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지미 로페스의 '벨 칸토' - 204

정준극 2019. 6. 20. 11:25

벨 칸토(Bel Canto)

지미 로페스의 2막 오페라 - 앤 패체트의 동명 소설 바탕


리마 출신의 작곡가 지미 로페스


1996년 12월 7일, 페루의 리마에 있는 부통령 관저에서 페루 정부의 고관들과 각국 외교 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회가 열렸다. 그때 갑자기 일단의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대사관에 난입하여 연회에 참석한 인사들과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삼았다. 이들의 인질 난동은 무려 126일이나 계속되었다. 미국의 여류 작가로서 PEN/포크너상, 픽션 부문 오렌지상 등을 받은 앤 패체트(Ann Patchett: 1963-)가 2001년에 이 테러사건을 소설로 엮어 발표했고 그 소설을 바탕으로 페루 출신의 신예 작곡가인 지미 로페스(Jimmy Lopez: 1978-)가 2막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리마에서 태어난 지미 로페스는 실내악, 독주곡, 기악곡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작곡했으나 오페라는 '벨 칸토'가 아직까지 유일하다. 오페라 대본은 쿠바계 미국 극작가인 닐로 크루스(Nilo Cruz: 1960-)가 맡았다. 닐로 크루스는 2003년에 희곡 '열대의 안나'(Anna in the Tropics)로 드라마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라틴계 인물로서는 최초의 퓰리처 드라마상 수상자이다. 대본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되어 있지만 노래들은 스페인어, 일본어, 러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잉카족이 사용한 언어인 퀘추아(Quechua)어 가사로 되어 있어서 흥미를 더 해준다. 타이틀인 '벨 칸토'는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이다.


'벨 칸토'의 무대. 페루 부통령 저택에서 테러리스트의 난입후의 장면


이 오페라는 시카고 리릭 오페라가 르네 플레밍 사업(Renee Fleming Initiative)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미국의 정상급 소프라노인 르네 플레밍은 2010년에 시카고 리릭 오페라로서는 최초의 창작 콘설탄트(Creative Consultant)로 임명된 이래 유능한 작곡가들의 현대오페라 작곡을 고취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사업의 첫번째가 지미 로페스의 '벨 칸토'였다. '벨 칸토'는 2015년 12월 7일, 페루 부통령 관저에서의 테러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날을 기념하여 시카로 리릭 오페라에 속한 시빅 오페라 하우스(Civic Opera House)의 아디스 크레이니크 극장(Ardis Krainik Theater)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초연에서 프리마 돈나인 록사느 코스(Roxane Coss)의 이미지는 호주 출신의 미국 소프라노인 다니엘르 드 니스(Danielle de Niese)가 창조하였다. 한편, 남자 주인공인 호소카와의 역할은 한국 출신의 베이스 바리톤인 차정철이 맡아서 호평을 받았다. '벨 칸토'는 초연을 가지기 전인 2014년 7월에 작곡자 지미 로페스, 대본을 맡은 닐로 크루스, 감독인 케빈 뉴베리, 지휘자 앤드류 데이비스 경, 그리고 창작 콘설탄트인 르네 플레밍 등 관련자 들이 여러차례에 걸친 워크샵을 가져 수정되었다. 그리고 2014년 12월에는 출연자인 다니엘르 드 니스(Danielle de Niese)와 차정철(Jeongcheol Cha), 피아니스트인 아담 닐센이 참여하는 마지막 워크샵을 가졌고 워크샵에서의 여러 논의사항들을 참고하여 2015년 7월부터 리허설에 들어갔다. 2015년 12월의 초연은 이 오페라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3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시카로 리릭 오페라는 '벨 칸토'를 6회 공연하였으며 마지막 공연은 PBS가 녹화하여 2016년에 전국에 방영하였다.


인질들의 모습. 알프레도 장군과 록사느 코스와 와타나베.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시기는 1996년이며 장소는 페루의 리마에 있는 페루 부통령의 관저이다.


