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대학도시 비엔나

비엔나 외교아카데미

정준극 2015. 3. 10. 12:02

비엔나 외교아카데미(Diplomatische Akademie Wien: Diplomatic Academy of Vienna)

DA(데아)

 

화보리텐슈트라쎄의 테레지아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설립하였기에 테레지아눔이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고등학교 건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쪽 별채에 외교 아카데미가 있다.

 

외교라고 하면 한 가닥하는 것이 비엔나이다. 비엔나가 외교의 중심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나폴레옹의 실각 이후에 유럽의 지도를 어떻게 새로 그리느냐를 가지고 비엔나에서 열린 이른바 '비엔나 회의'이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메테르니히 수상이 주관하여 열국의 군주 재상들과 함께 외교회의를 열었던 것이 '비엔나 회의'이다. 하기야 회의는 뒷전이고 매일 밤마다 파티와 무도회와 오페라 관람이었으므로 '회의는 춤춘다'(Die Kongress tanzt)라는 말까지 나왔던 회의였다. 그런가하면, 2차 대전 이후 동서 냉전이 시작될 때에 비엔나는 그야말로 동서 스파이들의 활동무대였다. 그래서 스파이 영화의 대명사라고 할수 있는 007 영화에도 비엔나가 간혹 무대로 등장한다. 스파이들의 첩보활동도 어찌보면 외교전이나 마찬가지이다. 직업 외교관을 양성하는 대학원 스타일의 아카데미가 비엔나에서 운영되고 있다. 비엔나 외교아카데미이다. 외교에 뜻을 두고 대학원 과정을 밟는 학생, 또는 직업 외교관들이 자질 향상을 위해 등록하고 있는 아카데미이다. 간단히 데아(DA)라고 부르는 기관이다. 국제관계, 정치과학, 국제법 등 관련 법, 프랑스어 등 외국어, 역사와 경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외교에서는 아무래도 독일어보다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그럴듯하므로 이 아카데미의 명칭도 Vienna School of International Studeis 또는 프랑스어로 Ecole des Hautes Etudes Internationales de Vienne 라는 것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외교아카데미는 석사과정을 제공한다.

 

비엔나외교아카데미 로고

 

비엔나 외교아카데미는 일찍이 1754년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설립했다. 그러다보니 아마 세계에서 외교관계 교육기관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원래 목적은 젊고 유능한 외교관들을 양성하여 합스부르크 제국을 위해 해외에 파견근무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처음 설립당시의 명칭도 '오리엔탈 아카데미'였다. '오리엔탈 아카데미'는 1883년에 '콘슐라 아카데미'(영사 아카데미)라고 이름을 바꾸고 화보리텐슈트라쎄 15번지의 테레지아눔의 별채에 정착했다. 1905년에는 볼츠만가쎄의 현재 미국대사관 건물로 이전하였다. 1차 대전후 정부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 있는 학교들의 소유건물을 매각하였는데 그때 볼츠만가쎄의 건물도 매각되었다. 그래서 다시 테레지아눔의 한쪽 건물을 빌려서 명맥을 유지하였는데 19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나서는 테레지아눔을 국립경찰학교로 사용하는 바람에 '영사 아카데미'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였다. 테레지아눔은 2차 대전 중에 심하게 폭격을 받아서 크게 파손되었다. 복구가 된 것은 1964년이었다. 이때에 '영사 아카데미'는 '외교 아카데미'로 명칭을 바꾸고 다시 테레지아눔의 한쪽 별채를 얻어 문을 열었다. '외교 아카데미'는 1996년에 비로소 독자적인 공공 교육기관으로서 운영되게 되었다.

 

비엔나 외교아카데미(DA)는 전문 외교관 양성훈련 기관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석사과정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선진국제연구 석사과정(Master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MAIS)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기술 및 국제관계 석사과정(Master of Science in Environmental Technology and International Affairs: MSc ETIA)이다. MAIS 과정은 비엔나대학교와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ETIA 과정은 비엔나기술대학교와 파트너쉽으로서 제공되고 있다. 두 과정 모두 2년 과정이지만 1년짜리 '디플로마 프로그램' 과정도 운영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도 데아(DA) 출신이다. 이밖에도 데아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전 브라질 외무장관이었으며 영국 주재 대사였고 현재 브라질 국방장관인 첼소 아모림(Celso Amorim)은 1967년에 데아를 졸업했다. 체코의 시인이며 전 오스트리아 주재 체코 대사였던 지리 그루사(Jiri Grusa)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데아의 학장을 지냈다. 크로아티아 공화국 4대 대통령인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츠(Kolinda Grabar-Kitarovic)도 이 학교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사민당 정치인이며 현재 잘츠부르크 시장인 하인츠 샤덴(Heinz Schaden)은 1980년대에 데아에서 수학하였다. 몬테네그로의 전 수상이며 현 외무장관인 이고르 루크시츠(Igor Luksic)는 1999년에 데아를 졸업했다. 이밖에도 다수.

 

비엔나외교아카데미가 들어 있는 테레지아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