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루이 페르디낭 에롤드의 '사제의 풀밭'(Le pré aux clercs)

정준극 2018. 8. 30. 18:01

사제의 풀밭(Le pré aux clercs) - 결투장소

루이 페르디낭 에롤드의 3막 오페라 코미크

원작은 프로스퍼 메르메의 '샤를르 9세의 연대기'


루이 페르디낭 에롤드

                           

'사제의 풀밭'은 19세기 프랑스의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인 루이 페르디낭 에롤드(Louis-Ferdinand Hérold: 1791-1833)의 3막 오페라 코미크이다. 오페라의 장르가 오페라 코미크라고 해서 반드시 코미디 오페라라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 코미크 스타일의 오페라라는 뜻이다. 대본은 보통 외진 드 플라나르(Eugéne de Planard: 1783-1853)라고 부르는 프랑수아 앙투안 외진 드 플라나르가 프로스퍼 메리메(Prosper Mérimée)의 1829년 작품인 '샤를르 9세 시기의 '(Chronique du temps de Charles IX)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샤를르 9세는 저 유명한 메디치의 카테리나와 발루아 왕조의 앙리 2세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이다. 형인 프랑시스 2세가 후사가 없이 세상을 떠나자 1560년에 10살의 나이로 프랑스 왕이 되었고 그의 어머니인 메디치의 카테리나가 섭정이 되었다. 샤를르 9세와 카테리나의 치세 중에 위그노를 핍박한 역사적인 '성바르톨로뮤의 학살' 사건이 벌어진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오페라 '서기의 풀밭'도 실은 '성바르톨로뮤의 학살'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다. 마이에르베르의 '위그노'와 마찬가지로 가톨릭과 개신교(위그노)간의 갈등과 긴장이 주제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마르고 왕비라고 더 잘 알려진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가 교묘하게 처리한 로맨틱한 모험이다. 클라이막스는 '서기의 풀밭'이라고 부르는 장소에서 벌어진 결투 장면이다.


'사제의 풀밭'에서 파티 장면


사실 Le pré aux clercs라는 프랑스어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어려웠다. 글자 그대로라면 '사제의 풀밭' 또는 '서기의 초원'이다. 그런데 Clercs(클레르)라는 단어의 뜻이 애매하다. 사제라는 뜻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교회 일을 돌보는 집사를 클레르라고 부른다. 그런가하면 회사의 사무원, 은행의 은행원, 일반 공무원 특히 법원이나 등기사무소의 서기도 클레르라고 부른다. 아마도 Le pré aux clercs라는 타이틀에서의 clercs는 교회의 집사 또는 서기를 말하는 것같지만 편의상 사제라고 번역한다. 분명한 것은 에롤드의 오페라에서 Le pré aux clercs는 지명이라는 것이다. 파리의 루브르 궁전 건너편에 있는 넓은 공원과 같은 풀밭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러 나오는 곳이다. 오래된 나무도 많이 있는 공원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 장소는 비교적 한적하기 때문에 종종 결투를 약속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그래서 '프레 오 클레르'에서 만나자'라고 말하면 결투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세월이 흘러 지금은 넓은 풀밭과 오래된 나무들은 사라지고 대신 그 위치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건물 중에는 Le pré aux clercs라는 카페-레스토랑이 있어서 옛날에 이곳에 결투장소로 유명한 '사제의 풀밭'이 있었음을 회상케 해 주고 있다.  


