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Sullivan, Arthur (설리반) [1842-1900]

정준극 2007. 5. 21. 15:51

HMS 피나포어

 

타이틀: H.M.S. Pinafore (The Lass That Loved a Sailor). 2막의 오페레타. 길버트와 설리반의 네 번째 합동작품이지만 최초의 대히트 작품이다. 대성공의 비결은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멜로디와 잘 구성된 대본 때문이다.

초연: 1878년 런던 오페라 코믹 극장. 초연 이래 571회라는 경이적인 연속 공연을 가졌다.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로 다른 사회 계층 간의 사랑이라는 테마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요배역: 조셉 포터, 코코란 함장, 랄프 랙스트러, 딕 데드아이, 조세핀, 리틀 버터컵

베스트곡: We sail the ocean blue[푸른 바다를 헤치며](Chor), My gallant crew...I'm the captain of the Pinafore[용맹한 선원들이여, 나는 피나포어의 선장](T & Chor), When I was a Lad[내가 소년이었을 때](T), I'm called Little Buttercup(MS)

에피소드: 길버트는 해군을 싫어했으며 이권청탁자들도 싫어했다. HMS 피나포어는 길버트가 싫어하는 사항들이 제대로 담겨있다. 게다가 불쌍한 고아를 수병들이 데려다 기르면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죽어라고 일만 시킨다는 스토리에 마음이 동한 길버트는 HMS 피나포어를 통해 해군과 기회주의자 겸 이권청탁자에 대한 조소 섞인 비유를 마음껏 토해 놓았다고 한다.


줄거리: 무대는 HMS 피나포어호의 선상이다. HMS는 Her(또는 His) Majesty's Ship, 즉 국왕폐하의 함선이라는 뜻이다. 아마 빅토리아 여왕시대가 아닌가 싶다. 피나포어는 대영제국 함선 중에서도 가장 멋있는 배이다. 그래서 모든 수병들은 피나포어의 수병이 된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막이 열리면 선원들이 갑판을 청소하고 정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영국 최초의 해군 장관인 조셉 포터(Joseph Porter)경이 피나포어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리틀 버터컵(Little Buttercup)은 항구에서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수병들에게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파는 행상이다. 수입품 담배도 있고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할 나일론 스타킹도 있다. 리틀 버터컵은 동그스럼한 얼굴에 장밋빛 피부의 귀여운 여인이다. 피나포어의 핸섬한 수병 랄프 랙스트러(Ralph Rackstraw)가 동료 수병에게 함장의 딸 조세핀(Josephine)과 사랑하고 있다는 비밀을 얘기해준다. 하급 수병 잡아먹는 고참 수병으로 악명 높은 딕 데드아이(Dick Deadeye)가 랄프를 만나 ‘함장의 딸은 자네 같은 얼간이 수병과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로 결혼할수 없을테니 김치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경고한다. 마침 코코란 (Cocoran)선장이 나타나 해군 장관 영접 준비상태를 검열한다. 무슨 일이든지 만족하면 노래를 부르는 습관이 있는 선장은 이번에도 만족한듯 기타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선장의 노래는 품위가 있다. 저속한 단어라고는 찾아 볼수 없다. 선장은 상류사회의 사람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저속한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해군 장관인 조셉은 코코란선장의 아름다운 딸 조세핀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다. 하지만 조세핀은 수병인 랄프가 왜그런지 마음에 든다. 그런가하면 행상녀인 리틀 버터컵은 홀아비인 코코란선장을 은근히 좋아한다. 한편, 버터컵은 무언가 랄프에 대하여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드디어 조셉장관이 피나포어에 도착한다. 누이들과 숙모들과 여자 사촌들을 여러명 데리고 나타났다. 조셉장관의 사촌인 헤베(Hebe)는 조셉을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질투심도 많다.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조셉장관은 코코란선장의 딸 조세핀과의 결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선장실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갑판 한쪽에 조세핀이 홀로 앉아있다. 랄프가 다가와서 마침내 사랑을 고백한다. 조세핀은 자기는 상류사회 사람이므로 신분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할수 없다고 쌀쌀맞게 대답한다. 그러나 랄프가 자기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불사하겠다고 은근히 위협하자 조세핀은 속마음을 터놓으며 자기도 랄프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의 사랑을 눈치 챈 조셉장관의 사촌 헤베와 다른 여인들이 두 사람의 야반도주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제2막. 코코란선장이 달빛 고요한 갑판에 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분이니 뭐니 때문에 세상사는 것이 힘들다는 노래이다. 이때 버터컵이 나타나 선장에게 은근히 호감을 표현한다. 바타커의 의도를 눈치챈 코코란선장은 신분 때문에 버터컵과 친구 이상의 그 무엇이 될수 없다고 설명해준다. 한편 조셉장관은 결혼상대로 생각한 조세핀이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자 불만이다. 선장은 조셉장관에게 조세핀이 아마 장관의 신분이 너무 높아 놀래서 그럴 것이라면서 사랑에 신분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하자 조셉장관도 ‘바로 그거야! 사랑에 무슨 신분이 필요하냐!’며 맞장구친다. 이 말을 엿들은 조세핀은 랄프와 결혼하려는 명분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고참 수병 데드아이가 코코란선장을 만나 조세핀과 랄프가 야반도주할 계획을 얘기해준다. 조세핀과 랄프가 몰래 도망가려다가 숨어서 기다리고있던 선장에게 들킨다. 선장은 자기 딸이 형편없는 수병과 도당가려는 것을 확인하자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빌어먹을!’(Damme)이라는 상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이 말을 들은 조셉장관은 선장이 그렇게 저질일줄 몰랐다고 하며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라고 말한다. 조셉장관도 조세핀과 랄프가 감히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불쾌하여 랄프를 감옥에 쳐 넣으라고 명령한다. 그때 버터컵이 나타나 랄프에 대한 비밀을 밝힌다. 버터컵이 유아원 보모로 있을 때 우연히도 유아원에 들어온 랄프와 선장을 바꾸어 놓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랄프는 귀족 출신이고 선장은 집도 절도 없는 고아였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조셉장관은 당장 랄프를 석방하여 선장으로 임명하고 코코란선장은 수병으로 근무토록 한다. 그리고 장관이며 귀족인 자기로서 일반 수병의 딸과 결혼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므로 자비를 베풀어 조세핀과 랄프의 결혼을 승낙한다. 이와함께 평민으로 돌아온 코코란 전선장은 버터컵과 마음놓고 결혼할수 있게 되었다. 이제 조셉장관은 그를 오랫동안 사모해 오던 헤베 사촌과 결혼키로 약속한다. 모두들 기쁨에 넘친다. 왜냐하면 모두들 영국인이기 때문이다. 힙! 합! 후레이! (Hip! Hop! Horray!)


