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Tchaikovsky, Peter Il'yich (차이코프스키) [1840-1893]

정준극 2007. 5. 21. 15:52

이올란타


타이틀: Iolanta. 1막짜리 서정적 오페라. 대본은 차이코브스키의 사촌인 모데스트 일리이치 차이코브스키가 헨리크 헤르츠(Henrik Hertz)의 희곡 Kong Renés Datter(르네왕의 딸)을 바탕으로하여 썼다.

초연: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 말리(Maliy)극장

주요배역: 이올란타(레네왕의 눈먼 딸), 레네(프로방스의 왕), 로베르(부르군디의 공작), 보데몽백작(부르군디의 기사), 이븐-하기아(무어의 의사), 베르트랑(성문직이), 마르타(베르트랑의 부인, 이올란테의 보모), 브리기타(이올란테의 친구), 로라(이올란테의 친구)

음악 하이라이트: 이올란타와 보데몽의 듀엣

베스트 아리아: Who can compare with my Mathilde[그 누가 나의 마틸드와 견줄수 있는가](B), Arioso(S), 이올란타와 보데몽의 사랑의 2중창

사전지식: 이올란타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초연되었다. 차이코브스키는 이올란타에 대하여 중세의 기사들과 귀부인들과의 사랑 이야기는 진부한 것이어서 자기 자신도 이올란타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한 일이 있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은 음악과 스토리가 모두 마음에 들기 때문에 이올란타를 대단히 좋아했다. 그러나 신문의 평론은 그렇지 못했다. 신랄한 비평을 퍼부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올란타야 말로 차이코브스키의 작품중에서 가장 허약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한 일이 있다. 당시 차이코브스키는 믈라다(Mlada)라는 오페라를 내놓았으나 성공하지 못하여 낙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올란타에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다.


줄거리: 르네(Renés)왕의 딸인 이올란타(Iolanta)는 동무들인 브리기타(Brigitta), 라우라(Laura)와 함께 과실을 따고 있다. 이올란타는 자기가 다른 사람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모르고 있다. 이올란타는 눈먼 처녀였다. 아무것도 볼수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 유모인 마르타(Martha)와 동무들이 고단한 이올란타를 잠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불러준다. 무어인 의사 이븐-하키아(Ibn-Hakia)는 르네왕에게 이올란타를 고치려면 우선 이올란타가 자기가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버지인 르네왕은 딸에게 눈이 멀었다는 것을 얘기해 줄수 없다고 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브루군디의 공자인 로베르(Robert)는 이올란타와 정혼한 사이이다. 그러나 다른 쳐녀를 사랑한다. 로베르의 친구인 보데몽(Vaudémont)이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잠들어 있는 이올란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보데몽은 잠에서 깨어 일어난 이올란타에게 빛의 영광이 어떤 것이며 만물을 볼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비로소 얘기해준다. 르네왕은 이올란타가 눈으로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데 대하여 무척 노여워하고 있다. 딸의 실망을 크게 걱정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해준 보데몽을 당장 잡아서 죽이려 한다. 하지만 의사인 이븐-하키아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이올란타의 눈을 뜨도록 하는 일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올란타는 보데몽이 자기 때문에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휩싸여 있다. 그래서 어서 눈을 떠서 보데몽을 살려야 한다고 작정했다. 결국 이올란타는 고침을 받아 눈을 뜨게 되었으며 사랑하는 보데몽과 함께 있게 된다. 로베르는 이올란타와의 정혼을 무효로 한다.


마제파


타이틀: Mazeppa. 전3막. 푸쉬킨의 대서사시 Poltava(폴타바라고 하는 전투장소)를 기본으로 빅토르 브루레닌(Victor Brurenin)과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전3막.

주요배역: 마리아(마리야: 코츄베이의 딸), 마제파(코자크의 늙은 족장), 코츄베이(코사크의 원로), 안드레이(마리아를 사랑하는 코자크의 청년), 페테르대제

음악 하이라이트: 승리의 행진곡, 마리아의 자장가

베스트 아리아: In the bloody battle, on the field of honour(T)

