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대론 하겐의 '라스 베가스의 베라' - 231

정준극 2019. 7. 27. 11:05

라스 베가스의 베라(Vera of Las Vegas)

대론 하겐의 캬바레 오페라


작곡가 겸 지휘자, 피아니스트, 작사가, 교사, 음악감독인 대론 하겐


'라스 베가스의 베라'는 미국 위스칸신 출신의 다재다능한 작곡가 대론 하겐(Daron Hagen: 1961-)이 '프린스턴의 시인'(Princeton Poet)이라는 아일랜드 출신의 폴 멀둔(Paul Muldoon: 1951-)의 대본으로 완성한 전 5장(scene)의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캬바레 오페라'라고 부르기도 하고 '나이트메어 캬바레 오페라'(Nightmare Cabaret Opera)라고 부르기도 하는 작품이다. 작곡가인 하겐은 피아니스트이며 지휘자이기도 하다. 하겐은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완성했는데 첫 작품은 '평화를 위한 기도'(Prayer for Peace)라는 것으로 1981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처음 연주하였다. 당시에 하겐은 29세로서 필라 오케스트라로서는 오래전에 미국의 가장 젊은 작곡가로서 사뮈엘 바버의 작품을 초연한 이래 두번째로 최연소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 것이다. 하겐은 1990년에 뉴욕필의 설립 150주년을 기념하여 '필하르모니아'(Philharmonia)를 작곡하였고 1995년에는 위스칸신대학교 매디슨 음악학교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브라스 5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한바 있다. 이외에도 그는 수많은 작품을 작곡하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프린스턴의 멀둔과 콤비가 되어서 여러 오페라를 완성했다. 하겐-멀둔 콤비의 오페라로는 '빛나는 이마'(Shining Brow: 1991), '라스 베가스의 베라'(1996), '바우단나'(Baudanna: 1998), '고대 협주곡'(The Antient Concert: 2005) 등이 있다. 이밖에 다른 대본가에 의한 하겐의 오페라로는 '뉴욕 스토리'(2008), '잠나라의 꼬마 네모'(Little Nemo in Slumberland: 2010), '아멜리아'(Amelia: 2010), '모로코의 여인'(A Woman in Morocco: 2013) 등이 있다.


스트립바 델핀에서


'라스 베가스의 베라'는 환락과 허영의 도시 라스 베가스의 겉치레 현실 속에서 무시받고 뒤처진 인물들의 생활을 조명한 작품이다. 하겐과 멀둔은 1993년에 이들의 첫 협동 오페라인 '빛나는 이마'가 성공을 거두자 이어서 3막의 '그랜드 콩코스'(Grand Concourse)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추진키로 했다. 이 오페라는 각 막이 각각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었다. 첫번째 막은 멀둔이 전에 완성한 희곡인 '여섯명의 정직한 시종들'(Six Honest Serving Men)이란 것이었다. 이 희곡은 원래 프린스턴의 맥카터(McCarter) 극장이 의뢰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하겐이 음악을 완성하지 못하여 미완성으로 되어 있다. 두번째 막이 '라스 베가스의 베라'이다. 이것은 완성되었기 때문에 전체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공연이 가능했다. 그런데 '라스 베가스의 베라'의 등장 인물들은 상당수가 첫번째 막에 등장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두 작품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막은 9. 11 테러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러나 마지막 막은 아직 대본이 완성되지 않았고 따라서 음악도 마련되지 못하였다. 아무튼 3막으로 된 '그랜드 콩코스'는 아직 미완성이다.


네바다대학교의 라스 베가스 음악학교는 1995년에 하겐-멀둔에게 '라스 베가스의 베라'를 의뢰하였다. 그리하여 3막의 '그랜드 콩코스' 중에서 2막에 해당하는 '라스 베가스의 베라'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하겐은 '라스 베가스의 베라'가 전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무대에서 초연을 갖는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에 하겐은 음반취입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1996년 3월에 라스 베가스의 아르테무스 W. 햄 콘서트 홀(Artemus W. Ham Concert Hall)에서 음반취입이 이루어졌다. 이것을 풀 베가스 버전이라고 부른다. 음반 취입 때의 지휘는 돈나 하겐(Donna Hagen)이 맡았다. 무대에서의 첫 공연은 2003년 6월 뉴욕에서였다. 로버트 프랑켄베리가 피아노와 지휘를 맡은 것이었다. 이때의 스코어를 '탈리아 버전'이라고 부른다. 첫번째 유럽 공연은 2006년 4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였다. 멀둔의 고향이 아일랜드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공연인지도 모른다. 미국 서부지역에서의 초연은 2012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이때의 스코어는 '클라이네 베라 버전'(Kleine Vera Version)이라고 부른다.