이올란테


타이틀: Iolanthe (The Peer and the Peri: 귀족과 요정). 이올란테는 G&S 콤비의 일곱 번째 합작이다. 원래 길버트는 잘난체하는 귀족들을 무차별 비난하고 조롱하는 성격이었다. 그러한 점은 G&S의 과거 작품들에 잘 표현되어있다. 이 ‘요정 오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오페라에서 영국의 의회는 무기력 및 복지부동의 거점으로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으며 의원들은 얼간이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작품에 비하여 그다지 노골적이지는 않다. 활기 있는 위트로서 변죽만 울리는 형태이다. 두 사람의 천부적인 신랄한 풍자는 이면에 담겨있다. 이올란테는 G&S의 콤비를 가장 완벽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초연: 1882년 사보이 극장

주요배역: 필리스(영국의 대법관), 스트레폰(이올란테의 아들), 이올란테(요정)

베스트 합창: When all night long a chap remains


줄거리: 오페라가 시작되기 약 20년전, 요정 이올란테(Iolanthe)는 인간과 비밀 결혼하여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에 큰 벌을 받는다. 요정의 나라 여왕은 이올란테의 목숨을 빼앗는 대신 남편을 떠나 절대로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평생 유배를 보낸다. 이올란테의 아들 스트레폰(Strephon)은 목동으로 자란다. 그트레폰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요정이다. 스트레폰은 우연히 영국 대법관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 필리스(Phyllis)라는 예쁜 아가씨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필리스도 스트레폰을 보자 첫눈에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필리스는 남친 스트레폰이 반요정 반인간이라는 사실은 모른다. 한편, 국회의 원들은 한결같이 썩어빠졌지만 여자 보는 눈들은 있어서 대법관이 보호하고 있는 필리스에게 매혹당하여 모두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문제는 필리스의 보호자인 대법관조차 필리스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배경 스토리이고 이제부터 막이 오른다.


막이 오르면 요정들이 여왕에게 이제 그만 이올란테를 용서해 주라고 설득한다. 마침내 여왕의 용서를 받은 이올란테가 요정의 나라로 돌아온다. 이올란테는 아들 스트레폰를 자기의 여동생들에게 소개한다. 여왕은 스트레폰이 필리스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의 결혼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대법관 나리는 반대이지만...국회의장이 들어와 대법관에게 필리스의 신랑감은 필리스 자신이 국회의원 중에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리스는 귀족과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자기에게는 스트레폰이라는 청년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귀족들이 화를 내며 퇴장한다. 이올란테가 아들 스트레폰과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등장한다. 이올란테는 열입골살 아가씨처럼 보인다. 요정들은 늙지 않으므로 언제나 초롱초롱하고 신선한 아가씨처럼 보인다. 필리스는 스트레폰이 어떤 요정처럼 예쁜 아가씨와 정답게 있는 모습을 보고 당연히 오해한다. 귀족들은 스트레폰의 호박씨를 비난하며 필리스에게 저런 놈과 결혼한다는 생각은 당장 버리고 귀족 후보중에서 한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중 유력한 후보는 마운타라라트(Mountararat)와 톨롤러(Tolloller)이다. 한편, 인간들의 못된 마음씨에 분개한 요정들이 스트레폰을 국회로 보내어 복수토록 한다. 스트레폰은 요정들의 마법의 힘을 빌려서 자기가 제출하는 새로운 법안은 모두 통과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을 선출할때는 계급이 아니라 실력을 보도록 한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무력함을 한탄하고 두려워서 요정들에게 이제 제발 그만해 달라고 사정하지만 요정들은 콧방귀만 뀐다.


이에따라 스프레폰은 점점 더 승승장구이다. 반면, 귀족 국회의원들은 낙심천만이다. 국회의원들은 요정들에게 모든 일을 정상으로 돌려놓아 달라고 다시한번 부탁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번에는 아주 정중하고 공손하다. 요정들은 귀족들의 정중하고 예의를 갖춘 청원을 받고 이제는 이들을 그만 골탕 먹이기로 한다. 요정도 아무래도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 귀족들에게 약한 면이 있다. 요정의 여왕은 자기의 시녀 요정들이 귀족 남자들에게 약한 것을 보고 놀란다. 여왕은 자기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자기도 결국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 앞에서 약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한다. 한편, 국회의원중 필리스의 강력한 신랑 후보들인 마우타라라트와 톨롤러는 알고보니 자기들의 가문이 캬플레가와 몬테규가 처럼 서로 원한관계에 있는 것을 알게된다. 더구나 누구든지 둘 중에서 한 사람이 필리스와 결혼하게 되면 목숨을 건 결투를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필리스와의 결혼을 포기키로 한다. 그러나 필리스의 보호자인 대법관의 경우는 달랐다. 필리스 때문에 잠못 이루던 대법관은 급기야 필리스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필리스를 만난 스트레폰는 자기의 정체를 밝힌다. 자기는 반인간 반요정이며 얼마전 함께 얘기를 나누며 나타났던 아가씨는 실은 어머니라고 설명해준다. 필리스의 오해가 사라진다. 두 사람은 가능한 빨리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스트레폰는 필리스와의 결혼에 보호자인 대법관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어머니 이올란테에게 대법관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대법관을 만난 이올란테는 자기가 그 옛날 그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남편을 절대로 만나면 안된다는 명령을 어긴 이올란테는 여왕으로부터 다시한번 죽음의 판결을 받아야 처지가 된다. 한편,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된 요정들은 사랑을 찾아 인간들인 귀족 국회의원들과 결혼한다. 요정들도 모두 죽음의 판결을 받아야 할 판이다. 아무리 법이 중요하더라도 사랑 앞에는 어쩔수 없다는 말이 있듯 여왕은 죽음보다 강한것이 사랑이라고 하면서 자기를 무척이나 쫓아 디나던 해적 윌리스와 결혼한다. 그와 함께 모든 인간들은 요정으로 변한다. 귀족들은 국회의사당이 신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채워질 것을 기대하면서 요정의 나라로 날아간다.


곤돌리에


타이틀: The Gondoliers (곤돌라 사공). 전2막의 오페레타. 일명 The King of Barataria (바라타리아의 왕)이라고 한다. G&S 콤비의 열두번째 작품. 그러므로 대본은 길버트가 썼다. 설리반이 작곡한 오페라 중에서 멜로디가 가장 명랑하고 쾌활한 작품이다.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이며 춤 장면은 G&S 오페라에서 가장 재미있다.

초연: 1889년 런던의 사보이극장. 초연 이후 연속 554회의 공연을 가졌다.