사전지식: 마제파는 코사크족의 족장 이름이다.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코사크 군대를 이끌고 있는 사령관이다. 마제파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인 마제파가 정치적 야망을 위해 로맨스를 이용한다는 대서사시적 스토리이다. 오페라 마제파에 나오는 음악으로서 콘서트홀에서 자주 들을수 있는 곡은 코추베이의 집에서 마제파를 환영할 때에 나오는 코사크의 댄스, 그리고 폴타바의 전투를 연상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코추베이가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 숨겨두었다는 세가지 보물을 어디에 감추어 두었느냐고 심문할 때 ‘나의 세가지 보물은 강탈당한 나의 명예와 나의 딸, 그리고 아직 간직하고 있는 복수심이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줄거리: 제1막. 우크라이나의 코자크부족 마을이다. 족장이며 군대 사령관인 70세의 마제파(Mazeppa)가 코자크족의 원로이며 부족 재판관인 코츄베이(Kochubey)의 집을 방문한다. 마제파를 환영하는 대연회가 끝나자 마제파는 코츄베이에게 예쁜 딸 마리아(Maria, Mariya)를 달라고 청한다. 코츄베이는 마리아가 세례 받았을 때 대부였던 늙은 마제파가 이제 그 어린 딸과 결혼하겠다고 청하자 놀라며 마제파에게 당장 이 집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마제파는 마리아에게 아버지를 택할 것인지 자기를 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강요한다. 마리아는 마제파를 택하겠다고 말하고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를 뒤로 한 채 훌쩍 떠나 버린다. 마리아는 아버지 코추베이가 마제파의 세력에 눌려 위험할 것같아 모든 것을 희생하고 마제파를 따라 간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평소부터 늠늠하고 영감하게 생각했던 마제파를 진정으로 사모하여 따라 갔는지도 모은다. 마리아를 사랑하는 젊은 코사크의 용사 안드레이(Andrei)는 마리아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고 그러지 말라고 달래도 보고 읍소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안드레이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 어린 딸이 늙은 마제파를 따라 부모를 버리고 집을 떠나자 마리아의 어머니 류보프(Lyubov)는 매일을 눈물로 지낸다. 류보프는 남편 코츄베이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제파를 응징하고 마리아를 찾아와야 한다고 간청한다. 코츄베이는 마제파가 오래전부터 스웨덴의 칼(Carl)왕과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부터 분리하는 일을 획책하고 있음을 알고 이를 러시아의 페테르대제에게 고변키로 작정한다. 물론 이 일은 같은 코사크로서 배신과 같은 행동이지만 마제파를 쓰러트리고 사랑하는 어린 딸 마리아를 찾아오기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리아를 사랑했던 젊은 코사크 안드레이가 코츄베이의 밀서를 가지고 페테르대제에게 간다.


제2막. 페테르황제는 코츄베이의 고변을 믿지 않는다. 같은 코사크로서 절친한 사이였던 마제파와 코츄베이가 원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수 없기 때문이었다. 페테르황제는 코추베이의 고변이 러시아에 대한 음모라고 생각하고 즉시 군대를 보내어 코츄베이를 잡아 들인다. 황제는 코츄베이를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 마제파에게 보낸다. 코츄베이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배반자 마제파에게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마제파의 충복이 코츄페이를 고문하면서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실토하라고 윽박지른다. 코츄베이의 보물을 빼앗아 스웨덴과의 동맹에 필요한 군자금으로 쓰기 위해서이다. 코츄베이는 이미 자기의 명예와 어린 딸 마리아의 명예라는 두가지 보물을 잃었기 때문에 세 번째 보물은 넘겨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코추베이가 지니고 있다는 보물은 마제파에 대한 복수였다.


마제파가 광대무변한 우크라이나 밤의 적막함을 감탄하면서 그 평화로움과 자기의 영혼에 담겨있는 혼돈을 비교해 본다. 충복이 들어와 코츄베이를 아무리 고문했지만 보물 있는 장소를 알아 내지 못했다고 보고한다. 마제파는 코츄베이를 날이 밝으면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충복이 나가자 마리아가 들어온다. 마리아는 요즘 마제파가 자기를 냉랭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투정을 부린다. 마제파는 마리아에 대한 자기의 사랑에는 변함없다고 말해준다. 이어 그는 마리아에게 자기의 정치적 야망을 설명하며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해 스웨덴과 폴란드가 이미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힌다. 마리아는 마제파가 독립된 우크라이나의 왕관을 쓰게 되면 자기는 버림받을 것으로 생각하여 마음이 어둡다. 마제파는 마리아에게 자기의 계획이 실패할수도 있다고 말하며 만일 그럴 경우 자기를 택할 것인지 아버지를 택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묻는다. 아버지 코츄베이가 잡혀 있는 것을 모르는 마리아는 전에 대답했던 것처럼 마제파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마리아의 어머니 류보프가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마리아의 방으로 숨어 들어온다. 어머니는 딸 마리아에게 아버지가 잡혀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으며 아침이면 처형될 것이라는 엄청난 소식을 전하고 어서 구해달라고 간청한다. 멀리서 북소리가 들린다. 처형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이다. 마리아와 어머니 류보프는 형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늦었다. 코츄베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마치자 그의 목이 형리의 칼날 아래 낙엽처럼 떨어진다.


