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Wagner, Richard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

정준극 2007. 5. 21. 15:58

링 사이클 (니벨룽의 반지)


타이틀: Der Ring der Nibelungen (The Ring of the Nibelungs). 링 사이클에 포함되는 4작품을 모두 바그너가 대본을 썼다.

초연: 링 사이클 전 4작품을 보면 ‘라인의 황금’이 1869년 뮌헨에서, 발퀴레가 그 다음해인 1879년 역시 뮌헨에서, 지그프리트는 1876년 바이로이트에서, ‘신들의 황혼’ 역시 같은 해에 바이로이트에서 초연되었다.

사전 지식: 바그너의 링 사이클(Ring Cycle)은 무궁한 파워를 지닌 반지에 대한 네 가지 에피소드를 한데 묶은 것이다. 링 사이클 이야기를 읽다보면 왜 그런지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이란 영화가 연상된다. 링 사이클의 네 편의 오페라 스토리를 읽어 본 후 ‘반지의 제왕’과 어떤 내용이 흡사한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니벨룽의 반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버전에 따라 내용도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최근까지 가장 유리한 버전은 간단히 말하여 다음과 같다.


전설에 의하면 니벨룽은 독일 북부에 살았다는 소수 족속이다. 니벨룽이라 불리는 이 키작은 족속은 막대한 황금보물을 모아놓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지키는 사람들이다. 불을 뿜는 용인 파프너가 그 황금을 빼앗아 자기의 동굴에 숨긴다. 이후 니벨룽 사람들은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되어 황금을 되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파프너를 무찌를수 없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 황금보물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반지이다. 니벨룽들이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니벨룽의 반지라고 부른다. 반지를 차지하는 사람은 세상 모든 권세와 모든 황금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반면에 반지를 낀 사람은 저주받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반지와 황금을 빼앗긴 니벨룽들은 안개와 황혼의 존재들이 되어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 때에 지그프리트가 등장한다. 어릴때 색슨족에게 부모를 잃고 대장장이의 손에 자란 지그프리트는 자기가 만든 무적의 칼로 파프너 용을 물리치고 반지를 비롯한 모든 보물을 차지한다. 지그프리트는 아이슬란드의 여왕 브륀힐데를 우연히 만나 운명적인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러나 지그프리트는 그를 시기하는 군터왕과 알베리히 등의 간계에 빠져 죽임을 당한다. 지그프리트를 영원히 사랑하는 브륀힐데는 지그프리트가 죽자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그프리트는 바이킹 식으로 롱쉽(바이킹의 배: Long Ship)에서 화장된다. 롱쉽에는 지그프리트가 파프너에게서 찾아온 황금 보물도 함께 실린다. 지그프리트가 끼고 있던 니벨룽의 반지와 황금 보물은 깊은 강에 가라앉게 되었다. 독일 버전에서는 반지와 황금이 라인강에 가라앉았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라인의 황금’이 나오며 이 황금을 지키는 라인의 처녀들(님프)이 등장한다. 오리지널 북구 신화에서는 발퀴레가 등장한다. 발퀴레(발키리)는 죽은 영웅들의 혼령을 발할라라고 하는 천국으로 인도하는 역할의 여신들을 말한다. 브륀힐데는 발퀴레 중의 한 여인이다. 이같은 얘기는 13세기 아이슬란드의 볼숭(Volsung)가문에서 적은 볼숭사가(Volsung Sage)에 적혀있다. 사가(Saga)는 아이슬란드 전래의 영웅담을 말한다.


아무튼 링 사이클이라는 오페라의 거대한 카후나(Kahuna)에 입문해 보도록 하자. 우선 링 사이클은 공연 시간에 있어서 기록적이다. 4편의 오페라를 모두 감상하려면 총 18시간이 걸린다. 거창한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링 사이클만의 위대한 특징이다. 노르웨이 신화와 상징주의에 기본을 둔 ‘링 사이클’은 기존 오페라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모두 바꾸어 놓은 것이다. 초연으로부터 1백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아직까지 사람들의 논란의 대상의 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링 사이클이 얼마나 획기적인 작품인지 알수있다. 간단히 말해서 링 사이클을 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악보의 한 파트 한 파트를 죽을 때 까지 분석하는 열성파도 있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더욱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사실은 그가 지독한 반유태주의자였다는 것, 대단히 부도덕한 인물로 평가 받았다는 것, 극단적인 자기중심주의자였다는 것 등이다.


바그너는 링 사이클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작곡하지 않았다. 일반 오페라에서는 아리아와 레시타티브 또는 대화 파트가 분리되는 것이 통상이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어떤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과 또 다른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을 분간하기 어렵다. 모두 연결되어있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뒤죽박죽이 되어있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성악부분 보다도 오케스트라 부분이 강조되어있다. 오케스트라가 끊임없이 연주를 계속하는 가운데 성악가들은 자기 역할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흥미를 끌게 해주는 것은 ‘작은 멜로디’라고 할수 있는 라이트모티프(Leitmotif)에 있다. 주인공에 따라, 또는 중심되는 스토리나 특별한 상황에 따라 적어도 150개의 각각 다른 작은 멜로디가 변화하면서 전개된다.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들으면서 라이트모티프가 어떻게 전개되고 변화되는지 분석해보는 일도 바그너 입문에 큰 보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단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음악을 창조해 낸 바그너의 우수함과 기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링 사이클에는 지루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일부러 엿가락 늘이듯 길게 늘인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바그너 시대를 들여다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오페라 공연이 보통 오후 적당한 시간에 시작된다. 막이 바뀔 때 무대 장치를 새로 꾸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사람들은 그 중간 시간에 간단한 식사를 하던지, 회랑을 열을 지어 빙빙 돌던지, 또는 독일적인 쓸데없는 철학적 토론을 벌이기가 일수이다. 이렇듯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에 객석으로 다시 돌아오므로 지루한 것쯤은 충분히 견디어 낼수 있다.


에피소드: 바그너는 이 석기시대 스타일의 신화 이야기를 스위스 은거 중에 완성했다. 바그너는 독일에서 정치체제에 대한 혁신적인 반대 주장을 했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지명되어 어쩔 수 없이 외국 도피 생활을 하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에 스위스로 도피중이었다. 바그너는 노르웨이 신화에 기본을 둔 이 독일 신화를 읽고  오페라로 만들어야 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그의 구미에 완벽하게 맞았다. 우선 대본부터 착수했다. 대본을 완성해 놓고 여기에 음악을 입히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바그너는 4편의 링 사이클 작품의 대본을 역순으로 완성해 나갔다. 무슨 얘기냐 하면 원래 순서대로 보면 ‘라인의 황금’의 대본부터 쓰고 마지막으로 ‘신들의 황혼’을 써야 하는데 거꾸로 ‘신들의 황혼’ 대본부터 쓴 것이다.


처음에 바그너는 아마 ‘신들의 황혼’의 대본을  완성하고 난후 생각해 보니 스토리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그프리트를 썼고 다시 발퀴레를 썼으며 기왕 손을 댄 김에 서막이라고 할수 있는 ‘라인의 황금’까지 완성한 것이다. 대본은 역순으로 완성했지만 음악은 원래 순서대로 완성했다. 바그너는 대본과 음악을 완전히 구상한 후에 작곡에 들어갔다. 대본에서부터 음악의 완성까지에는 무려 2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물론 그 기간 중 두 편의 다른 오페라를 작곡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작품의 완성 시간 면에 있어서는 세계적 기록을 세운 셈이다. 당일치기 전문가인 로시니나 도니제티가 알면 놀랄 일이었다.


에피소드: 링 사이클에서 생존하기

 

오페라를 보러 간다는 것은 보통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보러 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전 4편을 모두 본다면 더구나 그렇다. 도합 18시간이 걸리는 공연이다. 한 작품에 평균 4시간이 넘는 대공연이다. 우리의 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북구의 신화가 스토리이다. 그리스 신화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들은풍월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한 북구신화가 스토리이다. 이 스토리를 위대한 아리안 민족이라고 자칭하는 독일인들의 신화로 만들었다. 신화라는 것은 실생활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푸치니의 베리스모 오페라라면 마치 우리들의 얘기 같아서 이해하기가 쉽다. 관중들로서는 바그너의 오페라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지만 정작 공연당사자들로서도 괴로움이 많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선 수많은 바그너 오페라 성악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성악가들이 준비되었다고 해도 무대 장치와 소도구(실은 대도구)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다. 링 사이클에는 여자가 바이킹이나 고구려 군인들처럼 뿔달린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들며 가슴받이가 당당하게 보이는 갑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러한 의상 및 소도구는 무게가 상당히 나간다. 그러므로 연약한 여성 출연자로서 무거운 갑옷과 창과 방패를 들고 무대 위의 이곳저곳을 왕래하며 노래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수 없다. 신들의 황혼이나 지그프리트의 무대에서는 말도 등장한다. 브륀힐데가 탄 말이 무대를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은 과연 장관이다. 발키리라고 하는 토탈 9명의 여신들이 모두 말을 타고 나오는 장면도 대장관이다. 믿거나 말거나 말 아홉 필의 동시 등장은 오페라 무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튼 바그너의 링 사이클은 스토리도 이해하기 어렵고 무대 연출도 어려우며 음악마저 어렵다.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에서처럼 감동적인 아리아를 기대한다면 곤란하다. 그래도 역시 링 사이클이다. 그만한 작품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본다는 것은 일생의 기회이다. 전4편의 연속공연 이벤트는 세계적으로 1년에 겨우 한번 있을까 말까이기 때문이다. 링 사이클을 그나마 충분히 이해하려면 전4편을 연속으로 관람해야 한다. 그러나 극장측으로서는 전4편을 연속으로 무대에 올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우선 바그너리안 싱어(Wagnerian Singer)라고 하는 바그너오페라 전담 성악가를 구하기가 어렵다. 바그너리안 소프라노들은 몇시간을 그 무거운 갑옷과 창과 방패를 든채, 또는 말을 타고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요즘의 소프라노, 테너들은 핫도그와 햄버거만 먹어서인지 옛날 영웅 소프라노나 영웅 테너에 비하여 체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바그너의 공연에 기여할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적어지고 있다. 공연 시간이 긴 것도 문제이다. 극장 측으로서는 경제적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에 올리는 것을 주저한다. 링 사이클의 경우에는 입장료를 조금 더 받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두시간 짜리 푸치니의 오페라를 공연하면 수입이 더 많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것이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오느냐는 것도 문제이다. 세상이 달라져서 오페라 애호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1주일에 걸쳐 링 사이클 전편을 공연하는 무대가 있다면 일생일대의 일이므로 만사 제쳐 놓고 가 볼 일이다. 바그너 오페라 팬으로서 후회가 없을 것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둔다면 링 사이클 관람에 상당히 유익할 것이다. 


☑ 보기 전에 볼일부터 보자. 어떤 오페라의 제1막은 유난히 길다. ‘라인의 황금’은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조차 없다. 그러므로 시작 전에 화장실부터 갔다 오는 것이 좋다. 설사기운이 있는 사람은 참으로 곤란하므로 치료후에 와야 할 것이다.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걱정이다.


☑ 정장을 입지 말라. 평상복을 입고 왔다고 해서 무어라고 할 사람은 오페라 상류층 아니라 무슨 층이라고 해도 없다. 링 사이클을 보려면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진 기분으로 몇 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팔다리가 쑤실지도 모른다. 편한 옷을 입고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제일이다. 몸이 피곤하거나 눈이 아프다든지 하면 가지 말것을 권고한다.


☑ 먹을 것을 준비하라. 다른 일반 오페라는 공연이 끝난후 저녁을 먹어도 큰 탈이 아니다. 하지만 링 사이클은 다르다. 보통 오후 5시나 6시에 시작해서 자정이 다 되어서야 겨우 끝난다. 금식기도 기간 중이라면 몰라도 배고파서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중간 휴식 시간에 매점에 가면 샴페인, 샌드위치, 케익등을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서민에게는 너무 비싼 가격이므로 차라리 굶는 편이 마음 편하다. 따라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슬쩍 준비해 오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휴식 시간에 로비 한 구석에서 샌드위치를 꼭꼭 씹어 먹고 있다고 해서 무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혼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옆 사람에게 냄새가 풍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양파를 얹거나 겨자를 듬뿍 친 샌드위치는 삼가야 할 것 같다.


☑ 음악이 완전히 끝나면 박수를 쳐라. 막이 내려 질때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완전히 끝났을 때 박수를 쳐야 바람직하다. 박수치는 타이밍을 잡기 어려우면 가만히 있다가 남들이 박수를 칠 때에 따라서 치면 된다. 함부로 시도 때도 없이 박수를 친다면 정신병원에서 데리러 올지도 모른다.


