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글뤼봐인과 푼슈 이야기

정준극 2012. 8. 31. 07:47

글뤼봐인(Glühwein)과 푼슈(Punsch) 이야기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

 

푼슈, 글뤼봐인을 파는 가게. 쌀쌀한 날씨에 푼슈나 글뤼봐인 한잔이면 몸이 훈훈해 진다.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에는 의례 글뤼봐인(Glühwein)이나 푼슈(Punsch)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오스트리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이나 스위스의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 그리고 심지어는 체코공화국이나 헝가리 등 동구의 웬만한 지역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에는 글뤼봐인이나 푼슈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사실상 크리스마스 기분을 맛보는 데에는 글뤼봐인이나 푼슈만한 것이 없다. 그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료이다. 글뤼봐인은 글자그대로 와인을 따끈하게 덥혔다는 의미이다. 푼슈라는 말은 혹시 우리말의 '푼수'와 발음이 비슷해서 '아니, 푼수라니...그거 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펀치(Punch)의 독일어식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펀치는 펀치인데 따끈한 럼주 또는 다른 과일주를 슬쩍 넣는 것이 다르다. 이제 이들 두 가지의 크리스마스 음료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만드는지 소개코자 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는 속담 비슷한 것이 있기 때문에 소개한다. 사실 따지고보면 글뤼봐인이나 푼슈는 이름만 다를 뿐이지 포도주를 뎁힌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같은 것이다. 그런데 글뤼봐인이라고 써놓으면 좀 더 고상한 것 같아서 그렇게 써놓고 포도주를 뎁혀서 파는 집들도 많다. 그리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만 하자면 푼슈의 본고장은 스웨덴과 핀란드이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전통 알콜 음료가 푼슈이다. 인도에서 수입한 아라크를 바탕으로 여기에 럼을 추가한 것이다.

 

큰 그릇에서 푼슈/글뤼봐인을 뎁히고 있다.

                     

우선 글뤼봐인! 기본적으로 와인은 오래 묵은 것이 아닌 햇 레드 와인을 사용한다. 레드 와인을 따끈하게 데운 것에 보통 럼이나 아마레토를 조금 넣는다. 그렇게 섞는 것을 슈쓰(Schuss)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글뤼봐인 가게에서 서브하는 사람이 '슈쓰는 어떻게 하실까요?'라고 물으면 예를 들어서 '아마레토 한 슈쓰'라고 응답하면 된다. 아마레토는 아몬드 맛이 나는 술로서 비엔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리커이다. 글뤼봐인은 영국에서 말하는 뮬드 와인(Mulled wine)의 독일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뮬드 와인이란 것은 포도주(또는 맥주)에 향료, 설탕, 달걀 노른자 따위를 넣고 덥힌 음료를 말한다. 영국이나 미국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시는 율 노그(Yule Nog)라는 것도 뮬드 와인과 사촌간이다. 원래 노그는 영국의 노포크 지방에서 만드는 독한 술을 말하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달걀을 넣은 와인이나 맥주 따위를 말한다. 영국에서 뮬드 와인을 만들 때에는 대체로 포트 와인이나 클라렛(보르도) 와인을 사용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는 어떤 레드 와인이던지 상관하지 않는다.

 

푼슈는 레드 와인에 설탕, 시나몬, 오렌지 등을 넣고 따끈하게 덥힌 것이다. 그래서 우선 약간 들척지근하다. 어떤 곳에서는 푼슈에 럼이나 다른 과실주를 섞는다. 그러므로 사실상 글뤼봐인이나 푼슈는 남남이 아니라 형제간이다. 다만, 푼슈는 원래 스웨덴이 고향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스웨덴 백성들이 중동지방에서 만드는 독한 술인 아라크(Arrack: 야자열매, 당밀 따위의 즙으로 만든다)를 기본으로 하여 만든 음료가 푼슈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뤼봐인이나 푼슈를 사서 마실 때에는 머그 값도 한꺼번에 내는 것이 보통이다. 다 마신 후에 머그를 가져가서 환불 받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머그 값까지 내고 머그를 기념으로 집에 가져가도 된다. 머그에는 보통 크리스마스 마켓 등등의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로서는 좋은 기념품이 된다.

 