제3막. 막이 올라가는 것과 함께 푸슈킨의 ‘폴타바 전투’ 장면이 교향곡으로 장엄하게 그려진다. 페테르대제의 군대가 스웨덴과 마제파의 연합군을 결정적으로 참패시킨다. 장면은 바뀌어 황폐한 코츄베이 저택의 정원이다. 마제파는 황제군에게 쫓기어 이곳에 도착했다. 그는 마리아에게 연정을 품었던 자기를 되돌아보며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 마침 안드레이가 마리아를 찾아 왔다가 마제파를 보고 칼을 들이 대지만 오히려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마리아가 나타난다. 마제파는 마리아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마리아는 정신이상으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마리아는 아버지 코츄베이의 환영을 본다. 피에 얼룩진 옷과 손을 본다. 마제파의 충복이 마제파에게 저 미친 여자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말라고 하자 마제파도 어쩔수 없이 마리아를 뒤로 하고 도피한다. 안드레이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마리아는 마치 자기 아이를 품에 안듯 안드레이를 팔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안드레이의 눈이 감길 때에 마리아의 눈은 허공만 응시한다.

 

'마제파'

             

스페이드의 여왕


타이틀: Pique Dame (The Queen of Spades). 전3막. 러시아의 문호 푸쉬킨의 소설을 기본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초연: 1890년 생페테르부르크 마리인스키극장

주요배역: 백작부인(스페이드의 여왕), 리자(백작부인의 손녀), 게르만(헤르만), 옐레츠키공자, 톰스키공자

음악 하이라이트: 리자의 아리오소, 백작부인의 독백장면 음악

베스트 아리아: Arioso of Lisa[리자의 아리오소](S)

사전지식: 페이드의 여왕이란 카드에서 스페이드(♠)의 퀸(Q)을 말한다.


줄거리: 제1막. 러시아 카타리나여제의 치하이다 (1762-96). 생페테르부르크의 공원이다. 장교 두명(Tsurin[또는 Surin]과 Chekalinsky)이 도박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음을 한탄한다. 이들은 도박판에서 같은 장교인 게르만(Gherman, 또는 Hermann)이 구경만 하고 도박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게르만이 실은 도박에 무척 관심이 있으면서도 약아서 함부로 카드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중에 게르만이 나타난다. 게르만은 동료들에게 자기가 카드 게임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군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떤 귀한 아가씨를 사랑하고 있어서 카드에 정신을 쏟을수 없었다고 말한다. 같은 장교로서 왕족인 옐레츠키(Yeletsky)공자도 공원에 산책하러 나온다. 장교들은 최근 옐레츠키가 약혼한데 대하여 축하를 보낸다. 옐레츠키는 마침 백작부인인 할머니와 함께 산책 나온 약혼녀 리자(Lisa)를 만나자 동료 장교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백작부인은 옛날 ‘모스크바의 비너스’라고 불렸던 만큼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그 손녀인 리자도 무척 아름다운 아가씨이다. 백작부인과 리자는 옆에 있던 게르만을 보자 어디선가 만난 일이 있는것 같아 궁금해 하면서 어쩐지 이상한 두려움을 느낀다.


게르만은 자기가 애태우며 사랑하고 있는 여인이 바로 리자임을 알고 놀란다. 장교들은 ‘스페이드의 여왕’이라고 알려진 백작부인이 어떤 카드 게임에서든지 이길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다고 얘기한다. 파리에서 생제르망 백작에게 어떤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카드게임의 비결을 배웠다는 것이다. 장교들은 게르만이 리자를 사모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 만일 리자와의 사랑이 성사되면 백작부인의 귀여움을 차지하여 카드게임의 비결도 알게 되어 엄청난 돈을 딸수 있을 것이라고 넌지시 말해준다. 한편, 집에 돌아온 리자는 낮에 공원에서 만난 게르만이란 청년이 어쩐지 자기와 운명을 함께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심란해 한다. 리자는 친구에게 옐레츠키와의 약혼이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친구들이 떠나자 집에 혼자 남은 리자는 왜 그런지 게르만의 모습을 더욱 그리며 괴로워한다. 놀랍게도 발코니에 게르만이 나타난다. 게르만은 리자가 다른 사람과 약혼한 사실을 알고 자살하려 했다고 하면서 자기에게 자비심을 가져 달라고 간청한다. 리자는 어느새 게르만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굳게 약속한다.


