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에피소드

하렘을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들

정준극 2014. 6. 12. 12:33

하렘을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들

모차르트, 로시니, 베르디 등등..오페라의 소재로 하렘 채택

 

타멀라노 현대적 연출. 플라시도 도밍고. LA 오페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 앙드레 캉파라 - 유럽 갈란트(L'Europe galante). 1697년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는 오페라-발레라고 부를 만큼 발레에도 치중한 작품이다. 두 명의 여신이 있다. 하나는 사랑의 여신이고 하나는 증오의 여신이다. 증오의 여신은 '악함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주장하며 사랑의 여신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두 여신은 계속되는 논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유럽을 순회하기로 합의한다. 직접 보고 악행과 사랑 중에서 어떤 것이 세상을 지배하는지 보기 위해서이다. 두 여신은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그리고 프랑스를 차례로 방문하다. 이들은 어는 경우이든지 사랑이 승리하여 기쁨의 춤을 추는 것을 본다. 그래서 두 여신은 논쟁을 마무리한다.

 

'유럽 갈란트'의 무대

 

○ 조지 프리데릭 헨델 - 타멀레인(Tamerlane: Tamerlano). 1724년 런던 킹스 테아터 초연. 전체 무대가터키의 술탄궁이다. 오토만 터키의 술탄인 바자제트와 그의 딸 아스테리아는 포악한 타타르의 황제 타멀라노(타멀레인)에게 잡혀 포로 생활을 한다. 그리스 왕자인 안드로니코도는 아스테리아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타멀라노가 아스테리아를 후궁으로 삼을 생각을 한다. 바자제트는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딸 아스테리아를 안드로니코에게 부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타멀라노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모두를 용서하고 두 젊은이의 결합을 승락한다.

 

'타멀레인'의 한 장면

 

○ 안토니오 비발디 - 바자제트(Bajajet: Beyazid). 1735년 이탈리아 베로나 초연. 타멀레인의 스토리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바자제트(플라시도 도밍고)와 아스테리아(사라 코번)

 

○ 하이든 - 우연한 만남(L'incontro improvviso: The Unexpected Encounter). 1775년 헝가리의 훼르퇴드에 있는 에스터하지 궁전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당시 에스터하지 궁전에서 잠시 체류한 합스부르크의 밀라노 총독인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를 환대하기 위해 작곡되었다. 이집트 숱탄의 하렘이 나온다. 레지아는 페르시아 공주로서 어쩔수 없이 하렘에서 지내고 있다. 레지아는 하렘의 여인 중에 술탄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레지아를 역시 이집트 술탄궁에 볼모로 와 있는 발소라의 왕자 알리가 사랑한다. 내용은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와 거의 비슷하다. 이 오페라는 코믹 오페라, 즉 드라마 조코소이다.

 

'우연한 만남'의 무대 그림. 에스터하지 궁전.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자이데(Zaide). 모차르트 사후 75년만인 1866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되었다. 모차르트는 1778년부터 '자이데'의 작곡을 시작하였으나 '후궁에서의 도주' 또는 '이도메네오'의 작곡으로 분주하여서 '자이데'는 미루어 놓고 있었으며 더구나 스토리가 '후궁에서의 도주'와 비슷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릴 때에 무슬림에게 잡혀온 기독교 노예인 자이데는 예루살렘의 술탄인 오스만과 사랑에 빠진다. 오스만은 자이데가 기독교 노예인 네르스탕과 사랑하는 사이라고 믿어서 질투심에 불타 자이데를 살해하고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오리지널 내용이지만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는 오스만이 도망갔다가 다시 잡혀온 자이데와 네르스탕을 용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미완성 오페라인 '자이데'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후궁에서의 도주(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1782년 비엔나의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되었다. 무대는 18세기의 터키이다. 파샤인 셀림의 저택이다. 스페인의 귀족 청년인 벨몬테는 약혼녀인 콘스탄체가 파샤 셀림의 하렘에 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 하인 페드리요의 도움을 받아 사랑하는 콘스탄체를 하렘으로부터 구출한다는 줄거리디아. 하렘은 다른 말로 세랄리오(Seraglio)라고 한다.

 

'후궁에서의 도주'에서 하렘의 장면

 

○ 조아키노 로시니 - 아디나(Adina). 1826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초연되었다. 아디나는 할렘에 있는 여자노예로서 젊은 아랍인인 셀리모를 사랑한다. 그러나 하렘의 주인인 칼리프가 아디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아디나는 셀리모와 함께 할렘을 탈출키로 한다. 할렘의 정원사인 무스타파가 이들의 탈출을 돕기로 한다. 한편, 칼리프의 충복인 알리도 아디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알리는 아디나와 셀리모가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하여 이들의 관계를 칼리프에게 고해 바친다. 칼리프는 처음에는 노하지만 아디나가 가지고 있는 메달을 보고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자기의 딸인 것을 알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모두 해피엔딩이다.

