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ël)

정준극 2015. 3. 23. 19:34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ël) - 2005년도 프랑스 영화

Silent NIght: 고요한 밤 - Stille Nacht

 

본 블로그에서 영화를 소개한 일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한다면 로미 슈나이더 주연의 '내 사랑 영원히'(Forever My Love), 줄리 앤드류스 주연의 '사운드 오브 뮤직', 톰 헐스 주연의 '아마데우스' 정도일 것이다. '내 사랑 영원히'는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씨씨) 왕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소개를 하였고,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소개를 하였으며 '아마데우스'는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에 대한 것이어서 소개를 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아니며 더구나 음악영화도 아니지만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2005년도에 크리스티안 카리온(Christian Carion)이 제작한 Joyeux Noël(메리 크리스마스)이다. 영어 제목으로는 Silentn Night(고요한 밤)이라고 했다. 본 블로그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오페라를 소개하는 중에 아무래도 Silent Night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이 남아서 한 줄이나마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소개코자 하는 것이다. 더구나 주연 여배우는 '카핑 베토벤'(Copuing Beethoven)에 나왔던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이니 Silent Night를 그냥 흘려 보내기가 어려웠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사일렌트 나이트)의 스토리는 실화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실화라고 한다.

 

1차대전의 와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부전선을 찾아가 장병들 앞에서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안나 소렌센(다이앤 크루거). 노래는 나탈리 드사이.

 

1차 대전이 시작된 1914년의 크리스마스이다. 서부전선에서는 독일군과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대치하고 있다. 전투는 치열하고 사상자는 날마다 늘어만 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참호를 길게 파고 그 안에 들어가서 추운 날씨에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양쪽 진영이 대치하고 있는 곳의 중간 지역은 '무인지대'(No Man's Land)이다. 무인지대에서 무엇이든지 조금만 움직이는 기색이 보이면 어느쪽이라고 할 것 없이 벙커의 기관총이 작열한다. 그러므로 '무인지대'에 자기측 전우가 죽어 딩굴고 있어도 수습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참혹함 중에서 덴마크 출신의 오페라 성악가인 안나 소렌센(Anna Sorensen)이 독일군 진영의 후방 사령부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장군들을 위문하는 리사이탈을 갖겠다고 나선다. 아마 전쟁이 나기 전에 오페라 무대에서 파트너였던 테너 니콜라우스 슈프링크(Nikolaus Sprink)를 만나보고 싶어서 최전선에서의 리사이탈을 계획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오페라극장의 테너 주역이었던 니콜라우스 슈프링크는 징집되어 독일군 병사로서 최전선에 배치되어 있다. 안나는 황태자의 초청으로 최전선의 독일군 사령부를 방문하여 니콜라우스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즉 크리스마스 이브에 니콜라우스를 따라 독일군 벙커를 찾아간다.

 

독일군 지휘관이 안나 소렌센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니콜라우스 슈프링크와는 단 하루만 함께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안나 소렌센은 '우리의 순간은 당신들의 것과는 다릅니다'라고 대답한다. 니콜라우스가 병사들의 요청에 의해 '고요한 밤'을 부를 때에 참으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저 건너편의 영국군 참호에서 어떤 스코틀랜드 병사가 백파이프로 안나의 노래에 맞추어 '고요한 밤'의 반주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감동한 니콜라우스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서 '무인지대'로 나가서 '고요한 밤'을 부른다. 잠시 전쟁을 잊고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사방은 고요한데 오직 '고요한 밤'의 멜로디와 '무인지대'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만이 그 고요함을 깨워주고 있다. 니콜라우스는 내친 김에 '아데스테 피델레스'를 부른다.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의 한 장면. 의무병이기도 한 팔머 신부님이 조나단을 위로하고 있다.

