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Haydn, Franz Joseph (하이든) [1732-1809]

정준극 2007. 5. 9. 13:20

약사


타이틀: Der Apotheker (The Apothecary). 하이든이 에스터하지대공의 가족들을 위해 작곡한 오페라중의 한편이다.

초연: 비엔나 근교 아이젠슈타인 소재의 에스터하지 궁전

주요배역: 그릴레타, 멘기노, 셈프로니오(약사), 볼피노


줄거리: 나이 많은 약사 셈프로니오(Sempronio)의 집에 사는 예쁜 아가씨 그릴레타(Grilletta)에게는 두 사람의 애인 후보가 있다. 볼피노(Volpino)는 부자이지만 잘난체하는 사람이고 멘기노(Mengino)는 부자는 아니지만 사람이 착하고 성실하다. 더구나 그릴레타에게 아주 친절하다. 물론 그릴레타는 착한 멘기노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멘기노는 마음이 약해서 그런지 또는 수줍어서 그런지 그릴레타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멘기노의 친구들이 ‘야, 그러면 되냐? 잘 해봐라!’라고 응원을 해준다. 용기를 얻은 멘기노는 우선 그릴레타와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약국의 점원으로 자청해서 취직한다. 문제는 멘기노가 약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약사 영감이 그릴레타와 멘기노가 좀 가깝게 지내는 모습만 보면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며 두 젊은 연인을 떼어 놓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예쁜 그릴레타와 결혼하려는 속셈 때문이다.


약사 영감은 그릴레타와 멘기노가 서로 점점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위기위식을 가진다. 급기야 약사 영감은 그릴레타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혼자서 결혼을 서두른다. 영감은 그릴레타의 후견인이다. 때문에 이 아가씨의 결혼문제는 영감 소관이다. 영감은 바로 이 점을 이용키로 한 것이다. 영감은 멘기노에게 공증인을 당장 데려 오라고 심부름을 보낸다. 잠시후 두 명이 공증인이 들이 닥친다. 서로 진짜 공증인이라고 주장한다. 영감은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결혼 증명서에 공증인이 서명만 해주면 되므로 누구든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릴레타가 가만히 보니 자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 즉 볼피노와 멘기노가 서로 공증인으로 변장해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결혼 증명서에 영감의 이름 대신 자기들 이름을 써 넣으려고 다투는데 장난도 아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정체가 들통 나게 되고 볼피노는 도망친다. 그릴레타는 당황하여 도망도 가지 못하고 있는 멘기노에게 ‘자기야, 걱정 말아요! 나만 믿어요!’라고 하면서 위로한다.


그렇다고 볼피노가 완전이 두손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볼피노는 터키의 귀족으로 변장하고 약국에 들어와 자기로 말씀 드리자면 영감을 술탄(왕)의 특별 약사로 천거키 위해 왔다고 거드름피면서 그 첫 번째 조치로서 약국에 있는 약을 모두 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귀중한 약들을 함부로 쏟기도 하고 섞어 버리기도 하면서 난장판을 만든다. 영감은 처음에 술탄의 특별 약사가 될수 있다는 말에 놀랐지만 자기의 귀한 약들을 마구 팽개치는 모습을 보고 화가 꼭대기까지 났다. 하지만 터키의 귀족이라는 바람에 말도 못하고 쩔쩔 매고 있다. 멘기노와 그릴레타는 그 터키 귀족이 볼피노라는 것을 눈치 챈다. 멘기노는 영감에게 저 터키 귀족을 약국에서 쫓아 버릴테니 그릴레타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한다. 영감은 ‘아무렴’이라고 약속하며 공증서에 서명해준다. 결말은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그릴레타가 터키 귀족에게 달려가서 마스크를 벗기니 볼피노의 얼굴이다. 볼피노는 자존심이 상해서 그대로 꽁무니를 뺀다. 그릴레타와 멘기노는 행복한 표정이다.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 (철학자의 영혼)


타이틀: L'anima del philosofo (Orfeo ed Euridice: The Philosopher's Soul). 전5막. 카를로 프란체스코 바디디(Carlo Francesco Badini)가 대본을 썼다. 이 작품 역시 에스터하지 가족을 위해 쓴 것이다.