 

로시니의 '아디나'(조이스 디도나토)

 

○ 조아키노 로시니 -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a Italiana in Algeri). 1831년 베니스에서 초연. 알제리 총독인 무스타파는 부인 엘비라가 싫증이 나서 신하들에게 새로 여자를 구해오되 이탈리아 여자가 매력만점이라고 하니 이탈리아 여자를 구해오라고 지시한다. 이사벨라는 애인 린도로가 알제리에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를 타고 찾으러 간다. 폭풍우 때문에 난파 직전에 알제리의 해안에 도착한 이사벨라는 기다리고 있던 무스타파의 병사들에게 잡혀 간다. 이사벨라는 기지로서 무스타파와 엘비라가 합치도록 하고 자기는 사랑하는 린도로를 구출해서 떠난다. 전체적으로 총독궁이 나오고 하렘이 나오므로 관능적이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 주세페 베르디 - 첫 십자군의 롬바르디인(I Lombardi alla prima croaciata). 1843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 '제루살렘'의 수정본이라고 보면 된다. 2막 3장에서 안디옥 총독 아치아노의 하렘 장면이 나온다. 하렘의 여인들은 포로로 잡혀온 기독교 여인 기젤다가 총독의 아들인 오론테의 관심을 끌게 된것을 행운이라고 노래한다. 기젤다는 그런 얘기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한쪽에서 기도에만 열중한다. 그때 십자군이 안디옥에 진입했다는 외침이 들린다.

 

'첫 십자군의 롬바르디인'

 

○ 주세페 베르디 - 제루살렘(Jérusalem). 1847년 파리 오페라 초연. 3막이 하렘의 장면이다. 툴루스 백작의 딸인 엘렌이 에미르의 하렘에 포로로 잡혀 있다. 하렘의 여인들이 그런 엘렌을 동정한다. 이윽고 하렘의 여인들이 관능적인 춤을 춘다. 이 장면 하나만 보아도 입장권을 사서 들어온 가치가 있는 대단히 화려하고 섹시한 춤장면이다. 여인들의 춤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에 에미르가 나타나서 엘렌에게 지금 기독교 십자군들이 진군해 오고 있는데 만일 그들이 아랍 진영에 쳐들어온다면 엘렌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엘렌은 자기의 인생이 바야흐로 아무 쓸모 없이 마무리되어야 하는가 싶어서 괴로워한다. 엘렌을 사랑하는 갸스통이 어찌어찌하여 감옥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갸스통은 엘렌을 찾아서 함께 탈출하려고 하는 바로 그때 십자군들이 물밀듯이 에미르의 병영으로 진입한다.

 

'제루살렘'의 피날레

 

○ 주세페 베르디 - 해적(Il corsaro). 1848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초연. 지중해에서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코라도는 그리스가 터키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그리스를 위해 전투에 참가한다. 하지만 부상을 입고 포로로 잡힌다. 그의 부상을 치료해준 사람은 터키군 사령관인 세이드이다. 한편 그리스 출신의 어여쁜 굴나라는 터키군에게 잡혀서 세이드의 하렘에서 지내는 신세가 된다. 굴나라는 코라도를 만나 함께 힘을 합해서 세이드를 암살하자고 권유하지만 코라도는 세이드가 자기의 목숨을 건져 준것을 생각하고 언뜻 수락하지 못한다. 한편, 코라도에게는 메도라라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메도라는 코라도가 전투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다에 몸을 던져 죽는다. 터키군 감옥에서 무사히 탈출하여 돌아온 코라도는 메도라가 죽은 것을 알고 자기도 메도라의 뒤를 따라 바다에 몸을 던진다.

