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66.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불사의 카셰이'

정준극 2018. 8. 24. 18:39

불사의 카셰이(Kashchey bessmenrtniy)

Kashchey the Immortal: Kashchey the Deathless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단막 3장의 동화 오페라


사랑스런 짜레브타와 이반 코롤레비치 왕자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는 러시아만의 특색이 있는 음악예술을 진작시키기 위해 러시아의 전래 민화와 동화, 또는 전설을 내용으로 삼은 오페라들을 다수 작곡했다. '불사의 카셰이'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오페라가 림스크 코르사코프의 다른 오페라들에 비해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 오페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막이어서 공연시간이 일반 오페라보다 훨씬 짧았다. '불사의 카셰이'는 '가을 동화'라는 장르에 속한다. '가을 동화'라는 용어는 주로 동유럽에서 사용된 것이다. 동유럽의 가을이 특별히 화려하고 다채롭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도 로맨스와 하모니가 넘쳐 흐르다보니 그런 용어가 만들어졌다. 반면에 '겨울 동화'라는 용어도 있다. 주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전래 동화를 말한다. 여기서 잠시 코셰이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코셰이는 슬라브 전래 동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못된 괴물과 같은 존재를 말한다. 주로 젊고 예쁜 아가씨들을 못살게 구는데 특히 영웅들의 아내를 납치해 가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존재이다. 코셰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한 글이 있다. 비록 바짝 마른 모습이지만 건강은 아주 좋으며 힘도 세다고 한다. 보기에 흉하게 생긴 나이 많은 노인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코셰이는 '짜르 코셰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악마들의 제왕이라는 의미를 지닌 별명이다.



행복한 시절의 짜레브나(공주)


코셰이라는 말의 뜻은 러시아어의 코스츠(Kosz)에서 나온 것으로 '뼈'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코셰이는 해골을 연상케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코셰이는 일반적인 방법, 즉 칼로 벤다든지 창으로 찌르다든지하여서는 죽일수가 없다. 육체와 영혼이 한 몸에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셰이의 영혼은 어디에나 있을 수가 있다. 바늘 안에도 들어 있을수 있으며 달걀 안에도 들어 있을 수가 있다. 토끼의 안에도 들어 있을 수가 있으며 오리나 거북이의 안에도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쇠로 만든 상자 안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설명에는 쇠상자가 아니라 수정 상자, 또는 금상자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이 상자는 오랜 참나무 아래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그 참나무는 저 멀리 대양의 한가운데에 있는 부얀(Buyan) 섬에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코셰이의 영혼이 안전하게 있는 한 그는 죽지 않는다. 만일 상자를 파내어서 연다면 그 안에 있던 토끼가 재빨리 도망갈 것이기 때문에 역시 코셰이를 죽이리가 힘들다. 만일 토끼를 죽인다고 하면 또 그 안에서 오리가 튀어나와 도망을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죽이기가 힘들다. 만일 코셰이의 영혼이 들어 있는 달걀을 찾아서 가지고 있게 된다면 코셰이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면 코셰이가 점점 쇠약해져서 결국은 병에 걸리고 이어서 아무런 마법도 쓸수 없게 된다. 계란을 깨트린다면 코셰이의 영혼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지낼 곳을 찾지 못하여 시들어 버릴 것이다. 만일 코셰이의 영혼이 바늘 안에 들어 있다면 바늘을 부지르면 코세이는 죽는다. 코셰이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다시 오페라 '불사의 코셰이'로 돌아가자.


짜레브나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왔다. 그러다가 어느날 코셰이에게 납치되어 간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이 오페라를 1902년에 완성했다. 대본은 간단해서 그런지 작곡자 자신이 썼다. 오페라 대본에 재능이 많았던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모두 16편의 오페라를 남겼는데 그중에서 절반인 8편의 오페라의 대본을 직접 완성했다. 굳이 소개하자면 '크리스마스 이브', '프스코프의 처녀', '5월의 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귀부인 베라 셸로가', '사드코', '세르빌리아', '눈아가씨'의 대본을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썼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불멸의 코셰이'(또는 죽지 않는 코셰이)는 다른 여러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는 제자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The Firebird)는 '불사의 코셰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발레곡이다. '불사의 코셰이'는 1902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에 모스크바의 솔로도브니코프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초연은 1905년 4월에 이루어졌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학생들이 공연했다. 지휘는 알렉산더 글라주노프였다. 모스크바 볼쇼이에서 정식으로 초연을 가진 것은 1917년이었다. 에밀 쿠퍼가 지휘했다. 1924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러시아어로 공연되었고 1928년에는 잘츠부르크에서 역시 러시아어로 공연되었다. 영국 초연은 1994년, 림스키 코르사코프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공연되었다. 미국 초연은 가장 근자인 2018년 1월로서 캘리포니아주의 알라데마에서였다. 역시 러시아어로였다.


