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러틀란드 바우턴의 '불멸의 시간'(The Immortal Hour)

정준극 2018. 8. 25. 21:53

불멸의 시간(The Immortal Hour)

러틀란드 바우턴의 2막 오페라...영국판 루살카


틀란드 바우턴


러틀란드 바우턴(Rutland Boughton: 1878-1960)은 벤자민 브리튼과 함께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작곡가이다. 바우턴은 브리튼과 마찬가지로 여러 오페라들을 남겼다. 그런데 바우턴은 그의 오페라 작품들을 오페라라고 부르지 않고 '뮤직 드라마'라고 불렀다. 바그너가 그의 오페라를 '뮤직 드라마'라고 부른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였다. 바우턴은 뮤직 드라마를 10편 완성했다. 그중에서 바우턴을 대표하는 뮤직 드라마는 '불멸의 시간'이다. 한편, 바우턴은 아서왕의 전설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체 10편의 뮤직 드라마 중에서 다섯편이 아서왕의 전설에 대한 작품이다. '아서의 탄생'(The Birth of Arthur), '원탁'(The Round Table), '릴리 메이드'(Lily Maid), '갈라하드'(Galahad)), 그리고 '아발론'(Avalon)이다. 이들 모두가 유럽의 정세가 1차 대전을 거쳐 2차 대전으로 빠져 들어가서 한창 난국으로 치닫고 있을 때에 작곡되었다는 유의해야 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족이지만, '릴리 메이드'는 원탁의 기사 중의 한 사람인 랜슬롯을 홀로 심히 사랑하였으나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가슴 아파하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애스틀래트의 엘렌을 말한다. 엘렌은 숨을 거두기 전에 유언으로 장례식에서 자기의 한 손에는 백합(릴리)을, 다른 한 손에는 랜슬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쥐어 달라고 말했기 때문에 '백합 아가씨'(릴리 메이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발론'은 상상 속의 섬으로 아서왕의 칼인 엑스칼리버가 만들어진 곳이다. 또한 아서왕이 캄란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었을 때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 아발론이다.


바우턴은 '불멸의 시간'에 음악적 주제에 대한 바그너적인 접근 방식과 민속적인 선법(旋法)의 접근방식을 혼합하였다. 민속적인 요소라는 것은 셀트의 전설을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민담인 Tochmarc Etaine이라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삼은 것이다. '불멸의 시간'의 대본은 휘오나 맥레오드(Fiona MacLeod)의 희곡을 바탕으로 바우턴 자신이 만들었다. 휘오나 맥레오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저명한 작가이며 시인인 윌렴 샤프(William Sharp)의 필명이다. '불멸의 시간'은 동화 오페라이다. 주제는 드보르작의 '루살카'와 비슷하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의 요소도 찾아볼수 있다. 이런 동화 오페라에서는 마법과 자연의 정령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화에 등장하는 존재는 요정이라고 부를수 있는 존재들이다. 요정들은 남을 일부러 괴롭히거나 또는 어린아이와 같은 정령들은 아니다. 오히려 자존심이 있고 명예를 중하게 여기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요정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은 거의 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두려운 존재가 있다. 바로 인간들이다. 인간의 한없는 탐욕과 지나친 욕정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의 삶에 관여할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오페라 '불멸의 시간'에서도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인 에테인 공주는 인간을 사랑하여서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가지만 에테인의 영원한 사랑인 미디르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다는 얘기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를 연상케 한다. 생과 사의 세계를 경험할수 있는 것이 요정의 세계라는 것이다.


핀버러(Finnborogh)극장 무대


'불멸의 시간'은 1914년 8월 26일, 1차 대전의 상흔이 아직도 산재해 있는 때에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글라스턴베리는 런던에서 서쪽 멀리 아일랜드를 바라보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1세기에 이곳에 예루살렘으로부터 아리마대 요셉이 건너와서 정착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또는 12세기에는 이곳에서 아서왕과 귀네비어 왕비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서왕의 전설에 빠져 있던 바우턴이 이곳의 페스티발에서 '불멸의 시간'을 처음 무대에 올린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초연에서 특별했던 것은 바우턴 자신이 '그림자의 군주'인 다울라의 역할을 맡아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마침 다울라의 역할을 맡기로 했던 베이스가 아파서 출연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1921년에 바우턴은 유명한 안무가이며 댄서인 페넬로프 스펜서(Penelope Spencer)로 하여금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발의 안무와 합창을 주관토록 했다. 이 때에 만들어진 안무의 일부는 '불멸의 시간'에 인용되었다. 글라스턴베리에서 그런 일이 있는지 1년 후인 1921년에는 '불멸의 시간'이 런던에서 공연되었다. 1년에 연속 216회 공연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놀라운 공연은 계속되어서 1923년에는 연속 160회의 공연을 기록하였다. 1926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시티오페라가 공연하였다. 그로부터 상당기간 동안은 침묵에 들어갔다가 1953년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모처럼 리바이발되었다. 오페라 '조난자'(The Wreckers) 등을 작곡했고 여성운동가로서 유명한 에델 스마이스(Ethel Smyth)는 1922년에 '불멸의 시간'을 보고 '정말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전체가 나를 휘어 잡았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는 '천재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작곡가인 아서 블리스(Arthur Bliss)는 '전설 속의 주인공들이 마치 현재에도 살아 있는 듯이 만들어진 작품이다. 합창의 효과는 정말로 대단했다'라고 말했다. 


