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토드 마초버의 '부활' - 226

정준극 2019. 7. 11. 12:10

부활(Resurrection: Risurrezione: Voskreseniye)

뉴욕 출신 토드 마초버의 현대 오페라

 

부활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부활신앙은 기독교의 핵심이다. 기독교의 절기 중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도 성탄절이나 성령강림절이 아니라 부활절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 오페라들을 소개키로 하는 중에 '부활'을 빼놓을 수 없다. 부활을 다룬 문학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무어라해도 러시아의 문호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의 마지막 걸작인 '부활'(Voskreseniye: 보스크레세니예)이다. 189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오페라로는 현재까지 네 작품이 있다. 영국의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Peter Maxwell Davies: 1934-)의 '부활'(Resurrection)이 있으며 나폴리의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1875-1954)가 작곡한 '부활'(Risurrezione)가 있고 슬로바키아 출신의 얀 치커(Jan Cikker: 1911-1989)가 만든 '부활'(Vzkriesenie)이 있으며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서는 뉴욕 출신의 토드 마초버(Tod Machover: 1953-)가 작곡한 첨단적 연출의 '부활'(Resurrection)이 있다. 이들을 소개한다.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를 향해 가는 마슬로바와 죄수들.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오페라에서.

 

원작인 톨스토이의 '부활'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지 않을수 없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와 같은 작품으로 세계의 명성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저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소설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톨스토이는 신앙문제를 다루고 사회적인 문제와 교육적인 문제를 다루는 현실적인 소재로 소설을 쓰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불후의 걸작인 '부활'이다. '부활'은 주인공 네클류도프가 진실에 대한 내적 투쟁을 반영한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부활'은 러시아혁명을 예견한 작품이라고도 한다. 제정러시아의 압정 아래에서 억눌려 살고 있는 서민들의 생활을 그렸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부활'은 용기(Courage)와 구원(Redemption)이 주제이다. 주인공인 네클류도프 공자의 정신적인 각성을 불러 일으켜 준 작품이다. 네클류도프는 젊은 시절에 카테리나 마슬로바(카투샤)를 유혹하여 농락하고 한때의 쾌락으로 여겨 카투샤를 잊는다. 그러다가 어느날 어떤 여인의 살인사건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한다. 그 여인은 카투샤였다. 네클류도프는 카투샤가 타락의 생활을 하고 살인까지 하게 된 것이 모두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투샤를 석방하기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심지어는 카투샤가 유배되어 간 시베리아까지 따라 간다. 그러나 카투샤는 네클류도프의 마음이 진정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네클류도프를 받아 들이지 않고 오히려 불쌍한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이다.

 

숙모의 집에서 마슬로바를 만나 즐겁게 춤을 추는 네클류도프

 

여러 편의 오페라 '부활' 중에서 우선 가장 최근에 나온 토드 마초버의 '부활'을 소개코자 한다. 그보다도 먼저 토드 마초버라는 음악가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소개코자 한다. 토드 마초버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존 작곡가이다. 현대 음악계의 기인이다. 기인이라기 보다는 놀랍도록 기발한 아이디어 맨이다. 음악을 해석하고 연출하는 면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의 오페라가 연출된 것을 보면 그저 감탄만 할수 밖에 없다. 필자는 그의 작품을 비디오로서만 간단히 감상한바 있다. 그러나 미욱한 정신이어서 아직도 무엇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토드 마초버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의 음악적, 드라마적 아이디어를 소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욱한 필자로서 감당이 불감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그를 소개코자 한다.

 

네클류도프는 미씨로부터 유혹을 받으나 홀연히 그런 모든 행동이 추악하게 느껴저서 새로운 가치관을 갖는다.

 

토드 마초버의 음악은 예술적인 경계를 파괴한 것이다. 전자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소리와 전자장치를 사용하여 만든 소리를 합성한 것을 들려주고 있다. 토드 마초버는 뉴욕의 마운트 버논에서 태어난 그는 1985년 이래 MIT 미디어연구실의 음악미디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래오페라  연구그룹/하이퍼악기(Hyperinstruments) 연구그룹을 책임 맡고 있으며 1995년부터는 이른바 TTT라고 하여 Things That Think(생각하는 물건들)과 '내일의 장난감'(Toys of Tomorrow) 연구실의 공동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부활'은 토드 마초버의 두번째 오페라이다. 첫번째는 발리스(Valis)이다. 토드 마초버는 오페라 '발리스'로서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최우수 작곡가'로 선정되었다. 또 다른 작품인 '브레인 오페라'(Brain Opera)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오페라가 아니지만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공연장에서 관중들이 직접 오페라 공연에 참가할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참가할수 있다. 토드 마초버는 이를 위해 특별한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였다. 토드 마초버의 '부활'은 1999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공연하였고 2001년에는 보스턴 리릭 오페라가 공연하였다.