주요배역: 마르코(곤돌라 사공), 쥬세페(곤돌라 사공), 쟈네타(마르코의 연인), 테싸(쥬세페의 연인), 플라자 토로공작, 카실다(토로공작의 딸), 루이즈(토로공작의 비서),  돈 알함브라(종교재판관)

베스트 노래: I am a courtier[나는 신하올시다](B), To help unhappy commoners[불행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B+MS), Take a pair of sparkling eyes[반짝이는 두 눈동자](T)


줄거리: 제1막. 1750년대의 베니스. 곤돌라 사공인 마르코(Marco)와 쥬세페(Giuseppe)는 유쾌하기도 하지만 핸섬해서 모든 아가씨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두 청년은 여러명의 아가씨들 중에서 결혼 후보자를 제비로 뽑아 결정키로 한다. 여러명의 후보 아가씨들이 두 청년을 둘러싸고 명랑하게 춤을 춘다. 마르코는 쟈네타(Gianetta)를 뽑고 쥬세페는 테싸(Tessa)를 뽑는다. 두 쌍의 젊은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결혼하러 간다. 이들이 자리를 뜨자 곧이어 곤돌라 한척이 광장의 한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플라자 토로(Plaza Toro)공작, 공작부인, 이들의 딸 카실다(Casilda)와 수행원들이 곤돌라에서 내린다. 이들은 귀족이지만 복장은 어딘지 남루한 기색이다. 공작은 사람들에게 저 먼 스페인으로부터 왜 이곳을 찾아 왔는지를 설명한다. 공작의 딸 카실다(Casilda)는 여섯 살 때 엄청나게 재산이 많은 바라타리아(Barataria)왕의 어린 왕자와 법적으로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카실다는 바라타리아왕국의 합법적 왕비라는 것이다. 바라타리아왕국은 원래 가톨릭 국가였다. 그러다가 왕이 웨슬레 감리교인이 되고나서부터는 가톨릭을 이단으로 취급하여 박해하기 시작했다. 베니스공국의 가톨릭 지도자이며 종교재판관인 돈 알함브라(Don Alhambra)는 가톨릭국가인 바라타리아왕국의 앞날을 위해 소년 왕자를 왕궁으로부터 몰래 빼내어 베니스로 데려와 어떤 곤돌라 사공의 집에 맡겨 숨어 있도록 했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바라타리아왕국에서 감리교 국왕의 핍박을 견디다 못한 가톨릭교도들이 반란을 일으켜 왕과 왕족들을 모두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일한 생존자는 어릴때 베니스로 도피하였던 왕자뿐이다. 카실다의 아버지인 공작은 왕자가 베니스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가족들을 거느리고 왕자를 찾으러 온것이다. 왕자가 국왕으로 즉위하면 카실다는 정식 왕비가 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가난한 공작으로서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여쁜 아가씨가 된 카실다는 얼굴도 모르는 왕자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아버지의 비서인 루이즈(Luiz)이다. 두 사람은 자기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실의에 빠져 있다.


공작 일행은 베니스공국의 종교재판관이 소년 왕자를 베니스로 데려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작은 곧 종교재판관을 만나기를 청한다. 돈 알함브라 종교재판관이 나타난다. 공작은 카실다를 바라타리아왕국의 왕비라면서 소개한다. 종교재판관은 옛날 소년 왕자를 곤돌라 사공의 집에 맡겼을 때 그 집에 같은 나이의 아들이 있었다고 말하며 몇년후 곤돌라 사공의 집에 가서 보니 실로 누가 누군지 알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므로 지금 누가 진짜 왕자인지를 아는 사람은 곤돌라 사공의 부인, 즉 왕자를 길러준 수양어머니인 이네즈(Inez)뿐이라는 것이다 (실은 이네즈는 공작의 비서인 루이즈의 어머니이다).


곤돌라 사공들인 쥬세페와 마르코가 방금 결혼한 신부들과 함께 돌아온다. 종교재판관은 두 청년중에서 한 사람은 왕자, 또 한 사람은 곤돌라 사공의 아들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쥬세페와 마르코는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모자를 쓰고 말투도 똑같으며 똑같은 곤돌라 사공이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종교재판관은 두 사람중 하나가 바라타리아왕국의 왕이 될것이라고 선언하고 누가 진짜 왕자인지를 확실히 밝히기 위해 수양어머니를 찾을 때까지 두 사람 모두 바라타리아에 가서 임시 왕으로서 지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단, 새댁들은 베니스에 남겨 두고! 쥬세페와 마르코는 자기들 중에 한 사람이 바라타리아의 왕이 된다는 얘기에 대단히 흥분하여 당장 가겠다고 나선다. 쟈네타와 테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얘기라서 당황하지만 쥬세페와 마르코가 잠시 갔다가 돌아오겠다는 바람에 슬픔을 억제하고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만, 그 때까지 쥬세페와 마르코는 카실다의 존재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제2막. 3개월 후, 바라타리아궁전이다. 아직 쥬세페와 마르코 중에서 누가 진짜 왕자인지 확실히 가려지지 않은채 두 사람이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두 사람은 전에부터 공화국 정부에 대한 이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급기야 바라타리아의 국왕으로서 정부 조직의 일대 개혁을 단행한다. 그같은 조치는 혼란스러운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막이 열리면 훌륭한 의상을 입은 쥬세페와 마르코가 언젠가는 자기들 중 한사람이 사용할 왕관을 깨끗이 닦고 있다. 느닷없이 쟈네타, 테싸, 휘아메타, 비토리아, 줄리아가 나타난다. 이 아가씨들은 바라타리아에서 남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누가 왕으로 결정되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들 중에 누가 왕비가 될것인지 도무지 궁금해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것이다. 쥬세페와 마르코는 이들 여성동지들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대연회를 베푼다.


화려한 무도회가 벌어진다. 파티는 공작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중단된다. 공작은 이렇게 흥청망청 노는 것이 공화국의 체제냐고 하면서 야단친다. 그러면서 자기야말로 지체 높은 귀족이지만 겸손하게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 공작은 아름다운 카실다를 두 사람에게 소개하며 앞으로 왕으로 결정된 사람이 카실다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쥬세페와 마르코는 아름다운 카실다를 보자 눈이 커지면서 좋아 죽을 지경이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중 하나는 중혼의 죄를 짓는 셈이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 카실다의 등장으로 쟈네타와 테싸는 크게 낙담한다. 이어 공작은 쥬세페와 마르코에게 궁중 예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한다. 공작의 궁중 예법 강의는 돈 알함브라 종교재판관이 들어 닥치는 바람에 중단된다. 돈 알함브라는 왕자의 비밀을 밝혀줄 수양어머니(어떤 버전에서는 유모)를 드디어 찾아서 데리고 나타난다. 수양어머니인 이네즈는 자기가 어린 왕자를 맡아 키울때 왕자를 납치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을 알고 자기 아들과 왕자를 바꿔치기하여 길렀다고 털어 놓으며 몇 년전 자기가 아들이라고 부르는 왕자와 어쩔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는데 지금 보니 바로 공작의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루이즈를 바라타리아의 왕자라고 밝힌다. 카실다의 기쁨은 말할수 없이 크다. 쥬세페, 마르코, 쟈니타, 테싸는 기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미카도


타이틀: The Mikado. 전2막. 유명한 콤비인 음악의 아더 설리반(Arthur Sullivan)과 대본의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 합작이다.