미디르의 등장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이 오페라의 음악에서 하일라이트는 How beautiful they are 이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정령들의 합창으로 나오고 그 다음에는 미디르의 노래에 나오며


- 에오카이스(Eochaithe: Bar). 영웅적인 왕

- 에테인(Etain: S). 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가진 요정 공주

- 달루아(Dalua: B). 그림자의 군주(The Lord of Shadow)

- 미디르(Midir: T). 에테인 공주가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

- 마누스(Manus: B). 농부

- 마이브(Maive: MS). 농부의 아내

- 정령의 음성(MS).

- 나이 많은 시인(B)


[1막] 어둡고 신비스런 숲속이다. 그림자의 군주인 달루아의 모습이 보인다. 달루아는 보이지 않는 운명적인 힘의 주관자이다. 그런데 만일 그의 손이 인간에 닿는다면 그 인간은 미치거나 죽음에 이른다. 인간들에게는 무섭고도 두려운 존재이다. 그러나 요정의 세계에서는 그저 '어둠의 존재', 심지어는 '요정의 어릿광대' 정도로 불리고 있다. 그런 달루아가 무슨 할 일이 있어서인지 숲속에 나타난 것이다. 달루아는 어떤 환상을 보고 자기도 어쩔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이곳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숲까지 왔는지 그 이유는 모른다. 숲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정령들의 소리가 들린다. 달루아를 조롱하는 소리이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달루아를 버림받은 존재라는 소리이다. 신들조차 달루아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내쫓김을 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달루아는 속이 상한듯 보이지 않는 정령들의 소리에 자기는 신들보다 더 강한 힘을 사용할수 있는 존재이므로 무어라고 말하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고 마치 명령하듯 대꾸한다. 잠시후 어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숲속의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다. 에테인이다. 에테인은 마치 정신이 나간듯, 또는 무엇에 홀린듯 노래를 부른다. 이처럼 마음에 드는 장소는 없다는 것이며 죽음이란 다만 그림자를 걷어치우는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곳은 쉬(Shee)라고 부르는 요정들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이다. 노래를 마치고 이리저리 둘러본 에테인은 이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달루아가 에테인의 길을 막는다. 달루아가 그림자로 에테인을 스치자 에테인은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자기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잊는다.


이제 달루아는 어찌하여 에테인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수 있을 것 같다. 인간 왕이 불멸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달루아가 이곳에 온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의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루아는 에테인이 영원한 사랑을 원하고 있는 것을 알고서 에테인에게 가서 왕을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한다. 에이레의 왕중의 왕인 에도카이스(Edocaith)가 나타나자 다울라가 그를 영접한다. 에이레는 아일랜드를 말한다. 다울라는 왕이 꿈 속에서 전설적인 어떤 미녀를 환영으로 보았다는 사실을 알고 요정들의 공주인 에테인이야 말로 왕이 찾는 여인이라고 믿는다. 그때 정령들의 소리가 들린다. 왕에게 어서 그의 백성들에게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소리다. 하지만 그때 쯤해서 왕은 이미 달루아의 마법에 결려서 다른 모든 생각을 잊어버리고 달루아를 따라서 숲속으로 들어간다.


숲속의 어떤 작은 오두막집이다. 농부인 마누스와 농부의 아내인 마이브가 폭풍우를 피하여 찾아온 에테인을 따듯하게 맞이하여 함께 앉아 있다. 그때 어떤 이상한 나그네가 농부의 집을 찾아온다. 그러더니 농부에게 금화를 주면서 에테인을 재워주고 보살펴 준데 대한 사례라고 말한다. 그리고 에테인이 농부의 집을 찾아왔지만 이웃사람들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농부 부부는 폭풍우를 피하여 찾아 들어온 아가씨가 아무래도 요정인 것 같아서 걱정이다. 왜냐하면 일반 백성들은 요정들과 얘기를 나누면 안되기 때문이다.심지어 요정의 이름을 불러도 피해를 볼수있다. 그런데 지금 요정이 틀림없는 에테인의 이름을 부르고 있으며 또한 에테인과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이 아니던가!  그때 어떤 사람이 오두막집의 문을 두드린다. 에오카이스 왕이지만 농부 부부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방에 있던 에테인도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에오카이스는 농부 부부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농부 부부는 나그네가 폭풍우 속을 달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를 한방울도 맞지 않은 것 같으며 또한 신발을 보니 숲속의 늪지대를 거쳐서 온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요정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구나 두려워한다. 나그네는 농부 부부에게 자기는 요정이 아니라 그대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강조하여 설명해 준다. 에오카이스는 방 한쪽에 앉아 있는 에테인을 본다. 에오카이스는 그 순간 오직 불멸의 사랑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만 날뿐 다른 모든 것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에오카이스와 에테인은 처음 만나자마자 어떤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두 사람은 감정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서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그때 밖에서 조롱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에테인은 밖에서 나는 소리가 올빼미일 것이라고 말한다. 에오카이스와 에테인이 함께 앉아 있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듯 눈길을 주고 받을 때에 밖으로부터는 정령들의 노래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인간과 요정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가져 올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면서 애탄하는 노래이다. 


