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박물관 도시

돔박물관(Dommuseum)

정준극 2013. 5. 27. 21:35

돔박물관(Dommuseum)

대성당박물관 - Kirchliche Museen

 

비엔나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슈테판스돔부터 찾아간다. 우선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에 압도당한다. 이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는 비록 우중충하지만 온갖 정성을 다 들여 장식한 고딕 양식의 내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비엔나를 또 다시 방문하면 다른데 보다도 역시 슈테판스돔부터 찾아간다. 그리고 또 다시 엄청난 규모의 건물에 압도당하고 이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감동한다. 그런데 슈테판스돔의 기념품 상점에는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지만 대성당 외부에 있는 대성당박물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해서 지나치기가 일수이다. 그런것이 있다고 해도 어쩐지 자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으로 애써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가봤자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대성당박물관은 슈테판스돔의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 피아커 마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쪽에 있다. 주소는 슈테판스플라츠 6번지이며 길가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안뜰이 있고 계속하여 볼차일레(Wollzeile) 골목으로 빠져 나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두르흐강 볼차일레(Durchgang Wollzeile)라고 부른다. 슈테판대성당 주교관 옆에 있는 츠베틀러호프(Zwettlerhof)에 있다. 볼차일레로 빠지는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있고 식당들도 있다. 비엔나에서 유명한 휘글뮐러 슈니첼 식당도 그 골목길에 있다. 대성당박물관은 슈테판스플라츠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안뜰에 출입문이 있다. 대성당박물관은 1930년대에 테오도르 인니처(Theodor Innitzer) 추기경이 비엔나 대주교로 재임 중에 오픈하였다. 인니처 추기경은 오스트리아 교회가 나치에 협조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인물이었다.

 

대성당박물관(돔 무제움)으로 들아가는 립구 골목길. 안에는 종교물품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이나 있어서 그것으로만으로 구경꺼리가 된다. 두르흐강 볼차일레이다.

                         

슈테판스돔은 비엔나의 중심에 있다. 슈타츠오퍼가 비엔나의 심장이라면 슈테판스돔은 비엔나의 영혼이다. 영혼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중심에 대성당박물관(돔박물관)이 있다. 1천년에 걸친 기독교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진귀한 서적들, 금세공품들, 고딕-바로크의 그림과 조각들이 보관되어 있다. 대성당박물관은 '대성당-주교구 박물관’(Wiener Dom und Diozesanmuseum: Vienna Cathedral and Diocesan Museum)이라고도 부른다. 1933년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슈테판대성당의 유물실과 대성당에 속한 건물들에 보존되어 있는 귀중한 유물들과 예술품들을 가급적 한데 모아서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오스트리아 기독교(로마 가톨릭)의 1천년 역사를 눈으로나마 가늠할수 있는 전시이다. 그렇다고 로마 가톨릭에 대한 전시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와 예술과 사회를 교차시키려는 노력을 볼수 있다.

 

성모와 아기 예수

 

대성당박물관을 소개하면서 오토 마우어(Otto Mauer: 1907-1973) 신부를 언급하지 않을수 없다. 비엔나의 외곽에 있는 브룬 암 게비르게(Brunn am Gebirge: 현재는 뫼들링에 속한 지역)에서 태어난 오토 마우어는 1954년에 슈테판대성당의 돔프레디거(설교를 주로 맡아하는 사제)로 임명되었다. 예술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그는 인근 그륀앙거가쎄에 유명한 Galerie nächst St Stephan 이라는 화랑을 오픈하였다. 오토 마우어는 그 화랑을 통하여 약 3천 점의 미술작품들을 수집할수 있었다. 대체로 오스트리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이었다. 그가 수집한 미술작품들은 오늘날 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현대화가들의 것이다. 알프레드 쿠빈(Alfred Kubin), 한스 프로니우스(Hans Fronius), 허버트 뵈클(Herbert Beockl), 아르눌프 라이너(Arnulf Rainer), 요제프 미클(Josef Mikl), 볼프강 홀레가(Wolfgang Hollega), 크리스티안 루드비히 아터제(Christian Ludwig Attersee), 마르쿠스 프라헨스키(Markus Prachensky), 그리고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 등이다. 물론 오토 마우어 자신도 화가로서 활동하였다.

 

황금 그릇

 

오토 마우어는 1980년대에 Stiftung Erzdiözese Wien(비엔나교구재단)을 설립했다. 그가 봉직하고 있는 슈테판대성당의 종교적 유물들을 영구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와 함께 '오토 마우어 상'(Otto-Mauer-Preis)를 제정하여 젊고 유능한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을 선발하여 상을 주었다. 상금은 별도로 제정한 '오토 마우어 자금'(Otto-Mauer-Fonds)에서 지급되도록 했다. 오토 마우어 신부(몽시뇨르 마우어)는 30대의 열정으로서 대성당박물관의 설립에 정성을 쏟았다. 오토 마우어의 수장품이 대성당박물관의 벽면을 장식했다. 천년 역사의 슈테판대성당이 주도한 박물관에 현대예술품들이 구도를 맞추게 된 것은 오로지 오토 마우어 신부의 공적때문이다.

 

오토 마우어 수집품 중에서

 

대성당박물관의 전시품은 슈테판대성당의 유물들이 중심을 이루지만 같은 교구에 속한 교회들의 유물들, 나아가 니더외스터라이히주에 있는 교회들의 유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품 중에는 루돌프 4세 대공의 초상화가 돋보인다. 루돌프 4세는 1358년부터 1365년까지 오스트리아의 군주를 지냈으며 프라하에 칼대학교를 설립했다. 루돌프 4세는 칼대학교(Die Karls-Universität Prag)를 기반으로 하여 1356년에 비엔나대학교(Universität Wien)를 세웠다. 프라하의 칼대학교를 오늘날까지도 라틴어로 Alma Mater Rudolphina 라고 부르며 비엔나대학교를 Alma Mater Rudolphina Vindobonensis라고 부르는 것은 루돌프 4세를 기억하여서이다. 대성당박물관은 2012년부터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위해 잠정 휴관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성당박물관의 보물들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염원을 무시할수 없어서 대성당 서쪽건물에 임시전시실을 설치해 놓고 Der Domschatz kehert zurück 라는 플라카드와 함께 일부를 관람할수 있도록 했다. 아무튼 루돌프 4세의 초상화는 서양에 현존하는 초상화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루돌프 4세의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