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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마켓

정준극 2011. 5. 28. 09:00

수퍼마켓

 

비엔나에는 웬만한 거리에는 수퍼마켓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처럼 백화점 형태의 커다란 이마트나 홈플러스 또는 롯테마트는 없다. 굳이 있다면 마리아힐르퍼에 있는 게른그로쓰 백화점의 지하 수퍼일 것이다.

 

비엔나의 수퍼마켓들은 우리나라의 이마트나 홈플러스 또는 롯테마트처럼 대규모가 아니다. 대표적인 수퍼마켓인 빌라(BILLA)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식품, 의류, 전자제품, 생활용품, 문방구, 철물공구, 간단한 가구, 신발, 그릇, 그리고 규모가 큰 푸드코트 등 마치 백화점처럼 차려 놓은 넓은 규모의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엔나의 수퍼마켓들은 대개의 경우 그저 동네 사람들을 위한 적당한 규모의 가게이다. 비엔나에는 아주 편리하게도 웬만한 골목마다 수퍼마켓이 있다. 그러니 굳이 차를 타고 멀리까지 쇼핑을 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 또 빵집은 도처에 있으니 주식인 빵을 사먹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더구나 웬만한 지하철역에는 빵집이 있으므로 퇴근길에 빵을 사서 가기에도 편하다. 비엔나의 수퍼마켓으로는 빌라(BILLA)가 가장 많다. 빌라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에서처럼 연립주택을 말하는 것이 아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빌라는 이마트처럼 수퍼마켓 체인의 이름이다. 대부분 수퍼마켓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토요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슈파르(Spar)는 아침 7시 15분에 문을 열고 저녁 7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아무튼 웬 시간들을 그렇게 철저하게 지키는지 모르겠다. 땡해야 문을 열고 땡하면 사정없이 문을 닫는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어떤 수퍼마켓도 문을 열지 않는다. 멋모르고 먹을 것이 없어서 사러 갔다가 낭패를 볼수 있다.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비엔나중앙역, 프라터슈테른역(Praterstern: 북부역)과 프란츠-요셉 역(Franz-Josef-Bahnhof)의 수퍼마켓은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그리고 비엔나 종합병원(AKH: Allgemeines Krankenhaus)의 수퍼마켓도 일요일에 문을 열며 슈베하트 국제공항에 있는 두개의 수퍼마켓도 문을 연다. 공항의 수퍼마켓은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그러므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치약이던 샴푸이던 꼭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일부러라도 이들 기차역이나 병원, 또는 공항으로 나가야 한다.

 

거리의 빌라. 전형적인 모습이다.

 

비엔나의 수퍼마켓 중에서 호퍼(Hofer), 페니(Penny), 리들(Lidl) 같은 곳은 디스카운트 상점들이다. 디스카운트라도 해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빌라(BILLA), 슈파르(SPAR), 치엘풍크트(Zielpunkt), 또는 수퍼마켓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메르쿠르(Merkur)는 품질로서 손님을 끌려고 한다. 그러나 가격면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 대부분의 수퍼마켓에는 델리(Deli)가 있다. 손님들이 햄이나 소시지를 골라오면 야채를 넣어서 즉석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먹고 갈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엔나의 수퍼마켓에 있는 물건들은 상당량이 오스트리아 제품이지만 참으로 신통하게도 오스트리아 사람이 주인인 수퍼마켓은 하나도 없다. 모두 외국자본에 의한 외국회사 소유의 수퍼마켓이다. 그러므로 만일 오스트리아의 민간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의사가 있다면 작은 가게든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기야 시장이라고해도 가게 주인들은 대부분 동구 사람들이거나 중동 사람들이다.

 

큰 건물 안에 입주한 빌라. 빌라라는 말은 빌라르드(Billard) 즉 당구장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있다. 옛날에는 식료품 가게에 당구대가 있어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빌리히(Billig), 즉 정당한, 적절한, 값이 싼 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빌리거 야콥(Billiger Jakob)이라는 말은 싸구려 장사꾼을 말한다. 야콥은 유태인의 이름이다. 유태인들은 대체로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물건을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용어가 생겨난 모양이다. 슈파르(SPAR)는 저축이라는 단어에서 가져온 말이라고 한다. 돈을 아끼자는 뜻이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수퍼마켓인 빌라는 비엔나에서 태어난 칼 블라세크(Karl Wlaschek: 1917-)라는 사람이 창설했다. 그러다가 1966년에 독일의 소매업, 관광업 그룹인 REWE(레베)에게 무려 11억 유로를 받고 매각했다. 빌라는 현재 오스트리아에 1천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빌라는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유럽의 9개국에 4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이외의 국가로서 빌라가 있는 곳은 2011년 현재 체코 공화국(192개), 슬로바키아(89), 불가리아(88), 이탈리아(67), 크로아티아(49), 루마이나(61), 러시아(72), 우크라이나(22), 폴란드이다. 빌라의 소유주인 REWE는 독일 쾰른에 본부를 두고 있다. REWE라는 말은 Revisionsverband der West-Kauf-Genossenschaffen의 약자이다. 즉, 서유럽구매감사협회(Auditing Association of Western Purchasing Cooperatives)를 말한다. 1927년 독일에서 시작한 그룹이다. REWE는 독일에서 약 3천개의 수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마인츠에 있는 REWE 수퍼마켓. 독일에만 무려 3천개의 점포가 있다. REWE 그룹은 오스트리아의 BILLA를 매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