제2막. 가면무도회장이다. 게르만은 도박에서 이기기 위해 백작부인의 비밀을 알아내야겠다고 다짐한다. 리자가 약혼자 옐레츠키와 함께 나타난다. 게르만은 리자의 얼굴에서 슬픔을 읽는다. 어느 틈에 리자가 게르만에게 쪽지를 전해준다. 내일은 백작부인이 집에 없으므로 만나자는 것이다. 게르만은 리자의 사랑을 다시한번 느끼고 기쁨에 들떠서 당장 그날 밤에 리자를 찾아갈 속셈이다. 무도회장에 카타리나여제가 도착하자 모두들 경배한 후에 폴로네이스를 춘다. 화려한 무도회 장면이다. 그날 밤, 게르만은 백작부인의 방으로 숨어 들어간다. 게르만은 책상위에 놓여 있는 백작부인의 젊은 시절 초상화를 보고 백작부인과 자기가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두 사람 중 하나는 상대방 때문에 죽을 것으로 예감한다. 그 때 갑자기 백작부인이 들어온다. 게르만은 백작부인에게 카드게임에 이기는 비밀을 말해 달라고 하면서 피스톨로 위협한다. 두려움에 어찌할 줄 모르던 백작부인은 그만 순간적인 공포심으로 죽는다. 리자가 뛰어 들어온다. 리자는 게르만이 자기와의 사랑에는 관심이 없고 카드 비밀에만 집착하고 있고 더구나 할머니인 백작부인을 죽게한 것을 보고 실망과 함께 배신감을 느끼며 운다.


제3막. 부대의 장교막사이다. 게르만이 리자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네바(Neva)강변에서 밤에 만나자는 내용이다. 옐레츠키와의 약혼을 파기한 리자는 게르만이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라는 한가닥 희망을 안고 있다. 마침 그 때에 막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문을 열자 백작부인의 망령이 나타난다. 망령은 3, 7, 에이스(A)라는 카드의 비밀을 가르쳐 준다. 게르만이 도박에서 돈을 따게 되면 리자를 불행에서 구해내어 결혼할수 있기 때문에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게르만은 그저 망령에 혼을 빼앗긴 것같은 모습이다. 한 밤중, 강변에서 리자가 게르만을 기다리고 있다. 리자는 어둠이 자기의 젊은 시절과 행복을 삼켜버리는 환상을 본다. 뒤늦게 나타난 게르만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백작부인이 가르쳐 준 비밀을 중얼거린다. 게르만은 리자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실도 느끼지 못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리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도박장이다. 전에는 카드 게임을 하지 않았던 옐레츠키가 도박판에 참가한다. 옐레츠키는 자기의 약혼이 깨어진데 대하여 기분이 몹시 나쁜 상태이다. 그는 ‘사랑에는 불운, 카드에는 행운’이라면서 과감히 돈을 건다. 마침 게르만이 도박장에 들어선다. 정신이 나간것 같은 모습이어서 모두들 놀란다. 옐레츠키는 게르만과 한 판 승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게르만이 4만 루블이라는 거액을 건다. 3에 걸어서 이긴다. 다음에는 7에 걸어서 또 이긴다. 게르만은 자기도취에 빠진듯 ‘인생은 게임에 불과하다’고 소리친다. 옐레츠키가 게르만과의 마지막 판에 도전한다. 게르만은 에이스(A)에 모든 돈을 건다. 하지만 옐레츠키가 스페이드 퀸(Q)에 돈을 걸어 이긴다. 그때에 게르만은 도박장의 한 구석에서 얼핏 백작부인의 망령을 본다. 게르만은 운명이 자기를 위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게르만은 마지막으로 옐레츠키에게 자기와 리자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게르만의 고통스런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유진 오네긴 (예프게니 오네긴)


타이틀: Yevgeni onegin (Eugene onegin). 전3막. 대본은 러시아의 시성 알렉산더 푸쉬킨의 산문소설을 기본으로 하여 작곡자 자신과 큰스탄틴 쉴로프스키(Konstantin Shilovsky)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초연: 1879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주요배역: 마담 라리나(지주), 타티아나(라리나의 둘째 딸), 올가(라리나의 큰 딸), 유진 오네긴(타티아나가 사랑했던 청년), 렌스키(오네긴의 친구: 올가의 약혼자), 그레민 공작(타티아나의 남편)

음악 하이라이트: 타티아나와 올가의 듀엣, 타티아나의 라이트모티프, 타티아나의 감정 표현 장면 음악(편지의 장면), 무도회 장면 시작 전에 들리는 타티아나의 라이트모티프, 2막에서 렌스키의 아리아, 3막에서 그레민의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편지의 장면(S)