 

마슬로바를 따라 시벨리아까지 간 네클류도프가 마슬로바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

 

제1막. 부유한 귀족인 드미트리 네클류도프(Dmitry Nekhyudov) 공자는 어떤 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임된다. 세 사람이 호텔에 투숙했던 사람의 돈을 훔치고 도둑질을 감추기 위해 그 사람을 죽인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세 사람 중에서 두 남자는 호텔의 종업원이고 나머지 하나는 돈 많은 투숙객을 유혹했던 창녀이다. 여자는 아름답고 젊었다. 카테리나 마슬로바(Katerina Maslova)이다. 애칭으로는 카투샤라고 불렀다. 재판장에 들어선 네클류도프는 여자를 알아보고 깜짝 놀란다. 네클류도프의 머리 속에서는 어느덧 거의 10년전 숙모의 집에서 마슬로바를 처음 만나던 때가 생각난다. 마슬로바는 고아였다. 그런 그를 네클류도프의 숙모가 거두어서 길렀다. 마슬로바는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했다. 그때 네클류도프가 장교 훈련중에 휴가를 얻어 오랫만에 숙모의 집에 놀러 왔다가 마슬로바를 만난다. 네클류도프와 마슬로바는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마슬로바에 대한 재판

 

배심원들은 호텔 종업원인 두 남자에게는 유죄를 선고하고 창녀에게는 상황을 고려하여 석방하자는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배심원 중에서 한 사람만이 유독 마슬로바에게도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고집을 꺽지 않는다. 다른 배심원들은 반대자 한 사람 때문에 판결이 늦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어서 판결을 내리고 싶었한다. 배심원들이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 네클류도프의 마음은 어느덧 10 여년전 마슬로바를 만났던 그 날 밤으로 향한다. 젊은 객기를 주체하지 못한 네클류도프는 그날 밤에 마슬로바의 방으로 간다. 그리고 마슬로바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마슬로바를 차지하려고 한다. 마슬로바는 마침내 더 이상 저항할수가 없어서 네클류도프에게 몸을 맡긴다. 네클류도프는 마슬로바의 손에 100 루블을 쥐어주고 떠난다. 마슬로바의 눈에는 어느덧 아쉬운 마음과 비참한 심정이 교차한다. 

 

네클류도프

 

네클류도프의 기억은 거기까지에서 사라지며 다시 재판장으로 돌아온다. 판견문이 낭독된다. 마슬로바는 시베리아수용소에서 8년의 강제노동을 판결받는다. 네클류도프가 옛일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판결이 그렇게 결정난 것이다. 충격을 받은 마슬로바는 무죄를 소리치지만 정리들이 카튜사를 끌고 나간다. 네클류도프는 재판장에게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만 재판장은 이미 판결이 났으므로 어쩔수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상고를 할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 네클류도프는 마슬로브의 인생을 빼앗아 간 이 모든 일이 자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날 저녁, 네클류도프는 코르챠긴(Korchagin)이 초청한 만찬에 참석한다. 코르챠긴의 딸인 미씨(Missy)는 네클류도프와 결혼할 것으로 얘기가 되고 있는 아가씨이다. 네클류도프는 재판장에서 올바른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며 정의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찬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네클류도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만찬 후에 미씨와 네클류도프가 둘이서만 있게 되자 미씨는 네클류도프와의 결혼을 기정사실로 만들어 두자는 의도에서 네클류도프에게 잠자리를 같이 하자고 유혹한다. 네클류도프는 그런 미씨의 태도에 기분이 상하여 미씨를 그대로 놓아두고 돌아간다. 네클류도프는 갑자기 미씨와는 결코 결혼할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는 마슬로바를 저렇게 만든 책임을 지고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시베리아에서


다음날, 네클류도프는 감옥으로 마슬라바를 찾아간다. 마슬라바는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고는 네클류도프를 대하는 태도가 거칠어진다. 네클류도프는 마슬라바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마슬라바는 자기의 인생에 대하여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네클류도프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아 달라고 내뱉듯이 말한다. 네클류도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슬라바를 돕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마저도 거절 당한다. 네클류도프가 떠나자 마슬라바는 어느덧 10년 전 네클류도프가 자기를 버릴 당시를 회상한다. 마슬라바는 임신을 하였다. 마슬라바는 네클류도프를 만나기 위해 몇 번이나 부대를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허사였다. 그러다가 네클류도프가 다른 지역으로 전보되어 간다는 얘기를 듣는다. 마슬라바는 네클류도프를 마지막으로 한번 만이라도 보기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간다. 기차 안에서는 네클류도프가 동료 장교들과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고 있다. 마슬라바가 네클류도프의 이름을 부르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초조해진 마슬라바는 기차를 따라가며 창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지만 네클류도프는 눈길을 돌리지도 않는다. 그때부터 마슬라바는 신을 믿지 않으며 믿음이나 희망이나 도움 따위를 포기한다. 마슬로바는 처녀로서 임신을 했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창녀가 된다.