'라스 베가스의 베라' 음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하겐은 처음에 타이틀 롤을 특별히 흑인 카운터테너인 챨스 맥스웰(Charles Maxwell)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챨스 맥스웰은 처음 음반 취입 때에 베라의 역할을 맡았다. 무대 초연에서는 자메이카 출신의 오페라 성악가이며 극작가인 쉬쿠이다(Shequida: Gary Hall)가 베라의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었었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순회 공연에서는 베라의 역할을 처음으로 흑인이 아닌 조나단 피터 케니(Jonathan Peter Kenny)가 맡았다. 오케스트라에 있어서는 원래 하겐이 22명 연주자를 위해 작곡했다. 빅 밴드와 현악기였다. 그래서 처음 음반취입할 때에는 22명이 연주하였다. 뉴욕 공연을 위해서는 연주자의 수를 4중주 형태로 줄였다. 피아노 또는 신세사이저, 목관악기, 베이스, 드럼이었다. 뉴욕 공연을 위해서는 '결혼 성가 합창'을 삭제하였다. 이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하겐은 2011년에 버클리 웨스트 엣지 오페라의 서부지역 공연을 위해서 '클라이네 마하고니'(Kleine Mahagonny) 버전을 만들었다. 연주자의 수를 10명으로 확장한 것이다.


- 베라 로맨(Vera Loman: Countertenor)

- 달 카먼(Doll Common: S)

- 덤덤 드바인(Dumdum Devine: Bar)

- 티코 벨(Taco Bell: T).

- 이런저런 여자들(Catchalls). 여성 합창

- 트렌치, 트릴비(Trench, Trilby). 무언의 출연자

             

자마이카 출신의 성악가 겸 극작가인 게리 홀, 쉬쿠이다라고도 불린다. 세계 초연에서 베라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이 오페라는 어떤 나그네가 현대 미국의 센터로 여행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센터라는 말은 주인공인 베라의 운이 좌우되는 곳을 말하며 나아가 그의 운명을 서서히 나쁜 곳으로 이끄는 곳을 말한다. 그리고 그 센터라는 곳은 물질주의, 욕망, 무감각적인 환락, 거짓 모습이 판을 치는 장소라고 할수 있다. 여기서 나그네라는 것은 북아일랜드에서 온 여행자들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그 여행자들은 현대 미국에 와서 길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습도 변화되었다. 이것은 마치 고립된 미로에 들어와 있는 듯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또 다른 어둠의 센터로 여행하는 것을 그린 헌터 톰슨(Hunter S Thompson)의 '라스 베가스에서의 공포와 혐오'(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와 흡사하다.


스트립바 델핀에서


[1장] 원래 북아일랜드에서 온 45세의 타코는 더 브롱스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면서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 그 타코가 북아일랜드의 어디 쯤에 있는 어떤 심문 센터에 있다. 덩치가 큰 트렌치와 트릴비가 번갈아서 타코의 뺨을 때린다. 타코는 정신이 없는 상태이다. 다만 들리는 것은 자기의 숨소리 뿐이다. 뺨을 너무 세게 맞아서인지 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비행기의 착륙 안내가 시작될 때에 그의 꿈도 시작된다. 꿈에서 그는 친구인 덤덤 드바인과 함께 라스 베가시에 방금 도착한다. 덤덤 드바인은 타코와 마찬가지로 45세이며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더 브롱스에 살고 있다. 덤덤은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다. 라스 베가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무슨 일인지 비행기와 비행기 사이에 있다. 달 카먼(Doll Common)이란 여인은 현재 이민국 직원이지만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기 위해 비행기 승무원으로 변장해서 활동하고 있다. 역시 45세인 달은 전에 카지노에서 블랙 짹 딜러였다. 달은 타코와 덤덤을 자기의 친구인 베라 로맨에게 소개해 준다. 달은 베라가 두 사람의 훌륭한 조수 또는 그 이상이 될수 있다면서 속으로는 두 사람을 놀리는 듯한 태도이다.