사전 지식: 차이코프스키의 10개 오페라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오페라에는 말할수 없는 연민, 동경, 격정, 절망이 복합되어 나온다. 그리고 특수 효과라든지 액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순수하고 절망적인 감정만이 넘쳐흐른다.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을 향한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열정적인 첫사랑과 그 사랑을 거절했다가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여 남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를 갈망하고 후회하는 오네긴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에피소드: 차이코프스키가 이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 전에 자기가 가르쳤던 어떤 여학생이 그를 열렬히 사모한 일이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오페라에서 유진이 경험했던 절망과 회한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나중에 그 여학생과 결혼하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결혼은 사랑이 없는 무미건조한 것이어서 이혼으로 끝났다. 한편, 일설에 의하면 차이코브스키가 이 오페라를 작곡할 당시는 이미 그 여학생과 결혼하였으나 일순간의 감정으로 결혼한 무분별함을 후회하고 있던 때였다고 한다. 유진 오네긴은 차이코브스키가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을 때 완성되었다.


줄거리: 1700년대 후반, 러시아 시골의 장원. 방년 17세의 어여쁜 아가씨 타티아나(Tatiana)가 언니 올가(Olga)와 함께 듀엣을 연습하고 있다. 올가의 약혼자 렌스키(Lenski)가 오랜 친구인 유진(예프게니, Yevgeny)과 함께 들어온다. 그날 밤, 타티아나는 유모에게 통 잠을 이룰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처음 만난 유진에게 마음이 끌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타티아나는 유진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유명한 ‘편지의 장면’이다. 타티아나는 편지 내용을 노래로 부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내용은 오케스트라가 대신해 주고 있다. 다음날 아침, 타티아나는 그 편지를 유진에게 전달해 달라고 유모에게 준다. 그날 오후, 정원에서 타티아나를 만난 유진은 편지를 보내주어 고맙다고 말할 뿐, 자기는 지금 누구와 사랑을 나누거나 약속을 하는데 흥미가 없다고 말한다. 타티아나의 순진한 사랑은 거절을 당했고 모욕을 당했다. 제2막. 타티아나의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리고 있다. 파티에 참석한 유진이 타티아나와 춤을 춘다. 그러나 유진은 그저 심심풀이로 아무 생각없이 춤을 추고 있을 뿐이다. 그런 유진에 대하여 사람들은 심한 거부감을 갖는다. 형편없는 바람둥이! 진실성이란 눈을 씻고도 찾아 볼수 없는 못된 놈이라고 비난한다. 사람들의 이런 주장을 증면이라도 하는듯 유진이 이번에는 타티아나의 언니 올가와 춤을 추며 은근히 올가를 유혹한다. 이 모습을 본 올가의 약혼자 렌스키가 격분하여 유진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다음날 아침, 숲속 시냇가에서 렌스키와 유진과 만난다. 두 사람은 캐논(Canon)과 같은 노래를 부른다. Row, Row, Row Your Boat와 비슷한 간단한 돌림노래이지만 내용은 차이코프스키 쪽이 더 재미있다. 결투가 진행되고 유진의 총에 렌스키가 쓰러져 죽는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타티아나는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며 쓸쓸이 돌아선다.


제3막.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유진은 친구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서 자포자기의 방황하는 세월을 보냈다. 어느날 밤, 유진은 오랜만에 사촌인 그레민 공자의 저택에서 열린 무도회에 참석한다.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타티아나를 만난다. 타티아나는 그레민 공자의 부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타티아나의 남편 그레민 공자는 유진에게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이 함께 있었기에 나의 생활은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라고 얘기해 준다. 유명한 바리톤 아리아이다. 타티아나가 무도회장에 등장함으로서 두 사람은 실로 6년 만에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23세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타티아나! 유진은 ‘이 여인이 내가 그의 사랑을 거절했던 바로 그 여인이란 말인가?’라고 하면서 회한의 심정을 이기지 못한다. 다음날, 유진은 영혼을 비우고 타티아나를 찾아가 용서를 구한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고 간청한다. 타티아나는 눈물로서 이제는 너무 늦었다고 대답한다. 두 사람은 지난날의 애틋하였던 감정을 회상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 갈수는 없는 일이었다. 타티아나는 유진에게 다시 나타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면서 돌려보낸다. 타티아나는 자기의 마음이 처음 유진을 만났을 때와 다름없는 것을 발견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로서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감정 때문에 버릴 수는 없었다. 유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