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Offenbach, Jacques (오펜바하) [1819-1880]

정준극 2007. 5. 9. 17:08

아름다운 엘렌


타이틀: La Belle Hélène (The Fair Helen). 3막의 오페라 부프(Opéra Bouffe). 대본은 앙리 메일락(Henri Meilhac)과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가 공동으로 썼다.

초연: 1864년 파리 바리에테극장

주요배역: 헬렌(엘렌: 스파르타의 왕비), 오레스트(오레스테스: 아가멤논의 아들), 파리왕자(파리스: 트로이의 프리암왕의 아들), 메넬라(메넬라우스: 스파르타의 왕), 아가멤논(왕중의 왕), 칼챠(칼챠스: 주피터신전의 신관), 아키유(아킬레스: 프티오티스의 왕), 바키스(헬렌의 시녀)

베스트 아리아: on me nomme Helene la blonde..Dis-mol Venus(S)

사전지식: 코믹 오페라이지만 내용이 코믹하다기 보다는 음악과 연기, 대사가 코믹하다. 유명한 트로이의 헬렌과 파리스 왕자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코믹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 공연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무대장치를 할수 있고 현대적 무대를 만들수도 있다. 원작과 영화의 내용은 다를수 있다. 특히 고전적인 대서사시를 영화로 만들려면 제한된 시간 때문에 상당부분이 감추어지기 마련이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내용도 원래의 대서사시의 내용과 약간 다르다. 하지만 큰 줄거리에는 변함이 없다.

에피소드: 헬렌이 미남청년 파리스왕자에게 마음을 주게 된것은 이다(Ida)산에서 세명의 여신들 사이에 미인대회가 있었던 결과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그리스신화 책을 읽어보아야 할것이다. 오펜바흐의 가벼운 오페라(오페레타)는 무거운 내용이라고 해도 놀랄 정도로 가벼운 내용으로 변한다. 다만, 대본과 음악은 고대의 스토리를 현대 사회에 풍자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줄거리: ‘트로이의 헬렌’에 대하여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지만 기왕에 간단히 소개코자 한다. 제1막. 스파르타의 왕비 헬렌은 남편인 메넬라우스(Menelaus: 메넬라)왕을 죽여야할 운명이라는 신의 계시를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기 위해 신관(神官) 칼챠스(Clachas: 칼챠)와 함께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헬렌(Hélène: 엘렌)은 핸섬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âris: 프랑스의 수도 파리와 혼돈하지 않기를)를 생각하며 혹시 그와 사랑의 도피를 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헬렌이 파리스왕자를 생각하고 있는 그 순간에 무슨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파리스왕자가 양치기 목동으로 변장하고 헬렌의 침실로 찾아온다. 파리스왕자는 헬렌에게 자기의 사랑을 받아 달라고 애원한다. 곧 이어 두 사람은 마치 수십년전부터 사랑해온 사이인 것처럼 찰떡이 된다. 다음날 스파르타왕궁에서는 무술시합이 열린다. 파리스왕자가 억지로 무술시합에 참가한다.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안나가겠다고 했지만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상대방은 크레테왕국에서 가장 용맹스런 장사이다.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결투 끝에 파리스왕자가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난다. 신관들은 이것이 분명히 신의 계시(신탁)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다시한번 신전에 가서 신의 뜻을 물어본다. 신관이 받아온 회신은 스파르타왕 메넬라우스가 어서 속히 배를 타고 무작정 멀리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메넬라우스왕을 멀리 쫓아내자는 수작이다. 한편 헬렌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이러다가 내가 다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헬렌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파리스왕자와의 관계를 없었던 일로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바로 그날밤 파리스왕자가 신관을 매수하여 헬렌의 침실로 잠입한다. 이제 두 사람의 짙은 러브 씬이 펼쳐질 순간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느닷없이 나타난 메넬라우스왕 때문에 커트된다.


제2막. 헬렌이 남편 메넬라우스와 말다툼을 벌인다. 말다툼하는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있는 일이다. 두 사람의 언쟁은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점잖게 시작하다가 막바지로 치닫는다. ‘왕비여, 지금 방금 창문을 통해 빠져나간 저 목동 같은 사람은 누구인지요? 헛! 헛!’이라고 물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헬렌은 ‘왕이시여, 소첩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인 것이 없사옵니다. 아마 귀신을 보셨나 봅니다.’ ‘왕비시여,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귀신을 보았다니요? 그럼 나도 귀신이란 말입니까?’ ‘암요, 귀신같으니까 귀신이라고 그랬지요!’ ‘뭐라구?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뭐라구? 이런 여자? 나 원 참! 정말 못 말리는 인간이네!’ ‘뭐라구? 인간이라구? 말 다했어?’ ‘그래! 다했다! 어쩔래? 오냐! 오늘 잘 만났다! 한번 해보자 이거지?’ 이런 언쟁을 헬렌과 메넬라우스가 벌이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남편인 메넬라우스는 헬렌을 점점 더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너무 아름답게 생긴 것도 문제다. 이때 저 바다에서 황금빛 찬란한 갤리선(노예들이 노를 젓는 전함)이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뱃머리에는 신관이 서있다. 사실은 파리스왕자가 신관으로 변장한 것이다. 신관은 헬렌에게 비너스신의 신탁을 전한다. 아직도 신의 지시를 순종하지 않고 있으니 어서 속히 비너스 신전에 가서 희생물을 드리는 제사를 드리라는 내용이다. 신의 지시를 거역할수 없는 헬렌은 황금 갤리선에 올라타고 비너스 신전으로 향한다. 메넬리우스도 비너스 신의 신탁이라고 하는 바람에 꼼짝 못하고 헬렌을 보낸다. 비너스 신전이 어디 있는지 알턱이 없는 파리스왕자와 헬렌은 트로이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오페라는 속은 것을 안 메넬라우스왕이 복수를 외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과연! 이로 인하여 역사적으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