☑ 초보가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라. 아무리 링 사이클을 여러 번 보고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바그너 팬과의 대화에서 좀 아는체 하는 것은 큰코 다칠 일일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바그너의 링 사이클에 온 사람이라고 하면 나름대로 전문가들이다. 세상에는 자기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아는 사람들이 항상 많은 법이다. 처음으로 링 사이클을 경험하는 경우에는 옆의 사람이 어떤 비평의 말을 하더라도 그저 미소로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옆 자리의 사람은 아마 당신보다 서너번이나 더 보았을지도 모른다. 간혹 ‘암요! 그렇지요!’ 또는 ‘글쎄요, 그럴까요?’ 정도만 언급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대단한 ‘바그너광’ 인줄 알고서 제 풀에 논쟁을 중단할 것이다.

 

라인의 처녀들

  

1) 라인의 황금


타이틀: Das Rheingold (The Rhine Gold). 전4편으로 된 ‘니벨룽의 반지’의 프롤로그

초연: 1869년 뮌헨 왕립국립극장

주요배역: 보탄왕(하늘과 땅의 지배자), 프리카(보탄의 부인: 결혼축복의 여신), 프라이아(프레이아: 프리카의 여동생: 청춘의 여신), 돈너(프라키의 남동생: 천둥의 신), 프로(프리카의 또 다른 남동생), 에르다(운명의 여신), 로게(반신반인의 불의 신), 파솔트(거인), 파프너(거인의 동생), 알베리히(니벨룽), 미메(알브리히의 동생), 보글리데(라인의 처녀), 벨군데(라인의 처녀), 플로쓰힐데(라인의 처녀)

음악 하이라이트: 라인강 모티프, 물결 모티프, 라인처녀들의 노래, 라인황금 모티프, 황금사과 모티프, 천둥 모티프, 무지개 모티프, 반지 모티프, 발할라 모티프, 니벨룽 모티프, 에르다 모티프, 화염 모티프, 칼 모티프(Nothung)

베스트 아리아: Abendlich strahlt der Sonne Auge[황혼에 태양의 눈이 빛나리](T), Weiche, Wotan, Weiche[양보하라, 보탄, 양보하라](MS)


줄거리: 라인강의 물속에서 라인의 처녀들이라고 불리는 세 명의 물의 요정(님프)들이 즐겁게 놀면서 ‘베이아! 봐가!’(Weia! Waga!)라는 노래를 부른다. ‘무슨 님프들이 저런 어색한 표현의 노래를 부르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미국 노래에서도 끝 부분에 ‘두다, 두다’ (Doo-dah, doo-dah)라는 표현이 있는 것을 볼 때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들 세명의 라인의 처녀들은 보글린데(Woglinde), 벨군데(Wellgunde), 플로쓰힐데(Flosshilde)이다. 모두 할열자가 데(de)자로 끝난다. 님프들의 즐거운 시간은 못생기고 늙었으며 게다가 난쟁이인 알베리히(Alberich)의 등장으로 중단된다. 알베리히는 니벨룽(Nibelung) 족속의 일원이다. 원래 이 난쟁이들은 땅의 신령으로서 땅속의 보물을 지킨다는 전설이 있지만 늙고 쭈글쭈글한 알베리히가 보물을 지키고 있다는 바로 그 니벨룽 난쟁이들 중의 하나인지 아닌지는 정확한 설명이 없다. 아무튼 그런 주제에 꼴에 남자라고 님프들과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수영으로 다진 늘씬한 몸짱들인 님프들은 웃기지 말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바그너의 링 사이클이 섹스 얘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이상하겠지만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계속 이상한 남녀 관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장면은 바뀌어 해가 지고 있다. 찬란한 황혼의 햇빛이 라인 강위에 머문다. 그 빛이 늙은 난쟁이 알베리히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강속에 있는 찬란한 황금을 발견하게 한다. 님프들은 ‘라인의 황금, 라인의 황금’이라는 단순한 두 음정의 노래를 부르면서 왜 자기들이 그 황금을 지키고 있는지 설명해 준다. (잠깐! 님프의 노래를 들으면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v)가 어떤 것인지 약간의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님프들은 그 황금을 녹여 반지를 만들어 끼면 무한한 권력과 능력을 가질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그 반지를 끼고 있으면 영원히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님프들은 ‘세상에 어떤 바보가 권력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겠느냐?’면서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걱정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계속 춤추며 뛰놀기만 한다. 그러나 늙은 난쟁이 알베리히는 ‘난 사랑이란 것이 뭐 말라 죽은 것인지 모른다. 사랑이 밥 먹여 주나?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면서 황금을 훔친다. 님프들이 황금을 되찾으려고 알베리히를 뒤쫓아 간다. 오케스트라는 님프들의 추격을 기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난쟁이 알베리히를 잡지 못한다.


장면이 바뀌어 여기는 독일어로 발할라(Valhalla: 북구신화에서는 Valhall)라고 부르는 올림퍼스 산이다. 원래 북구에서는 발할라를 영웅들의 영혼이 영원히 쉬는 곳, 말하자면 낙원이라고 말한다. 발할라의 최고 대장은 보탄(Wotan)이다. 보탄은 발할라에 거주하는 신들의 신이다. 로마식으로 보면 제우스이다. 아무튼 보탄왕이라고 부르는 애꾸눈을 비롯하여 여러 신들이 막 잠에서 깨어난다. 왜 보탄왕이 애꾸눈인가를 알려면 앞으로 15시간이 지나면 된다. 보탄왕의 궁전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기가 막히게 멋있고 화려하다. 두 명의 거인들이 이 궁전을 건설했다. 보탄왕은 건설비 대신에 청춘과 사랑의 여신 프라이아(Freia)를 이들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 장면에서 바그너 팬들은 아마 ‘바그너! 왜 그러는가? 역시 여기서도 여성을 물건 취급을 하니 말이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아무튼 이윽고 두 명의 거인은 보탄왕의 궁전 문 앞에서 어서 예쁜 프라이아여신을 내 놓으라고 조른다. 보탄왕은 그 약속을 깜빡하고 있었다. 프라이아가 갖고 있는 사과는 신들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수 있도록 해주는 신비의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모든 신들은 사과를 먹기 위해 프라이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프라이아가 없으면 애플도 없다. 그런 프라이아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생각은 원래부터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것이었다.


보탄왕은 잔꾀가 많은 반인반신의 불의 신 로게(Loge)에게 지상으로 내려가 프라이아 대신 거인들에게 줄 마땅한 물건이 있는지를 찾아보라고 지시한다. 로게는 늙은 난쟁이 알베리히가 갖고 있는 황금의 반지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알베리히는 그 황금의 반지를 이용하여 막대한 부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 반지이기 때문에 보탄왕이 거인들에게 공사대금으로 반지를 받으면 무한정으로 세계를 지배할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쥘수 있다고 말하자 솔깃해 한다. 하지만 거인들도 완전 바보들은 아니다. 보탄왕이 그 반지를 찾아 줄때까지 프라이아를 인질로 잡고 있겠다고 주장한다. 보탄왕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보탄왕과 로게는 반지를 찾기 위해 알베리히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살핀다. 알베리히는 지하의 유황 동굴에서 절대 권력을 쥐고 다른 모든 난쟁이들, 즉 니벨룽(Nibelung)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로소 니벨룽이란 단어가 무슨 뜻이지 알려진다. 지하 동굴에 살고 있는 난쟁이들을 말한다. 알베리히는 마법의 투구까지 쓰고 있다. 이 투구를 쓰고 있으면 어떤 동물로든지 변할수 있으며 심지어 투명인간까지 될 수 있다. 꾀가 많은 로게가 알베리히를 만나 ‘존경하옵는 알베리히님이시여! 당신은 무슨 동물로든지 변할수 있다고 하니 한번 시범을 보여 주시변 더욱 존경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투구의 마법을 믿을수 없사옵니다.’라고 말한다. 자만심에 빠진 알베리히는 처음엔 용으로 변했다가 다음엔 두꺼비로 변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보탄왕이 두꺼비를 잡아 당장 잡아 먹겠다고 협박하여 반지와 투구를 내놓게 한다. 보탄왕은 그 동안 알베리하가 축적한 금덩이들도 모두 가져간다. 알베리히는 죽을 지경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수 없게 되자 ‘에라! 못 먹는 떡에 뭐나 뿌리자!’라는 심정으로 자기의 온갖 능력을 다 하여 반지에게 저주를 불어 넣는다. 반지를 지니는 사람은 모두 망하라는 저주이다.


이로써 보탄왕은 거인들에게 궁전 건설비 대가로 반지를 주고 인질 상태인 프라이아를 데려 올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왕이 달리 왕인가? 보탄왕은 반지가 욕심이 나서 거인들에게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을 전해들은 땅의 여신 에르다(Erda)는 한때 낭군이었던 보탄을 생각하여서 반지를 가지고 있으면 재앙이 오므로 어서 거인들에게 주라고 권면한다. 보탄왕은 마지못해 권력의 반지를 거인들에게 준다. 반지의 저주는 즉각 효력을 발생하여 거인 형제는 누가 반지를 차지하느냐를 놓고 서로 싸우다가 그 중 하나가 죽는다. 살아남은 거인은 자기의 행동을 후회하며 멀리 사라진다. 거인이 사라지자 발할라(올림퍼스)에는 오랜만에 찬란한 햇살과 함께 평온함이 감돈다. 보탄왕과 그의 부인들이 그때야 비로소 안심하고 새로 지은 궁전으로 들어간다. 한편, 라인의 처녀들(님프)은 자기들이 라인의 황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계속 슬피 울고 있다. 보탄왕은 이들 라인의 처녀들에게 위엄있는 목소리를 이제 그만 울라고 말한다. 여기까지가 ‘라인의 황금’의 스토리이다.


※ 링 사이클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편을 차분하게 음반(CD)으로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종류의 CD가 나와 있지만 1980년대 초, 데카(Decca)가 게오르그 솔티경의 지휘로 내놓은 것이 가장 탁월하다는 평이다. 레코딩에 참가한 성악가들도 최정상급이었다. 각 파트에 누가 참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좋은 참고가 될것이다.


[라인의 황금 CD 레코딩]

Wotan: 죠지 런던(George London)

Fricka: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Kirsten Flagstad)

Freia: 클레어 왓슨(Claire Watson)

Woglinde(라인의 처녀): 루치아 폽(Lucia Popp)

Wellgunde(라인의 처녀): 귀네스 존스(Gwyneth Jones)

Flosshilde(라인의 처녀): 모린 기(Maureen Guy)


2) 발퀴레


타이틀: Die Walküre (The Valkyrie). 전3막.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주요배역: 지그문트(보탄의 아들), 지글린데(지그문트의 쌍둥이 여동생), 훈딩(지글린데의 남편), 보탄(하늘과 땅의 지배자), 프리카(보탄의 부인), 발키리(보탄과 에르다의 딸들) - 브륀힐데, 헬름비게, 오르트린데, 게르힐데, �트라우테, 지그루네, 로쓰봐이쎄, 그림게르데

음악 하이라이트: 볼숭(Volsung)의 사랑 모티프, 지그문트의 봄의 노래, 브륀힐데의 입장 음악, 죽음에 대한 예감 음악, 보탄의 창 모티프, 브륀힐데의 아버지를 위한 사랑 음악, 보탄의 이별 음악, 마법의 불꽃 모티프

베스트 아리아: Ein Schwert verhiess mir der Vater[아버지가 검을 약속했는데](T), Der Männer Sippe sass hier im Saal![이 홀에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는데](S), Winderstürme wichen dem Wonnemond[겨울 폭풍이 기쁨의 달을 기울에 하네](T), Du bist der Lenz[그대는 봄이다](S), So ist denn aus[그게 전부라면 끝이다](B), Als junger Liebe Lust mir verblih[젊은 사랑의 기쁨이 나를 떠날 때](B), Todesverkündingung[죽음의 발표](S), War es so schmählich?[그것이 그렇게도 부끄러운가?](S)

사전지식: 발퀴레의 서곡은 너무나 유명하다. ‘지옥의 묵시록’이란 영화에 나온다. 제2막의 발퀴레들의 여행 부분에서도 서곡의 라이트모티브가 나온다. 대단한 인상을 주는 음악이다. 히틀러가 특히 좋아 했다는 음악이다.


