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65. 칼 닐센의 '사울과 다윗'

정준극 2018. 8. 24. 11:54

사울과 다윗(Saul og David) - Saul and David

덴마크의 칼 닐센의 4막 성서 오페라


덴마크의 칼 닐센


노르웨이에 그리그가 있고 핀랜드에 시벨리우스가 있다면 덴마크에는 칼 닐센이 있다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칼 닐센(Carl Nielsen: 1865-1931)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다. 칼 닐센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며 훌륭한 지휘자이기도 하다. 작곡가로서 칼 닐센은 오페라도 두편이나 남겼다. 하나는 이제 소개하려는 '사울과 다윗'이며 다른 하나는 '마스카라데'(가면무도회: Maskarade: Masquerade)이다. '사울과 다윗'은 잘 아는대로 구역성경 사무엘 상에 나오는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이스라엘 왕국의 첫 왕인 사울이 젊고 총명한 다윗을 질투하여서 죽이려고까지 했다는 이야기이다. '마스카라데'는 코믹 오페라로서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레안더와 레오노라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4막인 '사울과 다윗'의 대본은 에이나르 크리스티안센(Einar Christiansen)이 맡았다. '사울과 다윗'의 초연은 1902년 11월 28일 칼 닐센 자신의 지휘로 코펜하겐의 데트 콩겔리게 테아터(왕립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코펜하겐의 덴마크왕립극장


1902년의 초연은 상당한 박수갈채를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평론가에 의하면 초연에서 가장 오래, 가장 열렬하게 박수를 보낸 사람들은 칼 닐센의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잠잠한 편이었다고 한다. 상당수 관중들이 무덤덤했던 이유는 로맨틱 시대의 오페라로서 로맨틱한 효과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컸다. 물론 드라마틱하고 서정적인 음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시의 분위기로 보아서 감동을 주는 음악이 부족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다만, 합창만은 웅장하여서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사울과 다윗'이 오페라이긴 하지만 오라토리오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아무튼 크게 감동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후로도 폭넓은 인기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울과 다윗'은 덴마크 오페라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사울과 다윗'은 덴마크어 대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덴마크 이외에서의 공연은 거의 없었다. 다만, 드레스덴과 비엔나에서 공연되었고 그로부터 거의 20년 후인 1928년에 스웨덴의 요테보리에서 공연되었다. 요테보리 공연은 많은 박수를 받은 것이었다. 영국 초연은 근자인 1977년에 이루어졌다. 대학교오페라협회가 주관하여 공연했다.


사울(요한 로이터)과 사무엘(모르텐 스타우가르드). BBC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사울(Saul: B-Bar). 이스라엘의 왕

- 다윗(David: T). 목동

- 미갈(Michal: S). 사울의 딸. 다윗과 결혼

- 요나단(Jonathan: T). 사울의 아들. 다윗의 둘도 없는 친구

- 사무엘(Samuel: B). 이스라엘의 선지자

- 아브너(Abner: B-Bar). 사울의 근위대장

- 아비샤이(Abishai: S 또는 트레블). 다윗의 동행자

- 엔도르의 마녀(Witch of Endor: Cont).

이밖에 병사들과 이스라엘 백성들. 


[1막] 이스라엘과 블레셋간의 전투가 막 끝난다. 병사들은 다음 전투를 생각하면서 긴장에 싸여 있다. 그러나 정작 긴장한 사람은 사울이다. 사울은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서 이스라엘 왕으로서 여호와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자 하며 또한 블레셋과의 전투에 앞서도 축복을 받기 위해 사무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무엘은 약속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울 자신이 여호와에 대한 제사를 드린다. 잠시후 사무엘이 도착한다. 사무엘은 사울이 제사장이 아닌 신분으로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행위를 꾸짖는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이 사울에게 임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사울이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지만 사무엘은 이미 늦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울은 절망에 빠진다. 사울의 아들인 요나단이 그런 사울을 위로하기 위해 친구 다윗을 데리고 온다. 다윗은 사울을 위로하기 위해 비파를 켜고 노래를 부른다. 사울의 딸인 미갈이 미소년 다윗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다윗과 미갈. 글린드본