페리콜레


타이틀: La Périchole. 전2막(또는 전3막)의 오페라 부프(Opéra Bouffe). 프로스페 메리메(Proper Merimee)의 코미디 Le carrosse du Saint-Sarement(성례의 마차)를 기본으로 앙리 메일락(Henri Meilhac)과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868년 파리 테아트르 데 바리에테(Théâtre des Variétés)

주요배역: 페리콜레(거리의 가수), 피퀴요(거리의 가수), 돈 안드레아스(페루 총독)

사전지식: 무대를 남미의 페루로 설정한 것이 이색적이다. 당시 페루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스페인의 총독(Viceroy)은 페루의 국왕과 같은 존재였다. 대본은 당시 오페라 작곡가로서 이름을 떨치던 알레비(Halévy)가 썼다. J.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집시남작’과 줄거리가 비슷하다. 다만 주인공이 거리의 음악가라는 것만이 다르다.  아무튼 주인공 청년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게 되고 옛날의 명예와 재산을 되찾는다는 얘기이다.


줄거리: 제1막. 페루의 수도 리마의 광장. 돈 안드레아스(Don Andrèas)가 페루 총독이다. 광장 가운데에 있는 ‘세자매 캬바레’(Three Cousins Cabaret)에서 사람들이 ‘총독 만세!’를 외치고 있다. 총독의 이름으로 공짜 술한잔씩을 돌리라는 지시가 내렸기 때문이다. 술집 손님중에는 총독 자신도 신분을 숨기고 들어와 있다. 민생파악을 위한 암행시찰이다. 한편 거리의 한 쪽에서는 멋진 청년 피퀴요(Piquillo)와 아름다운 아가씨 페리콜레(Périchole)가 ‘스페인 사람과 예쁜 인디오 아가씨’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불러 살아가고 있는 청춘남녀이다. 실은 어서 돈을 벌어 결혼할 꿈에 가득차 있다. 아무튼 페리콜레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총독 양반은 페리콜레를 총독궁에 두고 싶어 한다. 총독궁의 시녀로 삼으면 그 예쁜 얼굴과 예쁜 노래를 언제나 보고 들을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총독은 시종장을 시켜 페리콜레에게 잘먹고 잘 지내게 해 줄테니 총독궁으로 들어오라는 서찰을 전달하며 유혹한다.


뜻하지 않게 총독의 서찰을 받은 페리콜레는 기왕이면 잘먹고 잘 입기나 하자는 생각에서 총독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사실을 안 바지씨 피퀴요는 페리콜레 없는 세상은 뭐 없는 세상이라면서 비관자살을 시도하지만 그것도 걸상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실패한다. 한편, 페리콜레는 당장 ‘세자매 캬바레’에서 시종장의 배려로 맛있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얼큰하게 걸치기도 했지만 총독궁의 시녀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는 시종장의 설명을 듣고 (아마 총독이 총독부인 이외의 어떤 여자에게도 정신을 빼앗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페루법률 76조 B항이 만들어졌던 것 같음) 우선 아무하고나 형식적이라도 결혼키로 한다. 그래서 아무 청년이든지 붙잡고 결혼 약속을 받아 낸다고 하는 노릇이 하필이면 피퀴요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페리콜레는 얼큰하게 취한 마당에서 상대방이 누군지 확실히 모른다. 이렇게 하여 시종장의 주선으로 공증인이 달려오고 결혼서약이 이루어진다.


제2막. 총독궁내이다. 시종장은 아무래도 새로 들어온 시녀와 남편이라는 사람이 언젠가 거리에서 본 떠돌이 음악사라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불쾌하다. 다른 시녀들은 새로 들어온 시녀 페리콜레가 원래 몰락한 백작가문의 여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곧이어 백작부인으로 임명된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 자빠지며 그렇다면 총독의 정부가 틀림없다고 야단들이다. 의자 뒤에 숨어있던 피퀴요는 귀부인 시녀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자기가 총독이 총애하는 애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가 하필이면 자기와 사귀는 페레콜레라는 사실도 얼핏 알게 된다. 한편 페리콜레는 총독에게 자기가 어떻게 하다가 옛날에 알고 지내던 피퀴요라는 청년과 법적으로 결혼했지만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겠으니 걱정 말라고 확신시켜 준다. 그러면서 페리콜레는 피퀴요에게 ‘자기야! 자기 머리는 말야, 돌로 만들었으니까 그저 본것도 못본척, 들은것도 못 들은척해야 해, 알았지?’라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순진, 정직한 피퀴요는 총독을 만나 양심선언을 하며 ‘페리콜레는 예쁜 얼굴만큼 거짓말도 잘한다.’라고 털어 놓는다. 이같은 양심선언에 깜짝 놀란 총독은 오히려 고집센 남편인 피퀴요를 지하 감방에 가두도록한다.