네덜랜드에서도 글뤼봐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숍의 와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성직자들이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 분위기를 내느라고 은근히 마셔라 부어라 했던 모양이다. 네덜랜드에서는 오렌지 대신에 레몬을 사용한다. 프랑스에서는 뱅 쇼(Vin chaud)라고 부른다. '따끈한 와인'이라는 뜻이다. 별로 비싸지 않은 레드 와인에 설탕, 시나몬, 레몬 등을 넣어 만든다. 하지만 프랑스의 뱅 쇼는 너무 달면 안된다. 불가리아에서는 그레야노 비노(Greyano vino)라고 부른다. '뜨겁게 열을 가한 와인'이라는 뜻이다. 보통 레드 와인에 꿀과 페퍼콘을 넣는다. 간혹 사과, 또는 레몬이나 오렌지를 넣기도 한다. 보스니아와 헤르초고비나,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세르비아에서는 쿠하노 비노(Kuhano vino) 또는 쿠바노 비노(Kuvano vino), 즉 조리한 와인이라고 부른다. 레드 와인에 너트메그(Nutmeg), 시나몬, 설탕, 오렌지 껍질 등을 넣은 것이다. 유럽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퀜타오(Quentao) 또는 비노 퀜테(Vinho quente)라고 부른다. 역시 '뜨거운 와인'이라는 뜻이다. 레드 와인에 카챠카, 시나몬, 클로우브 등을 넣은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6월이 겨울이기 때문에 그때 만들어서 마신다. 이 시기를 페스타 후니나(Festa Junina)라고 부른다. 체코 공화국에서는 스바렌테 비노(Svarene vino)라고 부른다. 끓인 와인이라는 뜻이다. 체코의 자이안트 산맥 지대에서 인기가 있다. 헝가리에서는 포랄트 보르(Forralt bor)라고 부른다. 역시 끓인 와인이라는 뜻이다. 헝가리에서는 에그리 비카베르(Egri Bikaver)라는 음료가 유명한데 포랄트 보르는 그것보다는 한 단계 아래의 음료이다. 시나몬과 클로우브를 넣는다.

 

히니지셔 테푼슈


이탈리아에서는 뱅 브륄(Vin brule)라고 부른다. '손이 델 정도로 뜨거운 와인'(Burnt wine)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말이 아니고 프랑스어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비노(vino)가 아니라 뱅(vin)이라고 부른다. 라트비아에서는 카르스트빈스(Kartvins)라고 부른다. '뜨거운 와인'이라는 의미이다. 레드 와인이 없으면 포도 주스로 만들며 라트비아의 전통 음료인 리가 블랙 발삼 음료로도 만든다. 몰도바에서는 이츠바르(Izvar)라고 부른다. 레드 와인에 후추와 꿀을 넣어 만든 것이다. 폴랜드에서는 그라차네 비노(Grazane vino)라고 한다. 체코 공화국의 제조법과 다를바가 없다. 루마니아에서는 빈 피에르트(Vin fiert)라고 한다. 끓인 와인이라는 의미이다. 레드 와인으로도 만들고 화이트 와인으로도 만든다. 여기에 설탕, 시나몬, 사과, 오렌지 등을 넣는다. 어떤 와인이든지 상관 없이 모두 끓이며 뜨겁게 해서 마신다. 러시아에서는 글리트봐인(Glintwein)이라고 부른다. 겨울철에 인기있는 음료이다. 하기야 러시아 사람들은 사시사철 마시는 것이 취미이므로 반드시 겨울철이라고 해야 할 이유도 없다. 글린트봐인은 독일어의 글뤼봐인을 그대로 번역한 말이다. 터키에서는 시차크 사라프(Sicak Sarap)라고 부른다. '뜨거운 와인'이라는 뜻이다. 레드 와인에 설탕과 레몬, 오렌지와 같은 과일을 넣어 만든다.


봐이나하츠 테 푼슈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파는 푼슈의 종류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봐이나하츠푼슈 오네 알코홀(Weihnachtspunsch ohne Alkohol)

- 봐이나하츠 테 푼슈(Weihnachts Tee Punsch)

- 트라우벤킨더푼슈(Traubenkinderpunsch)

- 테 푼슈 미트 밀르흐(Tee Punsch mit Milch)

- 쥐써봐이나하츠푼슈(Susserweihnachtspunsch)

- 슈니푼슈(Schneepunsch)

- 오랑겐푼슈(Orangenpunsch)

- 칼리포르니셔 푼슈(Kalifornischer-Punsch)

- 아이어봐인푼슈(Eierweinpunsch)

- 아이어리쾨르 푼슈(Eierlikor Punsch)

- 드람부이에 푼슈(Drambuie-Punsch)

- 크리스마스 푼슈(Christmas-Punsch)

- 히니지셔 테푼슈(Chinisischer Teepunsch). 중국차로 만든 푼슈

- 베렌푼슈(Beerrenpunsch). 딸기 향기를 낸 푼슈

- 아나나스 푼슈(Ananas-Punsch). 바나나 향기를 낸 푼슈

- 아드벤트 쇼코 푼슈(Advent Schoko Punsch). 계란을 넣은 리커주를 덮히고 여기에 계피가루를 뿌린 푼슈

 

슈니푼슈. 빙수만들 때 쓰는 것과 같은 어름을 넣은 푼슈

'오스트리아 더 알기 > 오스트리아 세시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엔나의 마르크트 점검  (0) 2014.10.09
비엔나의 재래시장  (0) 2014.10.05
크리스마스 시장  (0) 2012.08.28
성령강림절에 즈음한 키르타그(Kirtag)  (0) 2012.02.25
수퍼마켓  (0) 201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