배경이야기: 마치 스타워스 2편처럼 ‘발퀴레’와 ‘라인의 황금’은 연계되어있다. 발퀴레(영어로는 발키리)는 북구의 신 오딘(Odin)의 12신녀로서 전사한 영웅들의 영혼을 올림퍼스, 즉 발할라(Valhalla)에 안내하여 시중든다고 하는 여신들이다. 제2막에서는 상당히 긴 독백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발퀴레에 대한 스토리의 배경을 들을 수 있다. 신들의 제왕인 보탄왕(제우스)은 권력의 황금반지를 거인에게 주고 나서 아까운 생각에 자기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반지는 두 거인중 죽지 않고 남아있는 파프너(Fafner)의 손에 있다. 어느 날 보탄왕은 ‘지금쯤 반지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에 지상 세계로 내려갔다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한다. 결과는 쌍둥이 남매 지그문트(Siegmund)와 지글린데(Sieglinde)이다. (잠깐! 바그너는 상당히 까다로운 버릇이 있었다. 주인공들의 이름을 비슷비슷하게 설정하여 혼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그프리트, 지그문트, 지글린데... 누가 누군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쌍둥이 남매는 어릴 적에 운명적으로 서로 헤어지게 된다. ‘링 사이클’의 두 번째 이야기 ‘발퀴레’는 성장한 이들 남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가 헤어진후 세월은 흘러 여자인 지글린데는 결혼까지 했다.


줄거리: 제1막. 폭풍노도와 같은 전주가 끝나면 어느 한적한 숲속, 지글린데와 사냥꾼 남편 훈딩(Hunding)이 살고 있는 오두막집이 보인다. 폭풍 속을 뚫고 어떤 청년이 뛰어 들어온다. 지글린데의 쌍둥이 오빠 지그문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연히 서로 알지 못한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서서히 이들 남매를 향하여 돌아가고 있다. 지그문트는 지글린데와 훈딩에게 폭풍을 피하고자 하니 하룻밤 지내게 해 달라고 청한다.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지그문트는 자기의 지나온 날들에 대하여 기나긴 이야기를 해준다. 그가 아직 소년일 때,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은 불타고 있고 어머니는 죽어있으며 쌍둥이 여자 동생은 종적을 찾을수 없었다는 얘기와 세월이 흘러 이리 저리 여동생을 찾아 헤매던 중, 얼마전 어떤 연약한 소녀가 어떤 못된 사냥꾼에게 강제로 결혼하게 된것을 구해 주려고 한 일도 있었으나 힘이 부족하여 실패하게 되었다는 얘기까지 해 주었다. 자, 이쯤 되면 지글린데로서는 이 청년이 누구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연약한 소녀를 구해준 청년이 아닌가? 지글린데는 자기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려 했던 그 청년을 만나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그러면서 그때 그 사냥꾼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의 불운한 운명을 슬퍼한다. 한편 지글린데의 남편 훈딩은 얘기를 듣고 보니 바로 이 청년이 자기의 결혼을 방해하려고 했던 그 미지의 청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음날 아침 일찍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기로 결심한다. 그런 남편의 속셈을 눈치 챈 지글린데는 남편에게 슬쩍 약을 먹여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지그문트가 쉬고 있는 방으로 스며들어간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연인이나 되듯 포옹한다. 오빠 지그문트가 유명한 ‘봄노래’를 부른다. 실제로 두 사람은 노래만 부르고 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했을 것이다. 왜냐면 나중에 이들의 사랑의 결실로서 지그프리트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발퀴레가 근친상간을 강조한 오페라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집 밖으로 나온 지그문트는 물푸레나무속에 숨겨져 있는 칼을 발견하고 꺼낸다. 마치 아더왕이 영웅적으로 마법의 칼을 꺼내는 것과 흡사하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는 저 멀리 도망간다. 아직도 두 사람은 쌍둥이 남매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제2막. 신들의 제왕 보탄(제우스)에게는 아홉 딸들이 있다. 이들을 발퀴레소녀들이라고 부른다. 이 여자들이야 말로 XXL 싸이즈의 가슴받이 방패를 입고 뿔달린 바이킹 투구를 썼으며 긴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여장부들이다. 그중에서 브륀힐데(Brühnhilde)는 보탄왕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다. 신화에 의하면 브륀힐데는 대단한 미모의 늘씬한 여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대체로 이 역을 거구의 뚱뚱한 여성이 맡는다. 대체로 바그너리안 소프라노들은 당당한 체격들이다. 때문에 발퀴레, 또는 브륀힐데라고 하면 의례 그렇게 생긴줄로 알지만 그건 잘못된 인식이다. 대단한 미인들이다. 브륀힐데는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천마를 가지고 있다. 보탄왕은 딸 브륀힐데에게 세상으로 내려가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가 도망가고 있으니 이들을 도와주라고 당부한다. ‘노 프로블렘!’이라고 대답한 브륀힐데는 여덟명의 자매들을 부른다. 따지고 보면 지그문트는 보탄왕의 아들이며 자기들의 남동생이 아니던가? 그리고 지글린데는 자기들의 여동생이 아닌가? 한편 보탄왕의 부인인 프리카(Fricka)는 남편 보탄왕이 지상에 내려가 자기도 모르게 웬 여자와 객기를 부리고 쌍둥이 남매까지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동안 감쪽같이 속아 살았다는 생각에 분해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보탄왕이 어쩔수 없이 변명 겸 용서를 빌지만 미시즈 보탄은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보탄왕은 궁여지책으로 황금의 반지를 구해 줄테니 제발 화를 풀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시즈 보탄은 요지부동이다. 프리카는 명색이 ‘결혼서약 및 축복의 여신’인데 자기 남편에게 사생아가, 그것도 둘씩이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기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무리 황금반지 아니라 슈바로브스키 반지를 준다고 해도 ‘용서할수 없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결국 보탄왕은 아내를 속인 벌로 아들 지그문트를 죽여 없애겠다고 최종 합의한다. 그럼 지글린데는 살려둔다는 것인가?


보탄왕은 이미 출장 준비를 마친 브륀힐데 및 그 일행 (실은 자기의 딸들)을 급히 소환하여 사정이 이러저러하니 지그문트를 도와주는 대신 그를 죽이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브륀힐데는 자기의 남동생이 되는 지그문트를 죽일수 없노라고 단호히 말하며 아버지 보탄왕의 지시에 불복한다. 보탄왕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어서 화를 내지만 늠름한 브륀힐데가 ‘무슨 아버지가 이래! 우리 아버지 맞아?’라면서 떡하니 버티고 말을 듣지 않는다. 보탄왕은 어쩔수없이 ‘에라, 나도 모르겠다!’면서 자리를 뜬다. 다시 장면을 바뀌어 지상이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간략히 S&S라고 부르기로 하자)는 사악한 남편 훈딩의 추격을 피하여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다. 지글린데는 훈딩에게 잡혀 죽느니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다는 환각에 빠져 칼을 빼어 죽으려고 까지 한다. 이때 브륀힐데가 나타나 지그문트와 그의 예쁜 여동생을 보호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미 훈딩이 바짝 뒤쫓아 왔다. 영웅 지그문트와 사악한 훈딩이 산꼭대기에서 결투를 한다. 보탄왕의 부인 프리카가 두 사람의 결투 소식을 듣고 ‘아니, 당신! 아직도 지그문트를 없애지 않고 무얼 하고 있어요? 엉?’이라며 바가지를 심하게 긁자 공처가클럽 고문인 보탄왕은 이번에는 지그문트를 꼭 없애주겠다고 말하고 결투하고 있는 지그문트의 칼을 부러트린다. 이틈을 타서 훈딩이 지그문트를 죽인다. 보탄왕은 약간의 자책감에 훈딩까지 죽인다. 지그문트가 죽는 모습을 본 지글린데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이복 언니인 브륀힐데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가엾은 지글린데를 안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를 본 보탄왕은 딸 브륀힐데가 자기의 일을 방해한데 대하여 화를 내며 브륀힐데까지 죽이겠다고 맹세한다. 정말 콩가루 집안이다.


제3막. 막이 오르면서 노도광풍과 같은 ‘발퀴레의 질주’라는 곡이 무대를 압도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곡이다. 그렇다. Apocalypse라는 영화에서 미군 장병 로버트 듀발을 태운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출발할 때에 나오는 음악이다. 음악과 함께 브륀힐데와 그의 여덟명 여동생인 발퀴레들이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달리며 아버지 보탄의 노여움을 피하여 산정으로 향한다. 브륀힐데는 지글린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발표하며 그런 여인을 구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지글린데는 지그문트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보탄왕의 추격은 계속되어서 결국 브륀힐데의 소재가 밝혀진다. 보탄왕은 여신으로서 브륀힐데의 능력을 박탈하고 사슬에 묶어 영원한 불길속에 잠든채 가두어 둔다. 보탄왕은 그래도 아버지랍시고 슬픈 마음에 딸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난다. 누구도 아버지 노릇이 쉽다고 얘기한바 없다.


[발퀴레 CD 레코딩]

Siegmund: 제임스 킹(James King)

Sieglinde: 레지느 크레스팽(Regine Crespin)

Hunding: 고트로브 프리크(Gottlob Frick)

Wotan: 한스 호터(Hans Hotter)

Brünnhilde: 비그기트 닐쓴(Birgit Nilsson)

Fricka: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

Schwertleite: 브리기테 파쓰밴더(Brigitte Fassbaender)

 

3) 지그프리트


타이틀: Siegfried. 3막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제2일째 스토리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초연: 1876년 바이로이트의 훼스트슈필하우스(Festspielhaus)

주요배역: 지그프리드, 미메(난쟁이), 알베리히(미메의 동생), 브륀힐데(에르다와 보탄의 딸), 방랑자(보탄), 파프너(두 거인중 하나: 용으로 변하여 나타남), 에르다(운명의 여신)

음악 하이라이트: 대장간 용광로 모티프, 미메의 모티프, 용 모티프, 지그프리트의 호른 모티프, 지그프리트의 쇠달구기 노래, 숲의 중얼거림 음악

베스트 아리아: Heil dir, weiser Schmied!(T)

사전지식: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의 세 번째 작품. 지그프리드에서도 주인공의 성격과 이상을 표현한 라이트모티브가 전편을 통하여 엮어져 있다. 전주곡은 미메의 불평을 표현하고 있다. 2막에서는 파트너(거인)와 반지와의 관련을 모티브로 삼았다. 여기에 반지에 대한 알베리히의 저주가 담겨있다. 3막은 방랑자 보탄이 자기 운명에 대한 회상을 표현했다.


줄거리: 지글린데가 사내아이를 출산한다. 지그프리드(Siegfried)이다. 이름이 자기 아버지 및 어머니의 이름과 비슷해서 혼돈스럽지만 어쩔수 없다. 서양사람들은 1세, 2세, 3세라면서 똑같은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얼마후 불쌍한 지글린데마저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 없는 지그프리트는 난쟁이 미메(Mime)에 의해 양육된다. 난쟁이 니벨룽인 미메가 지그프리트를 정성을 다해 키운 이면에는 그에게 바라는 사항이 서너가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지그프리트에게 검술을 가르쳐 거인 파프네를 죽이는 일이다. 파프네는 황금의 반지 덕분에 지금은 용으로 변하여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둘째는 파프네를 죽이고 나서 황금 반지를 뺏어 오는 일이다. 셋째는 자기가 난쟁이 세계의 전지전능한 지배자가 되는 일이다. 미메는 대장장이이다. 어린 지그프리트는 대장간에서 칼만드는 기술을 익힌다. 지그프리트는 날로 장성하여져서 그의 손에 맞는 칼이 없을 정도이다. 난쟁이 미메가 열심히 칼을 만들어 주지만 몇 번 사용하다보면 부러지기가 일수이다. 할수없이 지그프리트가 스스로 칼을 만든다. 어떤 버전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용광로에 녹여 불멸의 칼을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아무튼 이 장면에서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참으로 용광로에서 쇠가 활활 타는 듯 격렬하다.  


제2막. 용의 동굴. ‘라인의 황금’에서 만났던 늙은 난쟁이 알베리히가 아직도 살아 있어서 잃어버린 반지를 되찾기 위해 이를 갈고 있다. 난쟁이 미메와 소년 용사 지그프리트가 용의 동굴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 간다. 용을 처치하기 위해서이다. 그 용이 누구냐 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보탄을 위해 발할라를 건설했던 두명의 거인중 하나인 파프네이다. 지그프리트가 뿔피리로 새소리를 흉내 내는 바람에 용이 잠에서 깨어난다.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드디어 지그프리트가 승리한다. 지그프리트가 죽은 용의 피를 한 모금 마시자 그는 새들의 얘기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귀가 밝아진다. 그리고 결국 마법의 반지와 투구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된다. 어떤 버전에는 지그프리트가 용의 피로 샤워를 함으로서 어떠한 창칼로도 뚫을수 없는 철갑피부가 되었으나 마침 샤워할 때 나뭇님 하나가 어깨 한 쪽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 부분에는 용의 피가 묻지 않아 약점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지그프리트가 반지와 투구를 움켜쥐자 두 명의 난쟁이, 즉 알베리히와 미메가 서로 자기 것이라며 다투기 시작한다. 미메는 본색을 드러내어 한창 목마른 지그프리트에게 독약이 든 술을 마시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영특한 지그프리트는 미메의 간교를 알아채고 자기를 길러준 은혜가 있지만 무시하고 그를 단 칼에 죽여 버린다. 숲속에서 새 한 마리가 나타나 지그프리트에게 옛날 산 저쪽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어떤 놀라운 여인이 잠들어 있다고 얘기해 준다. 지그프리트는 그 여인을 구하는 것이 자기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알베리히는 어디 갔나? 도망갔나?