제3막. 페리콜레가 감방으로 찾아와 피퀴요에게 자기의 마음은 아직도 ‘자기’에게 있다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두 사람은 어리숙한 감방장을 매수하여 탈출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사전발각된다. 총독은 두 남녀를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 매너 놓으라고 명령한다. 궁측통? 옆감방에 무려 12년간 수감되어 있던 할아버지 죄수께서 이제 막 탈옥 터넬을 완성했으나 기운이 없어서 탈옥할수 없으니 어서 두 사람이라도 도망가라고 호의를 베푼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 죄수에게도 한가지 재주는 있어서 바쑨(화곳)이라는 악기를 아주 잘 분다. 마침 총독이 궁금해서 지하 감방에 내려왔으나 할아버지 죄수가 바쑨 악기로 연주는 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총독을 내려치는 바람에 총독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피퀴요는 총독을 잡아 단단히 묶어 놓는다. 그러나 좁은 바닥에서 도망가 봤자 삼천리라는 말처럼 두사람은 도망가다가 금방 잡힌다. 광장의 사형대에 올라선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함께 노래를 부르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총독의 자비를 구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에 총독이 감명을 받아(그만한 노래에 감동한것을 보니 진짜 음악 애호가임에  틀림없음) 페리콜레와 피퀴요를 사면하고 두사람의 명예와 재산을 회복시켜 준다. 그리하여 피퀴요백작과 페리콜레 백작부인이 되어 잘 살았다고 한다. 비켜요, 비켜! 피퀴요가 나갑니다.



파리인의 생활


타이틀: La Vie Parisienne (Parisian Life: 파리인의 생활). 전4막. 오펜바흐와 콤비인 앙리 메일락(Henri Meilhac)과 루드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가 대본을 맡았다.

초연: 1866년 10월 31일 파리 팔레-로얄극장

주요배역: 라울(파리쟝), 보비네(파리쟝), 메텔라(자유분방한 아가씨), 공드르마크(스웨덴의 남작), 남작부인, 가브리엘라(행상 아줌마), 프리크(구두장이), 폴랭(하녀) *(공연되는 나라에 따라 주인공 이름들이 현지에 맞게 바꾸어지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것임).

베스트 아리아: Je suis veuve d'un colonel[나는 대령의 미망인](S)

사전지식: 1866년의 파리는 다른 어느곳 보다도 즐거움과 흥분의 도시였다. 사람들은 당시의 파리를 환락의 도시라고 불렀다. 세계만국박람회가 다음해에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에펠탑이 세워진 것은 바로 이때였다. 알퐁스 도데가 이 시기를 ‘부호와 귀족 떼거리’들이 파리의 카페와 살롱에 넘쳐흐르던 시기였다고 말한 것만 보아도 잘 알수있다. 오펜바흐는 이같은 영광과 흥분의 정상에 있었다. 화려한 그의 오페레타들은 당시의 분위기에 어울려 대인기였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들은 바로 그 시기의 즐거움과 화려함을 무대로 옮긴 것이었다. 1866년에 내놓은 ‘아름다운 엘렌’은 대표적이었다. 파리의 극장들은 오펜바흐에게 만국박람회 기념의 대히트 작품을 달라고 요청했다. 팔레-로얄(Palais-Royal)극장은 아예 제목까지 정해서 작곡을 간청했다.  ‘파리인의 생활’이었다. 이 오페레타에는 캉캉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춤이 펼쳐져 화려하다.

에피소드: ‘파리인의 생활’은 초연이후 불록버스터 히트를 기록했다. 자고로 파리에 와서 1887년 만국박람회는 못 보더라도 ‘파리인의 생활’은 보아야 한다는 속담이 나올 정도였다. 극장은 문전성시.


줄거리: 제1막. 파리의 서부역. 놀기 좋아하고 연애도 잘하는 두명의 파리쟝인 라울(Raoul de Gardefeu)과 보비네(Bobinet)가 시골에 갔다가 올라오는 메텔라(Métella: Mettala)를 기다리고 있다. 메텔라는 보통으로 말해서 귀족이나 부유층의 정부, 고상하게 말해서 고급 호스테스이다. 두 청년은 똑같이 매력적인 메텔라를 자기 애인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메텔라는 나이가 듬직한 부자를 좋아한다면서 이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메텔라는 가게 여점원이지만 상류사회에서 화려하게 생활하는 것을 대단히 동경하고 있는 여성이다. 기차에서 내리는 메텔라를 보니 벌써 어떤 중늙은이를 꿰어 차서 팔장을 끼고 있다. 두 젊은이는 한숨만 쉰다. 어떻게 할까? 라울과 보비네는 의기투합하여 자기들도 상류사회 여자를 만나 어떻게 해볼 생각을 한다. 라울은 예전에 자기 집에서 하인 노릇을 하던 죠셉(Joseph)이 그랑 오텔(Grand-Hôtel)이라는 고급 호텔의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안내원은 이 호텔에 묵게 될 스웨덴 귀족인 공드르마크(Gondremark)남작 부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남작은 파리의 물이 기막히게 좋다는 소문을 듣고 한바탕 놀기 위해 온다는 것이다. 슬며시 장난기가 돈 라울이 죠셉에게 약간의 돈을 집어주고 자기가 안내원 역할을 하기로 한다. 드디어 남작부부가 호텔에 도착한다. 라울은 이들을 호텔 방으로 안내하는 대신 근처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실은 자기의 빌라이다. 라울은 남작 부부에게  호텔의 판촉전략에 따라 파리의 개인 아파트에서 며칠 지내도록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남작부인이 대단한 미인이다. 라울은 이 남작부인이야말로 자기가 그리던 상류사회 여성이라고 믿고 접근을 시도키로 마음먹는다. 한편 남작은 메텔라를 보고 당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때 브라질에서 어떤 돈많은 사람이 호텔에 도착한다. 돈을 펑펑 쓰며 파리 생활을 즐기기 위해 왔다고 한다.