 

김옥의 잔혹함


네클류도프는 마슬라바에 대한 판결을 번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변호사와 협의한다. 그러는 중에 네클류도프는 부조리에 넘쳐 있고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사회를 타파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무언가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네클류도프는 돈 있고 권세 있는 사람은 더욱 부유하게 살고 가난한 사람은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죽지 못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증오하기 시작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자기의 생활 스타일을 거부키로 한다. 그는 무엇보다 자기의 모든 재산을 팔아서 고생만 하며 살고 있는 소작인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계획을 세운다. 마슬라바에 대한 판결이 정당하지 못했다고 상고하는 데에는 피고인 마슬라바의 서명이 필요했다. 네클류도프는 상고서에 마슬라바의 서명을 받기 위해 감옥을 다시 찾아간다. 네클류도프는 또 다시 마슬라바에게 용서를 구하고 석방되면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에 자극을 받은 마슬라바는 네클류도프의 '귀족적인 제안'을 비웃는다. 네클류도프는 10년 전에 숙모의 집에서 마슬라바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아직까지 이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을 본 마슬라바는 행복하고 순진했던 처녀시절을 상기하며 눈물을 흘린다. 잠시후 검사가 나타나서 법원이 마슬라바의 청원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고 말하고 그러므로 당장 다음번 기차로 시베리아로 가야 한다고 전한다.

 

마슬로바와 네클류도프의 사랑의 장면

 

제2막. 죄수들이 눈길을 헤치면서 시베리아로 걸어가고 있다. 네클류도프는 마지막 방법으로 황제에게 직접 청원하는 서류를 가지고 시베리아로 떠난 마슬라바를 뒤쫓아 간다.네클류도프는 호송병들이 죄수들을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드디어 네클류도프는 마슬로바를 만난다. 네클류도프를 본 마슬로바는 무척 기뻐한다. 그제서야 네클류도프는 마슬로바가 새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아 차린다. 마슬로바의 마음 속에는 증오의 감정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슬라바는 네클류도프에게 페터 시몬슨(Peter Simonson)을 소개한다. 학교 교장을 지낸 사람으로 학생들에게 반체제적인 소설을 가르쳤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시베리아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네클류도프는 마슬라바가 다른 죄수들과 함께 눈길을 걸어가기 위해 합류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깊이 감동한다. 네클류도프는 마슬라바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얼마후, 네클류도프는 황제로부터 마슬라바에 대한 사면장을 들고 시베리아의 죄수 캠프를 찾아간다. 갑자기 일단의 경비병들이 시몬슨을 끌어 내어 무자비하게 채찍질을 한다. 네클류도프는 자기가 본 광경을 믿을수가 없었다. 인간으로서 그럴수가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시몬슨이 거의 죽은 목숨으로 겨우 방으로 돌아오자 마슬라바가 그의 상처를 정성껏 치료해 준다. 네클류도프는 주변에 있는 죄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런 끔찍한 제도를 그만두게 할수 있느냐고 묻는다. 죄수들은 혁명만이 해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뇌에 넘쳐 있는 시몬슨은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 마슬라바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시몬슨은 친절로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면 사람이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대접을 받는 세상이 올것이라고 설명한다. 잠시후 시몬슨은 네클류도프에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한다. 그는 마슬라바와 결혼하고 싶지만 마슬라바는 네클류도프가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네클류도프는 비로소 시몬슨이 마슬라바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옥소의 참혹한 장면

 

네클류도프는 시몬슨에게 황제의 사면장을 받았다고 말하고 이제 자유인이 된 마슬라바로 하여금 두 사람 중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토록 할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유인이 된 마슬라바는 시몬슨과 함께 남겠다고 말한다. 네클류도프가 다시 생각해 줄것을 간청하지만 소용이 없다. 마슬라바는 네클류도프에게 어서 세상으로 나가서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지위를 사용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마슬라바는 이곳 시베리아에 남아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며 나름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또 그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아침이다. 죄수들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걸어 나간다. 마슬라바는 시몬슨의 상처를 돌보아 주고 있다. 네클류도프는 새벽 길을 걸어가며 멀리 사라진다. 공연시간은 2시간 40분이다.