제3막. 지그프리트는 우선 보탄을 찾아간다. 활활 타는 불길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인간적으로 말하면 보탄은 지그프리트의 할아버지가 된다. 보탄은 지그프리트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신들의 제왕이 자기 손자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이상하긴 하지만) 그걸 알아서 무얼 하냐면서 되돌아 갈것을 종용한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보탄왕은 무심코 자기가 지그문트의 칼을 부러트려 죽게한 장본인이라고 밝힌다. 지그프리트는 분노하여서 칼로 보탄왕을 죽이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만 보탄왕의 유명한 창을 두동강 내버린다.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보탄왕은 더 이상 ‘링 사이클’에 나타나지 않고 방랑자가 되어 무대에서 사라진다. 지그프리트는 산꼭대기로 뛰어 올라가 그곳에서 아직 옛 모습 그대로의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채 잠들어 있는 어떤 전사(戰士)를 발견한다. 지그프리트는 도대체 아직까지도 불의 방벽에서 굳세게 견디어 살아난 저 전사가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지그프리트가 가슴받이 갑옷과 투구를 벗기자 아름다운 브륀힐데의 풍만한 가슴과 금발의 머리칼이 드러난다. ‘아니, 여자가 아닌가?’ 지그프리트는 놀란다. 그가 브륀힐데에게 키스를 하자 마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공주처럼 브륀힐데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브륀힐데는 자기를 구해준 청년을 보고 자기가 인간과 결혼하게 될 운명임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서로 포옹하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렇게 하여 조카와 고모는 사랑에 빠진다. 아무튼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아무리 연애자유주의라고 해도 인륜을 초월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개된다. 모두 신들이기 때문이다.


[지그프리트 CD 레코딩]

Siegfried: 볼프강 빈트가쎈(Wolfgang Windgassen)

Brünnhilde: 비르기트 닐쓴(Birgit Nilsson)

Der Wanderer: 한스 호터(Hans Hotter)

Fafner: 쿠르트 뵘(Kurt Böhme)



4) 신들의 황혼


타이틀: Götterdämmerung (The Twilight of the Gods). 서곡과 3막으로 구성된 뮤직 드라마. 대본은 작곡가 자신이 썼다.

초연: 1876년 바이로이트의 훼스트슈필하우스(Festspielhaus)극장

주요배역: 지그프리드(볼숭), 군터(기비훙), 구트루네(군터의 여동생), 하겐(군터의 이복동생: 알베리히의 아들), 브륀힐데(보탄의 딸), 알베리히(니벨룽), 발트라우트(발키리), 보그린데-벨군데-플로쓰힐데(라인의 처녀들), 3명의 노른(운명의 여신의 딸들), 보탄(애꾸눈이 된 왕)

베스트 아리아: Höre mit Sinn, was ich dir sage![당신에게 말하는 것을 잘 듣고 이해하라](MS), Zu neuen Taten[새로운 행동으로](S)

사전지식: 링 사이클의 마지막 오페라. ‘신들의 황혼’은 ‘니벨룽의 반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듯 충실한 내용으로 되어있다. 바그너 특유의 라이트모티브는 새벽녘에 지그프리트가 하겐(Hagen)을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떠나는 라인의 여행에서, 그리고 지그프리트의 장례 행렬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신들의 황혼’ 스토리는 볼숭(Volsung)전설집에서 특별히 강조되어 있는 파트이다. 볼숭은 13세기 아이슬란드의 가문으로 이 가문에 얽힌 전설을 수록한 책이 볼숭가 사가(Volsunga Saga)이다.


서막: 이야기는 올림퍼스 산에 신들의 궁전이 세워지기 훨씬 전으로 돌아간다. 세명의 운명의 여신의 딸들, 즉 노른(The Norns: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들)들이 운명의 실타래를 엮으면서 물푸레나무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떤 위대한 신이 물푸레나무로 창을 만들었지만 어떤 젊은 영웅이 그 창을 부러트리고 토막토막 잘라서 발할라 주변에 쌓아 놓고 불을 질러 신들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노래이다. 노른들은 운명의 실타래를 서로 이리저리 던지거니 받거니 하면서 보탄왕의 운명을 차례대로 풀어 나간다. 생명의 물푸레나무 아래에 있는 샘에서는 지혜의 샘이 솟아 나오고 있다. 이 샘물을 마시면 지혜로워져서 신들의 제왕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보탄은 샘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자기의 한쪽 눈알을 기꺼이 그 대가로 치루었다. 그래서 보탄왕은 애꾸눈이 되었다. 신들의 제왕이 된 보탄은 발할라, 즉 올림퍼스 궁전을 마련하고 이곳에 모든 신들이 모여 지내도록 한다. 이때부터 운명의 여신들이 이리저리 던지던 운명의 실타래는 끊어진다. 그리고 운명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세상으로 떨어진다.


올림퍼스 산 정상에 아직도 둥근 원을 그리며 불기둥이 타오르고 있다. 그 안에 새로 결혼한 브륀힐데와 지그프리트가 살고 있는 동굴이 있다. 지그프리트가 아내인(실은 고모) 브륀힐데에게 작별을 고한다. 모험을 찾아 세상에 내려가기 위해서이다. 지그프리트는 황금의 반지, 권능의 반지를 결혼반지로서 브륀힐데의 손에 끼워준다. 브륀힐데는 자기의 애마인 그라네(Grane)를 지그프리트에게 주며 타고 가라고 한다. 두 사람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열정적인 듀엣을 부른다. 오케스트라가 ‘지그프리트의 라인 여행’을 몇분에 걸쳐 반복 연주한다. 이제로부터 ‘링 사이클’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줄거리: 제1막. ‘라인의 황금’에서 님프들로부터 권능의 반지를 빼앗아 달아났다가 보탄왕에게 반지를 빼앗겼던 늙은 난쟁이 알베리히를 기억할 것이다. 그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하겐(Hagen, 또는 Hagan)이다. 이 하겐은 라인강의 어떤 골짜기에서 이복남동생 군터(Gunther)와 이복여동생 구트루네(Gutrune)와 함께 살고 있다. 무대는 하겐의 왕좌가 있는 방이다. 하겐이 그의 이복동생인 군터(Gunther)에게 보탄의 딸 브륀힐데와 결혼하라고 강요한다. 브륀힐데가 지그프리트와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물론 브륀힌데는 자기가 지그프리트와 결혼할 운명임을 알고 있다. 지그프리트는 하겐과 친구사이이다. ☺ 잠깐! 왜 이렇게 이름들이 복잡한지 모르겠다. 바그너에게 감사해야 할지, 불평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하겐 역시 자기 아버지를 닮아 사악하기 이를데 없다. 이 사악한 하겐이 한 가지 계책을 꾸민다. 만일 성공한다면 우주의 지배자가 될수도 있다. 이 계획에는 지그프리트도 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운명이라 할까? 마침 지그프리트가 이 계곡을 찾아온다. 


사악한 하겐은 ‘사랑의 묘약’을 준비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사용했던 바로 그런 ‘사랑의 묘약’이다. 하겐의 이복여동생 구트루네가 이 약을 지그프리트에게 마시라고 권한다. 사랑의 약을 마신 지그프리트! 당장 약효가 나타나 구트루네에게 성적인 욕망을 가지게 된다. 지그프리트는 한술 더 떠서 구트루네의 이복 오빠인 군터에게 브륀힐데를 차지하라고 제안한다. 사랑의 묘약은 지그프리트로 하여금 그가 브륀힐데와 결혼하여 살고 있었다는 생각조차 완전히 잊도록 해주었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올림퍼스 산정이다. 브륀힐데의 여동생 중 하나가 가족의 근황에 대한 소식을 전해온다. 아빠(보탄왕)는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되어 발할라(올림퍼스)산 부근을 부러진 창을 들고 배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물푸레나무를 찍어 없앴고 프라이아의 ‘청춘 사과’도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한다. 신들에게 내려진 저주는 그 권능의 황금 반지가 라인의 님프들에게 되돌려 질때에 풀린다는 것이다. 그 황금 반지는 지금 브륀힐데가 지니고 있다. 그러나 브륀힐데는 그 반지가 자기의 결혼반지이므로 돌려주기를 거절한다. 그때 지그프리트가 느닷없이 산정의 집으로 돌아온다. 지그프리트는 실은 마법의 투구를 써서 군터의 모습으로 변하여 있다. 군터로 변한 지그프리트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기가 브륀힐데와 결혼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군터로 변한 지그프리트는 브륀힐데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앗고는 자기와 결혼해야 한다며 브륀힐데를 동굴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페라이므로 좀 더 참고 관찰해 보기로 하자.


제2막. 하인들이 군터와 그의 새로운 신부인 브륀힐데와의 결혼 잔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지그프리트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자기가 제안한 대로 군터와 브륀힐데의 결혼을 위해 브륀힐데를 납치하고 그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앗기 위해 잠시 군터의 모습으로 변하여 있었던 것뿐이었다. 동굴안에 끌려온 브륀힐데는 얼굴을 잘 알아 볼수 없는 한쪽 편에 서있는 사람의 손가락에서 권능의 반지를 발견하고는 놀란다. 그렇다면 자기에게서 반지를 빼앗고 결혼하겠다고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이 실은 자기의 남편 지그프리트였단 말인가? 것잡을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브륀힐데는 지그프리트를 크게 비난한다. 브륀힐데는 심지어 사람들에게 지그프리트의 최대 약점이 척추에 있다는 사실을 발설하기까지 한다. 한편, 군터는 그제서야 브륀힐데가 자기와의 결혼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사악한 하겐은 군터에게 만일 지그프리트를 죽이면 브륀힐데가 속박당한 몸이 아니므로 결혼할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긴다. 지그프리트를 없애야 자기가 브륀힐데와 결혼할수 있다고 믿는 군터는 지그프리트를 죽이고자 계획한다. 브륀힐데 역시 지그프리트에게 배반당한 것을 참을수 없어 복수를 다짐한다. 이런 모습을 본 사악한 하겐은 ‘이제야 아버지 알베리히가 반지의 제왕이 될수 있다’면서 기뻐한다.


제3막. 지그프리트가 우연히 님프들을 만난다. 라인의 님프들은 지그프리트에게 반지에 대한 모든 얘기를 해준다. 님프들은 반지를 지니고 있는한 악마의 저주를 받게 된다면서 돌려줄 것을 간청하지만 지그프리트는 줄 생각이 없다. ‘정 그렇다면..’라면서 님프들은 최후의 날에 어떤 여인이 그 반지로 인하여 희생당하고 결국 반지는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떠나간다. 하겐과 그의 이복형인 군터가 나타난다. 지그프리트는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이들에게 자기의 성장 배경을 얘기해 준다. 난쟁이 미메가 자기를 키운 얘기, 거인 파프네를 처치한 얘기, 브륀힐데와 결혼하게된 얘기등을 해 준다. 하겐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지그프리트에게 ‘사랑의 묘약’의 해독제를 준다. 해독제를 마신 지그프리트는 그때서야 자기의 사랑인 브륀힐데를 알아본다. 사악한 하겐은 이 순간을 노렸던 것이다. 하겐은 창을 집어 들어 지그프리트의 ‘아킬레스의 건’인 척추를 찌른다. 지그프리트가 숨을 거둔다. 사악한 하겐이 지그프리트의 손에서 반지를 빼내어 차지하려고 한다. 이를 본 군터가 하겐과 결투를 하며 반지를 빼앗으려 한다. 결투에서 군터가 죽는다. 도대체 ‘링 사이클’에서는 몇 명이나 죽어 나가는지 알수 없다. 한편, 브륀힐데는 하인들에게 라인강변에 커다란 장작더미 제단을 쌓도록 한다. 여기에서 지그프리트를 화장한다. 그러는 중에 브륀힐데는 비통의 심정으로 절규하는 듯한 아리아를 부른다. 이 아리아는 아마 모든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길 것이다. 17분이나 걸린다. (그래서 아리아가 끝날 때 쯤해서는 비통한 심정이 반감될 수도 있다.) 브륀힐데는 아리아를 통해 라인의 님프들에게 지그프리트를 화장한 잿더미 속에서 반지를 찾아 가라고 소리친다. 절규의 아리아를 마친 브륀힐데는 사랑하는 말을 타고 불속으로 뛰어 든다. 무대가 불길에 휩싸인다. 무대 한편에서는 라인강이 넘쳐흐른다. 엄청난 무대장치이다. 바그너의 작품을 왜 고등학교 강당에서는 공연할수 없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하겐이 반지를 찾으러 강속으로 뛰어든다. 반지는 이미 님프들이 가지고 있다. 하겐은 결국 물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는다. 반지를 되찾은 님프들이 물속에서 즐겁게 춤을 춘다. 저 멀리 발할라(올림퍼스)산에서는 불길이 치솟는다. 그곳에 살고 있던 신들이 화염 속에 하나둘 사라진다. 신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오로지 사랑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링 사이클’ 전4편이 대미를 장식한다. 아무튼 엽기적인 스토리에 특이한 음악이 아닐수없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풍미한 베르디와는 판이한 작품세계이다. 베르디가 진실한 인간의, 심오한 신의 섭리, 위대한 사랑의 승리를 외친데 반하여 바그너는 비인간적인 신화, 신과 인간과의 야합, 비도덕적인 사랑을 내세운것 같다. 누구의 음악이 더 훌륭한가? 베르디에 미친 사람들은 베르디 이외의 작곡가는 작곡가로 간주하지 않는다. 바그너에 미친 사람들은 바그너 이외의 작품은 음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신들의 황혼 CD 레코딩]