- 록사느 코스(Rosane Coss: S). 미국의 오페라 디바

- 카르멘(Carmen: Ms). 테러리스트에 속해 있는 젊은 여군

- 카추미 호소카와(Katsumi Hosokawa: B-Bar). 일본의 전자기업 총수

- 겐 와타나베(Gen Watanabe: T). 와타나베 총수를 위한 통역

- 알프레도 장군(General Alfredo: T). 테러리스트들의 리더. 장군

- 벤자민 장군(General Benjamin: B). 테러리스트들의 또 다른 리더. 장군

- 요아힘 메스너(Joachim Messner: Bar). 적십자 사절

- 루벤 이글레시아스(Ruben Igleasis: T). 페루 부통령

- 빅토르 표도로프(Victor Fyodorov: B). 러시아 인질

- 크리스토프(Christpf: T). 록사느 코스의 피아노 반주자

- 시몽 티보(Simon Thibault: Bar). 페루주재 프랑스 대사

- 에디스 티보(Edith Thibault: Ms). 프랑스 대사의 부인

- 아르구에다스 신부(Father Arguedas: Bar). 인질로 잡힌 신부.

- 이스마엘(Ismael: T). 어린 테러리스트 군인. 부통령이 그를 귀여워하여 양자로 삼을 생각도 한다.

- 세자르(Cesar: Countertenor). 테러리스트 군인. 노래에 재능이 있어서 록사느가 개인 레슨을 자청한다.

- 베아트리츠(Beatriz: S). 테러리스트 군인


관저의 홀에서 군인들이 축구를 한다.


[1막] 1장. 페루 부통령인 루벤 이글레시아스의 관저에 외교사절들, 정부 고관들, 대기업 총수들이 모였다. 일본의 막강한 전자회사의 총수인 카추미 호소카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다. 호소카와는 페루에 대규모의 전자공장을 건설한 계획이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페루 경제에 막대한 효과를 주게 된다. 호소카와가 도착하여 페루 부통령과 인사를 나눈다. 겐 와타나베가 통역한다. 잠시후 홀에서는 세계적 수퍼스타인 소프라노 록사느 코스의 연주가 진행된다. 호소카와는 오페라 광팬이며 록사느 코스는 그가 가장 애호하는 소프라노이다. 그래서 이날의 생일 파티를 위해 록사느 코스를 일부러 초청하여 노래를 부르도록 한 것이다. 록사느 코스는 이날의 행사를 위해 특별히 작곡된 노래를 부른다. 모두들 록사느 코스의 우아한 자태와 감미로운 음성에 감탄하는 모습이다. 록사느 코스의 노래가 한창일 때에 갑자기 밖에서 폭발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일단의 테러리스트들이 홀 안으로 난입하여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서성이는 모두에게 바닥에 엎드리라고 명령한다. 부통령은 핸드폰으로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려고 시도했지만 테러리스트들에게 발각되어서 핸도폰을 빼앗기고 몹시 구타 당한다. 테러리스트들을 이끄는 벤자민 장군과 알프레도 장군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요구한다. 이들은 대통령도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부통령이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에 머물면서 TV의 연속 드라마를 보고 계시며 이곳에는 계시지 않다고 설명한다. 테러리스트들의 원래 목적은 페루 대통령을 인질로 삼는 것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은 그러한 원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파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제로부터 그대들은 투파크 아마루 혁명운동(Tupac Amaru Revolutionary Movement)의 소관이므로 무조건 명령을 들을 것을 강요한다. 창문 밖을 통해서는 서치 라이트가 움직이며 사이렌 소리와 헬리콥터의 굉음이 들린다. 테러가 이미 당국에 알려진 모양이다. (투파크 아마루는 18세기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침략하여 정복할 때에 이에 맞서 잉카인들의 항쟁을 이끈 인물이다. 그의 항쟁은 실패하여 처형당했으니 이후 그의 투쟁은 페루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나아가 남미 토착민들의 권리쟁취를 위한 투쟁에 영감을 주었다.]