초연: 1885년 런던 사보이 극장. 초연 이후 이 오페레타(뮤지컬)는 연속 672회의 공연을 기록하는 대 인기를 거두었다.

주요배역: 난키푸(유랑가수 겸 배우, 왕자), 염-염(코코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아가씨), 코코(사향집행인), 미카도(군주), 카티샤(왕자인 난키푸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여인)

베스트 합창: Behold the Lord High Executioner!, There is beauty in the bellow for the blast, Fanfare. As some day it may happen(T), A more humane Mikado(T), on a tree by a river-willow, tit-willow(S)

사전지식: 무대는 일본의 티티푸(Titipu)라는 마을이다. 그러므로 이 뮤지컬의 또 다른 타이틀은 The Town of Titipu이다. 시기는 그저 먼 옛날이다. 미카도는 일본의 군주, 즉 왕을 말한다. 미카도는 길버트와 설리반의 오페레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활발한 서곡으로 막을 연다. 오페레타는 난키푸가 무대에 나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치 일본의 옛 노(能)를 보는 것과 같다.


줄거리: 제1막. 떠돌이 가수(고상하게 표현하면 음유시인) 난키 푸(Nanki-Poo)가 티티푸 마을에 돌아와 염-염(Yum-Yum)을 찾는다. 난키푸는 실은 이 나라 군주(국왕)인 미카도의 아들이다. 왜 왕궁을 떠나 방랑생활을 하고 있는가? 염-염이라는 예쁜 아가씨를 사랑하는데 아버지 미카도가 카티샤(Katisha)라고 하는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가출했던 것이다. 염염은 누구인가? 코코(Ko-Ko)라고 하는 사람과 맘에도 없는 약혼을 한 아가씨이다. 코코는 누구인가? 원래 옷 만들어 파는 사람이었다. 돈은 좀 있다. 그래서 오갈데 없는 불쌍한 염-염을 보살펴주고 있다. 실은 염-염의 여동생 두명도 함께 보살펴 주고 있다. 그런데 코코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들통이 나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 나라에서 바람은 참형이다. 멀리서 염염을 오매불망하고 있던 난키푸는 코코가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제는 코코와 염-염의 약혼이 무효가 되었으니 어서 염염을 만나야지~’라는 일념으로 티티푸에 돌아온 것이다. 돌아와 보니 코코는 재수 좋게도 집행유예를 받았으며 오히려 수석 사형집행자로 임명되어 있다. 아마 코코가 뇌물을 썼기 때문에 그렇게 된것 같다.


코코와 염-염의 결혼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일편단심의 염염은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도 사람들에게 난키푸를 만나기 전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마침 염-염이 혼자 있을 때 난키푸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슬픔이 뒤따른다. 염-염과 코코의 결혼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난키푸는 염-염에게 자기가 미카도의 아들임을 비로소 밝힌다. 염-염은 깜짝 놀라지만 난키프가 거지라고 해도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일 자기가 코코에게 예속되지만 않았다면 사랑하는 난키푸와 결혼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미카도는 어찌하여 1년이 다 되도록 티티푸에서는 단 한건의 사형 집행도 없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서찰을 코코에게 보낸다. 미카도는 사형집행인이 할 일 없이 놀고먹으면 안 되므로 앞으로 한 달 내에 누군가를 참수해야 할 것이라는 어명을 내린다. 실상 코코에 대한 참수를 집행유예 할때 내걸었던 조건은 어느 누구를 참수하기 전에는 코코를 먼저 참수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 난키푸는 이루지 못할 사랑을 비관하여서 밧줄을 들고 목매어 죽으려고 한다. 이를 본 코코가 기왕 죽을 바에는 자기에게 참수 당해 달라고 사정한다. 난키푸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한 달 동안만 염-염과 결혼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코코는 두 사람의 결혼식을 당장 다음 날 거행하자고 제안한다. 코코는 어차피 한달후에는 염-염이 과부가 될테니 그 때 가서 염-염과 결혼하면 된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느닷없이 카티샤가 나타나 난키푸야 말로 자기의 배필이 될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의 합창에 파 묻혀 들리지 않는다. 카티샤는 미카도에게 달려가 드디어 난키푸를 찾았다고 말한다.


제2막. 난키푸와 염-염의 결혼식이 준비중이다. 코코가 들어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미카도의 새로운 칙령에 따르면 남편이 참수형을 당하면 부인도 함께 생매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키푸를 참수한다면 염염을 생매장해야 하므로 자기와 다시 결혼할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염-염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일 염-염이 코코와 결혼하게 되면 사랑하는 난키푸가 목을 매달아 죽을 것이다. 만일 염-염이 난키푸와 결혼한다면 난키푸는 한달 이내에 코코의 손에 참수형을 당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생매장 당해야 한다. 만일 난키푸가 자살한다면 사형 집행 실적이 없기 때문에 코코가 참수를 당해야 한다. 이 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 것인가?


미카도가 티티푸 마을을 찾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코코는 자기가 사형집행인으로서 충실히 근무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걱정이 태산 같다. 코코는 아직 누구를 참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물론 난키푸와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해결을 보지는 못했다. 코코는 자기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어느 한 사람이 죽었다는 사망증명서임을 깨닫고 잔머리를 굴려 왕궁의 무임소 장관인 푸바(Pooh-Bah)에게 뇌물을 주고 누구든 상관없으니 사망증명서 한 장을 받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은 우선 난키푸와 염-염에게 어서 결혼식을 올리고 멀리 도망가라고 재촉한다.