 

베르디의 '해적'

 

○ 조르즈 비제 - 쟈밀레(Djamileh). 1872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초연. 무대는 카이로에 있는 하룬의 궁전이다. 쾌락적인 하룬은 거의 한달에 한번씩 새로운 여자노예를 새로운 여자노예를 사와서 지낸다. 쟈밀레는 예쁘고 재주가 많은 여자노예이지만 역시 하룬이 싫증을 느끼는 바람에 하렘을 떠나야 한다. 어느덧 하룬을 깊이 사랑하게 된 쟈밀레는 새로 사온 노예인 알메 대신에 하룬의 침실로 들어가서 드디어 사랑을 고백한다. 이에 마음이움직인 하룬이 자밀레만을 위해 살겠다고 약속하여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자밀레

 

○ 프란츠 폰 주페 - 화티니차(Fatinitza). 1876년 비엔나 칼극장에서 초연. 흑해 인근에 있다는 시르카시아 나라의 기병대 중위인 블라디미르는 오페라에서 화티니차라는 이름으로 여장을 하고 등장하여 웃음을 선사한다. 2막에서 터키 총독인 이제트의 하렘이 나오며 하렘의 여인들의 요염한 모습을 기쁘게 감상할수 있다.

 

화티니차

 

○ 샤를르 구노 - 자모라의 공물(Le tribut de Zamora). 1881년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 스페인의 군인인 마누엘과 아름다운 사이마가 결혼식을 올리는 중에 코르도바를 통치하고 있는 칼리프를 대신하여 벤 사이드가 나타나서 코르도바의 칼리프가 자모라 지방을 점령하였으니 이에 따른 공물을 바치라고 요구한다. 공물의 리스트에는 처녀 20명도 포함되어 있다. 제비뽑기를 한 결과, 사이마도 공물처녀에 포함된다. 그래서 무어인의 하렘으로 끌려간다. 벤 사이드가 사이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쓰지만 헛수고만 한다. 마누엘이 사이마를 하렘에서 구출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결국 벤 사이드는 마누엘과 사이마의 진실한 사랑에 감동하여 두 사람의 석방하며 나머지 공물 처녀들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낸다.

 

하렘 

 

○ 파울 힌데미트 - 누슈 니쉬(Nusch-Nischi). 1921년 슈투트가르트의 란데스테아터에서 초연. 버마의 인형극에서 가져온 스토리이다. 그래서 부제목은 '버마 인형극'(A Play for Burmese Marionettes)이다. '누슈-니쉬'는 무섭게 생기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생긴 괴물의 이름이다. '누슈-니쉬'는 외모와는 달리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누슈-니쉬'의 실제 주인공은 괴물이 아니라 차트와이(Zatwai)라고 부르는 영주이다. 섹스에 대하여 만족을 모르는 인물이다. 성악가들이 노래도 하고 무용도 하며 만드는 무대이다. 영주의 성에 하렘과 같은 시설이 있어서 여러 젊은 여인들이 기거하고 있다. '누슈 니쉬'는 힌데미트의 3부작 중에서 두번째이다.

 

'누슈 니슈'의 무대

 

○ 페터 쉬켈레(Peter Schickele: PDQ Bach) - 피가로 유괴(The Abduction of Figaro). 1984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초연되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 그리고 특히 '후궁에서의 도주'를 패로디한 작품이다. 2막에 터키 총독 파샤의 궁전이 나오고 여기에 하렘이 등장한다. 하렘의 매력적인 여인들이 '일곱 양동이의 춤'(Dance of the Seven Pails)를 춘다. 이것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에서 살로메가 '일곱 베일의 춤'(Dance of the Seven Vails)을 춘 것을 풍자한 것이다.

 

'피가로의 유괴' 음반 커버

 

○ 휴고 봐이스갈 - 에스터(Esther). 1993년 뉴욕시티오페라가 초연. '에스더'는 유태여인 에스더가 파사제국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 왕의 왕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총리대신 하만이 유태인들을 몰살하려는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악한 하만을 징계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에스더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하여 파사제국에 살고 있던 미즈라히 유태인들은 그후로도 오래도록 안전하게 살수 있었다. 유태인들은 에스더에 의한 유태인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부림절(Purim)을 경축하고 있다. 에스더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과거에 더러 있었다. 봐이스갈은 팔레스트리나, 헨델, 다리우스 미요와 함께 에스더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이다. 그러나 휴고 봐이스갈(또는 웨이스갈)의 '에스더'에는 에스더가 왕비로 간택이 되기 전까지 아하수에로 왕의 하렘에 머물고 있었던 장면이 나온다.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 로버트 라이트-조지 포레스트 - 키스멧(Kismet). 이 작품은 오페라라기 보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1991년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고대 바그다드에서 아침부터 밤중까지 일어난 일이다. 뮤지컬 아라비안 나이트라고 보면 된다. 음악은 러시아의 보로딘의 음악을 상당히 많이 인용했다. 거지 시인 하지는 아름다운 딸 마르시나의 행복을 위해 여러 사건들을 일으키며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키스멧'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