Brünnhilde: 비르기트 닐쓴(Birgit Nilsson)

Siegfried: 볼프강 빈트가쎈(Wolfgang Windgassen)

Alberich: 구스타브 나이들링거(Gustav Neidlinger)

Gutrune: 클레어 왓슨(Claire Watson)

Gunter: 디트리히 휘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skau)

Waltraute: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


[위대한 역사속의 브륀힐데]

호-요-토-호(Ho-jo-to-ho)를 외치는 브륀힐데는 모든 소프라노들의 우상이다. 거의 무한대의 성량, 몇시간 동안이라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수 있는 체력, 그리고 영웅과 같은 당당한 체구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브륀힐데는 스웨덴의 비르기트 닐쓴, 노르웨이의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 그리고 네덜란드와 독일의 메조 또는 콘트랄토 등이다. 이밖에도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위대한 브륀힐데는 대략 다음과 같다. 뿔달린 투구에 강철로 만든 가슴받이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든 무적의 발퀴리들은 분명히 보통 성악가들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디바들이다.


□ Agnès Borgo □ Ellen Gulbranson □ Emmy Krüger □ Emmy Neiendorff □ Félia Litvinne □ Felicitas Hallama □ Frida Leider □ Gabriele Engleath □ Helena Forti (Fordi) □ Hermine Kittel □ Johanna Gadski □ Lilli Lehmann □ Louise Grandjean □ Lucie Weidt □ Margarete Matzenauer □ Marie Burk-Berger □ Nanny Larsen-Todsen □ Olga Blomé □ Ottilie Metzger Lattermann □ Zdenka Fassbender

 

[니벨룽의 반지의 Who's Who] ‘니벨룽의 반지’에는 수많은 인물들(실은 신들과 괴물들이 더 많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너무 많은 이름이어서 기억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전편에 걸친 등장인물들을 요약해본다. 이름들만 잘 알고 있어도 바그너 팬들과의 대화에서 꿀릴 일이 하나도 없다.


- Alberich (알베리히) - 꼽추 난쟁이. 니벨룽.

- Brühnhilde (브륀힐데) - 발키리중 한명. 보탄과 에르다의 딸. 지그프리트와 결혼함.

- Dragon (용) - 니벨룽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인 파프너가 변함 모습.

- Erda (에르다) - 땅의 여신.

- Fafner (파프너) - 발할라를 건설한 거인 2명중 한명. 용의 모습으로 니벨룽들을 보호함.

- Freia (프라이아) - 사랑과 영원한 젊음의 여신.

- Fricka (프리카) - 결혼수호의 여신. 보탄의 부인.

- Gunther (군터) - 기비훙(Gibichung)의 대장 또는 군주. 구트루네의 오빠.

- Gutrune (구트루네) - 기비훙 대장인 군터의 여동생.

- Hagen (하겐) - 알베리히의 아들. 군터-구트루네의 이복동생. 지그프리트를 죽임.

- Hunding (훈딩) - 거인의 후손. 지글린데의 남편.

- Loge (로게) - 반신반인으로 보탄의 자문관. 불의 화신.

- Mime (미메) - 난쟁이 니벨룽중의 한 명. 알베리히의 동생. 지그프리트의 수양아버지. 대장장이.

- Norns (노른) - 운명의 여신들. 에르다의 딸들.

- Rhinemaidens (라인의 처녀들) - 보글린데, 벨군데, 플로쓰힐데. 라인의 정령들.

- Siegfried (지그프리트) -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아들. 브륀힐데와 구트루네의 남편.

- Sieglinde (지글린데) - 보탄의 딸. 지그프리트의 어머니. 지그문트와 쌍둥이 겸 사랑함. 볼숭.

- Siegmund (지그문트) - 보탄의 아들. 지그프리트의 아버지. 지글린데와 쌍둥이 겸 사랑함. 볼숭.

-Valkyries (발키리) - 보탄과 에르다의 딸들. 브륀힐데, 게르힐데, 오르트린데, 발트라우테, 슈베르트라이테, 헬름비게, 지그루네, 그림게르데, 로쓰봐이쎄의 9명. 북구에서는 전사한 영웅들의 영혼을 발할라로 안내하는 여신들. 발퀴레.

- Wotan (보탄) - 제신의 통치자. 브륀힐데, 지그문트, 지글린데의 아버지. 지그프리트의 할아버지.


[니벨룽의 반지의 악세사리/심볼]


- 황금사과(골든 애플)나무 - 영원한 삶과 젊음을 주는 사과. 여신 프라이아가 관리함.

- 그레인 (Grane) - 브륀힐데의 천마. 브륀힐데의 전쟁을 사랑함과 초자연적인 힘을 상징함.

- 망치(햄머) - 천둥번개의 신인 돈너의 특징. 초자연적인 힘을 타파하는데 사용함.

- 까마귀 - 보탄의 새. 죽음을 통보함.

- 라인의 황금 -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황금. 라인의 처녀들이 깊은 물속에서 보호함.

- 반지(링) - 무한한 힘과 권력의 상징. 알베리히가 라인의 황금을 녹여 반지로 만듬.

- 창 - 보탄의 특징.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무기로도 사용함. 물푸레나무로 만듬.

- 검 - 노퉁(Nothung). 영웅적인 용맹을 상징. 보탄이 지그문트를 위해 만듬.

- 마법이 투구 - 타른헬름(Tarnhelm). 미메가 만듬. 거짓을 상징. 투구를 쓰면 보이지 않음.

- 발할라 (Valhalla) - 거인들이 구름위에 지은 보탄의 궁전. 여러신들이 함께 기거함.

 

방랑하는 화란인

타이틀: Der fliegende Holländer (The Flying Dutchman). 3막의 낭만적 오페라.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Aus den Memoiren des Herrn von Schnabelewoposke(슈나벨레보프스키씨의 비망록으로부터)를 기본으로 하여 작곡자 자신이 독일어 대본을 썼다.

초연: 1983년 독일 드레스덴 왕실작손궁정극장(Königliches Sächsisches Hoftheater)

주요배역: 달란트(노르웨이 선장), 젠타(달란트의 딸), 메리(젠타의 유모), 에릭(젠타를 사랑하는 사냥꾼), 화란인

음악 하이라이트: 폭풍 모티프, 뱃사람 부르는 소리와 메이라, 구원 모티프(젠타의 발라드), 저주의 모티프(젠타의 발라드), 물레 젓는 노래, 달란트의 아리아, 에릭의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Die Frist ist um[시간은 이곳에](B), Durch Sturm und bösen Wind[폭풍을 뚫고서](B), Mögst du, mein Kind[나를 사랑하느냐, 나의 아이야](B), Mit Gewitter und Sturm aus fernem Meer[저 먼바다로부터 천둥과 폭풍 속에서](선원들의 합창), Summ und Brumm(허밍과 노래로서)[물레감는 여인들의 합창], Steuermann, lass die Wacht[조타수여, 망보는 것을 포기하라](선원들의 합창) 


사전 지식: 바그너는 이 작품을 1막으로만 된 긴 오페라로 작곡하였으나 나중에 3막으로 나누었다. 우울하고 침울하며 냉혹하며 소름이 끼치는 비극으로 바그너의 명성을 알리게 만든 최초의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에서 이미 그의 유명한 트레이드마크를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나는 화란인의 배가 나타날 때, 또 다른 하나는 화란인이 등장할 때 마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주제멜로디(Leitmotif)이다. 서곡에서 울리는 인상적인 혼(Horm)소리와 현을 통한 폭풍우 음향은 바로 화란인을 부르는 소리이다. 2막에서 젠타가 부르는 발라드는 3막에도 다시 등장한다. 젠타 자신을 표현하는 라이트모티브이다.

에피소드: 바그너가 아직도 20대의 약관일 때 영국으로 배를 타고 건너가다가 폭풍을 만나 공포에 떨었던 일이 있다. 어찌나 폭풍이 심하였던지 그가 탔던 배가 세 번이나 침몰 직전까지 갔었다. 이 경험이 훗날 ‘방랑하는 화란인’을 탄생케 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이 오페라 전편에 걸쳐 노도광풍처럼 나타나 있다. 그러나 하인리히 하이네의 작품에 나오는 화란인에 대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오래 전의 일.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가던 화란인 선장은 말할 수 없이 거친 폭풍을 만나 풍전등화의 운명이었다. 화란인 선장은 죽음을 앞둔 자기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마지막으로 ‘만일 이 폭풍에서만 빠져 나가게만 해 준다면 평생을 바다를 방랑해도 좋다’고 애원한다. 이 소리를 들은 악마는 파도를 잔잔하게 해 주는 대신 화란인 선장이 최후의 심판 날까지 바다를 방랑하도록 저주를 했다. 다만, 만일 이 화란인 선장을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어떤 여인이 나탄 난다면 그 저주에서 풀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을 찾을 수 있도록 7년 마다 한번 육지에 올라갈 수 있게 했다. 물론, 기왕 육지에 올라간 김에 내복도 갈아입도록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드레스덴 극장에서 이 오페라의 초연이 있기 전, 바그너는 빚에 쪼들리고 있었고 경력도 없었기 때문에 이 오페라의 대본을 파리 오페라극장의 제작자에게 판 일이 있다. 파리 오페라극장은 제목은 같지만 대본은 거의 다른 줄거리로 바꾼 오페라를 만들어 공연했다. 바그너는 파리 오페라극장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우선 피아노를 한 대 샀으며 아주 약간이지만 여유가 생겨 자기가 원래 구상했던 대본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방랑하는 화란인’을 작곡했다. 한편, 파리 오페라극장의 ‘방랑하는 화란인’은 초연 이후 오늘날까지 망각된 상태이다.


줄거리: 제1막. 1700년대쯤 되는 시기의 노르웨이 어느 항구. 신비스런 화란인은 유령선과 같은 배에 선원들과 함께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방랑하는 저주를 받았다. 화란인의 저주는 어떤 순수한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풀린다는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과 같은 서곡에 이어 선장인 달란트(Daland)와 선원들이 폭풍으로부터 그들의 배를 포구에 정박시키려고 정신이 없다. 뱃사람들이 부르는 ‘호 요 헤’(영차)가 힘차고 장엄하다. 하지만 폭풍과 함께 무언가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는 듯한 음울한 합창이다. 언뜻 그 폭풍가운데에서 섬뜩할 정도로 괴이한 배 한척이 시야에 나타난다. 핏빛처럼 붉은 돛에 검은 마스트가 있는 소름끼치는 배이다. 전설적인 ‘방랑하는 화란인’ 선장의 배이다. 달란트선장은 화란(네덜란드)인이 악마의 저주를 받아 바다 위를 정처 없이 영원히 떠돌고 있지만 7년마다 한 번씩 육지에 올라 갈수 있으며 바로 오늘이 그날인것 같다고 선원들에게 설명해 준다. 같은 선장으로서 화란인에게 동정심을 갖게 된 달란트 선장은 자기의 딸이 방랑하는 화란인에 대한 전설을 알고 있다는 얘기까지 하며 화란인을 자기 집에 초대한다. 달란트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란인은 자기 배에 실려 있는 모든 재물을 주겠으니 그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청한다. 달란트는 재물을 준다는 바람에 황망중에 승낙한다.