미카도가 도착한다. 코코는 미카도에게 ‘어떤 사람 하나를 참수했으며 여기 검시관의 사망증명서가 있사옵나이다.’라고 보고한다. 염-염의 두 여동생과 코코가 마치 진짜로 사형이 집행되었던 것처럼 그 장면이 어떠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느라고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미카도가 티티푸 마을을 찾아온 진짜 이유는 집을 떠난 자기 아들 난키푸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사망증명서에 적혀있는 처형당한 사람의 이름을 보니 난키푸가 아닌가? 미카도는 자기의 대를 이을 왕자를 처형한데 대하여 대노하여 코코 및 기타 등등을 모두 처형하라고 추상과 같은 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때에 난키푸가 막 결혼식을 마치고 신부 염-염과 함께 나타난다. 난키푸를 본 코코는 제발 자기들을 살려 달라고 빈다. 난키푸는 코코에게 카티샤를 어떻게 하지 않는한 자기는 코코의 소원을 들어 줄수 없다고 말한다. 난키푸는 현실을 타개할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서 코코와 카티샤가 결혼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코코가 카티샤에게 청혼한다. 카티샤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계속 설득하자 그 정성에 감복하여 결국 수락한다. 카티샤는 미카도에게 자기의 장래 남편(코코)을 비롯한 기타 등등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미카도는 아들 난키푸를 찾은 마당에 다른 것들은 별로 관심사항이 아니므로 카티샤의 소원을 들어주며 이어 난키푸와 염-염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물론 카티샤는 난키푸의 계략에 말려들어 코코와 결혼한데 대하여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남편될 사람이 그래도 마을에서 알아주는 수석사형집행인이라는데 만족한다. 모두들 행복한 합창을 부른다.

 

펜잔스의 해적


타이틀: The Pirate of Penzance (The Slave of Duty). 전2막. 음악은 설리반, 대본은 실버트이다.

초연: 1879년 영국 페인튼 소재 로열 비주(Royal Bijou)극장

주요배역: 프레드(프레데릭: 견습해적), 마벨(스탠리 장군의 아름다운 딸), 리챠드(해적왕), 스탠리(지체 높은 장군), 루스(유모)

베스트 아리아: Oh, Dry the Glistening Tear(S), Oh, Men of Dark and Dismal Fate T), With cat-like tread(Chor), Poor wand'ring ones(Chor), Though you have surely strayed(Chor), I am the very model of a modern Major-General[나는야 근대식 장군의 모범](B)

사전지식: 가장 사랑받는 G&S(길버트와 설리반)의 뮤지컬(오페레타)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른바 패터 송(Patter song)이 등장하여 재미를 더해준다. 패터 송은 오페라(또는 오페레타)중에 익살미를 내기 위한 빠른 가사를 사용한 곡을 말한다.

에피소드: 길버트와 설리반은 HMS Pinafore가 대성공을 거둔것 까지는 좋았지만 이곳저곳에서 비공인 버전을 가지고 오리지널과는 다른 음악과 대사를 제멋대고 공연하는 바람에 속이 상했다. 두 사람은 다음번 작품은 공식 버전을 내놓고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공연하여 비공식 버전이 난무하지 않도록 하자고 결심했다. 다음번 작품이 바로 ‘펜잔스의 해적’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공연되었다. 미국에서는 뉴욕의 5번가 극장에서 1879년 12월 31일 밤에 공연했다. 영국 공연은 그 전날인 12월 30일 페인튼(Paignton)의 로열 비주극장(Royal Bijou Theatre)에서 있었다. 런던이 아니고 페인튼에서 초연을 가진것은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런던 공식공연은 약 3개월 후인 1880년 4월초였다. 런던 오페라 코믹에서의 공연은 363회 연속공연의 대기염을 토한 것이었다. 1년을 꼬박 ‘펜잔스의 해적’만 공연한 것이다. 펜잔스는 영국 섬의 서남단 콘월주에 있는 항구이다.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줄거리: 제1막. 막이 오르면 콘월(Cornwall)지방 땅끝 마을(Land's End)에 가까운 어느 바위투성이의 해안에서 한떼의 해적들이 술을 마시거나 카드놀이를 하고있다. 해적들의 합창이 참으로 흥겹고 신난다. 견습 해적인 프레드(정식 이름은 Frederic)만이 한쪽 구석에 시름없이 앉아있다. 해적 두목(이들은 해적왕이라고 부름)인 리챠드(Richard)가 프레드에게 다가와서 견습 해적의 딱지를 떼게 된것을 축하한다. 프레드는 해적들과 궂은일이라면 도맡아하며 어언 21년을 지냈다.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충실하게 지낸 것은 해적지원 업무가 자기의 천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레드가 견습해적이 된 사연이란것이 참으로 기막히다. 순전히 루스(Ruth)의 실수 때문이었다. 루스는 프레드를  갓난아기 때부터 위탁받아 기른, 말하자면 유모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루스는 착한 여자이지만 문제는 가는귀가 먹었다는 점이다. 프레드를 루스에게 맡긴 사람은 프레드를 장차 파이러트(Pilot: 조종사, 배의 선장)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잘 듣지 못하는 루스가 조종사라는 말을 파이어러트(Pirate: 해적)로 잘못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루스는 해적들에게 어린 프레드를 견습해적으로 맡겼던 것이다. 프레드는 21년간의 견습해적 기간이 끝나는 오늘에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프레드는 지금와서 후회하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자기를 끔찍이 위해준 루스의 자존심에 영향을 줄것이므로 꾹 참기로 한다. 아무튼 프레드는 이제 더 이상 해적들과 함께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던 해적들로부터 과감히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프레드가 떠나겠다고 하자 해적들이 무척 섭섭해 한다. 섭섭하기는 해적왕 리챠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챠드는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라도 더 함께 있을수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한다. 프레드는 해적들에게 그동안 자기에게 잘 대해 준것을 고맙다고 말하고 이렇게 마음씨 고운 해적들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실상 해적들은 상대방이 고아라고 하면 아주 잘 대해 주는 습관이 있다. 왜냐하면 해적들도 모두 고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프레드는 지금까지 다른 여자를 만나본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를 길러준 루스가 잘생긴 여자인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한 프레드에게 루스는 자기만큼 잘생긴 여자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때 멀리서 여자들의 합창소리가 들린다. 프레드가 거의 자동적으로 바위위로 올라가 한떼의 여자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와, 우째 저렇게 예쁘게들 생겼나?’하면서 정신을 못차린다. 정말이지 케이트, 에디트, 이사벨...모두들 예쁘게 생겼다. 아가씨들은 바닷가에서 신발을 벗고 스타킹까지 벗어 던지고 물가를 걸어가며 재잘대며 좋아한다. 프레드가 아가씨들 앞에 나타나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지만 프레드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가씨들은 모두들 고개를 내젓는다. 아가씨들은 모두 지체 높은 스탠리(Stanley) 장군의 딸과 하녀들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예쁜 마벨(Mabel)이 첫눈에 프레드를 좋게 생각한다. 두 사람에게서 전기가 통한다. 프레드와 마벨은 서로 포옹하며 사랑을 속삭인다. 다른 아가씨들은 일부러 못본척 한다. 해적들이 살며시 나타나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아가씨들을 슬며시 포옹한다. 아가씨들도 싫지 않는 눈치이다.


