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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크-트라피크

정준극 2018. 6. 13. 23:02

타바크-트라피크(Tabak-Trafik)

담배, 신문, 잡지는 물론 교통카드를 살수 있는 곳


19구 빌로트슈트라쎄에 있는 타바크


비엔나에 있으면 좋던 싫던 타바크(TABAK)를 이용할 경우가 있다. 담배 또는 신문과 잡지를 살수 있는 가게이지만 버스, 전차, 지하철, 급행열차 등 대중교통 티켓을 살수 있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타바크 가게는 담배 한 개비를 그린 통일된 간판이 붙어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타바크라고 부르지만(어떤 사람은 타박이라고 발음함) 이 가게의 풀 네임은 타바크 트라피크이다. 그것을 줄여서 타바크라고 부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타바크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트라피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라피크라고 하면 영어의 트래픽(Traffic)을 연상해서 '아하 전차 티켓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명칭을 붙였나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스트리아에서 트라피크라고 하면 담배가게를 말한다. 담배가게 주인을 트라피칸트(Trafikant)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트라피크라는 것이 트래픽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수 있다. 타바크 또는 트라피크에서는 주로 어떤 물건들을 파는가? 담배 및 담배와 관련된 물건들을 파는 것이야 당연하다. 시가레트 뿐만 아니라 시가와 파이프도 팔고 성냥, 라이터 등도 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담배가 전매품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가격에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수입 담배는 가게에 따라 값에 차이가 있으니 잘 살펴보고 사야할 것이다. 더구나 근자에는 주유소(Tankstellen)나 일부 식당에서도 담배를 파는데 그런 곳에서는 일반 타바크보다 10% 정도 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담배 값은 독일이나 스위스보다는 아직 싸다. 오스트리아에서 일반적인 담배 한 갑의 가격이 4유로 정도라고 하면 독일은 5유로 30 이며 스위스는 7유로에서 8유로까지이다.


거리의 상가에 들어서 있는 타바크 트라피크


트라피크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의 트라피코(traffico)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탈리아어의 트라피코는 Handel 즉, 용무 또는 거래라는 뜻의 단어이다. 타바크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기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큰 아들인 요제프 2세 황제 시대라고 한다. 요제프 2세 치하의 1784년에 정부에 의한 담배 전매가 실시되었고 정부가 인정하는 상점에서만 담배를 팔도록 했는데 그런 상점을 타바크 트라피크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타바크 트라피크가 자리를 잡아가자 제국에 속한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개념의 가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체치엔(체코공화국)에서는 트라피카(trafika)라는 상점이 생겼으며 슬로베니아에서도 트라피카라는 상점이 생겼다. 오스트리아 제국이 통치하던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타바케리아(tabaccheria 또는 tabacchi)라고 불리는 담배가게가 생겼으며 남부 티롤지방에서는 트라피크(trafik)라는 담배가게가 생겼다. 아무튼 담배에 대한 정부의 전매사업은 그 옛날 소금을 전매했던 것과 같았다. 근세에 들어와서 오스트리아 정부는 주로 전쟁 상이용사, 전쟁미망인, 또는 청렴한 공직자로서 퇴직 후에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사람에 한하여 타바크를 운영할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그러한 전통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서 정부는 새로운 타바크 허가를 해 줄 때에 상이군경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타바크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이 평생동안 운영권을 가지지만 사후에는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직계 가족에게 상속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라는 것은 대체로 저소득 생활을 말한다.


제국 시대의 타바크 트라피크 간판


타바크에서는 신문과 잡지도 판다. 그런가 하면 볼펜 등 필기도구, 포스트카드, 관광용 그림엽서, 기타 기념품 등등을 판다. 교통 티켓, 그리고 비엔나에서 사용되는 단기간 주차카드도 판매한다. 그런데 타바크는 시내의 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 고속화도로의 휴게소에도 타바크가 있다. 이런 타바크 가게는 ASFINAG라는 단체가 관장하고 있다. Autobahnen- und Schnelletrappen- Finanziehrungs-Aktien-Gesellschaft의 약자이다. 말하자면 국도나 고속도로의 재정을 담당하는 회사이다. 아, 또 한가지 타바크에서 취급하는 물건이 있다. 옛날 지폐나 동전, 또는 우표를 취급한다. 물론 일부 타바크에 국한된 사항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표를 파는 타바크는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사실상 우표 판매는 마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게 주인들이 선호하는 품목이 아니다. 대신에 복권 따위를 위탁 판매한다. 그건 그래도 담배보다 이윤이 많기 때문에 선호한다. 어떤 타바크에서는 각종 공연 티켓을 예매하기도 한다. 공연 티켓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기구와 예매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가하면 상품권이나 온천(슈파)이용권 등도 판매하는 타바크가 있다. 카지노 입장권도 마찬가지이다. 온천이용권(우리식으로는 온천 콘도 이용권)은 오스트리아 전지역을 커버한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는 EU의 멤버가 되고나서 정부가 전매했던 담배 사업을 민영화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손을 다 놓은 것은 아니다.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타바크 트라피크의 각종 담배(시가레트, 시가 등등)


사족: 타바크 트라피크는 정해진 시간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늦은 밤이나 휴일에 담배를 사려면 벤딩 머신(자판기)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벤딩 머신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크레딧 카드는 받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은행카드나 현금만 받는다. 어떤 벤딩머신을 사용하던지 먼저 연령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6세 이상이어야 담배를 살수 있다. 은행카드를 넣으면 연령 검증이 된다. 은행카드를 꺼내고 돈을 넣은 다음 담배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바나 식당 등에 있는 벤딩머신의 담배 값은 타바크 트라피크보다 대체로 1유로 비싸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머신은 5유로와 10유로만 받는다. 10유로를 넣으면 간혹 담배를 두갑이나 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계가 잔돈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리에 있는 담배 자동판매기. 여러 모양이 있다. 2012년. 윈스턴 한 갑에 3유로 75센트이니 우리돈으로 약 4천 7백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