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마이클 델라이라의 '비밀 요원' - 228

정준극 2019. 7. 17. 04:57

비밀 요원(The Secret Agent)

마이클 델라이라의 2막 오페라

조셉 콘라드의 소설 바탕


마이클 델라이라


이탈리아계 미국의 작곡가인 마이클 델라이라(Michael Dellaira: 1949-)가 2011년에 2막의 오페라 '비밀 요원'을 내 놓아 호평을 받았다. d이 오페라는 폴란드계 영국의 작가인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 1857-1924)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것이다. 조셉 콘라드는 '비밀 요원'을 연극을 위한 희곡으로도 만들기도 했다. 이 소설과 희곡을 바탕으로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샌디 맥클라치(J.D. 'Sandy' McClatchy: 1945-2018)가 오페라의 대본을 만들었다. 델라이라와 맥클라치의 오페라인 '비밀 요원'은 미국의 현대오페라센터(Center for Contemporary Opera), 롱 리프 오페라(Long Leaf Opera), 산 안토니오 오페라(San Antonio Opera)가 공동으로 의뢰한 것이다. 초연은 2011년 3월 18일 뉴욕의 실비아 앤 대니 케이 플레이하우스(Sylvia and Danny Kaye Playhouse)에서 이루어졌다. 델라이라는 2006년부터 현대오페라센터의 상주작곡가로 활동하였다. 초연의 지휘는 사라 조빈(Sara Jobin)이 맡았다. 이 오페라는 그해 10월에 헝가리의 체게드(Szeged)에서 열린 아르멜 국제오페라페스티발(Armel International Opera Festival)에서 공연되어 이 페스티발의 최우수상인 '월계관'(Laureat) 상을 받았다. 그후 이 오페라는 2012년 4월에 프랑스의 아비뇽 오페라극장(Opera Thetre d'Avignon)에서 공연되었다.


델라이라의 오페라 '비밀 요원' CD. 에이미 버튼, 스캇 베어든이 주역을 맡은 것이다.

              

조셉 콘라드의 '비밀 요원'은 스릴러로서 관심을 끌어서 연극으로 공연된 것은 물론이며 영화와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현대의 어떤 평론가는 '비밀 요원'이 '포스트 9.11의 고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로는 두 편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1936년의 고전으로서 알프레드 히치코크가 감독한 것이다. 타이틀은 '사보타지'(Sabotage)라고 했다. 주인공인 아돌프 벨로크를 오스카 호몰카(Oscar Homolka)가, 그의 부인 위니 벨로크를 실비아 시드니(Sylvia Sidney)가 맡은 것이었다. 또 다른 영화는 1996년도 작품으로 밥 하스킨스(Bob Hoskins), 패트리시아 아케트(Patricia Arquette), 제라르 드빠르듀(Gerrd Depardieu), 로빈 윌렴스(Robin Williams) 등이 출연한 것이었다. 1992년에는 BBC가 미니시리즈로 제작하여 방영했다. 피터 카팔디(Peter Capaldi)와 데이빗 주헤트(David Suchet)가 주연한 작품이었다. BBC의 두번째 TV 미니시리즈는 201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토비 존스(Toby Jones)와 비키 맥클러(Vicky MaClure)가 주연한 것이었다. 오페라로는 2007년에 애틀란타 출신의 커티스 브라이언트(Curtis Brayant: 1949-)가 작곡하고 뉴욕의 범죄 심리학자인 알렌 라이히만(Allen Reichman)이 대본을 써서 완성한 것이 있고 그 다음으로 2011년에 마이클 델라이라가 작곡하고 샌디 맥클라치가 대본을 써서 완성한 것이 있다.


