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명작 오페라

단테와 오페라

정준극 2012. 9. 24. 10:31

단테와 오페라

신곡(Divina Commedia)에 나오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오페라 소재로 채택

 

단테와 베아트리체

                         

세계의 시성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가 쓴 '신곡'(Divina Commedia: Divine Comedy)은 14세기에 처음 발표된 이래 오늘날까지 7세기를 넘는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수많은 예술작품의 소재로서 사랑을 받았다. 소설, 연극, 음악, 조각, 영화, 발레, 그리고 콤퓨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신곡'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그야말로 부지기수이다. 그중에서도 음악분야에서의 영향이 두드리져 있다. 오페라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몬테베르디의 1607년 오페라인 '오르페오'(L'Orfeo)에서 주인공인 오르페오는 지하세계에 들어가려고 할때 사방으로부터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ate 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이말은 '신곡'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서 '이곳에 들어오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라는 뜻이다. 나중에 로마 가톨릭으로 귀의하여 성직자가 된 프란츠 리스트는 1856년에 '단테의 신곡 교향곡'(Symphony to Dante's Divina Commedia)을 완성했다. 이 교향곡은 다른 교향곡과는 달리 2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Inferno)와 '연옥'(Purgatorio)이다. 다만, '연옥' 악장의 마지막에는 3악장을 만드는 대신 마그니피카트(Magnificat: 성모마리아 찬가)를 두어 결론처럼 만들었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죽음

                      

프란츠 리스트는 1849년에 '단테 소나타'도 작곡했다. 차이코브스키는 1876년에 '단테에 따른 교향적 환상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라는 교향시를 완성하였다. '지옥' 파트의 다섯번째 이야기(Canto)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푸치니의 1918년도 단막 오페라인 '자니 스키키'(Gianni Schicchi) 역시 '지옥'의 30편에 나오는 스키키라는 인물을 인용한 작품이다. 로시니가 1848년에 완성한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에 나오는 Faro' come colui che piange e dice는 '지옥' 파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아서 푸트(Arthur Foote: 1853-1937)가 교향적 서곡인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작곡했고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바찌니(Antonio Bazzini: 1818-1897)는 교향시인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작곡했다. 이어 덴마크의 파울 폰 클레나우(Paul von Klenau: 1883-1946)도 교향시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작곡했고 영국의 중세음악 연주 클럽으로 유명한 미디벌 베이브스(Mediaeval Baebes)는 2002년에 The Rose 라는 앨범에서 '욕망의 서클'(The Circle of the Lustful)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옥'에 나오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그린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올가 고렐리(Olga Gorelli: 1902-2006)는 기타 2중주곡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작곡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조반니가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주제로 한 음악작품으로는 아무래도 오페라가 가장 많다.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는 '폴렌타의 프란체스카'(Francesca da Polenta)라고도 부른다. 프란체스카는 라벤나(Ravenna)의 영주인 귀도 다 폴렌타(Guido da Polenta)의 딸이므로 폴렌타의 프란체스카라고도 불렀다. 라벤나는 이탈리아 반도의 동북부 아드리아해에 면한 도시이다. 프란체스카는 단테보다 열살 정도 많았으나 같은 시대를 살았으며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고 본다. 단테는 프란체스카가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여서 '신곡'에 프란체스카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그래서 '리미니의 프란체스카'가 유명하게 된 것이다. 프란체스카의 생애는 불행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라벤나의 영주 귀도 다 폴렌타는 리미니의 영주인 말라세스타 다 베루치오(Malatesta da Verucchio) 가문과 원수처럼 지내면서 분쟁을 계속하였다. 두 가문은 소모적인 분쟁을 중지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귀도는 평화협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자기의 딸인 프란체스카와 리미니의 영주인 말라테스타의 아들 조반니와의 결혼을 추진했다. 그런데 조반니는 용감한 남자였지만 불구자였다. 절름발이였다. 프란체스카의 아버지인 귀도는 딸 프란체스카가 그런 불구자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 분명하므로 신랑을 조반니의 동생인 파올로로 대체하여 결혼식을 치루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결혼식 다음날 아침에 파올로가 가짜 신랑이며 진짜 신랑은 조반니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단테는 '신곡'을 통하여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풀어나갔다.

