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베이스 종합점검

옥타비스트(Octavist)

정준극 2014. 6. 21. 10:49

옥타비스트(Octavist)가 뭐길래!

가장 저음을 내는 베이스

 

옥타비스트(Octavist 또는 Oktavist)는 악기로 치면 콘트라베이스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베이스보다 더 아래의 음으로 노래부르는 사람을 바소 프로폰도라고 부르지만 옥타비스트는 그보다도 더 낮은 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한마디로 말해서 옥타비스트는 정상적인 베이스 파트에서 한 옥타브 아래의 음을 내며 노래부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너무 낮은 음을 내기 때문에 사람인지 또는 자연의 소리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비유컨대 숫사자가 밤새 포효하는 소리가 바로 옥타비스트의 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속적인 음악에서는 옥타브스트의 음성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고 종교적인 음악에서 간혹 볼수 있다. 특히, 러시아 정교회의 성가 합창에서 그런 경우를 자주 찾아 볼수 있다. 미국 동남부 가스펠 그룹이나 종교적인 아 카펠라 합창단에서 서브 베이스(Sub-bass)라고 부르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옥타비스트에 속한다. 음악적으로는 A1에서 E3 까지의 음역을 가진 사람들을 옥타비스트라고 부른다. 어떤 옥타비스트는 F1까지의 저음을 낸다. 극히 드믄 경우이다. 그런 소리를 내려면 상당기간 동안의 훈련도 필요하지만 선천적으로 저음을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발성에 있어서 공명이 아주 좋아야 한다. 옥타비스트는 젊은 베이스에게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나이가 적어도 40대 후반에서 50대를 지나야 그런 능력을 발휘할수 있다. 옥타비스트라고 하면 러시아 성악가들을 빼놓을수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연구도 러시아가 제법이다. 작곡가이며 합창 지휘자로 유명한 제정러시아 시기의 파벨 체스노코프(Pavel Chesnokov: 1887-1944)는 러시아 베이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베이스를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러시아 정교회의 성가대. 가장 저음을 많이 내는 성가들을 부른다.

 

1. 바리톤(baritones)

2. 가벼운 베이스(light basses)

3. 강한 베이스(strong basses)

4. 저음이 좋은 강한 베이스(strong basses with a good low register)

5. 중간 음역의 옥타비스트, 강력하지만 소프트한 음성(oktatives with medium range, power and a soft sound)

6. 강하고 깊은 옥타비스트(strong and deep oktavists)

 

러시아에서는 대부분의 베이스가 3번이나 4번의 그룹에 해당한다. 이들의 음역은 대체로 E2에서 C2까지이다. 물론 음성이 얼마나 힘차냐에 따라 카테고리를 달리 할수 있다. 4번과 5번은 이른바 바소 프로폰도에 해당하는 베이스들이다. 그리고 6번이야말로 진정한 옥타비스트이다.

 

그러면 옥타비스트들이 부를수 있는 레퍼토리로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베이스에 대한 다른 항목에서도 이미 소개를 했지만 베이스의 저음은 중간 C 음에서 두 옥타브 아래인 Bb 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라흐마니노프의 '베스퍼스'(저녁기도)에 나온다. 그보다 더 아래의 소리를 요구하는 노래들이 있다. 파벨 체스노코프가 작곡한 Ne Otverzhi Mene의 76번째 소절에서는 G 음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크르치츠토프 펜데레키의 '케루빔의 노래'(Kheruvimskaya pesn)에서는 그보다 더 낮은 F를 요구하고 있다. 중간 C 에서 두 옥타브 아래에 있는 저음 F를 낼수 있는 베이스는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펜데레키의 이 노래는 거의 연주되지 않고 있다. 그런 F 음을 콘트라 F 라고 부른다. 러시아 베이스로서 옥타비스트로 인정할수 있는 사람들은 세르게이 코체토프(Sergei Kochetov), 블라디미르 밀러(Vladimir Miller) , 미하일 크루글로브(Mikhail Kruglov) 등이 있다. 모두 오늘날 한창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 세 사람은 최근 러시아 민요를 음반으로 내 놓았는데 러시아 민요들은 대단한 저음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이런 저음의 옥타비스트들은 짜르 시대에 궁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이밖에도 러시아에는 유리 비츠니아코프(Yuri Wichniakov), 블라디미르 파쇼우코프(Vladimir Pasyoukov), 미하일 츨라토폴스키(Mikhail Zlatopolsky) 등의 거장 옥타비스트들이 있다.

 

  

왼편으로부터 세르게이 코체토프, 블라디미르 밀러, 미하일 크루글로브. 대단한 저음들이다.

                

2005년에 웨일즈 작곡가인 파울 밀러(Paul Mealor: 1975-)는 시편 130편에 의거한 De Profundis(깊은 곳에서)를 작곡했다. 베이스 조지 치튼든(George Chittenden)이 작곡을 의뢰한 작품이다. 2005년 8월에 더블린의 생패트릭 대성당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한편, 생페터스부르크 실내 합창단은 Traquility Voices of Deep Calm 이라는 앨범을 취입했다. 솔로이스트인 팀 스톰스(Tim Storms: 1972-)는 놀랍게도 E1 의 소리를 녹음했다. 다른 장르에 속하여 있으면서 옥타비스트의 역할도 할수 있는 베이스로서는 팀 스톰스 이외에도 래리 후퍼(Larry Hooper: 1917-1983), 리챠드 스테르반(Richard Sterban: 1943-), 조지 윤스(George Younce: 1930-2005), 설 레이븐스크로프트(Thurl Ravenscroft: 1914-2003) 등이 있다. 모두 미국인이다.

 

    

윗줄 왼쪽으로부터 래리 후퍼, 리챠드 스테르반, 조시 윤스, 설 레이븐스크로프트, 그리고 팀 스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