페루 부통령 관저에 난입한 테러리스트들


2장. 다음날 아침이다. 홀의 마루바닥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운 인질들은 밖에서 스피커로 인질들을 풀어주라는 소리에 선잠들을 깬다. 호소카와는 와타나베에게 밖에서 나는 소리가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적십자 사절인 요아힘 메스너가 도착한다. 테러리스트들은 마지못해 그를 관저 안으로 들여보낸다. 부통령과 다른 모든 인질들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적십자 대표인 메스너의 말을 들어서 인질들을 어서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테러리스트들은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백성들에게 좀 더 나은 생활을 약속할 것과 현재 수감되어 있는 그들의 동지들을 석방할 것을 방송을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적십자의 요구를 수용하여서 부상당한 사람들, 노약자, 허약자들을 석방키로 약속한다. 록사느 코스의 피아노 반주자인 크리스토프는 매우 아픈 상태이지만 록사느 코스가 석방되지 않고 있으므로 그를 떠나지 않겠다면서 석방을 거부한다. 어떤 젊은 군인 한 명이 통역인 와타나베에게 흥미를 가진다. 동양인이 스페인어를 잘 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와타나베는 그 젊은 군인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 군인은 인질과 얘기를 나눈다는 것에 대하여 불안한 모습이다. 하지만 무언가 이 상황이 어서 종결되기를 바라는 눈치는 역력했다. 호소카와 총수는 그가 숭모하는 록사느 코스가 그의 일 때문에 이런 극심한 고통을 겪는 것에 대하여 심히 죄송스럽다며 사죄한다. 호소카와는 짧은 영어이지만 그래도 록사느 코스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호소카와는 록사느 코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고 와타나베는 젊은 군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로운 대화의 시작이다.


적십자의 메스너는 어떻게 해서라도 양측의 타협을 이끌어 내려한다.


3장. 어느덧 1주일이 지난다. 벤자민 장군은 벽에다가 작대기 하나를 더 긋는다. 매일을 체크하는 작대기이다. 마치 동굴 감방에 갇혀 있는 죄수가 날짜 지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바위에 작대기를 그어 가는 것과 같다. 벽 밖에는 어떤 생활이 진행되고 있을까? 인질들은 물론이고 테러리스트들도 벽 밖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적십자의 메스너가 관저 안으로 들어와서 테러리스트 장군들에게 제발 이상을 잠시 접어두고 실질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장군들은 그런 제안을 거부한다. 알프레도 장군은 두려운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듯 록사느 코스에게 총을 겨누고 노래를 부르라고 명령한다. 록사느의 노래는 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젊은 군인도 록사느의 노래에 매혹된다. 어느새 그가 쓴 모자 속에서 긴 머리칼이 흘러 내린다. 젊은 군인은 여자였다. 젊은 군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와타나베가 그의 머리칼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 알프레도 장군은 록사느에게 노래를 그치라고 명령한다. 더 이상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라는 생각에서이다.


알프레도 장군이 와타나베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적십자사의 메스너가 알프레도 장군에게 다시한번 무슨 임시조치라도 취해 달라고 간청하지만 장군은 정부당국을 통열히 비난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고수한다.그런 비난은 아마도 부하 군인들이 다른 생각을 품지 않게 하려는 의도인 듯싶다. 그러자 록사느를 비롯해서 호소카와와 와타나베, 그리고 심지어는 와타나베와 얘기를 나누고 호감을 가졌던 젊은 군인까지도 메스너의 입장을 지지하며 적어도 여자들만은 석방해야 하지 않느냐고 내세운다. 그러는 중에 알프레도는 젊은 군인의 이름을 무심코 부른다. 카르멘이다. 그러고보면 젊은 군인은 여자임이 분명했다. 잠시후 알프레도 장군은 뜻밖에도 힘들어 하고 있는 여자들이 측은하게 보였던지 여자들을 석방하라고 명령한다. 이어 그는 여자들과 함께 나이 많은 아르구에다스 신부도 나가도록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르구에다스 신부는 나머지 인질들과 함께 남아 있겠다고 주장한다. 여자들이 하나 둘씩 차례로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록사느가 나가려는데 알프레도 장군이 록사느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록사느를 여자들의 대열에서 떼어 놓는다. 록사느의 반주자인 크리스토프는 록사느만이 석방되지 못한 것을 보고 분격해서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알프레도 장군에게 죽일 듯이 대든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떤 군인이 장군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무조건 총을 쏘아 크리스토프를 죽인다. 장군은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자 당황하여서 총을 쏜 군인을 크게 질책한다. 그러면서 다시는 허락 없이 총질을 하지 말라고 엄격히 지시한다. 카르멘이 크리스토프의 죽음을 보고 쿠에추아 말로 기도를 드린다. 아르구에다스 신부는 라틴어로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한다. 인질들은 물론이고 인질들을 지키는 군인들도 너무나 뜻밖의 사태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말들을 하지 못한다. 이들은 이것이 페루의 슬픔이며 동시에 희망이라고 한마디씩 한다.