프레 오 클레르에서의 결투 장면


에롤드는 오페라 22편,발레 6편을 남긴 작곡가이다. '사제의 풀밭'은 '루도비크'(Ludovic), '창파'(Zampa)와 함께 에롤드의 대표작이다. 발레로서 많은 인기를 차지한 작품은 '고집쟁이 딸'(Fille mal gardée), 그리고 '몽유병자'(La sonnambula)이다. 사족이지만 '몽유병자'는 같은 제목으로 훗날 빈첸조 벨리니가 오페라를 만들어서 오늘날 불후의 명작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제의 풀밭'은 에롤드의 마지막 작품이다. 초연은 1832년 12월 15일이었다. 에롤드는 그로부터 한달 쯤 지나서 해를 넘기어 1833년 1월 19일에 폐결핵이 악화되어서 42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제의 풀밭'은 오페라 코미크에서 대인기리에 연속 공연되었다. 음악은 매우 경쾌하고 새로운 감각의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그리고 노래들은 로시니와 같은 앙상블이어서 재미를 더하게 해준다. 음악용어로 브라부라(Bravura)라는 것이 있는데 웅장하면서도 화려운 연주를 말한다. '사제의 풀밭'에 나오는 노래들이 바로 브라부라 스타일이다. 또한 음악은 각 개인의 성격에 맞게 표현되어 있다. 아무튼 스토리도 재미나고 음악도 재미난 작품이다.


Le pré aux clercs CD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이후에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말썽도 있었다. 초연에서 이사벨의 역할은 당대의 소프라노인 마담 키시미르(Madame Casimir)가 맡았다. 그런데 두번째 공연부터는 출연을 거부했다. 아마도 출연료를 더 요구했지만 들어 줄수 없다는 대답을 받았기 때문인듯 싶다. 오페라 코미크는 에롤드와 의논해서 마드무아델 도러스(Mlle Dorus)를 대역으로 삼기로 했다. 마드무아젤 도러스는 단 5일간의 리허설 후에 이사벨을 불러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담 카시미르의 소동은 에롤드에게 심적인 타격을 주어서 결국 초연으로부터 5주 후에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기의 풀밭'은 1871년까지 거의 40년 동안 약 1천회의 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1949년까지는 오페라 코미크에서만 1천 6백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최근의 리바이발은 2015년 3월 오페라 코미크에서였다. 웩스포드 페스티발 오페라와 공동으로 공연한 것이었다. 2015년 4월에는 리스본의 굴벤키안 재단 대강당에서 공연되었다. 이 두 공연은 모두 CD로 만들어져 발매되었다. '서기의 풀밭'은 1840년 오페라 코미크의 주공연장인 살르 화바르의 개관기념작품으로 공연되었다.


오페라 코미크의 살르 화바르의 위용


주요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Marguerie de Valois: S). 발루아는 프랑스의 왕조. 나비레의 앙리 4세의 왕비, 프랑스 왕 앙리 3세의 여동생

- 이사벨 몽탈(Isabelle Montal: S). 베아르네스 백작부인. (베아르네스는 프랑스의 지방 이름)

- 니세트(Nicette: S). 지로와 약혼한 여인

- 지로(Girot: Bar).프레 오 클레르 여관의 주인

- 바롱 드 므르지(Baron de Mergy: T). 므르지 남작

- 콩트 드 코밍즈(Comte de Comminges: T). 코밍즈 백작

- 칸타렐리(Cantarelli: T)

이밖에 형사, 세명의 궁수, 장교가 등장하며 경비병, 장교들, 경기병들, 궁신들, 궁수들, 가면무도회 참가자들, 백성들, 댄서들이 등장하는 대규모이다.