승무원들의 춤.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는 임무의 달 카먼은 승무원으로 위장한다.


[2장] 타코와 덤덤은 베라를 포럼 숍스(Forum Shops)에서 만난다. 포럼 숍스는 라스 베가스 스트립(Las Vegas Strip)의 시저 펠리스(Caesars Palace)에 있는 대형 쇼핑 몰이다. 트렌치와 트릴비는 두 사람을 미행한다. 달 카먼은 이들에게 히폴리타라고 하는 카지노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라스 베가스의 포럼 숍스 일부


[3장] 딜러들의 그들의 고객들에 대하여 노래한다. 베라는 슬롯 머신에서 큰 돈을 딴다. 사람들은 베라가 그 분야에서 경력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트렌치와 트릴비는 베라가 밀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이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부패한 판사로서 베라는 그에게서 심한 모욕을 당해서 고소 중에 있다. 타코와 덤덤, 그리고 달과 베라는 카지노에서 빠져 나와 델핀(Delphine)이라는 스트립 바로 들어간다.


라스 베가스의 베라


[4장] 타코와 베라는 스트리퍼들이 그들의 운명에 대하여 노래하는 중에 몰래 빠져 나온다. 타코가 소란스런 소리를 내고 돌아온다. 베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덤덤이 타코에게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너도 보고 싶었을 것이라'라고 말한다. '크라잉 게임'은 1992년도 영화로 IRA의 일원으로 영국군과 싸우던 퍼거스와 영국군 병사 조디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국군과 싸우던 퍼거스는 애인이지 IRA 조직의 동지인 주드를 이용해 영국군 병사 조디를 인질로 잡는다. 퍼거스는 조디를 감시하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진다. 그러는 중 조직이 퍼거스에게 조디를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퍼거스는 차마 조디를 쏘지 못한다. 퍼거스가 망설이는 사이에 조디가 달아난다. 그러나 조디는 달아나다가 영국군의 트럭에 치어 죽는다. 퍼거스는 조직을 떠나 영국으로 도망간다. 퍼거스는 영국에서 공사장의 인부로 숨어 살면서 조디가 죽기 전에 부탁한 그의 애인 딜을 만나 돌보아 준다. 그러는 사이에 퍼거스와 딜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주드가 조직의 명령을 가지고 퍼거스를 찾아오는 바람에 깨진다. 달은 덤덤에게 마음이 기운다. 달은 타코와 덤덤이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타코와 베라, 덤덤과 달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교회를 찾아간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는다.


스트립바인 델핀에서


[5장] 별로 잘하지 못하는 합창단이 노래를 부른다. 진부한 내용의 노래이다. 베라는 그가 과거에 경험했던 짝사랑에 대한 감상적인 노래를 부른다. 베라는 두 사람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고 밝힌다. 베라는 자기의 운을 점치는 카드를 미행자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한다. 카드에는 베라 로맨 랩댄서(LAPDANCER)가 이나리 '배라 로맨 LAPD'라고 적혀 있다. LAPD는 로스안젤레스 경찰서를 말한다. 랩댄서는 누드 댄서가 손님의 무릎에 앉아서 춤을 추는 에로틱한 댄스를 말한다. 베라는 미행을 하는 두 사람이 자기가 LAPD에 있다는 것을 알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베라는 미행을 하는 트렌치와 트릴비와 대면한다. 두 사람은 과연 머뭇머뭇하다가 LAPD라는 카드를 보고 도망치듯 사라진다. 타코는 자기의 입장을 매우 곤란했다는 사실을 베라에게 털어 놓으면서 베라에게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털썩 무릎을 꿇는다. 잠시후 타코는 어느새 북아일랜드에 가서 있는다. 타코는 섬뜩한 암살에 대하여 고백한다. 베라는 울부짖으면서 밤으로 빠져 들어간다. 베라의 외침이 '나의 타코 벨은 어디 있단 말인가?'이다.


라스 베가스의 카지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