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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변주곡이 뭐 길래

정준극 2015. 8. 14. 13:31

[참고자료] 변주곡이 뭐 길래

 

변주곡 중에는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이 가장 많다.

 

음악에 있어서 변주곡(Variation)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주제가 되는 음악을 여러 형태로 바꾸어서 재미있게 만든 곡을 말한다. 그러므로 변주곡에서는 대체로 먼저 주제가 되는 음악을 소개하고 그 다음에 그 주제를 바탕으로 삼아 여러 변형된 형태로 만든 음악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변주곡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히 멜로디를 포함하지만 이밖에 하모니, 리듬을 변형시킬수 있으며 또는 카운터포인트 테크닉, 팀버(음역), 오케스트레이션도 개조하여 별도의 음악을 만들수 있다. 그런가하면 이들을 서로 적당히 복합하여 변주곡을 만들수도 있다. 변주곡이 처음 시도된 것은 14세기일 것이다. 단순한 주제의 춤곡을 연주하다보니 짧게 끝나게 되므로 그 춤곡의 주제를 여러 형태로 변형하여 연주함으로서 비교적 긴 춤곡을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3박자의 춤곡인 파사칼리아(Passacaglia)와 역시 3박자의 춤곡인 샤콘느(Chaconne)를 바탕으로 변주곡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그럴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변주곡을 음악의 한 장르로서 발전시켜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제와 변주곡'이라는 타이틀이 등장하였다. '주제와 변주곡'은 주로 멜로디를 바꾸어 만드는 변주곡이었다. 일반적으로 주제가 되는 멜로디는 거의 변함이 없고 다만 반주 부분만이 변하는 형태였다. 그리하여 작곡가들이 심심하기도 하고 또는 남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위해 변주곡들을 만들어냈다. 남들로부터 주목을 받고자 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서 유명한 작곡가의 잘 알려진 멜로디를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면 사람들로부터 보다 많은 관심을 끌수 있다는 얘기다.

 

초기의 작곡가 중에서 변주곡을 만든 경우를 보면, 영국의 존 벌(John Bull: 1562-1628)의 '세상의 구세주'(Salvator Mundi),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높은 하늘로부터 내가 왔나이다'(Vom Himmel hoch da komm' ich her), 'C 단조 파사칼리아와 푸가' 등 캐논 형식의 변주곡이 있으며 또한 코렐리의 '라 폴리아 변주곡'(La Folia Variations),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Diabelli Variations)과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의 '에니그마 변주곡'(Enigma Variations), 프랑크의 '교향적 변주곡'(Variations Symphonique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키호테'(Don Quixote) 등이 있다. 또한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 '숭어'(Trout) 5중주도 따지고 보면 슈베르트가 이미 만들어 놓은 노래의 멜로디를 가져다가 변주곡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수 있다.

 

변주곡은 아무래도 피아노 등 키보드 악기르 연주되도록 작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16세기의 영국 작곡가들은 유럽 다른 나라 작곡가들의 인기 멜로디를 바탕으로 키보드 변주곡을 만드는 것을 즐겨했다. 영국에는 변변한 작곡가가 없다는 당시의 핀잔을 잠깐이라도 무마하기 위해서인듯 하다. 윌리엄 버드(William Byrd), 휴 애스턴(Hugh Aston), 질르 화나비(Giles Fanarby) 등이 변주곡을 만든 대표적인 작곡가였다. 초기 바로크 시기에 있어서 변주곡을 만들어 낸 인물로서는 오페라의 아버지로서 추앙받고 있는 플로렌스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독일의 하인리히 쉬츠 등이 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두 곡의 변주곡을 꼽으라고 할 것 같으면 우선 조지 프리데릭 헨델의 '마음씨 좋은 대장장이'(The Harmonious Blacksmith),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버그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 을 들수 있다. 고전시대에를 대표하여서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간과할수 없다. 모차르트는 그렇게 바쁜 중에서 많은 변주곡을 만들었다. 자기의 피아노 소나타 A 장조 K 331의 주제로 만든 변주곡이 있고 클라리넷 5중주의 마지막 부분의 주제를 바탕으로 만든 변주곡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니에게 말씀 드릴거예요'(Ah! vous dirai-je, maman)의 멜로디를 주제로 삼아 만든 열두개의 변주곡이다. 요제프 하이든은 변주곡을 만들 때 두 개의 주제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나는 장조로, 다른 하나는 단조로 변주곡을 만들었다. 이를 2중 변주곡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면 교향곡 제103번 드럼롤의 주제를 이용한 것과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F 단조의 주제를 이용한 것이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아마 고전시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변주곡을 만든 사람이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디아벨리의 주제를 바탕으로 만든 대규모 변주곡이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주제를 사용한 에로이카 변주곡도 있다. 후기 작품 중에서 주제를 선택하여 만든 변주곡들도 있다. 현악 4중주 제12번의 주제, 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소나타 32번의 2악장을 바탕으로 삼은 변주곡, 교향곡 제9번 '합창'의 2악장의 주제를 사용한 변주곡 등이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에서 '보아라 용사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변주곡,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의 아리아 '아가씨 아니면 귀여운 아내'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도 유명하다. 프란츠 슈베르트는 자기가 작곡한 가곡의 멜로디를 주제로 삼아서 다섯 편의 변주곡을 작곡했다. 현악4중주곡인 '죽음과 소녀'의 느린 악장의 멜로디를 사용한 것이 있고 피아노5중주곡인 '숭어'의 주제를 사용한 변주곡도 있다. 환상곡 C 장조의 2악장의 주제는 '방랑자'(Der Wanderer) 변주곡에 사용되었다. 그래서 환상곡 C 장조는 '방랑자'라는 별명으로 불려지고 있다.