커티스 브라이언트와 알렌 라이히만이 완성한 오페라 '비밀 요원'의 포스터


오페라 '비밀 요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셉 콘라드의 소설인 The Secret Agent: A Simple Tale(비밀 요원: 단편)은 1907년에 발표되었다. 무대는 1886년의 런던이며 스파이인 아돌프 벌로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벌로크는 아마도 소련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밀 요원'은 콘라드의 후기 작품으로 이전의 해양 주제의 작품들로부터 일대 전환을 이룬 것이다. 이 소설은 넓게는 무정부주의, 간첩활동, 테러리즘을 다룬 내용이다. 그런가하면 주인공인 아돌프 벌로크와 처남인 스티비와의 관계에도 무게를 둔 내용이다. 스티비는 학습곤란증(영국에서는 Learning difficulty 미국에서는 Learning disability)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아돌프는 그런 스티비의 약점을 이용하여 그에게 불법적인 일을 하도록 내몬다. 그리고 이 소설은 테러리즘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미국에서 9. 11 사태가 일어난 후 2주 동안이나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테러 소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위니와 스티비


시기는 1886년. 비밀 요원인 아돌프 벌로크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장사를 하는데 파는 물건은 포르노 물건들, 피임 기구, 골동품이나 장신구 등이다. 벌로크에게는 위니라는 아내가 있다. 벌로크는 장모와 처남인 스티브와 함께 살고 있다. 스티브는 지적장애자이다. 아마 자폐증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기를 잘 한다. 벌로크의 아내인 위니가 동생 스티브를 보살펴 주고 있다. 위니는 스티브를 동생이라기보다는 마치 아들처럼 대해준다. 벌로크의 친구들은 대체로 무정부주의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동지라고 불리는 오시폰(Ossipon), 미카엘리스(Michaelis), 그리고 '교수'(The Professor)라고 불리는 사람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아들은 테러와 같은 행동은 조심스러워서 감행하지 못하지만 아무튼 이들의 존재는 경찰에서도 알고 있다. 이들은 무정부 문학에 대한 팜플렛을 발간하고 있다. 팜플렛의 제목은 F.P. 이다. The Future of the Proletariat(프롤레타리아의 미래)의 약자이다.


소설은 벌로크의 집에서 시작된다. 벌로크가 아내 위니와 집안 살림에 관한 사소한 일들을 의논하고 있다. 잠시후 벌로크는 누구를 만나야 한다면서 나간다. 어떤 나라 대사관에 새로 부임한 일등 서기관인 블라디미르이다. 벌로크는 무정부주의자 그룹의 멤버지만 어떤 나라 대사관의 비밀 요원으로서도 일하고 있다. 무정부주의자가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급 요원은 아니고 말하자면 요원의 앞장이이다. 일명 Agent provocateur(에이젠트 프로우바카퇴르)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블라디미르는 벌로크에게 과거 이력서를 훑어보니 비밀요원으로서 현장에 대한 경력이 부족하니 자기의 본분을 다 하여서 인정받으려면 어떤 작전을 하나 맡아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작전이라는 것은 그리니치 천문대를 폭탄으로 파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국제적으로 중요하며 영국으로서도 자랑스러운 시설이다. 블라디미르는 영국 정부가 무정부주의에 대하여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그의 나라(아마 소련)도 위험에 빠트릴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영국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어떤 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블라디미르와 헤어진 벌로크 집에 돌아와서 찾아온 친구들을 만나 은밀한 중에 정치적인 사안들, 법률 제정에 대한 문제들, 그리고 공산혁명에 대한 아이디어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이들의 얘기를 벌로크의 처남인 스티브가 우연히 엿듣는다. 벌로크의 그의 친구들은 누가 엿듣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얘기를 들은 스티브는 혼란에 빠진다. 도대체 저들이 무슨 일을 벌이자는 것인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밀 요원'의 무대


