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프레데릭 들리우스의 '코앙가'(Koanga)

정준극 2018. 8. 30. 11:37

코앙가(Koanga)

프레데릭 들리우스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는 2막 오페라

미국 흑인 노예의 고통과 비애를 그린 작품


프레데릭 들리우스. 1908년


프레데릭 들리우스(Frederick Delius: 1862-1934)는 특이한 삶은 산 작곡가이다. 프레데릭의 부모는 독일 베스트팔리아에서 살다가 영국으로 건너와서 양모장사를 했고 나중에는 영국으로 귀화한 사람들이다. 프레데릭의 선조들은 실은 네덜란드에서 독일로 온 사람들이다. 프레데릭은 잉글랜드의 브래드포드에서 태어났다. 그러므로 프레데릭은 영국인이지만 독일계이다. 그래서 이름도 40세가 될때까지 독일식으로 프리츠(Fritz)라고 했다. 프레데릭의 아버지는 아들 프레데릭에게 장사를 하라고 강요했다. 브래드포드에는 플로리다의 부동산을 관장하는 대회사의 지점이 있었다. 프레데릭은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회사에 자주 들린 일이 있다. 프레데릭은 장사를 배우라는 아버지의 성화를 피해서였는지, 또는 정말로 장사를 배우기 위해서였는지 아무튼 영국을 떠나 플로리다로 가기로 결심했다. 프레데릭이 간 곳은 플로리다의 세인트 존스 강변에 있는 솔라노 그로우브라는 것에 있는 오렌지 농장이었다. 


감시받고 있는 흑인 노예들. 웩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발에서


프레데릭은 플로리다의 오렌지 농장에서 1884년부터 2년 동안 있다가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후 독일에 가서 음악공부를 본격적으로 했고 다시 프랑스로 가서 작곡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들리우스는 무대를 위한 작품을 9편이나 작곡했다. 그 중에는 극음악이 3편이며 리릭 드라마라고 부른 작품들이 4편이고 나머지 2편만이 오페라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코앙가'는 리릭 드라마에 속한다. 리릭 드라마는 서정적인 드라마라고 번역할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노래가 있는 연극, 다시 말해서 오페라라고 번역할수 있다. '코앙가'는 가장 노력을 퍼부은 작품이다. 대본을 그야말로 여러번이나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작품이다. 그래서 최종 버전은 들리우스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1년 후에 출판되었다. 들리우스의 대표적인 리릭 드라마는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A Village  of Romeo and Juliet)이다.


노예들은 고통스러운 생활이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기쁨 속에서 고통을 이겨내며 지낸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오페라 '코앙가'는 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에서 멜로디의 소재를 아프리카-어메리카 음악에 바탕을 둔 첫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댄스와 합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코앙가'는 프레데릭이 흑인 노예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플로리다의 오렌지 농장에서 지낼 때였다. 그러다가 뉴올리언스 출신의 작가인 조지 워싱턴 케이블(George Washington Cable: 1844-1925)의 소설 '그랜드심스: 크리올의 생애 이야기'(The Grandissimes: A Story of Creole Life)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으며 또한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키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오페라 '코앙가'이다. 어메리카에서의 흑인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로는 들리우스의 '코앙가'가 처음일 것이다. 그후에는 2005년에 미국의 리챠드 다니엘푸어가 작곡한 '마가렛 가너'(Margaret Garner)가 있다. 그랜디심스(또는 그랑디생)는 플로리다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프랑스 명문가를 말한다. 크리올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이주한 프랑스인들의 자손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예들의 생활