록사느의 피아노 반주자인 크리스토프는 록사느를 보호하려다가 오히려 죽임을 당한다.


[2막] 1장. 벤자민 장군이 벽에 또 한개의 막대기를 그린다. 어느덧 사건이 발생한지 두 주간이 지났다. 인진들과 그 인질들을 감시하고 있는 군인들은 어느새 일상생활에 익숙해 있다. 빨래를 널고, 신문을 읽고, 서로 얘기도 나눈다. 짙은 안개가 부통령 관저에 깔린다. 페루사람들이 라 가루아(la garua)라고 부르는 안개이다. 아르구에다스 신부는 라 가루아가 잉카제국 시절부터 신성한 방문자로서 숭배를 받아 왔다고 설명해 준다. 모두 엄숙한 심정으로 라 가루아 안개를 맞아들이는 태도이다. 그런 엄숙한 분위기는 군인들 몇 명이 홀 안에서 축구를 시작하는 바람에 깨진다. 록사느와 호소카와는 어느새 가까운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띠엄띠엄 대화를 나누지만 대화는 진지하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인질로 잡혀 있던 시간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의미없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또 하루가 지난다. 적십자사의 메스너가 생필품들을 가지고 다시 찾아온다. 메스너는 관저 안의 분위기가 사건이 일어난 직푸보다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호소카와 총수가 어떤 군인하고 체스를 두고 있다. 서슬이 퍼랬던 알프레도 장군은 신문에 자기들 기사가 난 것을 스크랩하고 있다. 록사느는 피아노에 앉아서 가볍게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인질문제에 대한 어떠한 진전도 없다. 시간만 흐른다. 관저 밖에서는 먼저 석방되어서 나갔던 여자들이 몰려와서 촛불을 켜고 성모에게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을 간절히 기도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카르멘도 기도를 드린다. 산타 로사 데 리마(Santa Rosa de Lima)에 대한 기도이다. 기도를 마친 카르멘은 와타나베를 보러 간다.


인질들에게 경고하는 알프레도 장군


또 하루가 지난다. 이번에는 호소카와 총수가 알프레도 장군과 체스를 둔다. 러시아 인질인 빅토르 표도로프가 와타나베의 통역으로 록사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호소카와 총수는 실은 자기도 록사느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벽에는 작대기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인질들은 서치라이트가 잠자는 시간에도 홀 안까지 환하게 비추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게다가 밖에서는 인질들을 석방하라는 메가폰 소리가 쉬임없이 들린다. 적십자의 메스너는 알프레도 장군에게 협상에 대한 아무런 진전도 없이 날짜만 지나간다면서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나 알프레도 장군은 성이 난듯 메스너의 뺨을 때린다. 호소카와가 그러지 말라고 끼어 들어서 중재한다. 메스너는 그가 중립적인 적십자 대표인 것을 강조하면서 따진다. 다음 날이다. 군인들인 이스마엘과 베아트리스와 세자르는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서 자기들의 임무가 과연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하여 논쟁을 벌인다. 뉴스에 의하면 정부는 테러범들과 절대로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자르는 다른 군인들과 떨어져 혼자 있으면서 정글에서 살던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자르는 또한 그에게 노래의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기뻐했던 때를 회상한다. 세자르는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소리를 록사느가 듣고 감미로운 음성에 이끌린다. 세자르는 수퍼스타인 록사느가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을 알고 당황하여서 얼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문쪽으로 뛰어간다. 세자르가 문을 열자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안개(라 가루아)가 걷힌 것이다.