 

마슬로바가 시몬슨을 선택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네클류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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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프랑코 알파노는 톨스토이의 '부활'을 원작으로 한 4막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대본은 세자레 하나우(Cesare Hanau)가 썼다. 알파노의 '부활'은 1904년 11월 30일 토리노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등장인물은 카튜샤(Katyusha)라는 애칭의 카테리나 미하일로브나(Katerina Mihaylovna: S),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클류도프 공자(Prince Dmitri Ivanovich Neklhyudov: T), 네클류도프의 숙모인 소피아 이바노브나(Sofia Ivanovna: MS), 소피아 이바노브나 집의 가정부인 마트료나 파블로브나(Matryona Pavlovna: Cont), 정치범으로 체포된 시몬슨 이바노비치(Simonson Ivanovich: Bar), 죄수인 코라블료바(Korablyova: Cont), 나이 많은 농촌 여인인 안나(Anna: Cont) 등이다.

 

푸치니의 미완성 오페라인 '투란도트'를 완성한 프랑코 알파노

 

제1막. 드미트리공자는 전선으로 떠나기 전에 숙모인 소피아 이바노브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다. 숙모의 집에는 어릴 때에 함께 놀던 카튜샤가 있다. 이제는 젊은 처녀로서 숙모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드미트리는 카튜샤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그날 밤 카튜샤와 드미트리는 사랑을 나눈다. 다음날 아침 드미트리는 전선으로 떠난다. 제2막. 카튜샤는 임신을 했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다. 소피아가 아기 아빠가 누구냐고 다그쳤지만 카튜샤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카튜샤는 어떤 작은 마을의 기차역에 나와 있다. 드미트리 공자가 이 기차역을 통과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드미트리 공자가 도착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한 떼의 창녀들과 어울려 있다. 카튜샤의 마음은 창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카튜샤는 그렇게 고대하던 드미트리를 만나지 않고 기차가 떠날 때까지 숨어 있는다.

 

프랑코 알파노의 '부활' 음반

 

제3막. 생페터스부르크의 감옥소이다. 카튜샤는 드미트리가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더구나 아기까지 죽자 방탕한 여인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있다. 카튜샤는 시베리아로 유배될 예정이다. 우연히 카튜샤의 재판에 참여했던 드미트리는 카튜샤가 자기 때문에 저러한 운명을 겪게 된 것을 못내 후회한다. 드미트리는 카튜샤가 시베리아로 떠나기 전에 카튜샤를 찾아와서 용서를 구하고 결혼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카튜샤는 모든 위로와 제안을 거절한다. 제4막. 죄수들이 눈 덮힌 시베리아로 걸어가고 있다. 카튜샤는 그 옛날 상냥하고 친절한 여인이 된다. 카튜샤는 함께 가는 죄수들을 돌보고 위로하는 것이 자기의 할일이라고 믿고 있다. 죄수들을 따라온 드미트리는 이제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카튜샤와 결혼코자 한다. 드미트리는 카튜샤를 석방하라는 사면장을 가지고 온다. 그러나 카튜샤는 물론 아직도 드미트리를 온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지만 드미트리가 결혼하자고 요청하는 것을 거절한다. 카튜샤는 두 사람이 결혼을 거부할 때에만 진정한 구원이 있고 속죄가 된다고 믿는다.

 

프랑코 알파노의 '부활'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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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는 이미 1963년에 '부활'을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가 프린스턴대학교에 있을 때였다. 그러나 '부활'이 완성된 것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0년대였다. 그의 '부활'은 1987년 9월 18일 독일 다름슈타트의 슈타트테아터(Stadttheater)에서 초연되었다. 주인공은 벙어리 소년이다. 이밖에 23개의 역할을 맡은 7명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메조소프라노 1, 카운터테너 1, 베이스 1, 테너 2, 바리톤 2명이다. 그리고 4명의 댄서가 출연한다. 맥스웰 데이비스는 락 밴드를 악기 편성에 포함하였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맥스웰 데이비스의 '부활'은 프롤로그와 단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맥스웰 데이비스의 '부활'은 톨스토이의 '부활'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

 

주인공은 벙어리 소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공연 중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다. 식구들은 겉으로는 그를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의 소년으로 만들고자 하면서 구박만 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소년의 부모와 다른 사람들이 소년을 큰 소리로 꾸짖기만 하는 장면이 계속된다. 무대에 설치되어 있는 TV 모니터에서는 광고만 나온다. 소년은 이 모든 소음 때문에 머리가 터진다. 본막이 시작되면 외과의사들이 머리가 폭발한 소년을 복구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소년은 사회와 종교에 절대복종하는 태도를 갖도록 요구된다. 외과의사 한명이 소년의 도적적, 지적인 잘못을 수리코자 소년의 두뇌를 절개한다. 또 다른 외과의사는 소년의 심장을 수술하여 소년의 감정과 종교적인 부분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 또 다른 외과의사는 소년의 성기를 수술하여 성적인 성향을 변경코자 한다. 결국, 적그리스도가 소년과 함께 부활하여 등장한다. 그러더니 적그리스도의 음경이 기관총으로 변하여 외과의사들을 향해 총알을 발사한다. 적그리스도는 관중들을 향해서도 기관총을 쏜다.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부활'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