제2막. 달란트의 집, 마을 여인들이 물레를 감으며 즐겁게 노래하고 있다. 달란트의 딸 젠타(Senta)는 벽에 걸려있는 전설적인 ‘방랑하는 화란인’의 초상화를 꿈꾸듯이 바라보고 있다. 불쌍하게 저주를 받아 일생을 바다에서 방랑해야하는 화란인에 대한 이야기는 노르웨이 항구마을마다 잘 알려진 얘기이다. 마을 처녀들은 젠타가 미지의 방랑하는 화란인을 연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놀려대며 화란인의 전설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노래해 달라고 청한다. 젠타가 부르는 ‘방랑하는 화란인의 발라드’는 말 할수 없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곡이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히 거역할수 없는 절대적인 어떤 운명의 힘이 담겨있음을 느낄수있다. 젠타는 마을 처녀들에게 자기가 화란인의 저주를 풀어주는 행운의 여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런 소리는 젠타의 남자친구 에릭(Erik)으로서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얘기만은 아니었다. 그러는 중에 이게 웬 일인가? 젠타의 아버지가 바로 그 화란인과 함께 집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젠타의 놀라움은 비길 데가 없다. 젠타는 마치 마법에 끌린 것처럼 화란인에게 빠져 든다. 아버지가 젠타에게 여차여차해서 재물을 받게 되었느니 뭐라느니 설명하지만 젠타의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화란인도 역시 젠타와 마찬가지로 처음 만남으로 마치 운명의 힘에 끌리듯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젠타의 아버지 달란트는 그저 기쁘기만 하다. 자, 그런데 스토리가 여기서 끝나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3막. 항구에 무사히 돌아온 노르웨이 선원들은 주막에서 한잔씩을 하여 기분이 좋다. 선원들은 자기들 배 옆에 정박하고 있는 화란인의 음침한 배를 보고 조롱하듯 웃음을 터뜨리며 배 안에 있을 선원들에게 기분 좋으니 나와서 함께 한잔 하자고 소리친다. 그러나 화란인의 배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다. 갑자기 격노한 듯한 파도가 검푸른 화염처럼 밀려와 화란인의 배를 뒤 덮는다. 모두가 유령처럼 보이는 화란인 선원들이 으스스하면서도 섬뜩한 합창을 부른다. 이 합창소리는 부두에서 흥에 겨워 소리치던 노르웨이 선원들의 마음을 압도한다. 한편, 젠타의 남자친구 에릭은 젠타가 갑작스레 결혼 상대자를 선택했고 그를 따라 가겠다고 하자 지난날 자기와 젠타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지 회상시키면서 제발 떠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화란인은 잘못하다가는 젠타의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몹시 화를 내며 젠타와의 결혼은 이제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화란인은 자기에 대한 젠타의 사랑이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화란인은 ‘아, 나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 방랑해야 한다. 젠타! 당신을 믿을수 없다! 하나님도 믿을수 없다!’라고 절망하면서 자기 배로 달려간다. 화란인의 절규를 들은 젠타는 정신을 차린듯 화란인에게 기다려 달라고 외친다. 젠타는 화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릭이 화란인을 따라 가려는 젠타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이제 유령선과 같은 화란인의 배는 또 다시 저 먼 바다를 향하여 떠날 차비를 마쳤다. 부두에 도착한 젠타는 이미 배에 올라가있는 화란인이게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있겠다고 소리친다. 뒤쫓아 온 에릭이 젠타의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젠타는 화란인의 배를 향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그러자 화란인의 배가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한다. 저주가 풀린 것이다. 서로 포옹하고 있는 화란인과 젠타가 마치 환영과 같이 바다에서 솟아 나와 저 멀리 하늘로 올라간다.


전설따라 수만리, ‘방랑하는 화란인’ 탐구

‘방랑하는 화란인’(Der fliegnede Holländer: The Flying Dutchman: 원래 fliegende(flying)이란 단어의 의미는 돛을 기둥에 잡아매지 않아 배가 그저 파도에만 따라 움직인다는 것)에 대한 전설은 164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떤 홀랜드 선박이 남아프리카의 희망봉(The Cape of Good Hope) 해안에서 침몰한데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선장인 반 드 데켄(Van de Decken)은 동양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먼 항해 후에 희망봉까지 왔으므로 기분이 한결 홀가분한 입장이었다. 배가 아프리카의 남쪽 끝머리에 왔을 때 선장은 만일 이곳에 자기 소속회사인 화란동인도회사가 정착촌을 세운다면 회사 배들이 먼 동양에 갔다가 올 때 이 정착촌에 들려 충분히 휴식 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장은 그 생각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느새 배는 심한 풍랑에 휩싸이게 되었다. 선원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어찌할줄 몰라 했다. 선장은 선원들과 힘을 합쳐 몇시간 동안이나 폭풍에서 헤어나려고 죽을 힘을 다했다. 어느 순간, 폭풍을 벗어 나는듯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배는 바다위에 삐죽 솟아 나온 바위에 부딪쳐 침몰하기 시작했다. 반 드 데켄선장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죽을 준비가 안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만일 저 희망봉만 돌아갈수 있다면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 배를 타고 다녀도 좋다.’고 저주의 소리를 내 뱉었다.   


지금도 희망봉 부근에서 폭풍이 일어날 때면 저 먼 폭풍속에서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는 반 드 데켄 선장의 배를 어렴풋이 볼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러 그 배와 ‘방랑하는 화란인’을 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누구든지 그 배를 목격하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는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여러 사람들이 그 화란인의 배를 본 일이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2차대전중 이 지역을 항해하던 독일 U보트의 선원들도 보았다고 주장했다. 1881년 7월 어느날, 영국 해군 함정이 희망봉 언저리를 돌아 유럽 쪽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 이 배에 타고 있던 몇 사람들도 방랑하는 화란인의 배를 보았다고 한다. 나중에 영국왕 조지5세가 된 당시 이 해군 함정의 갑판장교도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스트 꼭대기에서 정찰을 하던 선원과 다른 한 명의 장교가 자기와 함께 이 배를 목격했다고 기록으로 남겼다. 


“불길에 휩싸인듯 붉게 물든 유령과 같은 배가 저 쪽에 있었다. 거리는 약 2백 야드밖에 되지 않았다. 마스트와 돛들이 모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망루의 파수병이 그 배를 본 것은 불행이었다. 얼마후 그 병사는 같은 지역을 항해하고 있던 중 아무 이유도 없이 급사했다. 다행하게도 나중에 조지5세가 된 갑판장교는 방랑하는 화란인의 배를 보았는데도 저주에서 살아났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타이틀: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The Master-Singers of Nuremberg). 전3막. 바그너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68년 독일 뮌헨 왕실궁정국립극장

주요배역: 에바(포그너의 딸), 바이트 포그너(금세공장인), 발터, 한스 작스(구두장인), 다비드(한스 작스의 도제공), 한스 작스(구두장인), 쿤츠 보겔게장(모피장인), 콘라트 나하티갈(주석장인), 식스투스 베크메써(마을 서기, 심사위원), 프리츠 코트너(제빵장인), 발타자르 초른(백랍장인), 울리히 아이쓸링거(식료품상인), 아우구스틴 모저(양복장인), 헤르만 오르텔(비누장인), 한스 슈바르츠(양말장인), 한스 폴츠(구리장인), 마그달레나(에바의 보모)

음악 하이라이트: 발터의 프라이즈 송, 베크메써의 루트 전주곡, 베크메써의 세레나데,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 한스 음악, 축제 테마음악(서곡), 1막의 합창, 에바-막달레느-발터-작스-다비드의 5주창

베스트 아리아: Preislied(T), Wahn! Wahn! überall Wahn![기만, 기만, 모두가 기만이다](T), Was duftet doch der Flieder(T), Nun hört und versteht(T), Morgenlich leuchtend in rosigem Schein[장미빛 처럼 밝은 아침빛](T, 수상곡)

사전 지식: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사랑의 코미디. 믿거나 말거나 바그너 유일의 코미디 작품이다. 이른바 ‘성스러운 독일예술’의 표본이다. 다른 작품에서처럼 공허한 신들이 나오지 않으며 마법도 없다. 전설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중세에 있었던 독일 뉘른베르크 명가수연맹의 노래경연대회 이야기이다. 구두장이 겸 시인인 한스 작스(Hans Sachs)는 실존 인물이다. 바그너 특유의 라이트모티브가 전편을 누빈다. 약 40개의 라이트모티브가 서로 얽혀있다. 그중 10개 이상은 유명한 서곡에서 사용된 것이다. 3막에 나오는 ‘도제공(Apprentices)들의 춤’과 ‘장인(Master)들의 입장’은 연주회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곡이다. 명가수의 수상곡인 Morgenlich leuchtend in rosigem Schein은 별도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프릿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는 이 노래를 기악곡으로 편곡했다. 유명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도 이 노래를 주제로 첼로 편곡을 만들었다.


주의 사항: 이 오페라는 공연 시간이 가장 긴 작품이다. 완전 공연에는 무려 다섯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좋은 음악, 재치 있는 내용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장시간 공연으로 배가 고플 터이니 먹을 것을 좀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배고픈 쪽은 오히려 출연진들일 것이다.


에피소드: 바그너 작품에 대하여 쉬지 않고 독설과 핀잔을 퍼부었던 평론가로서 에두아르트 한스리크(Eduard Hanslick)라는 사람이 있었다. ‘뉘른배르크의 명가수’의 노래 심사위원으로 아주 고약하고 편협한 성격의 베크메써(Beckmesser)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무엇이든지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명가수’에서 노래 경연대회에 참석한 가수들이 무척 싫어하였다. 자, 이 정도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것이다. 바그너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독설적인 비평가 한스리크에게 ‘명가수’를 통하여 한방 먹인 것이다. 이 오페라의 초고에는 베크메써라는 이름 대신에 한스리크라고 써있을 정도였다.


줄거리: 1500년대의 뉘른베르크가 무대이다. 교회에 간 예쁜 에바(Eva)는 예배보다도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늠름하게 잘생긴 발터(Walther)에게 눈길을 주기에 바쁘다. 에바의 친구로서 간호원인 막델레네(Magdelene)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사실 에바는 속이 상해 있다. 에바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에바의 아버지가 내일 열릴 전국노래자랑에서 1등을 차지하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수 없는 에바는 발터가 제발 우승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발터는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한마디 더 한다면, 이 노래자랑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이른바 명가수노래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대단한 명예이다. 그리고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도대체 바그너의 오페라에는 여자를 무슨 상품이나 사고팔 수 있는 물건처럼 등장시키기가 일수인데 요즘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노래경연대회 출전자들이 먼저 들어오고 뒤를 이어 심사위원들이 등장한다. 빤빠라 빰빠~~ 대단한 전주곡이 이들의 등장을 알린다. 전년도 명가수 전원, 에바의 아버지인 포그너(Pogner), 면사무소 서기인 마음 고약한 베크메써(Beckmesser), 그리고 구두장이인 한스 작스가 심사위원들이다. 이 한스 작스로 말하자면 오늘 출전할 다비드(David)의 고용주 겸 성악선생으로 아주 재치 있는 인물이다. 발터로서는 우선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심사위원장인 베크메서가 칠판에 주의 사항을 잔뜩 적어 놓는다. 음정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점, 노래는 4행시여야 하며 음절(실러블)이 정확해야 하고 가사는 운율에 맞아야 함, 다른 출전자를 비방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됨, 심사위원들에게 지나치게 아첨하는 것은 절대 금지 등등이다.

 

발터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심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심사위원장 베크메써가 발터의 노래를 중간에서 중지시키고 ‘자네의 노래는 너무 틀린 데가 많아서 감점을 적어 넣을 여백조차 없으니 큰일이다’라고 소리쳤다. 에바의 아버지와 구두장이 한스 작스는 발터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심사위위원장인 베크메써가 하도 난리를 치며 발터에게 야단을 치는 바람에 한 마디도 못했다. 결국 발터는 미역국을 먹었다. 노래경연대회는 1부를 끝내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


제2막. 다비드를 비롯한 젊은 참가자들은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가게 셔터를 내리고 각각 연습에 열중이다. 다비드는 여자 친구인 막델레네에게 오전의 경연대회에서 발터가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를 해준다. 막델레네는 쏜살같이 에바에게 이 소식을 전한다. 에바와 발터는 기왕에 정당하게 결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여 몰래 가출할 계획까지 세운다. 도망작전 제1단계로서 에바와 막달레나가 서로 옷을 바꾸어 입어 교란작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에바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스의 구두방에서 에바와 막델레네는 서로 옷을 바꾸어 입는다. 저만치서 에바(실은 막델레네)의 모습을 본 심사위원장 베크메써가 1등상품인 에바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구두방 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꼴에 에바를 짝 사랑하고 있던 베크메써는 이번참에 에바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따라 들어온 것이다. 베크메써는 창문에 기대어 서있는 에바(실은 막델레네)를 보고 세레나데를 부른다. 베크메써가 노래경연대회에서 부를 노래이다. 베크메써는 심사위원이지만 자기도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하여 1등을 차지할 작정이라고 말하며 그래야 예쁜 에바와 결혼할수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기염이 대단하다. 마침 또 다른 심사위원인 구두장이 한스 작스가 들어와 이 모습을 보고는 베크메써에게 자기가 그 노래를 심사할 터인데 만일 노래를 잘못 부르면 망치로 구두 작업대를 한 번씩 치겠다고 말한다. 저녁 먹은후 노래경연대회가 다시 시작된다. 베크메써가 출전하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자꾸 틀리기 때문에 한스 작스의 망치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린다. 그런데 다비드가 가만히 보니 베크메써가 자기의 애인인 막델레네(실은 에바)에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화가 치민 다비드는 치즈덩어리를 있는 대로 집어 들고 베크메써에게 던진다. 미국판 슬랩스틱이다. 마침 야경꾼이 무슨 소동인가 궁금해서 나타나는 바람에 밤중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야경꾼에게 발견되면 좋지 않으므로 동네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조용해진 광장에서 야경꾼이 ‘아니 벌써 밤 11시네.’라고 말한다. 매사에 정확한 바그너도 시간 개념이 없었던 모양이다. 실은 새벽 두시가 넘었는데 말이다.