달루아와 숲속의 정령들


[2막] 그로부터 1년이 지난다. 에오카이스의 궁전에서는 그가 숲속에서 에테인을 만나 궁전으로 데려온지 1년이 된 것을 축하하는 행사가 준비중이다. 드루이드 교도들, 처녀들, 시인들, 그리고 전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왕실의 커플에게 축배를 든다. 축하행사가 한창일 때에 에테인은 피곤하다면서 방에 들어가서 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은 밤이면 밤마다 이상한 꿈 때문에 괴롭다고 밝힌다. 그러자 에오카이스도 이상한 꿈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서 괴로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꿈에서 예쁘게 생겼지만 능력들이 있고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정령들이 행진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다. 에오카이스는 혹시라도 에테인에게 더 어려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에테인이 방으로 돌아가서 쉬지 말고 이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 이상한 꿈 얘기는 잊자고 말한다. 하지만 에테인은 기어코 방으로 돌아가서 쉬겠다고 주장한다. 에테인이 매우 피곤하여서 방으로 돌아가자 마자 어떤 수상한 사람이 문 앞에 서성인다. 오래전부터 에테인을 사랑해 왔던 미디르이다. 미디르는 에테인의 영원한 사랑이다. 미디르는 하프를 켜는 사람으로 가장하고 있다. 에오카이스 왕은 미디르를 환영하지만 에테인이 걱정되어서 썩 내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누구인지 이름을 밝혀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밝히지 않자 기분이 나빠있다.


미디르는 에오카이스 왕에게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달라고 간청한다. 에오카이스는 정체도 모르는 수상한 사람의 부탁이어서 내키지 않지만 여러 궁신들과 백성들이 보는 앞이므로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미디르는 아름답고 고귀하신 왕비의 손에 키스를 하게 허락해 주고 또한 왕비를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어떤 이상한 하프켜는 사람이 와서 이런 저런 요청을 한다는 얘기를 방에 돌아가서 쉬고 있는 에테인의 귀에 까지 들린다. 미디르의 노래가 시작된다. 1막 마지막에서 정령들이 불렀던 바로 그 노래이다. 미디르의 노래는 에테인으로하여금 요정이라는 사실과 요정은 인간과는 달리 불멸의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나게 만든다. 자기의 정체를 깨달은 에테인은 미디르와 함께 요정들의 합창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떠난다. 왕궁에는 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에오카이스 왕만이 홀로 남아 있는다. 에오카이스는 이것이 꿈이라면 꿈을 되돌려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자 달루아가 등장하하여 왕을 힘차게 껴안는다. 왕은 그자리에 쓰러져서 죽는다.  


[참고로 지면에 여유가 있으므로 러틀란드 바우턴의 무대작품들을 소개한다.]


○ 뮤직 드라마(악극: 오페라)

- 아서의 탄생(The Birth of Arthur: 1909)

- 불멸의 시간(The Immortal Hour: 1913)

- 베들레헴(Bethlehem: 1915)

- 원탁(The Round Tabel: 1916)

- 알케스티스(Alkesis: 1922)

- 콘월의 여왕(The Queen of Cornwall: 1924)

- 영원한 젊은이(The Ever Young: 1928)

- 릴리 메이드(The Lily Maid: 1934)

- 갈라하드(Galahad: 1944)

- 아발론(Avalon: 1945)

○ 짧은 드라마틱 작품

- 라이오네스의 채플(The Chapel in Lyonesse: 1904)

- 아진코트(Agincourt: 1918)

- 달 아가씨(The Moon Maiden: 1918)

○ 발레

- 그라니아의 죽음의 댄스(Death Dance of Grania: 1912)

- 백설공주(Snow White: 1914)

- 콜롬바인의 죽음(The Death of Columbine: 1918)

- 메이 데이(May Day: 1927)

○ 극음악(Incidental Music)

- 단테와 베아트리스(Dant and Beatrice: 1902)

- 마음 속 욕망의 땅(The Land of Heart's Desire: 1917)

- 성프란시스 소극(Little Play of St Francis: 1925)

- 이솔트(Isolt: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