제2막. 라울의 빌라 응접실이다. 라울은 스웨덴 남작부부에게 이 집이 대호텔의 별관이라고 설명하면서 기왕 파리에 왔으니 모쪼록 즐겁게 지내라고 얘기한다. 남작은 라울과 단 둘이 있게 되자 메텔라와 잘 되도록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다. 라울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면서 겉으로는 그 말괄량이 아가씨 메텔라를 소개해주기로 약속한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마침 메텔라가 들어선다. 어찌어찌하여 남작은 부인 몰래 메텔라와 다시 만나는 것으로 약속이 된다. 라울은 평소 자기를 무시하던 메텔라를 골탕 먹일 생각으로 바쁘다. 라울은 보비네와 공모하여 며칠후 저녁에 남작만을 적당한 곳으로 초청할 계획을 세운다. 마침 보비네의 숙모가 여행을 갔기 때문에 저택이 비어있어서 그곳으로 초대키로 한다. 남작은 라울에게 배가 고프니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으며 기왕이며 귀족분들과 함께 우아하게 식사하고 싶다고 부탁한다. 라울은 ‘옳다! 한번 골탕이나 먹이자!’라고 생각하고 물건 팔러 오는 아줌마인 가브리엘르(Gabrielle), 옆집 구두장이 프리크(Frick)를 오라고 하여 귀족으로 변장시킨후 남작과 함께 만찬을 하도록 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별별 해프닝이 다 벌어지지만 지면상 생략.


제3막. 큄퍼 카라덱(Quimper-Karadec)호텔이다. 실은 보비네 숙모의 저택이다. 라울과 보비네는 휴가를 떠난 보비네의 숙모 저택에서 댄스파티를 열고 남작을 초대한다. 보비네는 스위스 해군제독으로 분장한다. 보비네를 본적이 없는 남작은 해군제독이라고 하니까 스위스에 무슨 해군이 있느냐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껌뻑한다. 보비네는 숙모 집의 하녀 폴랭(Pauline)을 자기의 부인으로 변장시키고 다른 하인들도 적당히 귀족으로 변장시킨다. 저녁 내내 난장판이지만 남작은 이것이 진짜 파리생활이라고 생각하여 즐겁게 참는다. 특히 여자들이 캉캉 춤을 추자 좋아서 죽을 지경이 된다. 한편 남작부인은 라울로부터 남작이 마텔라와 어찌해 보려는 속셈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제4막. 레스토랑의 대기실이다. 마텔라를 만나기로한 남작은 공연히 초조하다. 드디어 매력만점의 마텔라가 마스크를 쓴 어떤 여인과 함께 등장한다. 남작부인이다. 때를 맞추어 브라질 부호가 귀족부인으로 변장한 행상아줌마 가브리엘르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선다. 뒤를 이어 브라질 부호가 돈을 주고 산 한떼의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며 따라 들어온다. 라울과 보비네도 당연히 등장한다. 설명이 필요한 시간이다. 라울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장난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공드르마크남작은 마스크를 쓴 여인이 자기 부인이란 것을 알고난 후부터는 아주 순순해 진다. 메텔라가 라울에게 접근한다. 그것도 모르고 보비네도 메텔라에게 다시 접근한다. 두 파리쟝은 다시 라이벌이 된다. 모두들 파리 생활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간다. 먹는게 남는 것이다.



게롤슈타인 대공부인


타이틀: Le Grande Duchesse de Gerolstein (Der Grossherzogin von Gerolstein. The Grand Duchess of Gerolstein). 오펜바하의 30번째 오페레타. 당시 귀족사회의 분방한 연애 활동을 풍자한 스토리이다.

초연: 1867년 파리 바리에르극장(Theatre des Varierre)

주요배역: 대공부인, 완다(아름다운 시골 아가씨), 프릿츠(병사), 보움 장군


줄거리: 군대사열에 참석했던 게롤슈타인(Gerolstein)대공부인은 프릿츠(Fritz)라는 잘 생기고 용감한 젊은 병사를 보자 이른바 찜한다(당시에는 지체 높은 귀족 마님들이 젊고 잘생긴 청년들을 애인으로 두고 엔조이 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유념해야 할것이다). 부대사령관인 보움(Boum)장군은 좀 모자란 인물로서 책임보다는 주색에만 취미 있고 게다가 출세를 위해서는 고관대작들에게는 손금이 닳을 정도로 아첨만 하는 늙은이이다. 이날도 보움장군은 대공부인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을 하는중 대공부인이 신참 프릿츠에게 묘한 눈길을 보내자 그 또한 남자인지라 본능적으로 질투한다. 그러나 정작 프릿츠는 예쁜 마을 처녀인 완다(Wanda)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늙은 주책 보움장군도 얼마전부터 예쁜 완다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프릿츠가 완다라는 아가씨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것을 안 대공부인은 프릿츠의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졸병에서 하사관으로 승진시켜주더니 그래도 프릿츠가 대공부인에게 별로 고마워하지 않자 장교로 특진을 시켜주며 그것도 부족하자 나중에는 장군으로 진급시키고 남작의 작위를 준다.