결혼을 앞둔 니세트와 지로


주무대는 파리의 팔레 뒤 루브르(Palais du Louvre: 루브르 궁전)과 파리 근교의 에탕프(Etampes)이다. 또한 루브르 건너편의 넓은 풀밭인 '사제의 풀밭'(프레 오 클레르)도 무대이다. 시기는 1572년 어느때이다. 역사적으로 이 해의 8월 18일에 프랑스 발루아 왕조의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Marguerie de Valois: 1553-1615) 공주와 나바레의 왕인 앙리 4세의 결혼식이 파리에서 거행되었으며 며칠 후인 8월 23-24일부터는 저 유명한 성바르톨로뮤 축일의 대학살(St Bartholmew Day's Massacre)이 일어났다. 주인공인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의 어머니는 카테리나 섭정이며 바로 위의 오빠가 앙리 3세 국왕이고 그리고 언니가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이다.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는 스페인의 필립 2세가 상처하자 스페인과 프랑스간의 평화협정에 의해 필립 2세와 결혼한 사람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스'에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왕비가 바로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이다. 스페인의 필립 2세와 결혼한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는 첫 아기를 출산 중에 산고로 세상을 떠났다. 카테리나 섭정은 스페인과의 평화를 위해 마르게리트를 필립 2세와 결혼시키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에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는 나바레 왕국의 앙리 3세와 결혼하였다. 그런데 앙리 3세는 개신교(위그노)였다. 훗날 앙리 3세는 프랑스에 적법한 왕위 계승자가 없자 마르게리트의 남편이며 그 또한 프랑스의 왕족 출신이므로 프랑스의 왕이 되었다. 이에 따라 마르게리트는 나바레의 왕비이면서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다. 카테리나 섭정과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에 대한 이야기는 본 블로그의 '메디치의 카테리나'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비교적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


[1막] 파리 근교에 있는 에탕프 마을이다. 니세트의 여관에서는 니세트와 지로의 결혼식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신랑이 되는 지로는 파리에서 유명한 결투 장소이며 연인들의 랑데부 장소인 프레 오 클레르(서기의 풀밭)의 호스트이다. (솔직히 말해서 자료에는 지로가 프레 오 클레르의 호스트라고 되어 있는데 호스트가 어떤 직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니세트의 대모가 마르게리트이다. 마르게리트는 나바레 왕국의 앙리 4세의 왕비이며 프랑스의 앙리 3세의 여동생이다. 마르게리트는 프랑스와 나바레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녀인 이사벨 백작부인과 함께 나바레로 돌아가지 못하고 루브르 궁전에 인질로 잡혀 있는 형편이다. 그러자 나바레의 앙리 4세는 마르가레트 왕비와 이사벨 백작부인을 데려오기 위해 젊은 베아르네스 귀족인 므르지 남작을 사절로서 파리로 보낸다. 므르지 남작은 날이 저물 때쯤에 파리 근교의 에땅프에 도착한다. 므르지 남작은 이곳에서 이탈리아인인 칸타렐리를 만난다. 칸타렐리는 왕실의 축제들을 감독하는 사람이며 또한 이사벨에게 프랑스 왕실의 예법을 가르치는 개인교사이기도 하다. 칸타렐리는 므르지에게 이사벨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등 소식을 전해준다. 거친 검객으로 유명한 코밍즈 백작이 에땅프에 도착한다. 프랑스군의 대령으로 왕실에 충성인 사람이다. 코밍즈 백작은 왕실 사냥에 함께 왔지만 일행과 떨어져 있는 바람에 화가 나 있었다. 그런데 에땅프로 오기 전에 어떤 젊은이가 겁도 없이 결투를 신청하는 바람에 결투를 하여 그 젊은이를 죽인바 있다.


니세트와 지로의 행복한 한때


잠시후에 마르게리트가 이사벨과 함께 니세트를 만나러 에땅프에 도착한다. 이들은 왕실 사냥에 참가했다고 오는 길이다. 마르게리트는 이사벨이 어쩐 일인지 행복해하지 않고 있다면서 걱정한다. 이사벨은 최근에 어떤 신사가 청혼하였지만 거절한바 있다. 이사벨은 마르게리트에게 나바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며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마르게리트는 이사벨에게 코밍즈 백작과을 결혼을 주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준다. 그런데 실은 므르지 남작과 이사벨이 벌써부터 사랑하는 사이이다. 이사벨은 마르게리트가 코밍즈 백작과의 결혼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자 당황한다. 모두 퇴장하고 이사벨만 남아 있을 때에 므르지가 나타난다. 두 연인은 포옹하며 그동안 그리웠던 마음을 표현한다. 코밍즈가 두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의심을 한다. 이사벨이 코밍즈에게 '이 분은 앙리 4세의 사절로 오신 분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코밍즈는 그제서야 의심을 조금 푸는 모습이다. 마르게리트는 니세트에게 루브르 궁전에 들려달라고 말한다. 결혼지참금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프레 오 클레르에서 마르게리트와 이사벨, 코밍즈와 므르지