소설은 폭탄사건이 일아난 후로 일의 보여준다. 오시폰 동지가 '교수'를 만나서 벌로크에게 폭탄을 건네 주었던 일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교수'는 그런 폭탄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말하며 스위치만 누르면 20초 안에 그 자신은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죽임을 당한다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자살폭탄이다. '교수'가 떠나고 오시폰이 혼자서 길을 가고 있는데 우연히 경찰의 수사반장인 히트를 만난다. 히트 수사반장은 최근에 그리니치에서 일어난 폭탄사건을 조사 중이다. 그리니치 폭탄사건으로 건물이 파괴되었고 한 사람이 사망했다. 히트 반장은 교수에 대해서 그가 이 사건의 용의자 중의 하나는 아니지만 그가 테러 경향의 인물이며 무정부주의자의 배경이 있으므로 경찰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장 히트 반장은 미카엘리스를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미카엘리스는 얼마 전에 글을 써야 한다면서 런던에서 떨어진 시골로 이사를 갔다. 그래서 히트 반장은 경찰청의 부국장에게 미카엘리스가 벌로크와 연락이 되므로 벌로크를 구슬르면 시간의 실마리를 찾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다. 부국장은 미카엘리스와 친분이 있는 상류층 사람들 몇 명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쪽을 통해서도 미카엘리스에 대하여 알아보겠다고 한다. 미카엘리스는 이곳 저곳으로부터 자기에 대한 궁금증이 올 것이므로 상당하 당황스러워 할 것이며 그렇다면 사건에 대한 수사의 단서가 풀릴지도 모른는 추측이다. 부국장은 그리니치 사건을 히트 반장의 도움을 받느니보다 단독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그래서 국장에게 그렇게 보고했다. 


아돌프 벌로크와 위니. 헌터 음악대학


소설은 다시 폭발 사건 전으로 돌아간다. 벌로크의 부인인 위니와 그위니의 어머니에 대한 장면으로 돌아간다. 위니의 어머니는 식구들에게 이 집에서 나가서 살겠다고 말한다. 위니의 어머니와 동생인 스티비는 핸섬(hansom)을 이용하고 있다. 2인승 2륜 마차로서 한층 높은 마부석이 뒤에 있고 말 한 필이 끄는 것이다. 그런데 스티비는 핸섬을 싫어한다. 마부는 만날 때마다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부담이 되며 무엇보다 마부가 말에게 너무 채찍질을 해서 말이 불쌍하다고 생각 때문에 참기가 힘들며 심지어는 말을 마차에 매는 후크도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 두렵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위니의 어머니는 그런 스티비를 안심시키느라고 한동안 시간을 빼앗긴다. 벌로크가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자 위니는 벌로크에게 제발 동생 스티비를 측은하게 여겨서 각별히 따듯하게 대해 달라고 간청한다. 벌로크는 마지못해서인지 마침내 스티비와 함께 멀리 산책이라도 나가겠다고 말한다. 둘이서 산책을 하고 돌아오자 위니는 남편과 스티비의 사이가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벌로크는 위니에게 스티브를 데리고 저 멀리 미카엘리스의 집까지 갔었다고 하며 스티비가 의외로 미카엘리스를 좋아하여서 그 집에서 며칠 묵고 싶다고까지 했다고 전한다.


벌로크는 위니와 함께 영국에서 계속 지내기 보다는 유럽으로 건너가서 살 생각을 한다. 무언가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럴 때에 부국장이 찾아온다. 부국장이 벌로크와 몇마디 얘기를 주고 받은 후에 떠나자 이어서 히트 반장이 찾아온다. 히트 반장은 부국장이 왔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벌로크는 일이 있어서 잠시 출타 중이다. 히트 반장은 위니에게 사고 현장에서 벌로크 상점의 상표가 붙은 오버코트를 하나 발견했는데 누구 것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위니가 오버코트를 보니 스티비의 것이다. 그리고 상표의 한쪽에는 위니가 직접 써 넣은 주소가 있다. 스티비가 혹시 집을 찾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잠시후 벌로크가 돌아온다. 발로크는 스티비의 오버코트를 보고 자기의 폭탄이 처남 스티비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벌로크는 위니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고백한다. 위니는 너무나 놀랍고 분노하여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칼을 들어 남편 벌로크를 찌른다.