 

라흐마니노프 작곡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이 한 장면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는 아서왕 시절의 원탁의 기사인 랜슬롯과 아름다운 왕비 귀느브르(Guinevere)와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야기를 읽고는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불륜인줄 알면서도 어느새 떨어질수 없는 연인이 된다. 그런데 파올로도 실은 이미 결혼한 몸이다. 세월을 흘러 어느덧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이까지 생긴다. 두 사람은 몇번이나 더 이상의 관계를 그만 두자고 다짐했고 후회하는 마음도 충만했지만 단안을 내리지 못하며 지낸다. 마침내 조반니가 두 사람의 불륜을 알아채리고 분노로 인하여 어찌할줄 모르다가 급기야는 칼을 뽑아들고 두 사람을 모두 죽인다.

 

베르디극장에서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의 한 장면

                          

'신곡'은 원래 투스카니 사투리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신곡'이 너무나 훌륭하여서 이후로 투스카니 지방의 이탈리아어가 표준 이탈리아어로 사용되었다. '신곡'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지옥(Interno), 2부 연옥(Purgagorio), 3부 천국(Paradiso)이다. '신곡'은 크리스챤(기독자)의 사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부분에는 고통받는 죄인이 영원한 불길 속으로 떨어져서 태워지도록 저주 받는 내용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파트에는 성모와 하나님의 절대사랑을 찬양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장대한 서사시이다. 지옥은 아홉개의 서클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서클마다 참혹한 고통이 뒤따른다. 예를 들면 끓는 물에 집어 넣어 받는 고통, 어름 속에서 얼어붙는 고통 등이다. '연옥'은 죄를 지었으나 최개한 영혼들이 심판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섬과 같은 장소이다. '천국'은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한 곳이다. 단테는 이곳에서 잃었던 사랑인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신곡' 전체의 줄거리를 오페라로 만드려는 시도가 있다. 로마교구에 속한 마르코 프리시나(Marco Frisina: 1954-) 신부가 작곡을 추진하고 있다. 산타 체칠리아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마르코 프리시나 신부는 이미 칸타타 등 여러 곡의 종교음악을 작곡한바 있다. 지금까지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를 소재로 하여 만든 오페라는 다음과 같다. 연대별로 살펴보았다. 사족이지만, 네덜란드의 루이스 안드리센(Louis Andriessen)이 2008년에 '라 코메디아'(La Commedia)라는 오페라를 완성한 것이 있다. '신곡'에서 다섯 에피소드를 발췌하여 오페라의 내용으로 삼은 것이다.

 

찬도나이 작곡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의 한 장면

 

- 펠리치아노 스트레포니(Feliciano Strepponi)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3년 파두아 초연

- 파올로 카를리니(Paolo Carlini: 1922-1979)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5년 나폴리 초연

- 사베이로 메르카단테(Saveiro Mercadante: 1795-1870)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8년 마드리드 초연

- 게타노 퀼리치(Gaetano Quilici)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9년 루카 초연

- 피에트로 제네랄리(Pietro Generali: 1773-1832)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9년 베니스 초연

- 주세페 스타파(Giuseppe Staffa: 1807-1877)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1년 나폴리 초연

- 푸르니에 고르(Fournier-Gorre)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2년 리보르노(Livorno) 초연

- 프란체스코 모를라키(Francesco Morlacchi: 1784-1841)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6년 완성. 미공연

- 안토니오 탐부리니(Antonio Tamburini: 1800-1876)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6년 리미니 초연

- 에마누엘레 보르가타(Emanuele Borgata)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7년 제노아 초연

- 조아키노 말리오니(Gioacchino Maglioni)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40년 제노아 초연

- 오이게네 노르달(Eugne Nordal)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40년 오스트리아 린츠 초연(사후공연)

- 살바토레 파파를라도(Salvatore Papparlado)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40년 제노아에서 완성. 미공연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regei Rachmaninoff: 1873-1943)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06년

- 루이지 만치넬리(Luigi Mancinelli: 1848-1921)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07년의 단막 오페라

- 에밀 아브라니(Emil Abranyi: 1882-1970: 헝가리 출신)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1912년

- 프랑코 레오니(Franco Leoni: 1864-1949)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14년. 크로포드(Crawford)의 희곡을 기본으로 함.

- 프리모 리키텔리(Primo Riccitelli: 1875-1941)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공연여부 미확인

- 리카르도 찬도나이(Riccardo Zandonai: 1863-1938)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14년 가브리엘 다눈치오(Gabriel D'Annunzio)의 희곡을 기본으로 완성.

 

트리에스테의 베르디극장에서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공연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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