 

영국군(실은 스코틀랜드군) 지휘관인 고든(Gordon) 중위, 프랑스군 지휘관인 오드베르(Audebert) 중위, 독일군 지휘관인 호르스트마이어(Horstmayer) 중위는 누가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는데도 참호에서 나와 '무인지대'에 모였다. 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만이라도 휴전을 하기로 합의한다. 세 사람의 장교들은 이를 기념하여 샴페인을 나누어 마신다. 곧이어 눈 덮힌 참호 속으로부터 병사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 놓고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닌데 '무인지대'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영국군의 의무병으로 참전한 팔머 신부님이 모두를 위해 크리스마스이브 미사를 집전한다. 라틴어로 집전하기 때문에 언어의 불편함도 없었다. 모두들 적군이 아니라 친구와 같은 느낌이다. 프랑스 병사들이 와인을 가져오고 독일 병사들이 소시지를 가져온다. 스코틀랜드의 병사들은 백파이프를 불어서 화답한다. 이튿날 아침, 각국의 장교들은 죽은 전우들을 매장하기 위해 휴전을 25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 전우들을 묻어야 하니 아이러니컬 하다는 얘기를 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병사들은 '무인지대'에 나와서 축구도 하고 카드도 하며 정말로 전쟁이 터진 후 처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물론 전사자들을 추스려서 잘 묻어 주기도 한다. 어드덧 무인지대는 병사들의 무덤만이 십자가 표지와 함께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병사들은 이런 평화의 시간이 얼마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령부의 지시에 의해 당장이라도 서로 포격을 해야하고 서로 기관총을 퍼부어야만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인지대'에서 만난 영국군, 독일군, 프랑스군 장교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휴전을 합의한다.

 

독일군 장교가 영국군 장교와 프랑스군 장교에게 얼마후에 포격을 가할 터이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며 가능하다면 포격을 가하는 시간에 독일군 참호에 와서 지내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영국군 병사들과 프랑스군 병사들은 독일군이 포격을 하는 시간에 독일군 참호로 와서 서로 얘기도 나누고 술잔도 기울이며 지낸다. 잠시후 이번에는 영국군과 프랑스군 장교가 독일장교에게 '우리도 대응포격을 해야 하니 괜찮다면 우리 참호에 와서 잠시 지내다가 가기 바란다'고 말한다. 독일병사들은 모처럼 영국군과 프랑스군 참호를 방문하여 와인을 마시며 가족들 얘기를 나눈다. 각군의 사령부에서 이런 해괴한 일을 모를리가 없었다. 영국군에 속하여 있는 성공회의 주교는 하나님이 영국군만을 보호하시며 적군은 보호하지 않으신다고 선언한다. 마찬가지로 독일군 소속의 주교도 하나님은 독일군만을 좋아하시며 영국군이나 프랑스군은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선언한다. 독일군은 사령부의 명령에 의해 동부전선으로 전출되어 떠난다. 기차 화물칸에 탄 독일군 병사들은 기차가 출발할 때에 스코틀랜드 병사로부터 배운 노래를 낮으막하게 부른다.

 

영화 '고요한 밤'의 포스터

 

[영화 '고요한 밤'에 나온 음악]

- 아베 마리아(Ave Maria). 필립 롬비(Philippe Rombi) 작곡. 소프라노 나탈리 드사이(Natalie Dessay)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  그대 내곁에(Bist du bei mir). 고트프리트 하인리히 스퇼첼(Gottfried Heinrich Stolzel) 작곡. 소프라노 나탈리 드사이, 테너 롤란도 빌라손(Rolando Villazon) 노래. 필립 롬비의 피아노 반주. 원작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BWV 508

- 꿈에 본 내고양(I'm Dreaming of Home). 필립 롬비 작곡.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앙상블 연주

- 민요 The Braes of Killiecrankie

- 민요 Piobaireachid dhomhmail dhuibh 

-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 요제프 모르 작시, 프란츠 그루버 작곡. 필립 롬비 편곡. 테너 롤란도 빌라손. 백파이프와 하모니카 반주

- 캐롤 '저 들 밖에 한 밤 중에'(Adeste Fideles). 존 프란시스 웨이드 작시. 테너 롤란도 빌라손, 백파이프 반주
-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스코틀랜드 민요.

- 마지막 타이틀 장면시 '꿈에 본 내 고향'. 필립 롬비 작시. 코랄 스칼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피아노 필립 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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