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성령강림절에 즈음한 키르타그(Kirtag)

정준극 2012. 2. 25. 09:47

슈테플 키르타그(Steffl Kirtag)

성령강림절에 즈음한 축제 한마당

 

키르타그이면 슈테판대성당 옆의 광장에는 이런 저런 상점들이 들어서서 호기심을 갖게 한다.

 

5월 중에 비엔나를 방문한 사람들은 슈테판대성당(슈테판스돔) 옆의 광장과 시청(라트하우스) 앞 광장 등에서 무슨 축제같은 것이 열리고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고 브라스밴드가 쿵짝쿵짝 연주를 하거나 재즈 악단이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를 내고 있어서 영낙없이 축제 분위기이다. 키르타그(Kirtag) 행사라는 것이다. 키르타그는 반드시 슈테판대성당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유명 교회들은 매년 갖는 교회축제이다. 하지만 비엔나의 슈테판대성당에서 열리는 키르타크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행사이므로 대표적이라고 할수 있다. 키르타그라는 말은 '교회의 날'이라는 뜻으로 오스트리아 방언이다. 원래는 키르흐봐이(Kirchweih)라고 불러야 한다. 키르흐봐이는 교회를 봉헌한 날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슈테판대성당은 역사적으로 보면 4월 23일이 봉헌기념일이다. 하지만 대체로 5월의 성령강림주일(Pfingstsonntag)에 즈음하여 며칠동안 행사를 갖는다. 2012년의 성령강림주일은 5월 27일이다. 부활주일이 4월 8일이므로 그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 성령강림주일이다. 슈테판대성당의 봉헌기념 행사를 5월의 성령강림절과 어울려서 갖는 것은 날씨 때문일수도 있다. 5월 하순이면 비엔나의 날씨는 최적이다.

 

키르타크에는 어린이 놀이기구가 등장하지 않으면 심심하다. 어디서 쉬고 있다가 나왔는지는 몰라도 회전목마 등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중이다. 멀리 슈테판대성당의 남탑이 보인다.

 

슈테판대성당에서의 키르타그를 슈테플 키르타그(Steffl-Kirtag)라고도 부른다. 슈테플은 슈테판대성당 남탑의 애칭이지만 슈테판성당 자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캐른트너슈트라쎄에 있는 슈테플 백화점은 슈테판대성당의 애칭을 상호로 사용한 것이다. 슈테판대성당에서는 키르타크에 특별 미사를 거행하며 여러 연주회가 열린다. 예를 들면 슈베르트의 미사곡, 모차르트의 미사곡, 헨델의 오라토리오 등이 연주된다. 대성당을 관람하는 특별 안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 비엔나를 방문한다면 슈테판대성당을 자세하게 안내받으며 구경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비엔나에서는 슈테판대성당의 키르타그와 연계하여 시청앞 광장에서 비엔나 키르타그(Wiener Kirtag) 축제가 열린다. 교회마다 별도의 키르타그 행사를 갖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종합해서 함께 즐기자는 뜻에서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다. 2012년에는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5월 하순이면 날씨도 좋아서 밖으로 나돌아다니기가 좋다. 먹을것 마실것이 있는 슈테플 키르타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행사이다. 너도나도!

 

성당 밖의 광장에서는 연주회가 열리고 시장이 서며 놀이시설도 등장한다. 연주회는 브라스밴드 연주회, 합창 발표회, 오케스트라 연주회, 재즈 연주회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 키르타그의 재미는 아무래도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닐수 없다. 슈테판대성당 앞과 옆의 광장에는 약 30개의 각종 가게들이 들어서서 먹을 것과 음료수, 그리고 수공예품을 중심으로 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말하자면 교회당 헌당식에 열리는 큰 장이다. 우리나라 처럼 바자회를 열어 생필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든지 또는 물물교환을 하는 그런 벼룩시장 스타일의 장이 아니라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면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특별장과 같은 것이다. 먹고 마시며 노는 시설들은 사실 슈테판대성당 앞 광장보다는 시청앞 광장에서 더욱 활발하다. 회전목마 등 어린이 놀이시설들이 줄줄이 운영된다.

 

키르타그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날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성령강림절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러니 놀아야 한다.

 

먹을 것으로는 소시지, 핫덕 등 별별 것이 다 있지만 쿠쿠루즈(Kukuruz)를 버터에 구어서 주는 것이 별미이다. 쿠쿠루즈라는 말은 원래 터키어에서 비롯한 것으로 옥수수(Mais)를 말한다. 2011년에는 옥수수 한자루에 3유로를 받았다. 핫덕을 한개에 4유로씩 받은 것에 비교하면 싼편이다. 오렌지 주스와 알름두들러(Almdudler)는 한 병에 3유로 50센트를 받았다. 알름두들러는 오스트리아 특유의 음료수로서 포도액이나 사과 농축액을 탄산수에 섞어서 마시는 음료이다. 우리식으로 보면 환타와 같은데 다만 인공향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아무래도 맥주이다. 그래서 키르타그를 비어타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현수막에 키르타크의 모토를 Saufst hoit A beer, Bua!(들이키자, 마시자, 맥주를, 크!)라고 적어 놓았으니 알만한 일이다. 부아(Bua)라는 표현은 우리식으로 '크-' 또는 '아자!'라고 보면 된다. 맥주 한잔에 3유로 50센트(약 5천2백원)이다. 슈테플 키르타그에는 비엔나를 대표하는 슈테판대성당의 행사이니만치 비엔나 시장과 연방 장관중에서 한두 사람이 참석한다. 행사를 위해 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Unsere Stephansdom(우리의 슈테판대성당)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있다. 회장은 대개 은행장이나 보험회사 대표가 맡는다. 그래야 후원금이 넉넉히 들어오는 모양이다.

 

노이슈티프트 암 봘데에서도 키르타그를 갖는다. 사람들이 호이리겐에서 햇볕을 쪼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슈테판대성당이 공식적으로 봉헌된 것은 일찍이 1147년이었다. 하지만 날짜는 정확이 모른다. 봉헌은 그때 되었지만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바실리카 스타일의 본체는 완성되었지만 정면 쪽의 이교도의 탑 등은 스케치만 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 당시에 완성된 교회를 '비너리 교회'(Wieneri Kirche)라고 불렀다. 그후 여러번 확장공사를 거쳐 1340년 드디어 알브레헤트 대공 시절에 정식으로 봉헌되었다. 그날이 4월 23일이었다. 그때 완성된 부분을 '알베르티니 코르'(Albertini Chor)라고 불렀다. 코르(Chor)는 성당에서 성가대가 있는 장소를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제단이 있는 곳, 성단소(聖壇所)를 말한다. 아무튼 이로부터 슈테판대성당의 봉헌일을 4월 23일로 지키기 시작했다. 슈테판대성당의 슈테플 키르타그의 행사는 전쟁 중에 중단되었다가 종전후 폭격으로 파손된 대성당을 복구한 후에 다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슈테플 키르타그라는 간판을 내걸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팔고 있는 어떤 가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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