한편 파울(뽈: Paul)공자라는 분이 대공부인을 은근히 사모하고 있다. 파울공자는 좀 멍청하고 겁이 많으며 용감하지도 못한 인물이다. 이런 약소한 인물을 대공부인이 두손을 벌이고 환영할 이치는 만무하므로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한편 대공부인은 이제 장군이 된 프릿츠가 전쟁터에 나가면 승리를 거두고 돌아 올것이라고 믿어서 군대와 함께 전쟁터로 보낸다. 과연! 프릿츠는 승리를 거두고 영광스럽게 돌아온다. 대공부인은 프릿츠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서 당장이라고 청혼할 생각이다. 그러나 프릿츠는 시골 아가씨 완다에게 죽도록 성실한 사랑을 바치겠노라고 하며 대공부인의 애정을 거절한다. 감히 자기의 사랑을 거부하다니! 대공부인은 창피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서 프릿츠에게 앙갚음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여기에는 혼자의 힘으로는 할수 없으므로 주책의 보움장군, 멍청한 파울공자, 그리고 퍼크(Puck: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결혼]에 나오는 당나귀 머리의 요정과 이름이 같음)남작도 가세토록 한다. 대공부인은 자기의 음모에 파울공자가 동참한다는데 대단히 감사하여 얼떨결에 그와 결혼하는 것을 깊이 고려해 보겠다고 약속한다. 이들이 작당하여 꾸미는 음모라는 것은 간단하다. 프릿츠를 전쟁터에서 암살하여 마치 전사한 것처럼 꾸민다는 것이다. 음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러자 양심에 찔렸는지 대공부인은 파울공자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프릿츠를 제거하려던 음모를 대단히 후회한다. 그래서 원래의 암살 계획을 중지하라고 명령하고 대신 프릿츠와 완다의 결혼을 승낙한다. 그러나 프릿츠 암살 계획을 중지하라는 명령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프릿츠는 한참 동안 파울공자의 부하들에게 괴로움을 당하기도 한다. 대공부인은 프릿츠가 장군으로 진급된 것을 무척 거북해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원래대로 사병으로 만들어 주며 대신 보움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마침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고 소동은 가라앉게 된다. 프릿츠는 완다와 결혼하고 대공부인은 파울공자를 장래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초록은 동색!


산적 


타이틀: Les Brigands (The Brigands). 3막의 오페라 부파. 대본은 콤비인 앙리 메일락(Henri Meilhac)과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가 썼다.

초연: 1869년 파리 바리에테(Variétés)극장

주요배역: 프라골레토(산적들에게 붙잡힌 청년), 그라나다공주, 만투아왕자, 산적, 산적의 딸

사전지식: 오펜바흐가 이 오페레타를 무대에 올릴 당시는 마침 프랑스의 제2왕권 통치가 끝나던 시기였다. 그래서 평민이 왕족을 풍자하는 이 오페라는 일반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줄거리: 이탈리아 산적들에게 붙잡힌 프라골레토(Fragoletto)는 도둑들의 소굴에 있는 동안 산적 두목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마침 산적들은 왕족들을 어떻게 하면 골탕 먹일수 있을까 하고 노력중이다. 그같은 노력의 저변에는 자기들도 왕족과 다름없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평등사상이 깔려있다. 프라골레토는 이러한 산적들의 노력에 기꺼이 동참함으로서 자기도 산적들과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마침 그라나다(Granada)공주와 만투아(Mantua)왕자가 결혼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당시 왕족들은 서로 얼굴도 모른채 그저 위에서 정해준 대로 정략 결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라나다공주와 만투아왕자는 서로 한번도 만난 일이 없는 처지이다. 곧이어 그라나다의 결혼 사절단이 만투아를 향해 간다는 정보가 입수된다. 산적 두목은 그라나다의 결혼 사절단을 체포하여 그라나다공주의 초상화를 자기 딸의 초상화와 바꿔치기하고 프라골레토를 사절단장으로 변장하여 만투아에 보낸다. 하지만 만투아에서는 불행하게도 산적 사절단의 정체가 들통이 난다. 시녀 한 사람이 그라나다공주의 초상화를 보고 ‘쇤네는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르겠는데요!’라고 하는 바람에 모든 사실이 들통 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산적 두목의 딸 초상화를 본 만투아왕자는 그 아름다움에 반한다. 그러나 자기는 나라를 위해 정략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산적 두목이 귀족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저지른 모든 행동을 용서한다. 그리고 용감한 프라골레토가 산적 두목의 딸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결혼토록 지원해 준다. 타이틀이 ‘산적’이어서 무시무시했는데 그게 아니고 해피엔딩!



호프만의 이야기


타이틀: Les Contes d'Hoffmann (The Tales of Hoffmann). 전5막의 환상적 오페라(Opera fantastique). E.T.A. 호프만이 쓴 스토리를 기본으로 줄르 바비에르(Jules Barbier)가 대본을 썼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원작자인 호프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극중에 나오는 시인 호프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 여자에 대한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이다.

초연: 1881년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

주요배역: 호프만(시인), 뮤즈, 스텔라(프리마 돈나), 올림피아(기계인형), 안토니아(성악가), 줄리에타(고급창녀) - 이 세역할은 각각 다른 소프라노일수도 있고 한 사람이 세 역을 맡을수도 있음), 니클라우쎄(호프만의 친구), 린도르프(뉘른베르크 시의원), 루터(여관집 주인), 크레스펠(안토니아의 아버지, 바이올린 제작자), 독토르 미라클(의사), 다페르투토(요술장이)

음악 하이라이트: 호프만의 클라인자흐(Kleinzach)의 전설 아리아, 올림피아의 인형의 노래, 바르카롤레(벳노래), 호프만의 사랑의 테마 음악

베스트 아리아: Belle nuit, o nuit d'amour[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여](S+MS), Les oiseaux dans la charmille[정원의 산책로에 있는 새들](S), Elle a fui, la torterelle[떠나버린 그녀, 작은 비둘기](T), Scintille, diamant(Bar), Il etait une fois a la cour d'Eisenach[그 옛날 아이네나흐의 궁전에서](T)

