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존 데이비스(John Davies)

정준극 2012. 2. 11. 21:14

존 데이비스(John Davies)

어린이오페라의 대부

 

존 데이비스

 

뉴욕주 시라큐스 출신의 존 데이비스(John Davies)는 미국 어린이오페라의 선구자이다. 무엇보다도 오페라는 재미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전래동화를 오페라의 소재로 삼는다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주장은 "누구든지 처음 경험하는 일이 재미 있으면 또 다시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음 오페라를 보는 사람이 오페라에 대하여 재미를 느끼면 계속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존 데이비스는 원래 성악을 전공했다. 베이스-바리톤으로서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산안토니오, 인디애나폴리스 챠타누가, 시라큐스의 교향악단들과 협연까지 한 정상급 성악가였다. 그가 어린이 오페라에 손을 대게 된 것은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자기 아이들에게 들려줄 오페라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그는 자녀가 6명이나 되었다. 그는 자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페라라면 학교에서 공연해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와 함께 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줄 오페라는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유명 오페라의 음악에 익숙하게 되면 나중에 커서도 오페라 애호가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하는 대신,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듀엣을 가져와서 동화에 맞게 가사만 바꾸어 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나온 오페라가 '아기 돼지 삼형제' '어린 레드의 정말 이상한 날' ''잭과 콩나무' '피노키오' 빌리 고트 그러프'(Billy Goats Gruff) 등이다. 이들 전래동화에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 로시니, 도니체티, 오펜바흐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가사만 바꾸어 짜집기를 한 것이다. 성공적이었다. 존 데이비스의 오페라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60개나 되는 오페라단체들과 대학교오페라단이 공연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이런 오페라단들이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실내체육관이나 구내식당에 무대를 꾸미고 공연할 때에는 그 학교 학생들도 참여토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어린이들은 자기들이 직접 오페라 무대에 참가하게 되므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기 돼지 삼형제'의 리허설 장면

 

존 데이비스가 어린이오페라 사업을 더욱 구체적으로 추진할수 있었던 것은 뉴욕주의 사라토가에 본부를 둔 레이크 조지 오페라(Lake George Opera: LGO)의 배려가 컸다. LGO(구 사라토가오페라단)는 1999년부터 '오페라 투 고우'(Opera-to-Go)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추진하였다. '오페라 투 고우'라는 말은 마치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페라도 필요한 곳으로 배달한다는 의미이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LGO는 우선 뉴욕주 내에 있는 학교들을 방문하여 소규모 오페라를 공연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레퍼토리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어린이들을 위한 새로운 오페라를 찾을수 있다는 말인가? 과거에 몇명의 작곡가들이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를 만들기는 했다. 예를 들면 엥겔버트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다. 그러나 그런 오페라를 공연하려면 대단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했다. LGO는 1991년에 어린이 오페라에 관심이 많은 존 데이비스와 접촉하였다. 사실상 존 데이비스는 1980년대에 레이크 조지 오페라단의 공연에도 출연한 일이 있었다. 존 데이비스와 LGO는 학부형단체(사친회: PTA)와도 협의를 가졌다. 학부형단체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부형단체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용의 오페라를 공연한다면 이와 관련하여 아이들이 책을 읽게 될 것이라고 보고 존 데이비스와 LGO의 학교방문 오페라 공연프로그램을 적극 지지하였다.

 

2000년에 LGO는 존 데이비스의 '아기 돼지 삼형제'를 뉴욕주의 어떤 초등학교에서 공연하였다.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다른 학교들이 소문을 듣고 자기 학교에도 와서 공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해에만 지역내 25개 학교에서 초청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한명과 성악가 4명이면 충분한 공연이었다. 존 데이비스의 어린이 오페라는 점차 인기를 끌었다. 그리하여 해마다 5개 군의 학교들이 LGO의 '오페라 투 고우'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하였다. 아무튼 이에 힘입은 존 데이비스는 2001년에 '잭과 콩나무'를 아서 설리반의 음악으로 만들었고 2002년에는 '리틀 레드의 정말 이상한 날'을 오펜바흐와 로시니의 음악에 맞추어 만들었다. 이어 2003년에는 '빌리 고트 그러프'를 만들었고 2004년에는 '피노키오'를 만들었다. 이들 오페라를 가지고 학교를 찾아가서 공연할 때에는 미리 연락을 해서 그 학교 어린이들도 오페라 공연에서 단역을 맡도록 하거나 학교어린이합창단이 출연토록했다. 참가하는 기쁨은 큰 것이기 때문이었다.

 

존 데이비스의 어린이 오페라 공연은 공연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2000년 이래 매년 이 프로그램을 호스트하고 있는 미네르바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오페라의 역사, 음악의 특성, 의도하는 메시지 등을 가르칠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오페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공연이 도덕성과 가치관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하면 교육적인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