 

베토벤은 헨델을 대단히 존경하여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의 '보아라 용사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로맨틱 시대에는 더 많은 변주곡들이 더 세련되게 등장하였다. 1824년 오스트리아의 칼 체르니는 하이든이 작곡한 Gott erhalte Franz der Kaiser(신이시여 프란츠 황제를 보우하소서)를 주제로 삼아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장엄하고도 화려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프레데릭 쇼팽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손에 손잡고'(La ci darem la mano)를 바탕으로 피아노 변주곡을 만들었다. 요한네스 브람스도 여러 변주곡을 만들었다. 과거의 작곡가인 헨델의 주제를 사용하여 변주곡과 푸가를 작곡했고 하이든 주제를 사용하여서도 변주곡을 만들었다.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오케스트라만을 위한 변주곡으로서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다. 칼 골드마크의 '시골 결혼 교향곡'은 1악장이 일련의 변주곡으로 시작한다. 드보르작의 교향적 변주곡과 에드워드 엘가의 '에니그마 변주곡'도 그런 형식이다. 안톤 아렌스키는 차이코브스키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당시에 가장 인기를 끈 변주곡이었다.

 

20세기의 현대 작곡가들도 많은 변주곡들을 만들었다. 일일히 작곡자와 작품들을 소개하기는 어려워서 대표적인 변주곡들만 일부 소개한다. 소련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라프소디'는 유명하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이다. 미국의 챨스 아이브스(Charles Ives)는 드보르작의 현악4중주곡인 '아메리카'의 주제를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었다. 헝가리의 에르뇌 도나니는 자장가를 주제로 삼아서 파이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현대 음악의 기수인 오스트리아의 아놀드 쇤버그도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소련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여러 변주곡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오스트리아의 안톤 베베른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을 따로 만들었다. 알반 베르크는 오페라 '보체크'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었다. 미국의 조지 거슈인은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서 I Gor Rhythm을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었다. 독일의 파울 힌데미트는 베버의 주제에 의한 교향적 변형을 작곡했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메시앙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곡을 만들었다.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은 헨리 퍼셀의 주제와 변주곡으로 '청소년을 위한 오케스트라 입문'을 만들었다. 영국의 윌리엄 왈튼은 힌데미트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었고 미국의 레오나드 번슈타인은 그의 교향곡 제2번 '불안의 시대'의 파트 1을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었다. 이탈리아의 루이지 노노는 쇤베르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었고 미국 출신의 프레데릭 르제브스키는 The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를 주제로 삼은 36곡의 변주곡을 만들었다.

 

벨기에의 프란스 게이센은 오르간을 위한 대변주곡을 작곡했고 스페인의 크리스토발 할프터는 10여개의 악기와 테이트와 전자기기의 라이브 음향을 사용하여 변주곡을 만들었다. 헝가리의 미클로스 로차는 주제와 변주곡을 작곡했고 미국의 전위작곡가인 존 케이지는 앰프를 통한 12개의 음성을 바탕으로 송가와 변주곡을 만들었다. 미국의 벤 존스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었고 역시 미국의 존 맥과이어는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48곡의 변주곡을 만들었다. 뮤지컬 작곡가로서 유명한 영국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첼로와 락 밴드를 위한 변주곡을 만들었고 미국의 스티브 라이히는 목관악기, 현악기, 키보드를 위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존 윌리엄스는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바탕으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특이한 것은 1952년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을 기념하여서 레녹스 버클리, 벤자민 브리튼, 아서 올드햄, 험프리 설, 마이클 티페트, 윌리엄 왈튼이 합동으로 현악기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을 만든 것이다. 성악에 있어서도 변주곡 형태의 것이 있다. 바로크 시대의 느린 템포의 다 카포 아리아에서는 성악가가 즉흥적으로 변주곡을 만들어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작곡가들은 연주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변주곡을 만들어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차르트가 그랬었고 베토벤이 그랬었다. 그러한 즉흥적인 변주곡은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베토벤의 환상곡 G 단조 Op 77이 그러하였고 모차르트의 '글룩의 아리아에 의한 변주곡'이 그러하였다. 즉흥적인 변주곡은 나중에 재즈 연주의 핵심이 되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의 현대적 연출. 세 부인을 토끼와 고양이로 의인화하였다. 베토벤은 모차르트를 존경하여서 '마술피리'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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