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Catalani, Alfredo (카탈라니) [1854-1893]

정준극 2007. 5. 9. 11:34
라 왈리


타이틀: La Wally. 전4막. 빌헬미네 폰 힐레른(Wilhelmine von Hillern)의 소설을 바탕으로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92년 밀라노 스칼라극장

주요배역: 왈리(슈트롬밍거 노인의 귀여운 딸), 슈트롬밍거(마을의 원로), 겔너(마을의 건방진 청년), 하겐바흐(왈리가 좋아하는 사냥꾼 청년), 아프라(집주인), 발터(음유시인)

음악적 하이라이트: 왈리의 이별의 아리아, 티롤지방 사냥꾼들의 무곡(랜들러), 발터의 요들송

베스트 아리아: Ebben? Ne Andro Lontana[그래요? 그럼 난 멀리 떠나겠어요](S), Ne mai dunque avro pace(S), Un di verso il Murzoll(S), Non e l'oro(T)

사전지식: 티롤지방을 배경으로한 라 왈리는 카탈라니의 5편 오페라중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이다. 라 왈리의 아리아는 오페라적 사실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줄거리: 제1막. 독일 남부지방,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 마을의 유지인 슈트롬밍거(Stromminger)영감의 70세 생일잔치가 열리고 있다. 늦게 얻은 귀여운 딸 왈리(Wally, 또는 발리)가 직접 만들었다는 축하노래를 발터(Walter)가 정성을 다해 부른다. 발터는 왈리를 무척 위하는 친구 겸 하인이다(어떤 설명문에는 음유시인으로 되어 있음). 슈트롬밍거영감의 옆자리에는 마을에서 행세깨나 하는 젊은 청년 겔너(Gellner)가 앉아 있다. 겔너는 왈리를 일방적으로 무척 좋아하고 있다. 실은 영감의 재산 등등을 보고 왈리와 결혼하고 싶어할 뿐이다. 하지만 왈리는 사냥꾼 쥬세페 하겐바흐(Giuseppe Hagenbach)만은 은근히 좋아한다. 그러나 차가운 성격 때문에 쥬세페는 왈리가 자기를 싫어나는 줄로 생각한다. 마침 쥬세페가 다른 사냥꾼들과 함께 나타난다. 곰 한 마리를 잡아왔다. 슈트롬밍거 영감은 쥬세페가 왈리 때문에 저런다고 보고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영감은 쥬세페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그야 쥬세페가 마을에서 인기도 좋고 잘 생기고 사냥도 잘하니까 은근히 심통이 나서 그런것 같다. 아무튼 슈트롬밍거 영감이 쥬세페에 대하여 쌀쌀하게 대하자 왈리가 속상해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영감은 왈리가 미음속으로 쥬세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러나 영감은 겔너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왈리에게 겔너와 결혼하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왈리는 즉각 거절하며 ‘무슨 아버지가 그래? 우리 아버지 맞아?’하면서 슈트롬밍거 영감을 막 비난한다.


제2막. 마을 광장에서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이 왈리집 하인인 발터에게 ‘왈리는 도대체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묻지만 아직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발터는 쥬세페를 조용히 만나 왈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라고 귀띰해 준다. 어떤 늙은 병사가 왈리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왈리는 어릴 때부터 어찌나 차갑던지 그 아가씨에게 키스하느니 차라리 바람과 키스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한다. 이때 왈리가 나타나고 잠시후 겔너가 나타난다. 겔너는 다시한번 왈리에게 접근하지만 왈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잠시후 쥬세페가 나타난다. 그의 친구들은 쥬세페에게 왈리로부터 키스를 받아낼수 있는지를 놓고 내기를 건다. 쥬세페는 당연히 키스를 받아내어 내기에 이긴다.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이 축제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쥬세페와 키스까지 한 왈리도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춤을 춘다. 사람들은 쌀쌀한 왈리에게 저런 면이 있느냐고 하면서 놀란다.