'코앙가'의 바탕이 된 조지 워싱턴 케이블의 소설 '그랜드심스: 크리올의 생애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소개코자한다. 오노레 그랑디생(Honore Grandissimes)은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프랑스계 크리올 집안의 가장이다. 어느날 오노레 그랑디생은 조셉 프로벤펠트(Joseph Frowenfeld)의 집을 방문한다. 프로벤펠트의 가족 중에서 몇명이 황열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문상차 방문한 것이다. 프로벤펠트는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인간이 어찌하여 인간을 동물처럼 노예로 부리느냐는 항변이다.그랑디생은 프로벤펠트에게 뉴올리언스의 사회 시스팀이 그러하니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랑디생은 플로리다에는 세개의 인종 그룹이 있는데 프랑스계 상류층, 영국 및 기타 출신의 중류층,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층이라고 설명한다.  그랑디생은 만일 노예제도를 폐지한다면 농장들을 운영할수 없게 되며 그러면 당국의 주요 세원이 대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랑디생의 삼촌인 아그리콜라 휘실리에(Agricola Fusilier)가 두 사람의 논쟁에 끼어든다. 휘실리에는 노예제도를 계속해야 그나마 지금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수 있다고 말한다. 며칠이 지나서 오노레 그랑디생과 그의 이복 동생으로 이름이 똑같은 오노레 그랑디생 두 사람은 비즈니스를 하러 함께 길을 떠난다. 오노레 그랑디생은 오로라 난카누라는 여인을 비밀스럽게 사랑하고 있다. 오로라 난카누는 얼마전에 오노레 그랑디생의 삼촌인 휘실리에가 죽였기 때문에 미망인이 된 여인이다. 오로라 난카누에게는 하녀로 팔미르(또는 팔미라)라는 흑인 노예가 있다. 팔미르는 역시 노예인 브라 쿠페와 약혼한 사이이다. 브라 쿠페는 백인 관리인이 지나치게 학대하고 팔미르까지 넘보는 바람에 분을 참지 못하여 관리인에게 대든다. 그러자 휘실리에를 포함한 크리올 귀족들이 늪지대로 도망간 브라 쿠페를 생포하여 말할수 없는 린치를 가한다. 그 모습을 보고 오노레 그랑디생이 브라 쿠페를 도와주고자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찌할수 없다. 당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감독관인 페레스가 노예들에게 계속 일을 시키고 있다.


'코앙가'는 1899년 3월, 파리에 있는 아델라 매디슨(Adela Maddision)의 집에서 비공식적으로 처음 공연되었다. 아델라 매디슨은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여류 작곡가이다. 가브리엘 포레가 등장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출연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는 지체 높은 귀족으로 작곡가인 에드몽 드 폴리냑 공자와 그의 미국인 부인으로 유명한 소프라노인 드 폴리냑 공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중에 여유가 있으면 에드몽 드 폴리냑 공자 부부에 대하여도 어떤 사람들인지 소개코자 하며 여기서는 일단 생략한다. 그해 5월에는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홀에서 발췌곡이 연주되었다. 처음으로 일반 공연은 1904년 3월에 독일 엘버펠트()의 슈타트테아터(시립극장)에서였다. 독일어 대본이었다. 들리우스의 부인인 옐카 들리우스(Jelka Delius)가 독일어로 번역했다. 옐카는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의 독일인 가정에서 태어난 화가이다. 옐카는 남편 프레데릭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35년에 역시 세상을 떠났다. 영국에서 '코앙가'의 정식 공연은 옐카가 세상을 떠난지 불과 몇달 후인 1935년 9월, 코벤크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였다. 토마스 비첨 경이 지휘한 공연이었다. 영국 초연에서는 바리톤 존 브라운리(John Brownlee)가 타이틀 롤을 맡았고 리투아니아 출신의 소프라노인 오다 슬로보드스카야(Oda Slobodskaya)가 팔미라의 역할을 맡았다. 그후의 리바이발은 1972년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캄댄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공연된 것이었다. 챨스 그로우브스(Charles Gorves)의 지휘였다. '코앙가'의 미국 초연은 1971년초 워싱턴오페라협희가 무대에 올린 것이다. 미국에서 처음 공연된 들리우스의 오페라였다. '코앙가'에서 가장 유명한 멜로디는 '라 칼린다'(La Calinda)이다. '라 칼린다'는 들리우스의 오페라 음악 중에서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가는 길'(The Walks to the Paradise Garden)과 함께 가장 유명한 음악이다. 오늘날 유감스럽게도 오페라 '코앙가'는 거의 공연되고 있지 않지만 라 칼린다는 오늘날에도 콘서트의 주요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감독관인 페레스가 예쁘게 생긴 팔미라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팔미라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코앙가(Koanga: Bar). 아프리카의 왕자이며 부두(Voodoo)의 사제