이때 딸들의 뒤를 따라왔던 스탠리 장군이 도착한다. 그는 자기 딸들과 하녀들에게 건달같은 놈들과 어울린다고 호통을 치며 당장 떨어지라고 소리친다. 스탠리는 해적왕 리챠드(사자왕 리챠드가 아님)에게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따진다. 해적왕은 능청맞게 자기 부하들이 아가씨들과 결혼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해 준다. 스탠리 장군은 그제서야 이들이 악명 높은 펜잔스의 해적인것을 알고 놀란다. 스탠리는 해적들을 사위로 맞아 들일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해적들도 잘난체 하는 장군을 장인으로 모시고 싶지 않다고 대꾸하며 당장이라고 칼로 찔러 없애려한다. 겁이난 스탠리는 해적왕과 당분간 이 문제의 해결을 보류키로 합의한다. 스탠리는 이들 해적이 고아에게는 약하다는 소리를 들은것을 생각하고 실은 자기도 고아이므로 여러분을 만나 기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해적들은 ‘나도 고아이다’라는 말을 ‘나도 자주 기쁘다’라고 알아듣고서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기분이 좋지않다. 해적들도 가는귀가 먹어서 스탠리가 Orphan(고아)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Often)로 들었던 것이다. 스탠리가 다시 설명을 자세히 하자 해적들도 그제서야 사정을 알고 대령에게 아가씨들을 데리고 떠나가도 좋다고 승낙한다.


제2막. 스탠리 저택 안에 있는 허물어진 집이다. 스탠리 집안의 선조들이 잠들어 있다는 곳이다. 스탠리가 딸들과 함께 앉아있다. 프레드와 마벨도 함께 있다. 스탠리는 지금 후회막급이다. 해적들에게 고아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마벨이 프레드에게 아버지 스탠리를 위로해 드리라고 부탁한다. 프레드는 스탠리에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살던 집인데 어째서 이곳이 조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냐면서 그런 생각은 버리라고 하지만 스탠리는 그저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며 자기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한다. 잠시후 혼자 남은 프레드는 자기의 운명이 왜 이리도 기구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은 해적왕이 나타나는 바람에 중단된다. 해적왕은 프레드에게 견습해적으로 복무키로 계약한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계약에 따르면 21번째 생일날 끝나도록 되어있는데 프레드의 생일이 2월 29일이므로 이제 겨우 다섯 번째 생일이 지났을 뿐이니 앞으로 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프레드가 얼핏 계산해 보니 앞으로 62년을 더 있어야할 판이다. 그러나 프레드가 누구인가? 의무이행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이이다. 프레드는 ‘의무의 노예’(The Slave of Duty)로서 지내지 않으면 안될 자기의 운명을 생각하고 해적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한편, 프레드는 해적왕에게 스탠리라는 사람이 실은 고아가 아니며 자기의 딸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보고한다. 일종의 의무감에서 그렇게 보고한 것이다. 해적왕은 화가 치밀어서 당장 그날 밤에 스탠리의 성을 공격하고 딸들을 납치하겠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프레드는 사랑하는 마벨을 생각하여 경찰에게 공격계획을 얘기해준다. 마벨은 프레드의 용기있는 행동에 몹시 감동한다. 마침내 해적들은 경찰들이 매복해 있는 것을 모른채 힘차게 노래하며 공격을 감행한다. 경찰들과 해적들이 한바탕 싸운다. 해적들이 이긴다. 스탠리는 고아라고 거짓말 한것을 죽음으로 사죄할 생각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해적들도 고아들이 아니었다. 귀족집안 자제들인데 어찌하다가 잘못되어 해적이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모두는 모두를 용서한다. 해적들은 스탠리 장군의 딸들의 사랑을 차지한다. 프레드와 마벨은 더 없이 행복하다.


런던탑의 근위병


타이틀: The Yeoman of the Guard (런던탑의 근위병). 전2막. 대본은 당연히 W. S. 길버트이다.

초연: 1888년 런던의 사보이 극장. 초연 이래 423회 연속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주요배역: 훼어팩스 대령(사형수), 메릴 하사(런던탑의 근위병), 엘지 메이나드(거리의 가수), 잭 포인트(거리의 어릿광대), 리챠드경(런던탑의 근위대 장교), 훼브 메릴(근위병 메릴의 딸)

베스트 아리아: Then our gallant Norman foes(MS), Singing farce of the Merryman and the maid(S+T),

사전지식: 이 오페라에는 The Merryman and His Maid(어릿광대와 아가씨)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길버트와 설리반의 오페라 중 내용이 가장 우울한 것이다. 주인공인 런던탑의 근위병 메릴하사가 헤피 엔딩 대신에 사랑 때문에 크게 상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리의 어릿광대도 불행하다. 자기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거리의 가수 아가씨와 결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도 있다. 이 오페라는 길버트와 설리반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날카로운 풍자의 대사가 넘쳐흐른다. 영국 토박이들이나 알아 들을수 있는 위트와 풍자가 겹겹이 엮여 있는 대사이다. 그러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음악으로 인하여 세계의 사랑으로 인하여 설리반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구나 기쁨과 절망, 사랑과 희생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정말 절묘한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에피소드: Yeoman은 원래 의용병을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영국 왕실의 근위병, 특히 중죄인을 가두어 두는 런던 탑(London Tower)을 지키는 근위병을 말한다. Yeoman은 다른 표현으로 Beefeater라고 부른다.


줄거리: 과학자이며 군인인 훼어팩스(Fairfax)대령은 마법을 행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언도받아 런던탑에 갇힌다. 실상 그는 연금술을 공부하는 학생이며 대령이긴 하지만 잘생긴 젊은이다. 런던탑 근위병(간수)의 딸인 페브 메릴(Phoebe Meryll)은 런던탑에 왔가 갔다 하다가 훼어팩스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막이 오르면 이 불행한 아가씨는 물레 앞에 앉아서 이룰수 없는 사랑을 한탄하고 있다. 런던탑의 가정부인 케러더스(Carruthers)부인은 훼어팩스가 유죄인줄을 믿고 있기 때문에 페브가 그 사형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한편 런던탑의 간수인 페브의 아버지 메릴하사는 젊은 훼어팩스에 대한 처형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가 훌륭한 젊은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메릴하사는 훼어팩스가 용감한 군인이었으며 훌륭한 학자인 것을 알고 아들 레오나드(Leonard)를 왕궁으로 탄원하러 보냈다. 메릴하사는 왕궁에 간 아들이 혹시 무혐의 통보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라며 기다란다. 레오나드는 훼어팩스의 아주 친한 친구이다. 그러나 레오나드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와 슬픔 마음에 집구석에만 박혀있다.