[2막] 이사벨이 므르지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노래한다(Jours de mon enfance). 대단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아리아이다. 그러나 고도의 콜로라투라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아리아이다. 마르게리트는 니세트와 칸타렐리와 모의하여서 이사벨과 므르지를 비밀리에 결혼시키고 이들을 나바레로 가도록 추진키로 한다. 결혼식은 프레 오 클레르의 교회에서 갖도록 하며 이때 니세트와 지로의 결혼식도 함께 갖기로 한다. 칸타렐리는 마르게리트의 계획을 돕지 않을수 없다. 왜냐하면 마르게리트가 칸타렐리의 약점을 잡고 있는 어떤 서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칸타렐리가 왕궁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릴 때에 므르지를 마르게리트의 방으로 몰래 데려오면 마르게리트가 므르지를 데리고 에땅프의 교회로 간다는 작전이다. 그런데 코밍즈는 아무래도 칸타렐리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서 무도회가 열리기 전에 칸타렐리를 만나서 이사벨을 자기로부터 떨어지게 하려는 어떠한 수상한 짓이라도 한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칸타렐리는 지금 진행중인 계획은 마르게리트와 므르지를 엮어 주려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코밍즈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중에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사벨이 마르게리트와 함께 떠나는 것을 거부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사벨은 코밍즈와 결혼해야 하며 나바레에서 온 므르즈는 당장 나바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밍즈가 므르지에게 마르게리트를 만나서 이사벨과 자기의 결혼을 확인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자 므르즈는 단번에 그같은 부탁을 거절한다. 그러면서 므르지는 이사벨을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코밍즈에게 다음날 새벽에 프레 오 클레르에서 결투를 하자고 신청한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걱정한다. 왜냐하면 코밍즈로 말하자면 결투에에서 진 일이 없는 검객이기 때문이다. 막니 내리기 전에 니세트가 나타나서 므르즈에게 마르게리트는 니세트와 지로는 물론, 이사벨과 므르즈를 결혼시키려는 계획에는 절대로 변함이 없다는 말을 전한다. 그것으로 그나마 한가닥 희망이 생긴다.

                  

[3막] 니세트와 지로의 결혼 축하 파티가 한창인 가운데 교회에서는 이사벨과 므르지의 결혼이 남모르게 거행된다. 칸타렐리가 두 사람이 프랑스를 무사히 떠날수 있는 여권을 만들어서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코밍즈와 므르지의 결투에서 심판을 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떠난다. 프레 오 클레르 결투장소이다. 코밍즈는 므르즈와 결투를 하면서 므르즈가 랑하는 사람이 마르게리트가 아니라 이사벨인 것을 알게 된다. 코밍즈를 더욱 분노케 만든 것은 이사벨과 므르즈가 이미 에땅프 교회에서 비밀리에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다. 정신적으로 혼란해진 코밍즈가 결투에서 쓰러진다. 사람들이 코밍지의 시체를 보트에 태워서 샤이요(Chaillot)의 수도승들에게 보낸다. 칸타렐리가 에땅프로 돌아와서 결투의 결과를 알려준다. 보트가 강위로 흘러 내려갈 때에 사람들은 므르지가 죽은 줄로 안다. 그러나 므르지가 살아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축하 잔치가 더욱 흥겹게 진행된다. 그 사이에 이사벨과 므르지는 칸타렐리의 가이드로 나바레로 떠난다. 니세트와 지로도 행복하다.


행복한 니세트


 




é è ó á â 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