2장. 그러기를 한달이 지난다. 적십자의 메스너가 생필품들과 새로 옷가지들을 챙겨서 들어온다. 몹씨 지쳐있는 모습이다. 알프레도 장군과 벤자민 장군, 그리고 어떤 군인이 빅토르 표도로프와 함께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아르구에다스 신부는 인질들에게 나누어줄 빵을 자르고 있다. 부통령은 군복 상의를 수선하고 있다. 베아트리스는 그의 소총을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평화스런 일상의 모습이다. 한편, 록사느는 세자르에게 성악 레슨을 하고 있다. 와타나베가 통역으로 수고하고 있고 호소카와는 그런 레슨 모습을 물끄럼히 바라보고 있다. 적심자의 메스너는 인질들이 도대체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를 모르는 듯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한다. 메스너는 사람들에게 무감각해지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당국이 시한을 정해놓고 사태를 정리하고자 하니 긴장해 있으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메스너의 호소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 메스너는 이번에는 장군들에게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어서 인질사태를 끝내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다. 메스너는 지친 나머지 그 자리에 쓰러진다. 군인들이 그를 조심스럽게 침대로 옮겨서 보살펴준다. 아르구에다스 신부가 모두에게 모여서 기도하자고 말한다. 인질들이나 군인들이나 모두 모여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른다. 그날밤, 록사느는 호소카와의 마음을 받아들였는지 그의 팔에 안겨 있다. 와타나베와 카르멘은 주방 옆에 있는 창고방에서 서로를 포옹하고 있다.


와타나베와 카르멘.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덧 사랑이.


3장. 아침이다. 아르구에다스 신부와 부통령이 커피를 준비해서 인질들에게 서브하고 있다. 하룻밤을 인질들과 함께 보낸 메스너는 록사느에게 이제 남은 것은 기적뿐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양측이 모두 타협을 모르고 팽팽하게 자기들의 주장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프레도 장군은 인질들에게 홀 안의 바닥을 정리하라고 지시한다. 부하 군인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서란다. 그러자 록사느가 장군에게 지금은 세자르의 레슨 시간이므로 축구를 하면 안된다고 항의한다. 알프레도 장군은 록사느의 말을 들어서 축구를 밖에 나가서 하도록 한다. 세자르가 록사느의 피아노 반주로 성악 레슨을 시작한다. 호소카와와 카르멘은 어제 밤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밤이었다고 말하며 기쁜 모습이다. 그런 평화스런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정부군이 관저 안으로 물밀듯이 들어닥친다. 성악 레슨을 받던 세자르가 급히 도망가려다가 정부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호소카와는 정신이 나가 있는 중에도 카르멘을 보호하려고 감싼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정부군의 총에 힘없이 쓰러진다. 더 많은 정부군이 들이닥치고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인질들은 이리저리 도망다니느라고 정신이 없다. 부통령이 과감하게 앞에 나서서 정부군에게 사격을 중지하라고 소리친다. 록사느는 쓰러져 있는 호소카와에게 달겨간다. 하지만 호소카와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이다. 카르멘은 와타나베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정부군이 시체들을 운반해 나간다. 모두 밖으로 나간다. 록사느만이 언제 그런 끔찍한 폭력사태가 있었느냐는 듯이 홀로 남아 있다.


록사느에게 노래를 부탁하는 알프레도 장군. 왼쪽에는 카르멘과 와타나베.


여유가 있으므로 소설 '벨 칸토'의 줄거리를 소개코자 한다. 오페라의 스토리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오페라 디바인 록사느 코스는 라틴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인 페루에 온다. 일본 전자회사의 총수인 카추미 호소카와의 생일파티에서 연주를 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아서이다. 페루 정부는 호소카와의 생일 파티를 부통령의 관저에서 열어주겠다고 제안하고 그 때에 수퍼스타인 록사느 코스의 연주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페루의 관리들은 호소카와를 극진히 대접하여서 그가 페루에 전자공장을 세우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사실 호소카와는 페루에 공장을 세울 생각이 별로 없다. 그가 부통령 관저에서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그가 오페라 애호가이며 특히 록사느 코스의 노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코스의 노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부통령 관저의 불이 갑자기 모두 나간다. 그러더니 한 떼의 테러리스트들이 손님들이 모여 있는 거실로 난입한다. 테러분자들은 손님 중에 페루의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앞으로 나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의 관저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며 쉬고 있기 때문에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테러리스트들은 원래의 계획이 크게 차질을 빚게 되자 어찌할줄을 모른다. 테러리스트들은 정부가 자기들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수용할 때까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원칙적으로는 테러분자들과는 일체의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주의이다.