페브는 런던탑의 간수장인 중위에게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간청한다. 사실 훼어팩스는 그의 사촌 클레어렌스(Clarence)의 음모로 붙잡혀 왔다. 훼어팩스가 죽거나 결혼하지 않으면 그의 재산은 모조리 욕심 많고 못된 클레어런스에게 돌아간다. 이 사실을 들은 페브는 훼어팩스에게 적당한 아가씨와 임시로 결혼하도록 하여 그 아가씨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여 런던탑의 간수장인 중위에게 그 일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페브는 훼어팩스가 한 시간후면 처형될 것이므로 그 시간 안에 빨리 결혼해줄 아가씨를 구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훼어팩스가 감방에서 나와 거리를 지나 사형준비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갈때 사람들은 그를 줄줄 따라가며 짓궂게 놀린다. 그 중에는 어릿광대 잭 포인트(Jack Point)와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엘지 메에나드(Esie Maynard)도 끼어있다. 잭 포인트는 엘지를 은근히 사랑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다. 사람들은 어릿광대 잭 포인트와 엘지에게 웃기는 얘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하며 만일 웃기지 못하면 강물에 던져 버리겠다고 말한다. 잭과 엘지는 Singing farce of the Merryman and his maid라는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꼭 그런 놈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튼 몇몇 사람들은 두 사람이 노래도 못하고 재미도 없다고 하면서 못살게 굴려고 한다. 그때 간수장인 리챠드중위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두 사람을 위기에서 구해준다. 엘지는 리챠드중위에게 무척 고맙다고 인사한다. 리챠드중위는 엘지를 보자 이 여자가 훼어팩스의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는 엘지에게 한 시간 안에 죽을 사형수가 있는데 그저 한 시간 동안만 결혼하여 주면 100크라운이란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얘기하자 엘지는 솔깃하여 그 사형수와 조건부 결혼을 하겠다고 승낙한다. 이윽고 엘지는 눈이 가려진채 훼어팩스의 방으로 안내되어 신부님의 주례로 간략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서류에 서명한다. 메릴하사가 증인이었다. 엘지는 이제 한 시간 후면 거금 1백 크라운이 자기의 것이 될것으로 생각하여 마냥 기쁘기만 하다.


한편 페브와 아버지 메릴 하사는 아무래도 훼어팩스를 그대로 처형당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탈출시킬 계획을 꾸민다. 페브가 간수인 윌프레드(Wilfred)에게 접근하여 여자로서 갖은 매력을 다하여 그를 녹여 놓은 후 그의 허리에서 열쇠를 훔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릴 하사에게 넘겨준다. 메릴 하사는 감방에서 훼어팩스를 무사히 빼낸후 열쇠를 다시 윌프레드의 허리에 몰래 가져다 놓는다. 일이 다 끝나자 훼브는 윌프레드를 언제 보았냐는 듯이 유유히 사라진다. 윌프레드는 무엇에 홀리기나 한듯 정신이 얼얼하다. 훼어팩스는 메릴 하사의 도움으로 근위대 복장을 하고 런던탑에서 무사히 도망친다. 나오는 도중 다른 근위병들을 만났을 때에도 메릴하사가 자기 아들 레오나드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빠져 나온다. 한편, 훼어팩스와 결혼한 엘지는 런던탑에서 나오는 길에 저 멀리서 메릴하사와 함께 있는 어떤 젊은 근위병을 보고 어머 잘생긴 모습에 반하여 그만 무조건 좋아하게 된다. 나중에 엘지는 그 젊은 근위병의 이름이 레오나드라는 것을 알고 마음속에 사모하는 심정을 간직한다. 도망 나오던 훼어팩스도 엘지가 조금전 자기와 결혼했던 여자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엘지를 좋아한다.


제2막. 이틀후, 이제 어릿광대 잭 포인트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한 시간 후면 처형당할 것으로 믿고 돈이나 벌자는 속셈에 자기가 좋아하는 엘지와 훼어팩스의 결혼을 승낙했었는데 감방에서 사형수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잭 포인트는 엘지가 일단 훼어팩스와 정식으로 결혼했기 때문에 결혼한 엘지와 결혼할수 없는 형편이다. 그는 간수인 윌프레드를 만나 무언가 계략을 꾸민다. 윌프레드로서도 사형수를 도망가게 만든데 대한 책임이 있어서 얼른 동조한다. 윌프레드는 우선 런던탑의 종을 울려 죄수가 도망간 것을 알린다.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모여들어 웅성거릴때 이번에는 런던탑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이어 간수 윌프레드와 잭 포인트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 탈출한 사형수를 총으로 쏘아 테임스강에 빠지게 했으며 확실치는 않지만 죽은것 같다고 설명해준다. 잭 포인트는 엘지와 결혼한 훼어팩스가 강에 빠져 죽었음으로 엘지와 결혼할수 있다는 구실을 마련한 것이다. 한편 거리에 나온 훼어팩스는 도대체 자기와 결혼한 아가씨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 하던 차에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아가씨인 것을 알게 된다. 훼어팩스는 엘지의 속마음을 알아보기로 한다. 한편, 왕궁에서 전령이 말을 달려 나와 훼어팩스를 무죄방면한다는 통보를 전달한다. 이제 훼어팩스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훼어팩스는 약간 변장을 한후 엘지를 만나 자기가 바로 당신과 결혼한 훼어팩스라고 말하며‘그대는 나와 정식으로 결혼했으므로 나의 정식 부인이올시다’라고 주장한다. 엘지는 레오나드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훼어팩스가 그렇게 주장하자 크게 당황한다. 엘지는 훼어팩스가 왜 죽지 않고 살아 왔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운 입장이다. 엘지는 용기를 내어 자기는 레오나드라는 근위병을 사랑하고 있으니 이제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고 하면서 제발 이해해 달라고 간청한다. 훼어팩스는 엘지가 자기를 진짜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 변장한 것을 벗어 던진다. 엘지는 눈앞에 레오나드가 나타나자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면서 기뻐서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해피엔딩! 덧붙여 얘기한다면 런던탑의 가정부인 캐러더스는 메릴하사와 우격다짐으로 결혼하며 메릴의 귀여운 딸 페브는 리챠드중위와 결혼한다. 다만 어릿광대 잭 포인트만이 홀로 외롭다. 페브의 오빠이며 메릴하사의 아들인 진짜 레오나드는 아무것도 모르고 집에서 쉬고 있다.