초연: 1951년 플로렌스 페르골라극장(Teatro della Pergola)

주요배역: 오르페오(오르페우스: 트라키아의 가수), 유리디체(유리디스: 아리데오/아리스테우스와 약혼한 여인), 아리오테우스의 부하, 크레온테(크레온: 유리디체의 아버지), 플루토네(플루토: 지하세계의 주인), 메신저, 정령

사전지식: 하이든이 이 오페라의 작곡을 의뢰받았을 때는 그가 이미 60세가 다 되었을 때였다. 마침 하이든은 런던을 방문할 계획으로 있었다. 하이든은 런던에서 새로운 오페라 작곡의 스타일을 인식했다. 그러한 새로운 인식이 이 오페라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하이든 시대의 관점에서 볼때 이 오페라는 전통적인 오페라 구성에 대한 어떠한 카테고리에도 포함되기가 어려웠다. 이 오페라에는 하이든 특유의 아름답고 찬란한 아리아가 누비고 있으며 합창 파트는 글룩과 헨델의 스타일로 화려하다. 하이든은 이 오페라를 모차르트가 세상 떠난 해부터 작곡에 착수했다. 그래서인지 이 오페라에는 모차르트의 영향도 담겨있다. 예를 들어 지옥의 장면의 음악은 돈 조반니의 지옥의 장면음악과 비슷하다. 이 오페라에서 유리디체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아리스테우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에피소드: 타이틀이 ‘철학자의 영혼’이라고 된 것은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스토리와는 관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 대본가의 철학적 취향을 표현한 단순한 타이틀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다른 해석은 오르페오를 철학자로, 유리디체를 철학자의 영혼으로 간주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대본가인 바디니가 타이틀을 ‘철학자의 영혼’으로 하자고 했을 때 하이든은 두말하지 않고 받아 들였다. 당시 오르페오와 유리디체에 대한 스토리는 글룩의 ‘오르페오와 유리디체’가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자는 의도에서였다고 한다. 아무튼 오르페오 스토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이든의 이 오페라를 살펴보는 일도 바람직하다.


줄거리: (이전의 역사) 크레온왕은 딸 유리디체를 아리스테우스와 결혼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유리디체는 노래 잘 부르는 오르페우스를 사랑한다. 1막. 깊은 숲속. 유리디체는 사랑하지도 않는 아리스테우스와의 결혼을 피하여 도망가던 중 길을 잃는다. 깊은 숲속에 사는 야만인들이 유리디체를 잡아 자기들 신에게 희생물로 제사지내고자 한다. 이 모습을 본 오르페오가 노래로서 야만인들의 난폭한 감정을 잠재우고 그 틈을 이용하여 유리디체를 구한다. 이 사실을 알게된 크레온왕은 유리디체와 오르페오의 결혼을 허락한다. 2막. 아름다운 전원이다. 오르페오와 유리디체가 결혼한후 기쁨에 넘쳐 있다. 오르페오가 잠시 자리를 빈 사이에 유리디체와 결혼키로 되어 있었던 아리스테우스(Aristaeus: Ariedeo)의 부하 한 사람이 유리디체를 강제로 납치하려 한다. 유리디체는 도망가다가 잘못하여 독사를 밟는 통에 독사에게 물려 죽는다. 장면은 바뀌어 크레온의 궁전이다. 메신저가 들어와 아리스테우스가 크레온왕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을 선포했다고 전한다. 크레온왕은 딸 유리디체가 죽은 것이 아리스테우스의 짓이라고 믿어 복수를 다진다.


3막. 유리디체의 무덤이다. 오르페오, 크레온왕, 궁전의 사람들, 정령들, 처녀들이 유리디체의 죽음을 애통하고 있다. 크레온왕이 오르페오를 위로하지만 소용이 없다. 지옥의 문 앞에 까지 간 오르페오는 마법녀(무녀)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법녀는 오르페오에게 정령을 보내어 철학 안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정령으로 하여금 오르페오를 지하세계로 안내토록 한다. 4막. 오르페오와 정령이 유리디체를 찾기 위해 지하세계를 헤매는 중 불행하고 고통 받는 영혼들을 지난다. 플루토의 궁전 문앞이다. 오르페오의 노래가 지하세계의 주인인 플루토의 차가운 마음을 녹인다. 오르페오는 유리디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도록 하락 받는다. 그러나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 밖으로 나가 밝은 햇빛을 볼 때까지 오르페오는 유리디체가 제대로 따라 오는지 보기위해 뒤를 돌아보아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5막. 오프페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유리디체를 영원히 잃는다. 낙심이 되어 정신이 나간 오르페오는 정처없이 바닷가를 헤맨다. 한떼의 술꾼들이 오르페오를 유혹하지만 오르페오는 함께 마시고 놀자는 이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이들 술꾼들도 만만치 않다. 사랑의 묘약이라고 하면서 오르페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다. 실은 독약이었다. 이로써 오르페오는 죽음으로 구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