다음날, 적십자를 대표해서 요아힘 메스너가 찾아온다. 테러리스트와 정부의 중개역할을 하기 위해서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생필품을 제공해 주면 관저의 직원들과 몸이 아픈 사람들, 그리고 여자들을 석방하겠다고 약속한다. 다만, 초청되어온 록사느 코스만은 인질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코스의 피아노 반주자인 크리스토프는 당뇨병 증세가 심하기 때문에 석방자에 포함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코스를 석방하지 않고 인질로 계속 데리고 있겠다고 하자 함께 남아 있겠다고 말한다. 얼마후 크리스토프는 인슐린 주사를 맞지 못해서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다. 인질들의 생활은 놀랍게도 안정되어 있다. 인질들이 가만히 보니 군인들을 지휘하는 장군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십대의 청소년들이어서 놀란다. 처음에는 복면을 하고 있어서 몰라 보았을 뿐이었다. 인질들은 어린 테러리스트들에게 따듯한 얘기를 나누며 마치 부모처럼 대한다. 인질들은 테러리스트 중에 두명의 젊은 여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인질들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 말을 한다. 호소카와 총수의 통역인 와타나베가 다행히 여러 외국어를 할수 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과 이들과의 대화에 통역으로 수고한다.


시간이 무료하게 지나가기만 하자 코스는 종전의 생활대로 노래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디바의 위치를 유지하자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질 중에 호소카와 그룹에서 일하는 간부 중의 한 사람이 상당히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로부터 그 사람과 코스는 매일같이 연습을 한다. 코스의 아름다운 노래는 인질들은 물론 테러리스트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어떤 테러리스트는 이런 기회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질들과 테러리스트들은 어울려 지내며 심각한 사정이라는 것을 잊는다. 그러는 사이에 아름다운 사랑 사건도 생긴다. 하나는 호소카와와 코스의 사랑이며 다른 하나는 통역인 와타나베와 젊은 여자 테러리스트인 카르멘과의 사랑이다. 호소카와와 코스의 사랑은 호소카와가 이미 오래전부터 코스를 사모하여 왔으므로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다. 와타나베와 카르멘의 사랑은 카르멘이 와타나베에게 글을 쓰고 읽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와타나베와 카르멘은 밤중에 아무도 몰래 골방에서 만나 글공부를 하며 사랑의 싹을 키웠다. 또 다른 가까운 관계도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리더인 벤자민 장군과 호소카와가 체스로 가까워진 것이다. 그런가하면 부통령인 루벤 이글레시아스는 젊은 테러리스트인 이쉬마엘을 무척 좋아하게 된다. 부통령은 이쉬마엘을 양자로 삼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어느덧 몇 달이 지난다. 그동안 관저 주변에 짙게 깔려 있던 안개도 걷힌다. 라 가루아라고 하는 남미 특유의 이 안개 때문에 정부군은 관저를 포위하고 테러리스트들과 대치하고 있지만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새자르라고 하는 젊은 테러리스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모두들 그의 뛰어난 노래 솜씨에 감탄을 한다. 코스는 그의 재능을 아껴하여서 개인 레슨을 시작한다. 그때 쯤해서 테러리스트들은 인질들이 정원에 나가서 거닐거나 운동을 해도 좋다고 허락한다. 인질들은 조깅도 하고 축구도 한다. 어떤 인질들은 꽃나무들을 손질하며 즐거워한다. 페루 주재 프랑스 대사인 티보는 누구보다그 부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부인이 인질로 함께 잡혀서 고생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한다. 티보 대사는 어서 정부와의 협상이 해결되어 석방되기를 갈망한다. 티보 대사만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인질들은 오히려 현재의 인질생활이 날로 행복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제 인질들과 테러리스트들은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태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적십자 대표인 메스너는 외부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관저를 출입하며 인질들과 만나는 사람이다. 그 역시 이상하게도 테러리스트들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좋아하게 된다. 메스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정부군에게 항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득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은 미래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메스너의 제안을 거부한다. 테러리스트들은 항복은 곧 감옥행이며 아마도 사형집행이 이루어질지 모른다고 믿고 있다. 4개월이 지난 어느날, 정부군이 관저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와서 테러리스트들을 모두 사살한다. 카르멘도 정부군의 총탄에 쓰러진다. 정부군은 카르멘을 보호하려는 호소카와를 사고로 죽인다. 그것으로 몇달에 걸친 인질극은 막을 내린다. 후담이지만 록사느 코스와 와타나베가 결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