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Taylor, Deems (테일러) [1885-1966]

정준극 2007. 5. 21. 15:52

왕의 충복

 

타이틀: The King's Henchman. 3막의 리릭 드라마.

초연: 192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요배역: 에드가(영국 왕), 일프리다(오르드가의 딸), 이텔올드(왕의 충복), 오르드가(일프리다의 아버지, 드봉의 영주)


줄거리: 영국왕 에드가(Edgar)의 궁전이다. 에드가 왕이 귀족들과 귀부인들을 초청하여 성대한 파티를 열고 있다. 실은 드봉(Devon)의 영주 오르드가(Ordgar)를 접대하기 위한 파티이다. 에드가 왕은 오르드가에게 예쁘고 예의 바른 딸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오르드가를 초청하여 아예 결혼을 약속코자한다. 오르드가로서도 고소원이었다. 말괄량이 딸이 왕비가 된다는데 싫은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왕은 오르드가의의 딸 일프리다(Aelfrida)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슬쩍이라도 보아야 하지만 국정이 바쁜 관계로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므로 마음이 불편하다. 언챙이면 어떻게 하나? 들창코면 어떻게 하나? 뻐드렁이면 어찌 하나? 얼굴은 동근가 길쭉한가? 에드가 왕은 그런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다가 에드가 왕은 반짝 아이디어를 낸다. 궁여지책으로 충복인 젊은 이텔올드(Aethelwold)를 드봉으로 보내어 영주의 딸이 예쁜지 아닌지를 알아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텔올드는 사랑을 해본적도 없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년이다. 그러므로 왕에게 ‘아니, 여자라면 다 똑같은데 봐야 뭐하느냐?’고 말하지만 왕은 그래도 가보라고 등을 떠밀어 보낸다. 이텔올드는 아무도 몰래 드봉으로 떠난다. 길을 안내하기 위해 오르드가 영주의 하인 마커스(Maccus)와 함께 가게 되었다. 이텔올드의 출장은 철저한 비밀속에 가려져 있어서 마커스도 이텔올드가 무슨 일로 드봉에 가는지 모른다. 드봉으로 가는중 숲에서 짙은 안개를 만나 길을 잃는다. 어두운 밤이다. 달빛만 교교하다. 지친 이텔올드는 나무 아래에서 잠깐 눈을 붙이며 쉬고 있고 마커스는 먹을 것을 찾으러 숲속의 이곳저곳을 헤맨다. 마침 일프리다가 숲속을 찾아온다. 일프리다는 마법의 힘을 빌려 아버지가 억지로 정해주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게 되도록 하기 위해 숲을 찾아온 것이다.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을 마치자 구름을 뚫고 밝은 달빛이 한줄기 쏟아져 내려 잠들어 있는 이텔올드의 얼굴을 비친다. 마침 일프리다가 이텔올드의 잘생긴 모습을 보고 불현듯 사랑을 느낀다. 일프리다는 자기도 모르게 이텔올드에게 이끌려 그의 뺨에 키스를 한다. 이상하게 뺨이 간지럽다고 생각한 이텔올드가 문득 잠에서 깨어난다. 이텔올드는 아름다운 일프리다를 보자 ‘아니, 웬 천사님이 이 밤중에 여기 계신가?’라면서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도 잠시뿐! 이텔올드는 자기에게 키스했던 여자가 누구인지 알자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황급히 도망가려고 한다. 하지만 마침 돌아온 마커스가 도망가려는 이텔올드를 가로 막으면서 ‘보아하니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 같은데 왜 그 감정을 숨기느냐?’면서 왕에게는 나중에 일프리다라는 여인이 왕비가 되기에는 너무 못생겼다고 말하면 왕이 포기하지 않겠느냐고 말해준다. 마커스야 말로 눈치로 평생을 밥먹고 사는 하인이었다.


과연 에드가 왕은 이텔올드의 말을 듣고 ‘그렇게 못 생겼다면 왕비가 될수 없지!’라고 결심한다. 그러자 이텔올드가 그 못 생긴 일프리다와 결혼하겠다고 청원하자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드니...쯧쯧... 정 그렇다면 그동안 짐의 충복으로 봉사했던 것을 가상히 여겨...부디 잘 살아보라!’고 하면서 결혼을 승낙한다. 오르드가 영주로서는 에드가 왕이 갑자기 파혼 선언을 하고 오히려 반편과 같은 이텔올드와 자기의 귀중한 딸과의 결혼을 승낙하자 속은 무척 상했지만 왕명이니 어쩌랴? 드봉에서 이텔올드와 일프리다는 결혼식을 치루어주고 자기의 성에세 함께 지내도록 한다. 그렇게 산지도 몇 달이 지났다. 이텔올드는 처가살이가 싫어졌다. 장인 오르드가의 보이지 않는 냉대에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부인 일프리다가 집안 일 때문에 너무나 바빠서 함께 있을 시간도 없을 정도가 되자 이텔올드는 무슨 수를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한다. 두 사람은 ‘이렇게 살려면 뭐하러 살아?’라고 마음이 통하여 그날밤 당장 드봉을 떠나 플란더스로 도망가기로 한다. 두 사람이 막 떠나려는데 하인 마커스가 들어와 조금후에 에드가 왕이 두 사람을 잘사는지 보기 위해 도착한다고 전한다. 이텔올드는 그제서야 일프리다에게 자기가 드봉을 찾아온 임무가 무엇이었으며 왕에게 가서 일프리다가 아주 못 생겼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왕이 결혼할 것을 포기하였고 그래서 자기가 결혼할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를 털어놓는다. 처음으로 그런 소리를 들은 일프리다는 두가지 사항 때문에 대단히 화가 난다. 첫째는 사정이야 어쨌든 자기를 못생겼다고 보고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잘했으면 왕비가 되어 떵떵거리고 살수있었을 텐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드디어 왕이 도착한다. 일프리다는 최대한으로 멋있게 치장하고 자기의 미모를 한껏 뽐내며 왕을 맞이한다. 왕은 믿었던 충복 이텔올드로부터 배신당한것을 알게 된다. 이텔올드는 자기의 잘못을 크게 후회하면서 칼을 들어 자결한다. 에드가 왕은 이텔올드의 모든 명예와 직위도 함께 파묻으라고 명령한다. 불쌍한 이텔올드 청년의 일생! 그래도 몇 달동안은 일프리다와 함께 살지 않았던가?

 

'왕의 충복'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