사전 지식: 기이하고 풍자적인 세가지 에피소드가 연속되어 나오는 오페라이다. 그러므로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프리마 돈나가 세 명이다.  풍자적이므로 우리의 일상적인 환각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교훈적인 3막짜리 스토리가 중심이다. 이 오페라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곁들여 있다. 워낙 많은 배역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배역을 각각의 성악가가 맡도록 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 것으로 시의에 부응하였다. 예를 들어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를 소프라노 한 사람이 맡는 것이 통상이다. 게다가 스텔라의 역할까지 같은 사람이 맡을수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소프라노에게 배역을 줄수도 있으며 올림피아와 안토니아를 한 사람이 맡고 줄리에타만다른 소프라노가 맡는 방식도 택할수 있다. 테너에 있어서는 주인공인 호프만, 린도르프, 코펠리우스, 독토르 미라클, 다페프투토를 한 사람이 맡을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하인들인 코체닐레, 프란츠, 피치나키오를 주역 테너가 2중으로 맡을수도 있다.

에피소드: 오페바흐는 풍자의 왕이었다. 그의 오페레타는 대부분 당시 사회상, 특히 허영만을 쫓는 프랑스 기득권 계층을 풍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풍자를 오페레타의 단면에 담아 재현했기 때문에 재미있다. 하지만 오펜바흐는 죽기 전에 그런 일반적인 풍자 오페레타에서 탈피하여 단 한편이라도 자기의 독창적인 순수 오페라를 쓰고 싶어 했다. ‘호프만의 이야기’였다. 불행하게도 오펜바흐는 이 오페라가 초연되기 바로 직전에 세상을 떠났다. 초연을 위한 리허설 도중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리허설을 마무리해야 했다. 새로운 무대 감독은 원작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여 막 하나를 삭제했고 다른 부분도 손질을 했다. 그로부터 이 개작 내용의 오페라가 공연되어 왔지만 오늘날에는 원작을 재현코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다른 오페라 공연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특히 이 오페라는 그때그때 무대감독의 취향에 따라 내용이 약간씩 다르게 공연되는 것이 색다르다. 그러므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버전이 있다.


프롤로그: 스텔라(Stella)라고 하는 유명한 소프라노가 있다. 대단한 미모의 오페라 성악가이다. 그날 저녁에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 출연하고 있었다. 스텔라가 자기 애인인 시인 호프만에게 공연이 끝나면 무대뒤 분장실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하인 편에 보낸다. 하인은 오페라 극장 건너편에 있는 주점에 들려 호프만을 찾는다. 이 때 린도르프(Lindorf)라는 이름의 신사로 변장한 악마가 나타나 이 편지를 하인으로부터 비싼 돈을 주고 산다. 편지의 내용을 보고 악마가 싱긋이 미소를 짓는다. 이제부터 악마의 계략에 의한 드라마가 펼쳐질 차례이다.


호프만이 친구 니클라우쎄(Nicklausse)와 함께 주점에 나타난다. 니클라우쎄는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 나오는 옥타비안처럼 남장 메조소프라노이다. 호프만은 한 때 자기가 열렬한 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스텔라가 요즘 오페라 무대에서 전과 달라졌다고 하면서 실망이라고 털어 놓는다. 이윽고 술이 잔뜩 취한 호프만은 사람들의 청에 못 이겨 지난 날 자기가 사랑했던 세 명의 여인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이 세 명의 여인이 이 오페라 각 장면의 주인공들이다. 주점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오페라 극장에서 돈 조반니를 보다가 중간 휴게시간에 주점에 들린 학생들도 많이 있다. 이 학생들은 호프만의 얘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오페라 극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다. 모차르트에 대한 풍자이다. 오페라 돈 조반니가 호프만의 연애 스토리보다 재미없다는 식의 풍자이다. 악마 린도르프는 각 에피소드에서 각각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여 나타나서 마법을 부리는 등 한 못을 단단히 한다.