배심 판결


타이틀: Trial by Jury.

초연: 1875년 런던 로얄티 극장

주요배역: 판사, 에드윈(원고), 안젤리나(피고)

사전지식: 길버트와 설리반이 처음 만나 처음 합작하여 두 사람을 유명인사로 만들어준 작품은 Thespis였다. 그러나 첫 합작 이후 무려 4년동안 그저 가만히 있었다. 로얄티 극장장인 리챠드 카르트(Richard D Carte)가 두 사람을 만나 ‘왜 이렇게 가만히 있느냐? 가만히 있으면 누가 밥 먹여 주느냐?’면서 합작을 재촉하여 나온 것이 바로 ‘배심 판결’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오펜바흐의 오페레타가 계속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오펜바흐의 라 페리콜레(La Perichole)를 보지 못한 사람은 행세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러할 때 나온 ‘배심 판결’은 그야말로 영국 스타일의 위트가 있고 멜로디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사람들은 ‘배심 판결’을 보러 몰려왔다. 로얄티 극장에서 초연이후 3백회 연속 공연을 기록했다. ‘배심 판결’은 단막의 비교적 짧은 작품이므로 보통 다른 작품과 함께 공연된다. 비록 짧지만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레시타티브식의 대사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엮어진다.  

에피소드: G&S표 오페라가 다 그렇듯 ‘배심 판결’도 무척 웃기는 내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상인 것처럼 행동함으로서 출연자들은 법률 체제를 풍자하면서 여자든지 남자든지 또는 어느 사회든지 가지고 있을수 있는 결점, 약점을 들추어낸다. ‘배심 판결’에서 피고인 아름다운 새댁은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실은 남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겨서 ‘에라 못살겠다’라는 생각에 남편을 차버린 것이다. 방청석에 있는 여인들은 대부분 피고인 신랑을 동정한다. 판사와 배심원들은 원고인 새댁 편에 기울어져 있다. 어떻게 되었는지는 줄거리를 읽어보면 안다.


줄거리: 막이 올라가면 변호사, 검사, 정리(廷吏), 사무원들이 거친 목소리로 합창을 하며 사건의 개요를 설명한다. 배심원들을 안내하여 자리에 앉힌 사무원은 원고인 ‘상심한 새댁’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것과 불한당 같은 피고의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도록 은근히 귀뜸해 준다. 피고가 비웃는 듯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서며 ‘여기가 대법정인가?’라고 묻는다.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소리치며 야유를 보낸다. 피고는 ‘이제 원고와의 행복은 흥미를 잃게 되었고 다른 여인을 사모하는 사랑의 노예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판사가 입장하자 모두 찬송가와 같은 엄숙한 노래로 판사를 환영한다. 판사는 자리에 앉자 자기가 어떻게하여 오늘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젊을 때 무일푼의 가난한 변호사였으나 나이 많고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부자 검사의 딸과 결혼해서 높은 판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자기는 그 부자 검사가 자기에게 사건을 무조건 많이 넘겨주어 돈을 많이 벌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그 나이 먹고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필요없어서 차버렸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 거룩한 판사가 ‘오늘은 도대체 무슨 사건인가?’라고 물음으로서 재판이 시작된다.


고소를 한 원고 안젤리나가 입정한다. 들러리 아가씨들이 응원부대로서 따라 들어온다. 판사는 예쁘게 예쁘게들 생긴 들러리들을 보자 급히 메모를 써서 사무원을 시켜 들러리 중에서 제일 예쁜 아가씨에게 전하려다가 원고인 안젤리나가 무척 아름답고 우아한 노래를 부르자 예쁜 들러리보다는 안젤리나에게 정신이 팔린다. 노래가 끝나자 판사는 지금까지 이렇게 멋있는 여자는 본적이 없다고 선언한다. 배심원들도 들러리들의 예쁜 모습을 찬양한다. 그러면서 피고인 에드윈에게 ‘괴물’이라고 소리치며 일제히 손가락질 한다. 원고의 변호사가 일어나 피고가 어떻게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감언이설과 가증스러운 약속으로 속였는지를 설명한다. 안젤리나가 언제 어디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고 하자 변호사가 우선 가만히 있으라고 안젤리나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여기 이 아름다운 여인이 혼수를 해간것만 해도 상당하므로 저 괴물은 배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심원들이 안젤리나에게 ‘힘내라!’면서 용기를 북돋운다. 안젤리나는 ‘저 말씀인가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마치 베르디 아리아와 같은 멋있는 아리아를 부른다. 안젤리나는 자기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이나 하듯 눈물을 떨구면서 배심원 대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판사가 안젤리나에게 다가서자 이번에는 판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에드윈이 자기를 ‘괴물’이라고 부르는데 대하여 ‘나로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 법을 잘 준수해 왔습니다요! 하지만 만일 저 여인의 슬픔을 위로할수만 있다면 오늘 당장 다시 결혼하겠습니다! 물론 내일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지만!’이라면서 그 부당함을 항변한다. 판사는 그 말도 그럴것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기도 내일 다른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 관리가 법전을 들추면서 ‘그러면 중혼죄요, 중혼!’이라고 소리치자 판사가 뜨끔해 한다. 이때 부르는 6중창이 마치 도니제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의 5중창과 같다.


사무원이 계속 ‘정숙이요, 정숙!’이라고 소리치며 장내를 조용히 한다. 안젤리나가 소란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나는 이 남자를 사랑했어요!’라면서 잠시 에드윈을 포옹하더니 이어 ‘하지만 나는 모든 걸 잃었어요, 우리에게 보내준 그 모든 축복, 사랑, 그리고 다정한 손길...에드윈! 당신은 내가 이 모든 것을 잃은데 대하여 변상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번엔 에드윈이 ‘저는요, 참 재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저 여인이 나에게 술을 주는 바람에...저 여인은 제가요 자기를 때릴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오히려 조용하자 참을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냥 뛰쳐나가더니 고소 했더라구요!’라면서 사정을 얘기한다. 쌍방의 소리를 듣고 나자 법정안은 일대 논란의 장이 된다. 그러자 판사가 기발한 생각이나 난듯 ‘그렇다면 피고에게 다시 술을 마시게 하고 그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소리친다. 판사는 공연히 제안을 했다가 입장만 난처하게 된다. 판사는 이 소란함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한다는 소리가 ‘자, 해결 방법이 있소이다. 내가 저 안젤리나와 결혼하겠소!’라고 소리쳤다. 재판은 모두 만족한 가운데 끝나게 된다. 모두들 ‘훌륭한 명판사님!’이라고 화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