[2막] 다윗이 사울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에 사울의 근위대장인 아브너가 급하게 들어와서 블레셋의 장수인 골리앗이 다시 도전을 해왔다고 전한다. 사실 사울은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면서 블레셋의 골리앗 때문에 걱정이 많았었다. 병사들은 골리앗이 나타나면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기에 바뻤기 때문이다. 사울은 누구던지 골리앗을 물리치는 사람이 있으면 딸 미갈과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다. 모두들 잠잠한 중에 목동 다윗이 하나님을 믿고 골리앗과 대적하겠다고 나선다. 다윗은 돌팔매로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목을 취하여 가져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울은 천천이지만 다윗은 만만이로다'라면서 다윗을 칭송한다. 사울은 다윗에 대하여 질투심을 갖는다. 다윗이 비파를 켜며 사울을 위해 노래를 부를 때에 사울은 창을 집어 다윗을 죽이려고 던지지만 빗나가서 죽이지 못한다. 다윗은 사울의 분노를 피하여 어디론가 도피한다.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죽인 다윗


[3막] 한밤 중에 이스라엘 진영의 병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데 다윗과 아비샤이가 사울의 장막에 침투한다. 다윗은 사울이 잠들어 있는 중에 그의 창을 가지고 사라진다. 사울의 곁에까지 갔었지만 해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다윗은 언덕 높은 곳에서 사울의 창을 들어보이며 사울에게 화해를 하자고 크게 소리친다. 이 소리에 사울과 병사들이 잠에서 깬다. 사울은 다윗의 관대함을 보고 화해할 생각을 한다. 그러는데 잠시후 사무엘이 도착하여서 다윗의 머리에 기름을 붓는다. 이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으로 삼는다는 행위이다. 사울의 마음은 질투심으로 더욱 불타오른다. 다윗은 사울의 딸 미갈과 함께 멀리 도망간다.


사울이 창을 들어 다윗을 죽이고자 함


[4막] 사울과 아브너는 마녀인 엔도르를 설득하여서 죽은 사무엘의 혼령을 불러오도록 한다. 사무엘의 혼령이 나타나자 사울은 블레셋 군대를 물리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그래야 백성들이 사울을 다윗보다 더 우러러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무엘은 사울에게 여호와께서 사울을 이미 버리셨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오늘 날이 저물기 전에 사울과 아들들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에서 요나단이 치명상을 입는다. 사울은 자포자기하여 검을 내려 놓는다. 백성들이 다윗을 새로운 왕으로 선언한다. '하나님께 영광을'(Glory to God)의 합창이 웅대하다. 하지만 다윗은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으로 크게 상심하여 있다.


미갈이 아버지 사울과 오빠 요나단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다. 글린드본 페스티발


칼 닐센은 1894년에 베를린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리고 목을 취하는 장면의 그림을 보고 상당한 감동을 받아서 오페라 '사울과 다윗'을 작곡했다는 얘기도 있다. 피에트로 델 폴라이우올로의 작품이다. 오페라 '사울과 다윗'의 스토리는 구약성서에 기록된 내용이 거의 전부이지만 다윗과 미갈의 사랑의 이야기는 창작이다. 칼 닐슨의 음악은 상당히 독립적인 것이다. 독립적이란 의미는 당시 유럽의 음악, 특히 오페라 음악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서 바그너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였다. 그러나 칼 닐센의 '사울과 다윗'은 바그너의 스타일과 테크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혹자는 '사울과 다윗'이 바그너리즘에 의존하지 않는 첫 오페라라고까지 말했다. 닐슨은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 테크닉을 사용하지 않았다. 성서 스토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합창은 오라토리오 스타일이다. 그래서 '사울과 다윗'은 오페라가 아니라 오라토리아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