제1막. 귀엽고 사랑스런 기계인형 올림피아(Olympia)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지킬박사 스타일의 미친 과학자 스팔란차니(Spalanzani)는 실물처럼 생긴 예쁜 여자 기계인형을 만들었다.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보는 사람마다 진짜인줄 알고 홀딱 반할 정도이다. 호프만도 이 기계인형 올림피아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만다. 장사꾼으로 변장한 악마는 이런 호프만에게 마법의 안경을 판다. 이 안경을 쓰면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올림피아를 만든 미친 과학자는 파티를 열고 사람들을 초청하여 자기의 신제품인 기계인형을 보여준다. 올림피아는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유명한 아리아 Les oiseaux dans la charmille(숲속의 새)이다. 그러나 기계이기 때문에 태엽이 풀어지면 춤과 노래도 풀어지고 다시 태엽을 감아주어야 대로 발랄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 예쁜 인형이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는 호프만은 올림피아의 손을 붙잡고 열렬히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다가 잘못해서 어떤 스위치 하나를 건드린다. 나사가 풀어진 올림피아는 그저 쉬지 않고 빙빙 돌며 춤을 춘다. 호프만의 친구 니클라우쎄가 ‘저건 기계인형이니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충고하지만 호프만은 이제 사랑의 포로가 되어 있다. 악마가 나타나 올림피아를 건드리자 올림피아는 점 점 더 빨리 빙빙 돌며 춤을 추다가 무대 옆의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그 방에서 기계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듣고 악마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흘린다. 방으로 쫓아 들어갔던 만은 기계 부품을 손에 들고 허탈한 모습으로 나온다. ‘바보같은 젊은이!’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호프만은 진정으로 올림피아를 사랑했었다. 허위에 가득 찬 사람을 사랑하느니 차라리 기계를 사랑하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제2막. 이번 주인공은 예쁜 안토니아(Antonia)이다. 폐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아가씨이다. 그러고 보면 오페라에서는 폐병으로 죽는 여주인공이 많은것 같다. 비올렛타(트라비아타)가 그렇고 미미(보엠)가 그렇다. 그건 그렇고 안토니아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세상 떠난 어머니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안토니아의 아버지는 딸이 노래를 절대로 부르지 못하게 한다. 죽음을 앞둔 딸이 노래를 부르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토니아를 사랑하는 호프만은 안토니아의 간절한 소원대로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안토니아를 걱정하는 아버지가 의사를 데려온다. 이번에는 악마가 의사로 변장했다. 악마는 안토니아가 더 힘든 노래를 부르도록 마법을 쓴다. 호프만이 안토니아에게 더 이상 노래 부르지 말도록 간청한다. 악마는 바이올린을 반주하여 안토니아가 쉬지 않고 더 높은 소리로 노래 부르도록 만든다. 안토니아는 끝내 숨을 거둔다. 호프만의 가슴을 찢어 질것 같다. 자신만만하고 거만한 소프라노를 사랑하느니보다 차라리 병들어 언제 숨을 거둘지 모르는 사람을 사랑한 것이다. 악마 린도르프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제3막. 이번 주인공은 고급 창녀인 줄리에타(Giulletta)이다. 라 트라비이타의 비올레타와 직종과 직업이 같다. 무대는 베니스. 파티가 한창이다. 막이 열리면 저 유명한 ‘호프만의 뱃노래’(Barcarolle)가 은은히 들린다. ‘아름다운 밤이여, 사랑의 밤이여, 우리의 환희에 미소를 띠어라, 한낮 보다 더 달콤하게, 오, 아름다운 사랑의 밤이여..’ 이같은 노래이다. 파티장에서 줄리에타가 호프만의 옆에 앉자 줄리에타의 애인인 슐레밀(Schlemil)이 질투심에 휩싸인다. 악마가 등장할 차례이다. 이번에는 마법사로 변장했다. 악마는 줄리에타에게 커다란 다이어몬드를 준다. 이 다이아몬드를 이용해서 호프만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자까지 뺏도자는 계획이다. 줄리에타에게 마음을 뺏긴 호프만은 줄리에타와 함께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자기의 그림자마저 가져가도록 한다. 잠시후, 줄리에타의 방으로 들어갈수 있는 열쇠를 놓고 호프만과 슐레밀이 싸움을 벌인다. 호프만의 칼은 악마의 것이었다. 호프만이 슐레밀을 죽인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줄리에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곤돌라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지고 있다.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날리는 깃털과 같다는 교훈아닌 교훈을 준다.


에필로그: 무대는 다시 처음의 주점이다. 호프만은 학생들에게 자기의 이야기는 끝났다고 말한다. 친구 니클라우쎄는 지금까지 호프만이 얘기한 세명의 여인이 바로 스텔라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역시 호프만은 스텔라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갑자기 시의 여신(Muse of Poetry)이 나타난다. 시의 여신은 호프만에게 오로지 스텔라만 생각할 것과 다른 여인을 생각하려면 그 정신 가지고 예술에 혼신을 기울이라고 충고한다. 이런 얘기는 친구의 입을 통해 하면 될 것인데 굳이 시의 여신까지 등장시켜 하는 것은 흥미 있는 설정이다. 이제 오페라 공연이 끝난 스텔라가 무대 뒤에서 기다리다 지쳐서 주점을 찾아온다. 그렇다. 호프만이 지금까지 얘기한 세 명의 여인은 바로 스텔라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호프만은 술에 너무 취해서 스텔라에게 관심을 두지 못 할 정도였다. 스텔라는 술 취해서 쓰러져 있는 호프만에게 손에 들고 있던 꽃 한 송이를 던져 주고 신사로 변장한 악마와 함께 어디론가 즐겁운듯 사라진다. 



지옥의 오르페


타이틀: Orphee aux Enfers (Orpheus in the Underworld, 연옥의 오르페우스). 전2막의 오페라 부퐁(Operá Bouffon).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와 엑토르-죠나탄 크레미유(Hector-Jonathan Crémieux)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858년 파리 테아트르 데 부페-파리지앙(Théâtre des Bouffes-Pariseins)극장

주요배역: 대중의 의견, 유리디체, 오르페우스, 플루토, 주피터, 다이아나

사전지식: ‘지옥의 오르페’는 프랑스 오페레타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 오페레타를 기점으로 하여 오펜바흐의 다른 오페레타, 즉 아름다운 엘렌, 파리인의 생활, 제롤슈타인의 공작부인, 라 페리콜레 등이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되었다. 처음 ‘지옥의 오르페오’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저질 및 난잡’이라고 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문화의 요람인 그리스의 위대한 신화를 아무리 현대라고 해도 너무 지나치게 모던하게(당시로서)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원래 일반 대중들은 평론가의 평에 민감한 편이다. 오펜바흐는 대폭적인 수정을 했다고 발표하고 실은 약간만 고쳐서 무대에 올렸다. 대성공이었다. 초연이후 228회 연속 공연이었고 극장입구는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역사적으로 아마 ‘지옥의 오르페오’로부터 암표상이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서곡에서의 캉캉 음악이 화려하다. 신바람이 날 정도이다. 글룩의 ‘축복받은 정령들의 춤’의 제2탄으로 보면 된다.


