercherl von Hernals)라고 불렀다. 무려 20여년 동안 오페레타의 주역으로서 사랑을 받았던 그는 1933년 나치의 핍박을 피하여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1947년에 비엔나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연로하여서 더 이상 무대의 주역이 되지는 못하였다. 그가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 23개의 트렁크가 남아 있었다. 무려 9백 벌의 무대의상이 들어 있었다.

 

레오 팔의 '슈탐불의 장미'(Die Rose von Stambul)에서 베티 피셔

 

- 테너 알로이스 안데를레(Aloys Anderle: 1817-1864) - 17구 안데가쎄(Andergasse). 보헤미아 리비티츠 출신으로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위대한 테너.

 

Ander, Aloys, (eig. Anderle), 1817 - 1864, Liebititz (Böhmen), Wartenberg (Badeort), Tenorist. An der Wiener Hofoper, in Braunschweig. Zuletzt im Irrsinn., Portrait, STAHLSTICH:, A. Weger sc.

알로이스 안더

 

- 바리톤 발터 베리(Walter Berry: 1929-2000) - 19구 발터 베리 베그(Walter Berry Weg). 비엔나에서 태어나고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난 위대한 베이스 바리톤이다. 그는 바그너의 바리톤 역할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돈 조반니와 마술 피리), 베토벤(휘델리오), 요한 슈트라우스(박쥐)의 바리톤 역할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드비히는 그의 부인이었다.

 

발터 베리

 

- 소프라노 로테 레만(Lotte Lehmann: 1888-1976) - 22구 로테 레만 베그(Lotte Lehmann Weg). 독일 브란덴부르크 지방 페를레버그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바라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비엔나의 중앙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독일 오페라, 즉 바그너, R 슈트라우스,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오페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에서 마샬린 역할은 아직도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장미의 기사'에서 마샬린 역의 로테 레만의 모습이 타임지 커버를 장식했다.

 

- 소프라노 마리아 예리차(Maria Jeritza: 1887-1982). - 22구 마리아 예리차 베그(Maria Jeritza Weg). 현재 체코공화국의 브르노에서 태어났고 미국 뉴저지주의 오렌지에서 세상을 떠난 모라비아의 소프라노이다. 뉴저지주의 성십자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프란츠 요셉 황제가 올로무츠에서 마리아 예리차의 로엔그린을 보고 크게 감동하여 마리아 예리차를 즉시 비엔나의 궁정오페라에 전속토록 지시하여 비엔나에 왔다. 이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서 아리아드네의 이미지를 창조했고 역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부인'에서 왕비, 코른골트의 '죽은 도시'에서 마리아/마리에타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마리아 예리차는 비엔나 오페레타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마리아 예리차

 

- 소프라노 할반 쿠르츠(Halban Kurz: 1874-1933) - 23구 할반 쿠르츠 슈트라쎄(Halban Kurz Strasse). 그의 원래 이름은 젤마 할마 쿠르츠로서 갈리시아의 비알라(Biala)에서 태어났으며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1900년대의 젤마 할반 쿠르츠

 

- 소프라노 구타일 쇼더(Gutheil Schoder: 1874-1935). 23구 구타일 쇼더 가쎄(Gutheil Schoder Gasse). 독일에서 태어나 구스타브 말러의 권유로 1900년에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멤버가 되었으며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26년간 프리마 돈나로서 활동했다. 구타일 쇼더는 1924년 프라하에서 아르놀드 쇤버그의 모노드라마인 '에어바르퉁'(기대)의 주역을 맡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살로메를 맡은 마리 구타일 쇼더

 

- 테너 리하르트 타우버(Richard Tauber: 1891-1948) - 23구 리하르트 타우버 가쎄(Richard Tauber Gasse). 린츠에서 태어난 타우버는 헴니츠시립극장에서 '마술피리'의 타미노 왕자로서 데뷔하고 이어 며칠 후에는 '마탄의 사수'에서 막스를 맡아 미성의 테너로서 자리를 잡았다. 1922년부터는 비엔나 슈타츠오퍼와 베를린 슈타츠오퍼를 매 4개월마다 교대하며 출연했다. 2차 대전 중에 나치의 핍박을 받아 런던으로 귀화하여 1948년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대 최고의 테너였다. 영화에도 다수 출연하였다.

 

20세기 최고의 테너로 존경받은 리하르트 타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