제3막. 왈리는 아버지 슈트롬밍거 영감님이 세상을 떠나자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다. 재산을 탐낸 겔너가 계속 왈리에게 구혼한다. 하지만 왈리는 전과 다름없이 차갑게 대한다. 겔너는 쥬세페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음모를 꾸민다. 겔너는 쥬세페를 만나 왈리가 잠시후 강가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전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쥬세페가 강가에 도착하자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겔너가 쥬세페를 급류에 밀어 넣는다.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을 가지고 있던 왈리가 마침 부근에 있다가 쥬세페가 거센 물결에 휩쓸려 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즉시 강으로 뛰어들어 익사하기 직전의 쥬세페를 겨우 건져낸다. 쥬세페가 왈리에게 감사함을 표시하자 왈리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쌀쌀하게 돌아선다. 쥬세페는 왈리가 왜 저렇게 쌀쌀맞은지 알수 없다. 제4막. 왈리는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어서 산속의 오두막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지낸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자 충직한 하인인 발터가 오두막집으로 찾아온다. 발터는 왈리에게 쥬세페를 사랑하고 있으면서 왜 표현을 하지 않고 숨기느냐고 야단친다. 발터는 한술 더 떠서 쥬세페를 이곳으로 오라고 했으니 만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잘해보라고 코치한다. 이번에는 왈리도 그 말을 귀담아 듣는다. 과연 쥬세페가 눈길을 헤치고 찾아온다. 왈리가 용기를 내어 쥬세페를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왈리의 사랑고백이었다. 쥬세페가 기쁜 마음으로 뛰어 오는데 갑자기 눈사태가 나서 쥬세페를 집어 삼킨다. 쥬세페는 눈속 깊은 곳에 파묻혀 찾을수 없다. 슬픔에 쌓인 왈리는 영원히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로렐라이


타이틀: Loreley (Lorelei). 전3막의 로맨틱 오페라. 안젤로 차나르디(Angelo Zanardi)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90년 이탈리아 토리노 레지오(Regio)극장

주요배역: 로렐라이(고아로 자란 아가씨), 안나(발터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아가씨), 발터(젊은 성주), 헤르만(발터의 친구), 루돌프(안나의 삼촌인 영주)

사전지식: 무대는 라인강변이며 시기는 16세기이다. 로렐라이에 대한 전설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렐라이는 라인강변, 지금의 코블렌츠(Koblenz)와 빙겐(Bingen) 사이에 있는 커다란 바위언덕이다. 전설에 따르면 니벨룽의 보물들이 그 바위 아래에 묻혀 있다고 한다. 로렐라이에 대한 전설은 시인 하이네의 Die Lorelei로서 유명해졌으며 이를 독일의 작곡가 프리드리히 질르헤르(Friedrich Silcher)가 노래로 작곡하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리스츠(Liszt)도 로렐라이 노래를 만들었다. 로렐라이에 대한 전설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카탈라니의 오페라에서는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에피소드: 로렐라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1989년 The Little Mermaid(인어공주)라는 월트 디즈니 영화가 나왔다. 영화에서는 인어공주와 젊고 핸섬한 왕자의 사랑이 아침 햇살과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해질녘의 슬픔으로 끝을 맺는다.


줄거리: 오버베젤(Oberwesel)의 젊고 잘생긴 성주 발터(Walter)는 안나(Anna)와 결혼키로 되어있다. 안나는 베베리히(Beberich)영주 루돌프(Rudolph)의 조카이다. 안나는 예쁘게 생겼고 천성이 순진한 아가씨이다. 하지만 발터는 마음이 행복하지 않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다음과 같다. 어느날 저녁, 발터가 라인 강변의 언덕을 거닐고 있을 때 눈부시게 아름답고 백합처럼 순진한 아가씨를 만난다. 로렐라이는 고아라고 했다. 로렐라이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두 사람은 누가 말하기도 전에 서로 이끌려 사랑하게 된다. 발터와 로렐라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라인의 언덕에서 은밀히 만나 사랑을 속삭였다. 두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했다. 순진한 로렐라이는 자기의 핸섬한 연인에게 결혼을 약속한 다른 아가씨가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다. 막이 열리면 결혼식의 저녁이다. 발터는 로렐라이에 대한 사랑과 안나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것 같다. 발터는 친구인 헤르만(Hermann)남작에게 이런 사연을 모두 얘기하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한다. 사실 헤르만은 안나를 깊이 사랑하여 결혼까지 간절히 바랬지만 안나의 마음이 발터에게만 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신사답게 단념하였다. 발터의 애로사항을 들은 헤르만은 안나로 말하자면 귀한 신분의 사람이고 로렐라이는 신분도 알수 없는 아가씨인데 어떻게 로렐라이와 결혼할수 있겠느냐고 하며 어서 로렐라이에게 그 동안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발터는 마음을 굳게 먹고 로렐라이를 만나 마지막으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후 급기야 자기에게는 안나라고 하는 결혼할 아가씨가 따로 있고 바로 오늘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충격을 받은 로렐라이는 발터가 자리를 뜨자마자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한편 헤르만은 만일 안나가 불행하게 되면 그렇게 만든 사람(발터와 로렐라이)에게 복수하겠다고 라인강의 신에게 맹세한다.