위니는 남편을 죽인후 집에서 무조건 도망쳐 나온다. 위니가 당장 찾아갈 곳은 오시폰 동지 밖에 없다. 위니는 오시폰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한다. 오시폰은 평소에 위니에 대하여 로맨틱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위니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에 돕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실은 위니가 관리할 벌로크의 은행 예금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두 사람은 도피의 길을 떠난다. 오시폰은 위니를 위해 유럽으로 가는 페티 보트에 탈수 있도록주선한다. 그러나 오시폰은 위니가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어서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며 더구나 벌로크가 살해 되었다는 사실이 이미 퍼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서 걱정이 앞선다. 오시폰은 페리 보트에 탄 위니를 버려둔채 런던으로 돌아가서 벨로크의 은행 예금을 모두 꺼내서 차지한다. 오시폰은 거리의 신문가판대에서 신문을 보니 볼로크의 살해한 사람의 인상착의가 실렸는데 위니이 그대로이다. 위니는 페리 보트에서 절망 중에 결혼반지를 빼어 놓고 영국 해협의 차가운 물에 몸을 던진다. 이것이 소설의 대강 줄거리이다.


히치코크의 영화 포스터


오페라의 줄거리는 원작 소설과는 내용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았다. 시기는 1894년으로 잡았다. [1막] 이야기는 런던에 있는 독일 대사관으로부터 시작된다. 영국 정부가 테러분자들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자 영국 정부를 겁주기 위해 그리니치 천문대에 폭탄을 장착하자는 계획이 협의되고 있다. 독일 정부를 위한 비밀 요원인 아돌프 벌로크가 그 일을 책임맡는다. 벌로크는 소호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점 뒷채에서 부인 위니와 위니의 정박아 동생인 스티비와 함께 살고 있다. 위니는 동생이 안스러워서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다. 벌로크는 독일 대사관이 맡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테러분자 동지들과 모임을 갖는다. 오시폰, 미카엘리스, 그리고 무엇에나 신랄한 교수이다. 교수는 폭발물 담당이다. 벌로크는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크게 적격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시폰은 카페에서 교수를 만나 그리니치 천문대에 대한 폭파 임무가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폭파 임무를 맡은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폭발 때에 생명을 잃은 것이다. 오시폰과 교수는 죽은 사람이 벌로크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교수는 만일 벌로크가 죽었다면 그의 재산을 얼른 가로채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시폰에게 위니가 벌로크의 재산, 특히 은행에 둔 돈을 어떻게 하는지 추적해 보라고 다그친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경찰국장과 수사반장인 히트가 불타버린 물건 중에서 단서가 될만한 것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벌로크를 가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히트 반장은 미카엘리스가 범인이라고 보고 그를 뒤를 캔다.


히치코크 감독의 '비밀 요원'


[2막] 레이디 메이블의 매력적인 저녁 사교모임이다. 무정부주의자들과 사교계의 한다하는 명사들이 섞여 있는 모임이다. 독일 대사가 그리니치 천문대에서의 폭발 사건을 마치 그 끔찍한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자세히 설명하는 바람에 부인들이 겁을 먹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한 싯점에 경찰국장은 폭파사건의 주범이 벌로크라는 심증을 굳힌다. 그리고 독일 대사는 뒤에서 벌로크를 조종한 인물로 간주한다. 경찰국장은 독일 대사와 마주하여 이것 저것 얘기를 나누지만 외교관의 면책특권이 있는 독일 대사를 어쩌지는 못한다. 한편, 히트 반장은 볼러크의 집을 찾아간다. 히트 반장은 사건 현장의 잿더미 속에서 습득한 오버코트의 한 조각을 위니에게 내보이며 누구 것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위니가 보니 그것은 동생 스티비가 입고 있던 오버코트의 조각이다. 사건 현장에서 죽은 사람은 벌로크가 아니라 위니의 동생인 스티비인 것이 밝혀진다. 잠시후 겁에 질린듯한 벌로크가 집으로 돌아온다. 벌로크는 은행에 들려서 예금을 모두 찾았다. 벌로크는 그 돈을 놀라움에 떨고 있는 위니에게 주고 간직하라고 말한다. 벌로크는 위니에게 폭발 사건이 어떻에 일어났는지에 대하여 설명코자 한다. 그때 벌로크가 집에 돌아온 것을 모르는 히트 반장이 갑자기 들어와서 위니에게 어서 피하라고 말한다. 위니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윗층으로 올라가서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동생 스티비가 죽은 것이 확실한 이 마당에 이 집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벌로크가 위니에게 제발 떠나지 말고 남아 달라고 애원하지만 소용 없다. 위니는 동생 스티비를 죽게 만든 벌로크에게 동생의 죽음을 갚아줄 생각이다. 위니는 칼을 들어 벌로크를 찔러 죽인다.