제3막. 한스 작스 구두방에도 아침이 왔다. 한스는 오늘 노래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자기 가게의 견습공인 다비드에게 간단한 노래 레슨을 하고 있다. 다비드를 내보내고 나서 한스는 만사 웃기는 세상이라는 의미에서 ‘미쳤지! 미쳤어! 모두 바보들이야!’ (Wahn! Wahn! Überall Bahn!)라는 재미있고도 심오한 노래를 부른다. 잠에서 깬 발터가 한스에게 꿈에 기막히게 멋있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스는 어디 한번 불러 보라고 하고는 발터가 노래를 부르자 받아 적는다. 한스는 발터가 꿈에서 배웠다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라면 우승은 따다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방을 나서자 마침 노래 소리를 듣고 방으로 숨어 들어온 베크메써가 발터의 노래를 적은 악보를 몰래 집어간다. 자기가 이 노래를 불러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속셈에서이다. 베크메써가 악보를 슬쩍 한 사실을 알고 있던 한스는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이 엉터리이니 걱정할것 없다는 생각에 베크메써에게 그 악보를 선물로 준 셈으로 친다.


에바는 자기 아버지에게 구두를 수선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애인인 발터가 궁금해서 그를 만나러 구두방을 찾아온다. 발터는 에바에게 꿈에서 배운 노래를 한번 들어보라고 들려준다. 에바는 노래가 너무나 멋있어서 완전히 넋이 나갈 정도이다. 한편, 한스는 다비드를 견습딱지를 떼어주고 막달레네와 결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두들 행복한 순간이다. 모두들 노래경연장으로 향한다. 저 멀리 초원에서는 노래와 춤이 흥겹다. 노래조합 사람들의 행렬도 볼만하다. 오늘의 심사위원인 한스가 첫 번째 출연자를 소개한다. 베크메써이다. 그런데 한스의 구두방에서 입수한 노래 악보를 절반밖에 외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국 엉망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중간에 ‘땡’ 소리와 함께 내려간다. 화가 치민 베크메써는 실은 이 노래를 심사위원인 한스가 작곡했다고 외치면서 자기가 이렇게 노래를 못부른 것은 순전히 한스의 탓이라고 돌린다. 한스는 ‘노래가 무슨 죄가 있느냐? 잘 못 부른 것이 죄이지!’라면서 발터를 다음 출연자로 소개한다. 발터가 무대에 올라와 기가 막히게 노래를 부른다. 관중들은 넋이 나간다. 드디어 발터가 대상을 차지한다. 에바와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명가수로서 노래조합원으로 들어 올수 있게 되었다. 발터는 약간 거절하는 척하다가 노래조합원의 자격을 수락한다. 모두들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내용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음악은 정말 훌륭하다.


로엔그린


타이틀: Lohengrin. 전3막의 낭만적 오페라.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로엔그린은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되어야 했던 왕자의 이름이다.

초연: 1850년 독일 바이마르공국의 대공궁전극장(Grossherzogliches Hoftheater)에서 바그너가 스위스로 피난간 기간중에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주요배역: 엘자(브라반트의 공주), 로엔그린(백조의 기사), 프리드리히(브라반트의 백작), 오르트루트(프리드리히의 부인), 하인리히왕(들새사냥꾼 하인리히라는 별명의 앤트워프왕)

음악 하이라이트: 결혼 행진곡, 성배 모티프, 오르트루트의 모티프, 엘자의 모티프

베스트 곡: 혼례의 합창(Choir), Einsam, in trüben Tagen[고통의 날에 혼자서](S), Euch Lüften, die mein Klagen so traurig oft erfüllt[나의 슬픔에 대답을 해준 그대 미풍이여](S)

사전지식: 상당히 긴 3막짜리 오페라이다. 이것이 바그너이다. 삭제하지 않은 공연이라면 네 시간의 저녁시간을 꼼짝없이 보내야한다. 바그너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흥미로운 음악이 넘쳐흐른다. 라이트-모티브는 이 오페라의 중심적 구성이다. 모두 38개의 라이트-모티브가 등장한다. 각각의 주인공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라이트-모티브는 바그너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필수의 것이다. 서곡에 나오는 라이트-모티브는 성배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 결혼식에서 빠짐없이 연주되는 ‘신부의 합창’(딴 딴따다..)은 3막의 전주곡으로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혼례의 합창이다. 스토리는 독일의 전설에 기본을 둔 것이다. 오페라 로엔그린을 파르지팔(Parsifal)의 후속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성배(聖杯)의 기사 파르지팔의 아들 로엔그린이 펼치는 모험과 사랑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바그너는 이 오페라를 13년간의 스위스 정치추방 기간에 썼다. 프란츠 리스트가 로엔그린의 홍보담당자로 활동했다. 그 결과 로엔그린은 독일에서 날이 갈수록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독일 사람들의 구미에 꼭 맞는 스토리와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후, 바그너가 아직도 스위스에 머물러 있을 때에 그는 사람들에게 ‘로엔그린의 공연을 객석에서 보지 못한 독일인은 아마 나 혼자일 것’이라고 한탄하듯 말한바 있다.


줄거리: 제1막. 앤트워프(Antwerp)의 왕 하인리히(Heinrich: 헨리)는 이웃나라 브라반트(Brabant)공국을 오스트리아(어떤 대본에는 헝가리)가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자 이웃나라를 돕기 위해 궁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한다. 대책회의에는 브라반트(Brabant)공국 사람들도 참석했으나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브라반트공국은 최근 영주가 죽은 후 후계자 문제 때문에 가족 간에 복잡한 문제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브라반트공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말 알고 싶다면 다음의 간략한 설명을 읽어보면 된다. 브라반트대공은 딸 엘자(Elsa)와 아들 고트프리트(Gottfried)를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며칠 되지 않아서 고트프리트왕자가 종적을 감추었다. 엘자가 영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생인 고트프리트왕자를 죽였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런 소문이 돌자마자 엘자와 결혼키로 한 프리레데릭(Frederick: 어떤 대본에는 Friedrich)백작은 돌연 오르트루트(Ortrud)라는 간악하게 생긴 여자와 결혼했다. 소문에 의하면 오르트루트는 가끔씩 마법을 행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녀였다. 그런지 얼마후 프레데릭백작은 하인리히왕이 브라반트공국을 방문하여 궁정회의를 개최할 때에 참석하여 헨리 왕에게 엘자를 살인죄로 처형해 달라고 청원한다.


하인리히왕은 전능하신 하나님만이 엘자의 유죄 여부를 결정할수 있다고 하면서 프레데릭백작과 엘자가 각각 지명한 기사가 결투를 벌여 유죄여부를 가리도록 했다. 누가 엘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해 줄 것인가? 상대방 프레데릭백작은 무술 실력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찬란한 갑옷을 입은 어떤 기사가 백조가 이끄는 배를 타고 미끄러지듯 나타난다. 그 기사는 결투로서 엘자의 결백을 입증하겠으며 자기가 승리하면 엘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엘자에게는 행운이 겹쳐 일어난 셈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만해도 기막힌 행운인데 잘 생기고 늠름하며 스마트하고 사려 깊게 생긴 그 기사가 청혼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 기사는 엘자에게 결혼의 조건으로 절대로 자기 이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요청한다. 하인리히왕의 직접 주관하는 결투에서 당연히 로엔그린(이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 그 기사의 이름은 비밀에 싸여 있어야 할 터인데 줄거리 소개 때문에 로엔그린이라는 이름을 밝히게 되었으니 조금은 미안한 노릇)이 프레데릭백작을 쓰러뜨리고 만인 앞에서 엘자의 결백을 입증한다. 스토리가 여기에서 끝난다면 해피엔딩이겠지만 이야기에는 반전과 비극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제2막. 영명하신 하인리히왕은 사악한 프레데릭히백작과 그의 부인 오르트루트를 추방한다. 두 사람은 수치를 참지 못하여 얼굴을 싸매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사라진다. 하지만 사악하고 못된 두 사람은 만만히 물러설 인간들이 아니다. 오르트루트는 엘자가 마법을 썼기 때문에 그 미지의 기사가 결투에서 이긴 것이고 그 기사가 자기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마법의 힘 때문이며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마법이 사라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오르트루트는 엘자에게 신랑인 그 기사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라고 다그친다. 이름을 밝히지 못한다면 마법에 의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여 결투 자체를 무효로 해야하며 고트프리트왕자를 살해했다는 누명도 벗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엘자 자신도 호기심 때문에 자기신랑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제3막. 엘자와 미지의 기사와의 결혼식이 올려진다. 아름다운 신부 엘자가 시녀들과 함께 나타난다. 유명한 ‘결혼 합창곡’이 흘러나온다. 딴 따다단...행복한 신랑신부는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하지만 엘자의 마음속에는 오르트루트의 집요한 다그침이 도사려 있다. 그리하여 엘자는 그렇게도 묻지 말아 달라는 기사의 당부를 무시하고 ‘사랑하는 당신이여, 그대의 이름은 도대체 무엇이나이까?’라고 묻는다. ‘남편 X'가 무슨 대답을 하려는 직전에 마침 그 방에 몰래 숨어들어와 복수하려던 프레데릭백작이 발각되어 남편 X의 칼에 그만 목숨을 잃는다. 엘자는 기절한다. 남편 X는 신부 엘자가 자기의 이름과 신분을 알기 전에는 결단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 그는 하인리히왕과 모든 신하들이 모인 가운데 자기의 이름은 로엔그린으로 성배의 기사 파르지팔의 아들이라고 밝힌다. 파르지팔의 아들이라는 말에 모두들 놀라며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한다. 이어 로엔그린은 매년 한 번 성배의 비들기가 자기를 찾아와 악의 힘을 물리치는 능력을 새롭게 해주고 있으며 그러한 능력은 자기의 이름이 비밀에 감추어진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설명을 한다.


이제 모든 것을 밝힌 로엔그린은 영원히 떠나기 위해 자가기 타고 왔던 백조를 부른다. 그런데 실은 그 백조야 말로 엘자가 살해 했다고 누명을 쓴 고트프리트 왕자였다. 마녀 오르트루트가 백조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르트루트가 나타나 저 백조는 마법이 씌어진 왕자라고 말하고 자기가 살아 있는 한 마법 때문에 절대로 다시 왕자로 변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엔그린의 능력이 오르트루트의 마법보다 더 강했다. 로엔그린이 기도를 하자 성배의 비둘기가 나타나 백조를 왕자로 다시 변화시킨다. 브라반트공국의 올바른 통치자를 찾아 준 로엔그린은 성배의 비둘기가 이끄는 배를 타고 슬픈 마음으로 저 멀리 떠난다. 엘자가 ‘나의 남편이여, 나의 남편이여!’라고 울면서 외치지만 로엔그린이 탄 배는 점점 멀리 사라진다. 엘자는 자기 동생인 고트프리트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왜 엘자가 그 시점에서 죽어야 하는지 알수 없다. 아마 로엔그린의 정체를 알고 나면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파르지팔


타이틀: Parsifal. 전3막. Bühnenweihfestspiel이라고 부른다. 역시 바그너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82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트슈필하우스(Festspielhaus)

주요배역: 파르지팔, 쿤드리(마녀), 클링조르(마법사), 암포르타스(티투렐의 아들, 성배왕국의 지배자), 티투렐(암포르타스의 아버지), 구르네만츠(성배의 기사)

음악 하이라이트: 성배 모티프(드레스덴 아멘), 신앙 모티프, 성찬식 모티프, 하녀 쿤드리 모티프, 쿤드리와 파르지팔의 키스 모티프, 꽃처녀들의 왈츠 멜로디, 파르지팔의 승리 모티프

베스트 아리아: Mein Vater![나의 아버지](T), O Gnade! Höchestes Heil[오, 은혜로움이여, 높은 곳에 계신 분께 경배를](T), O wunden-wundervoller heiliger Speer(T), Zum letzten Liebesmahle[최후의 만찬을 위해 준비해 두었네](합창), Titurel, der fromme Held[티투렐, 경건한 영웅](B), Wehvolles Erbe[저주스런 장자상속권](B), Ich sah das Kind an seiner Mutter Brust[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를 보았네](S)

사전 지식: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 때에 사용했던 성배(Holy Grail)에 얽힌 3막의 종교 드라마. 음악이 환상적이다. 특히 전주곡은 마치 희미한 불빛이 멀리서 아물거리듯, 바람결이 속삼임을 전해 오는듯, 안개가 피어 오르는듯, 신비스런 느낌을 준다. 최후의 만찬, 성배, 믿음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슬픔의 모티브이다. 죄악의 통회하는 모티브이다. 그보다도 주인공 쿤드리의 인물 설정이 강한 인상을 던져 준다. 마법의 여인, 섹스의 화신, 천사의 변신...그런 인물로 설정해 놓았다.