잠시후 정신을 잃었던 로렐라이가 가까스로 깨어난다. 로렐라이는 라인강의 님프들과 바람의 정령들을 불러 자기의 명예를 더럽혔고 자기의 마음에 깊은 상처의 입힌 원인제공자인 안나에게 복수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님프들과 정령들은 소원을 들어줄테니 대신 라인왕의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님프들과 정령들은 로렐라이를 말할수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이렌(Sire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근처를 지나는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배가 파손되도록 함)으로 만들어 주겠으며 로렐라이에게 사랑의 고통을 준 사람이 다시 로렐라이를 만났을 때 그 한없는 아름다움과 매력 때문에 어쩔수 없이 굴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설명한다. 로렐라이는 그 제안을 받아 들인후 곧바로 라인강에 몸을 날려 빠진다. 이윽고 로렐라이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사이렌으로 변형되어 복수의 기회를 기다린다. 그로부터 라인강을 오가는 뱃사람들은 로렐라이가 해질 무렵 라인의 바위 언덕에서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황금 빗으로 아름답고 긴 금발 머리를 빗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배를 침몰시키는 경우가 간혹 생기게 되었다.


제2막. 결혼잔치가 이미 시작되었다. 헤르만은 사랑없는 결혼으로부터 안나를 구하기 위한 초조한 심정에서 마침내 안나에게 발터가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안나는 그의 말을 믿을수 없다고 말하며 헤르만을 뿌리친다. 신랑 신부를 비롯한 축하객들이 결혼식을 위해 교회당으로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신비하고 눈부신 빛이 비치며 로렐라이가 더할수없이 아름답고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로렐라이는 발터를 향해 그를 유혹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를 들은 발터는 도저히 저항할수 없는 상태가 되어 안나의 팔을 떨쳐내고 로렐라이에게 달려간다. 발터를 이끌고 라인강까지 온 로렐라이는 순간 강속으로 사라지고 발터는 언덕위에 홀로 남게 된다. 안나는 그제서야 발터의 부정함을 알고 삼촌의 팔에 쓰러지며 결국 숨을 거둔다.


제3막. 안나의 장례 행렬이 비통하게 지나간다. 이 모습을 본 발터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깊이 뉘우치고 강언덕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잠시후 그가 깨어나자 로렐라이가 바위 위에 나타나 발터에게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어서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로렐라이는 자기의 사랑을 빼앗은 여인에 대한 복수가 끝났으므로 발터가 잠시 안나에게 정신을 빼앗겼던 지난 일을 용서하며 자기와 어서 사랑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청한다. 로렐라이가 발터에게 다가서서 포옹하려고 할 때 하늘에서 님프와 정령들의 소리가 들린다. 복수가 끝났으면 라인 왕의 신부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로렐라이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발터와 포옹을 나눈후 슬픈 모습으로 발터의 팔을 빠져나와 바위위로 올라선다. 발터는 로렐라이를 영원히 잃게 된다는 생각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날려 강으로 뛰어든다. 그후 날씨가 좋은 날의 저녁이면 햇빛이 장막을 거둘때쯤 라인 강변의 그 바위 언덕에 로렐라이가 나타나 금빛 머리칼을 황금빗으로 빗으면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죽은 발터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로렐라이의 간절한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