- 팔미라(Palmyra: S). 물라토(백인과 흑인과의 혼혈아). 오로라의 하녀. 클로틸다의 이복 동생

- 돈 호세 마르니테스(Don José Martinez: B). 농장주

- 시몬 페레스(Simon Perez: T). 돈 호세 농장의 감독자

- 클로틸다(Clotilda: A). 돈 호세 마르니테스의 부인

- 랑완(Rangwan: B). 부두 사제 중의 한 사람

- 옹켈 조(Onkel Joe: B). 늙은 노예

- 르네(Reneé), 엘렌(Héléne), 잔느(Jeanne), 마리(Marie). 농장주의 딸들(S)

- 오로르(Aurore), 호르텐스(Hortense), 올리브(Olive), 폴레트(Paulette). 농장주의 딸들(A)

- 니그로 1(Negro: T), 니그로 2(Negro: Bar)

이밖에 흑인 노예들로 구성된 합창단, 댄서들, 하인들이 등장한다.


새로 코앙가가 노예로 잡혀온다.


장소는 루이지애너 주 미시시피강을 끼고 있는 농장이며 시기는 18세기 후반이다. [프롤로그] 늙은 흑인 노예인 엉클 조는 농장의 딸들이 코앙가와 팔리라에 대한 얘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1막] 농장주 돈 호세 마르티네스의 부인인 클로틸다의 시녀인 팔미라는 농장 감독관으로 밭에서 노예들에게 일을 시키고 있는 시몬 페레스를 지켜보고 있다. 팔미라는 예쁘게 생긴 혼혈이다. 그런데 농장주인 클로틸다의 이복 동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팔미라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다. 농장 감독관인 페레스는 정부터 예쁜 팔미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마침내 어느날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한다. 팔미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은근히 페레스의 모습을 지울수가 없다. 하지만 팔미라는 사랑은 감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농장주인 마르티네스가 새로운 노예 한 사람을 데리고 도착한다. 코앙가라는 이름의 새로운 노예는 아프리카의 왕국에서 왕자였으나 노예상인들에게 잡혀서 이곳까지 끌려온 것이다. 코앙가는 그가 믿는 신들에게 복수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믿었던 동료들로부터 배반을 당해서 노예로 팔려왔기 때문이다. 주인인 마르티네스는 코앙가를 노예 감독관인 페레스에게 맡긴다. 페레스는 '이 녀석은 노예로 살기 보다는 죽음을 택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주인인 마르티네스는 팔미라를 이용한다면 코앙가의 센티멘탈한 심정을 변하게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코앙가가 예쁜 팔미라와 지내다 보면 마음이 바뀔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코앙가와 팔미라가 서로 인사를 나눈다. 과연, 서로 마음이 끌린다. 감독관인 페레스의 마음 속에서는 질투와 분노의 불길이 타오른다. 이런 모습들을 지켜본 클로틸다는 어쩐 일인지 마음이 섬뜩한 느낌을 갖는다. 팔미라가 이복 동생이기 때문이다.


페레스가 팔미라에게 접근한다.


[2막] 코앙가와 팔미라의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 클로틸다는 감독관인 페레스를 불러 어떻게 해서라도 이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페레스가 팔미라를 은밀하게 불러서 팔미라의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다. 농장주인 마르티네스와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팔미라는 그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코앙가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잠시후 결혼식이 막 시작되려는데 페레스가 팔미라를 아무도 모르게 납치한다. 코앙가는 이것이 주인인 마르티네스의 소행이라고 믿어서 마르티네스에게 항의하며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흑인 노예가 백인들에게 반항한다는 것은 성공할수 없는 일이다. 코앙가는 잡혀서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미시시피강의 늪지대로 도망간다. 코앙가는 부두의 사제로서 마법의 힘을 빌려 메르티네스 농장에 역병이 돌도록 한다. 그러나 코앙가는 농장의 어디엔가에 붙잡혀 있는 팔미라도 역병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환상을 본다. 코앙가는 팔미라를 위해 다시 농장으로 돌아간다. 코앙가는 농장의 한 헛간에서 페레스가 팔미라를 겁탈하려는 모습을 본다. 코앙가는 페레스를 죽인다. 코앙가는 곧이어 추격해온 백인들에게 붙잡혀서 모진 린치를 당하다가 마침내 죽임을 당한다. 절망하고 애통하는 팔미라도 이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에필로그] 농장의 딸들은 엉클 조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해가 떠오른다.


노예들에게는 죽음이 곧 영원한 평안을 얻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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