오시폰이 위니를 만나러 몰래 위니의 방에 나타난다. 위니는 오시폰에게 지금 난처한 상황에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도와 달라고 간청한다. 위니의 마음은 이미 슬픔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이다. 그런데 오시폰은 오직 위니가 가지고 있는 돈에만 욕심이 있다. 그래서 위니에게 거짓으로 도와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후에 에서 벌로크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오시폰은 그제서야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죽은 사람이 벌로크가 아니라 위니의 동생인 스티비인 것을 알아챈다. 그럴 때에 경찰이 들이닥친다. 오시폰은 창문을 통해 몰래 빠져 나간다. 히트 반장은 홀에서 벌로크의 시체를 발견하고 놀란다. 하지만 위니에게는 죄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오시폰은 집 밖에서 경찰에게 체포된다. 교수는 현재의 상황이 모두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신랄하게 비난한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와 정부간의 '게임'은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절망에 빠진 위니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위니는 오직 '피와 티끌'(Blood and dirt)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면 역사 속에서 그리니치 폭파 사건은 어떤 것이었나? 콘라드의 소설에 나오는 스티비는 프랑스의 무정부주의자인 마르티알 부르댕(Martial Bourdin)을 견주어 그린 것이다. 마르티알 부르댕은 1894년에 그리니치 천문대를 폭파하기 위해 몸에 폭탄을 숨기고 갔다가 그 폭탄이 예정보다 빨리 터지는 바람에 그리니치 파크에서 산산조각이 난 사람이다. 부르댕이 어찌해서 그리니치 천문대를 폭파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1900년대의 그리니치 왕립천문대


이제 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기 위해 출연자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코자 한다.

- 아돌프 벌로크(Adolf Verloc): 비밀요원으로 런던의 소호에 상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성격은 한마디로 우유부단하고 나태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외국 대사관에 고용되어서 런던의 혁명 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는 중에 그 대사관은 그에게 그리니치 천문대에 대한 테러행위를 촉발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영국에서 그런 사건이 터지면 영국 정부는 외국에서 유입된 사회주의자 또는 무정부주의자들의 활동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실은 무정부주의자 단체의 멤버이다. 그는 위니라는 비교적 매력적이고 양순한 여인과 결혼했고 소호에 있는 상점 뒷채에서 부인과 장모와 처남 스티브와 함께 살고 있다. 이름에서 볼수 있듯이 독일계이다.

- 위니 벌로크(Winnie Verloc): 아돌프 벌로크의 부인으로 런던의 서민층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선술집을 경영하던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늙은 어머니와 정박아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아돌프 벌로크와는 사랑보다는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산다는 조건으로 결혼했다. 위니는 동생 스티비가 너무 안스러워서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돌보아 준다. 남편에게 충실한 위니였지만 남동생 스티비가 남편의 음모에 끼어든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너무나 분노하고 절망하여서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다. 위니는 교수대 대신에 바닷물에 몸을 던져 죽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 스티비(Stevie): 위니의 남동생이다. 나이가 들어 몸집은 크지만 지능은 어린아이와 같다. 정신박약아이다. 그런 그는 폭력이나 가난에 매우 민감하고 또한 혼란스러워한다. 누이인 위니가 그를 돌보아 준다. 스티비는 종이에 원을 수없이 그리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린이와 같은 단순함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고통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벌로크는 스티비를 그리니치 천문대 폭파의 실행자로 삼는다. 그티비는 몸에 감은 폭탄이 예정시간보다 먼저 폭발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는다.