줄거리: 오펜바흐에 의한 오르페(Orphée)는 옛 그리스의 수도인 테베에서 바이올린 선생일도 하고 작곡도 하며 지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의 아내 유리디체(Euridice)는 음악을 싫어하는 중에도 남편인 오르페의 작품을 가장 싫어한다. 오르페는 목동 아리스테(Aristée)와 공모하여 남편을 골려주기로 한다. 아리스테는 실은 지하세계의 왕인 플루토(Pluto)가 변장한 인물이다. 아주 잘생긴 아리스테는 얼마전 유리디체의 앞에 나타났었으며 그 이후 두 사람은 옥수수 밭에서 뛰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가 된다. 플루토(아리스테)는 아름다운 유리디체를 지하 세계에 데려가서 함께 살고자 한다. 유리디체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유리디체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끝내고 죽어야 한다. 플루토와 유리디체는 지하세계로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그리하여 유리디체는 플루토(아리스테)의 뱀에 물려 죽어서 지하세계로 간다. 한편 오르페는 자기에게 잔소리만 퍼붓고 무시하던 아내가 사라지자 뛸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대중(Public Opinion: 어떤 경우, 대중의 의견은 신으로 등장하기도 한다)의 의견은 달랐다. 도덕적으로 볼때 아내가 지옥에 갔으므로 오르페가 내려가서 유리디체를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오르페는 여론을 따르기로 한다. 오르페는 등받이를 하고서 올림퍼스 산에 있는 신들의 신인 주피터를 찾아가 일단 사정해 보기로 한다. 등받이를 한것은 만일의 경우, 유리디체를 지옥에서 데려 나올때 전처럼 무심코 뒤를 보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제2막. 올림포스 산에서는 신들의 제왕이라는 주피터가 님프 및 다른 신들과 하릴없이 중얼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들의 사자(使者)역할을 맡고 있는 머큐리는 직업상 이곳저곳 다녀야 하기 때문에 플루토가 유리디체를 지옥으로 데려 갔다는 내용도 들어서 알고 있다. 올림퍼스산에 있던 머큐리가 지옥으로 내려와 책임자인 플루토에게 혹시 유리디체가 이미 도착했냐고 묻자 플루토는 ‘웬 참견이냐? 왔던 안왔던 무슨 상관이냐? 주피터 영감은 자기 일이나 신경쓰라고 하시오’라면서 유리디체에 대한 사항을 격렬하게 부인하는 한편 주피터에 대하여 비난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 소리를 전해 들은 주피터는 화가 치밀어서 못된 자하세계를 싹 쓸어버려 혼내주겠다고 다짐한다. 잠시후 오르페가 여론의 등쌀에 못이겨 아내를 되돌려 달라기 위해 올림퍼스 산을 찾아온다. 오르페의 청원을 들은 주피터는 인간들의 간청을 거절하기도 어려워 잃어버린 유리디체를 찾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주피터는 모든 신들을 거느리고 플루토가 헛소리 한것이 정말인지 아닌지를 체크하기 위해 지옥으로 간다.


제3막. 지하세계에서 플루토는 예전과는 달리 유리디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유리디체는 늙은 존 스타익스(John Styx)의 감시아래 플루토의 내실에 갇혀있다. 존 스타익스는 원래 베오티(Beotie)라는 나라의 왕이었으나 지금은 플루토의 시종 노릇이나 하고 있다. 유리디체는 사랑에 눈이 멀어 공연히 플루토를 따라 지옥에 온것을 후회하는 신세타령을 하고 있다. 이때 저 멀리 올림퍼스산으로부터 주피터와 다른 신들이 도착하자 존 스타익스는 유리디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내실의 문을 잠근다. 잠시후 플루토가 등장하여 이곳 지하세계에는 유리디체가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나 주피터도 만만치 않은 여우이다. 집으로 돌아가는척 하다가 잠시후 아들 큐피드의 도움을 받아 커다란 파리로 변하여 다시 나타나 열쇠구멍을 통하여 플루토의 내실로 들어간다. 주피터는 욕실에 있는 유리디체를 발견한다. 파리는 젊고 아름다운 유리디체에게 마음이 끌려 이런저런 얘기로 유리디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파리의 달콤한 말에 넘어간 유리디체는 이 새로운 연인을 따라가기로 한다. 내실에 들어온 플루토는 유리디체가 달아난 것을 알고 벌컥 화를 낸다.


원래는 3막뿐이지만 4막을 넣어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4막에서는 플루토가 지하세계를 방문한 주피터와 여러 신들을 환영하여 베푸는 잔치이다. 그야말로 광란의 절정을 보여주는 파티이다. 지옥의 단골 메뉴인 캉캉이 신나게 무대를 압도한다. 유리디체는 주피터의 옆에 앉아서 샐샐거리고 있다. 주피터는 플루토에게 ‘본인은 이 젊은 여인을 남편한테 돌려보낸다고 약속했으니 귀하는 본인의 체면을 생각하여 당장 돌려 보내시오!’라고 주장한다. 플루토는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말한다. 한편 오르페는 대중의 여론에 못이겨 유리디체를 찾는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한번 올림퍼스 산에 올라온다. 하지만 문제는 주피터가 예쁘고 놀기 좋아하는 유리디체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주피터는 자기의 부인 주노 때문에 유리디체와 어떻게 할수 없게 되자 유리디체와 미남 바커스가 서로 좋아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모든 남신들과 여신들은 그저 신나게 마시며 춤을 춘다. 오르페도 기쁘다. 여론에 따라 유리디체를 찾으러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데려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