그림으로 보는 카셰이와 짜레브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카셰이(Kashchey: T). 죽지 않는 괴물과 같은 존재이다. 늙은 악마와 같은 존재인데 테너가 맡도록 했다.

- 짜레브나(Tsarevna: S). '사랑스런 아름다움'()이라는 별명의 공주

- 이반 코롤레비치 왕자(Prince Ivan-Korolevich: Bar)

- 카셰예브나(Kascheyevna: MS). 카셰이의 딸

- 보가티르(Bogatyr: B). 폭풍

이밖에 무대 뒤에서의 합창단: 보이지 않는 음성 역할.


카셰예브나가 왕자에게 저 멀리로 함께 떠나자고 하자 왕자는 단연코 거절한다.


시기는 분명치 않으며 장소는 러시아 동화에 나오는 10분의 3 왕국의 카셰이 영지이다. 10분의 3 왕국을 가려면 9분의 3 땅을 지나야 한다. [1장] 아름다운 공주(짜레브나)가 사악한 마법사 카셰이에게 잡혀서 음울한 카셰이 왕국에 갇혀 있다. 공주는 사랑하는 이반 코롤레비치 왕자를 그리워하며 어서 속히 나타나서 구출해 주기를 바란다. 공주는 카셰이의 마법의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크게 실망한다. 왜냐하면 거울 속에서 이반 왕자가 카셰이의 딸인 카셰예브나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카셰이는 이반 왕자를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이반 왕자가 카셰예브나를 통해서 자기의 죽지 않는 비밀을 알아 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이반 왕자가 자기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죽일수 있는 방법도 알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카셰이는 딸 카셰예브나에게 누구에게든지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왜냐하면 카셰에브나의 눈물 속에 자기의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카셰이는 만일 카셰예브나가 슬픈 일을 당해서 아무 생각없이 울고 눈물을 흘린다면 죽는다는 것을 걱정한다. 다행한 것은 카셰예브나로 말하자면 성격이 담대하고 냉철하여서 눈물 같은 것은 절대로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안심이 안된 카셰이는 저 하늘에 있는 폭풍기사인 부랴 보가티르(Burya-Bogatyr)를 불러서 카셰예브나에게 보내어 자기의 죽음, 즉 영혼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카셰이 궁전의 감옥에 갇혀 있는 짜레브나. 어서 이반 왕자가 달려와서 구해주기를 바란다.


2장. 카셰이의 딸인 카셰예브나의 관할 지역이다. 카카셰예브나는 마법의 묘약을 만들고 있다. 왕자가 마시도록 해서 잠들게 하고 따라서 아름다운 공주를 잊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잊지 않는다면 칼로 찔러 죽일 생각이다. 그래서 칼을 숫돌에 갈아 준비한다. 카셰예브나는 마침 왕자가 방으로 들어서자 유혹하여서 묘약을 마시도록 한다. 왕자가 묘약을 마시고 잠이 들자 카셰예브나는 왕자의 머리를 칼로 잘라내고 한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때 폭풍기사가 나타난다. 폭풍기사는 카셰이와 공주, 왕자와 카셰예브나의 관계를 그제서야 분명하게 알고 왕자와 공주를 돕기로 한다. 폭풍기사는 왕자를 깨워서 일어나게 하고 카셰예브나의 마법이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폭풍기사는 이반에게 공주가 카셰이 왕국에 갇혀 있다고 전한다. 그러는 한편 폭풍기사는 카셰예브나에게 카셰이가 죽지 않도록 잘 지켜달라고 말한다. 왕자는 폭풍기사를 따라서 카셰이의 왕국으로 떠난다.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카셰예브나


3장. 카셰이의 관할 지역이다. 공주가 코셰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왕자가 도착해서 공주를 풀어주려고 한다. 그때 카셰예브나가 나타나서 왕자에게 제발 그러지 말고 자기와 함께 멀리 떠나자고 말한다. 왕자는 카셰예브나가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만들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주는 카셰예브나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하여 카셰예브나에게 동정심을 갖는다. 그리하여 카셰예브나에게 다가가서 키스를 한다. 공주의 키스를 받은 카셰예브나는 그만 너무 감격해서 울음을 터트린다. 보이지 않는 음성이 카셰이의 죽음을 선언한다. 카셰예브나는 흐느끼며 우는 버드나무가 된다. 폭풍기사가 궁전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들을 하나하나 열어준다. 사랑하는 공주와 왕자는 음울한 왕국을 빠져나가서 빛과 봄과 사랑의 세계로 걸어간다. 이야기가 황당하지만 그래야 동화이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피날레. 왕자와 공주가 행복한 세계로 나가고자 한다. 뒤에서는 폭풍기사가 이들을 축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