- 위니의 어머니: 나이는 많아서 보기 흉한 모습이다. 어머니는 두 명의 장애자, 즉 자기와 아들 스티비가 사위인 벌로크에게 너무 짐이 된다고 생각하여 어느날 양로원으로 들어간다. 세상 떠난 남편은 주점(펍)을 경영한 공화주의자였다. 어머니는 남편의 주점에서 힘들게 일하였다. 그리고 단골로 드나드는 벌로크가 신사이며 관대한 사람이라고 믿어서 딸 위니와의 결혼을 허락하였다.

-  히트(Heat) 수사반장: 그리니치 폭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철저하고 실용적인 사람으로 현장에서 발견한 오버코트의 조각을 추적하여 그것이 벌로크의 상점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냈다. 그는 그가 수행하고 있는 수사에 대하여 상관인 경찰국장에게 보고를 하지만 경찰국장 자신이 별도의 수사를 하고 있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히트 반장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벌로크를 알고 지냈다. 벌로크는 대사관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히트 반장에게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히트 반장은 무정부주의자들을 증오한다. 무정부주의자들의 활동이 전문 강도에 비하여 아마추어인 것도 실상 경멸의 대상이었다.

- 경찰국장(The Assistant Commissioner): 히트 수사반장의 상관이다. 히트 반장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개인적으로 수사하는데 이용하였다.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였다. 경찰국장은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였다. 그의 상관은 에설레드 경(Sir Ethelred)이다. 그는 히트 반장보다 먼저 그리니치 사건을 해결하여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 에설레드 경: 정부의 내무장관이다. 경찰국장은 그의 직속 부하이다. 그는 그리니치 폭발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 하원에서 어업의 국유화에 대한 법안을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경찰국장으로부터 그리니치 사건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만 그에게 개인적으로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관여하지 않도록 경고하였다.

- 블라디미르(Vladimir): 런던 주재의 어떤 대사관의 1등 서기관이다. 그의 이름을 보면 러시아인 같지만 그의 전임자의 이름이 바론 슈토트 바르텐하임(Baron Stott Wartenheim)이었고 같은 대사관의 참사관의 이름이 부름(Wurm)이었던 것을 보면 러시아 대사관의 1등 서기관은 아닌것 같다. 블라디미르는 유럽 출신이 아니라 중앙 아시아 출신이라는 얘기도 있다. 블라디미르는 영국 경찰이 외국에서 유입된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생각하다. 그래서 벌로크에게 테러 활동을 촉발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분노와 함께 소요가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국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미카엘리스(Michaelis): 벌로크 그룹의 멤버로서 무정부주의자이다. 이 그룹에서 가장 철학적인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인 표트르 크로포트킨(Pyotr Krpotkin)의 것과 흡사하다.  

- 알렉산더 오시폰 동지(Comrade Alexander Ossipon): 의과대학을 중퇴한 무정부주의자로 벌로크 그룹의 멤버이다. 그는 그가 유혹한 어떤 여자들이 저금한 돈에서 얻어 쓰며 연명하고 있다. 그가 유혹한 여자들은 주로 노동자 계층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범죄학자인 체사레 롬브로소(Cesare Lombroso)의 퇴폐 이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체라세 롬브로소는 범죄인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 칼 윤트(Karl Jundt): 벌로크 그룹의 멤버로서 보통 '올드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 교수(The Professor): 또 다른 무정부주의자로 폭탄 전문가이다. 그는 폭발물을 담은 병을 코트 안에 지니고 다닌다. 그의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탄성고무를  쥐어짜듯 누르기만 하면 20초 이내에 폭탄이 터진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을 그로부터 거리를 두고 추적한다. 동료 무정부주의자들 중에서도 가장 허무주의적 성격을 가진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억압하기 때문에 증오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약자들을 모욕하는 성향이 있다. 그는 약자들을 마음대로 제거하므로서 강자들만이 번영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벌로크에게 폭탄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벌로크가 아니라 스티비를 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