에피소드: 바그너는 이 작품을 자기가 설계하고 건축한 바이로이트 극장에서만 공연토록 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이 작품을 바이로이트 이외의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을 엄중히 금지했다. 파르지팔은 바이로이트의 개관기념 공연 작품이다. 이같은 특별한 주문은 1913년 이 오페라에 대한 저작권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계속되었다. 바그너는 파르지팔에 ‘무대위주의 축제적 드라마’라는 부제를 붙였다.


줄거리: 파르지팔(Parsifal)이라는 이름에 대하여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로엔그린이  성배의 기사 파르지팔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제1막. 중세의 스페인. 바그너가 독일을 떠나 스페인을 무대로 삼은 것은 참으로 이색적이다. 숲속에서 성배의 기사들이(정확히는 성배를 수호하기로 서약한 기사들)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난다. 기사들은 부상이 심한 암포르타스(Amfortas)왕을 걱정한다. 며칠 못가서 세상을 떠날것 같기 때문이다. 이 때 머리를 산발한 쿤드리(Kundry)가 갑자기 나타난다. 마녀라고 알려진 여인이다. 쿤드리는 암포르타스왕을 치료할수 있는 약을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상처를 치료해 주겠다고 말한다. 암포르타스왕은 고맙다고 하지만 다른 기사들은 의심하는 눈치이다. 쿤드리가 적장인 클링조르(Klingsor)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링조르는 이 세상에서 흠없는 사람만이 암포르타스왕을 고칠수 있다고 말한다.


암포르타스 왕의 아버지인 부왕(암포르타스1세)은 두가지 특별한 성물을 보관하고 있었다. 하나는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 시용했던 성배이며 다른 하나는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로마 병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허리를 찌른 창이다. 부왕(父王)은 최우수 기사들에게 이 지극한 성물을 지키도록 한다. 사악한 클링조르도 성물을 지키는 성스러운 임무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하였으나 선택되지 못한다. 화가 치민 클링조르는 마법을 사용해서 성물들 중 성스러운 창을 훔쳐서 멀리 사라진다. 클링조르는 성배도 차지하기 위해 우선 마법으로 섹시한 여인들을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성배를 수호하는 기사들을 유혹토록 한다. 바로 이 유혹에 넘어간 기사 제1호가 암포르타스 주니어, 즉 지금의 왕이다. 암포르타스2세는 섹시여인 쿤드리에게 사로잡혀 몸을 움추릴수 없을 정도가 된다. 때를 놓치지 않고 클링조르가 암포르타스 2세를 자기가 훔쳐간 성스러운 창으로 찔러 큰 부상을 입힌다. 하지만 성배를 훔쳐가지는 못한다. 부상당한 암포르타스왕이 꿈을 꾼다. 어떤 ‘순진한 바보’(흠없는 어린양을 뜻함)가 성스러운 창을 다시 찾아와 예수님을 찔렀던 그 창으로 상처부위를 쓰다듬는다면 완쾌된다는 꿈이다. 그 순간에 백조 한 마리가 호수에 떨어져 죽는다. 기사들은 누가 저 불쌍한 백조를 화살로 쏘아 떨어트렸는지 찾아내어 벌을 주려고 한다. 파르지팔이란 청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자기의 이름이나 가족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암포르타스2세를 오래동안 모시고 다닌 늙은 신하 구르네만츠(Gurnemanz)가 ‘생전에 저렇게 바보스런 사람은 처음 본다. 여기 있는 쿤드리를 제외하고서..’라고 말한다. 백조를 쏘는 것이 금지사항이란 얘기를 들은 파르지팔의 눈에는 금방이라고 닭똥 같은 눈물이 고인다. 잠깐! 그럼 바로 이 젊은이가 꿈이 얘기해준 바로 그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인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스친 쿤드리는 파르지팔에게 테스트 삼아서 ‘당신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라고 말하자 파르지팔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쿤드리의 목을 조이며 죽이려고 하다가 얼핏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사과를 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기사들 중에서 고참인 그루네만츠는 ‘옳다! 이 정도면 거의 바보나 다름없다!’라고 생각하여 파르지팔을 왕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활용키로 다짐한다. 다른 기사들도 파르지팔이 바로 그 순진한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루네만츠가 파르지팔을 성배의 성으로 데려간다. 방안에는 기사들이 성찬식에 참석하려고 모여 있다. 부상당한 암포르타스왕이 겨우 정신을 차려 성찬식을 주관한다. 거룩한 음악이 희미하게 울려 퍼진다. 세상 떠난 암포르타스부왕(1세)의 혼령이 어둠속에 나타나 주님이 당하신 고통에 대하여 나직하게 얘기해 준다. 너무도 성스러운 분위기에 감동한 기사들은 성찬식을 위해 성배를 꺼낸다. 성배를 사용한 성찬식이 엄숙하게 진행된다. 이같은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파리지팔은 늙은 구르네만츠에게 지금까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는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파르지팔에 대하여 화가난 늙은 구르네만츠는 파르지팔을 성밖으로 쫓아 버린다.


제2막. 사악한 클링조르가 마법의 불길 앞에 서있다. 그는 쿤드리를 불러서 성배의 기사들을 도와주려고 한데 대하여 호되게 꾸짖는다. 그러면서 쿤드리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한다. 파르지팔을 유혹하라는 것이다. 쿤드리가 한사코 거절한다. 하지만 클링조르의 마법의 힘이 너무 강하여서 어쩔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다. 망루위에 올라선 클링조르는 기사들이 자기의 성채를 공격하는 것을 보게된다. 일순간, 클링조르가 손바닥을 휘젓자 그의 성채 전체가 땅위에서 사라진다. 이를 본 파르지팔은 놀래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보다 더 파르지팔을 놀라게 한 것은 한 무리의 모델이나 탤런트처럼 기가 막히게 예쁜 ‘꽃의 처녀들’이 거의 반라의 모습으로 마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파르지팔을 향하여 즐겁게 뛰어온 사실이다. 모든 십대 소년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 모델처럼 예쁜 소녀들이 파르지팔에게 속삭인다. “나 오늘 심심해!” “내 모습을 보여줄께요!” “당신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요!” “나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더 달콤해요!”...이렇게 나오는 데에 녹아나지 않을 남자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때에 쿤드리가 나타난다. 쿤드리는 진정으로 파르지팔을 아끼며 그를 도와주고자 한다. 쿤드리는 파르지팔에게 얼마전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한 것은 진짜 사실이라고 말하며 그의 임무는 성스러운 창으로 암포르타스 왕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드디어 자기의 임무를 깨달은 파르지팔은 험난한 여행 끝에 클링조르의 성에 들어가 성 안에 마침내 은밀하게 보관되어 있는 성스러운 창을 찾아낸다. 파르지팔이 막 그 성스러운 창을 손에 쥐자 갑자기 사악한 클링조르가 나타나 파르지팔의 손에서 성스러운 창을 낚아챈다. 다행히도 갑자기 불어온 바람 때문인지, 또 다른 마법 때문이지, 그 성스러운 창은 파르지팔의 머리 위 허공에 얼어 붙은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파르지팔이 성스러운 창을 움켜쥐고 성호를 긋자 클링조르의 모습이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성채, 탤런트와 같이 예쁜 소녀들의 모습도 모두 사라진다.


제3막. 다시 기사들의 병영이다. 쿤드리가 악몽과 같은 꿈에서 깨어난다. 쿤드리는 이제 더 이상 기사들을 유혹하는 여인이 아니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휘날리던 마녀와 같은 모습도 아니다. 클링조르의 마법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연약한 모습니다. 쿤드리는 꿈에서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가 성스러운 창을 찾아 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본다.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저 멀리서 파르지팔이 성스러운 창을 들고 달려오고 있다. 몇 달 동안의 험난하고 괴로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파르지팔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 의젓하고 늠름한 기사의 모습이다. 쿤드리와 늙은 구르네만츠가 파르지팔을 마중한다. 파르지팔은 여러가지 역경을 헤쳐 나가느라고 팔에 부상을 입었지만 쿤드리가 파르지팔의 팔에 귀한 몰약을 발에 붓고 머리칼로 씻어서 상처를 치료해준다. 구르네만츠은 검을 들어 파르지팔에게 정식으로 성배의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 기사가 된 파르지팔은 쿤드리에게 세례를 주어 그의 영혼을 구한다. 찬양과 기도의 소리가 온 무대를 압도한다.


암포르타스왕의 병세는 오히려 더해졌다. 궁성의 홀에 성배의 기사들이 모여있다. 암포르타스왕은 더 이상 고통을 참을수 없어서 기사들에게 자기를 죽여 달라고 당부한다. 이때에 파르지팔이 들어와 성스러운 창으로 암포르타스왕의 상처를 쓰다듬자 상처는 그 자리에서 깨끗하게 치유된다. 이와 함께 한쪽 벽에 모셔져 있는 성배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방안에는 천상의 빛이 가득하다. 기사들과 천사와 같은 어린이들이 주의 영광을 드높이 찬양한다. 모두 기쁨에 충만하여 있다. 다만, 쿤드리만이 이 기쁨에서 제외되어 있다. 쿤드리는 마법의 속박에서 마지막으로 자유스러워지면서 숨을 거둔다. 오케스트라는 이 오페라 전편을 통하여 가장 훌륭한 곡조를 연주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리엔치


타이틀: Rienzi. 전5막의 대비극. 에드워드 벌워-리튼(Edward Bulwer-Lytton)의 원작 소설 Cola di Rienzi를 바그너가 대본을 작성했다.

초연: 1842년 드레스덴 왕립작손궁정극장

주요배역: 콜라 리엔치(로마 집정관), 이레네(리엔치의 동생), 슈테파노 콜로나(귀족), 아드리아노(슈테파노의 아들), 파올로 오르시니(귀족), 라이몬도추기경(교황청 특사), 바론첼리(로마 시민), 체코 델 베키노(로마 시민), 평화의 메신저

음악 하이라이트: 리엔치의 기도 음악

베스트 아리아: In seiner Blute bleicht mein Leben(MS), Erstehe, hohe Roma, neu[일어서라, 위대한 로마여, 다시한번](T), Gerehter Gott![정의의 하나님](MS), Allmächt'ger Gott![전능하신 하나님](T)

사전지식: 리엔치는 바그너 최초의 성공작이다. 귀족사회에 대한 평민들의 반항을 수호하는 스토리는 바그너의 평소 정치성향과 부합하는 것이었다. 바그너는 리엔치를 파리에서 초연코자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드레스덴으로 위치를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6시간에 걸치는 공연은 무리라는 권고에 따라 상당부분을 삭제하고 무대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리엔치의 무대는 14세기의 로마. 귀족과 평민간의 투쟁에 희생된 연인들의 이야기와 민중을 위해 법을 수호하고 자유를 얻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귀족들의 질시에 뜻을 이루지 못하는 리엔치의 이야기이다. 대서사시이므로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에피소드: 리엔치에 나오는 행진곡 등은 히틀러가 특히 좋아하여 야간 군중집회에서 자주 사용하였다.


줄거리: 제1막. 로마는 사실상 상류층 몇몇 귀족 가문이 지배하고 있다. 그 중에 오르시니(Orsini)와 콜로나(Colonna)가문은 권세는 대단했다. 로마에는 바티칸 교황청이 있어서 로마뿐 아니라 유럽 정치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해서 마침 교황이 로마에서 도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오르시니가문과 콜로나가문이 서로 로마의 권력을 차지하기위해 공공연히 투쟁을 벌이게 되었다.

(제1장) 어느날 밤, 오르시니가문의 파올로(Paolo Orsini)라는 젊은이가 평민출신 장군인 리엔의 예쁜 여동생인 이렌느(Irene)를 납치코자 한다. 파올로는 이렌느를 한번 보고나서 군침을 흘려왔던 터였다. 파올로는 오르시니가문의 세도를 믿고 그런 못된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마침 이렌느의 남자친구 아드리아노(Adriano)가 있었기에 납치는 미수로 끝난다. 아드리아노는 콜로나가문의 리더인 스테파노 콜로나(Stafano Colonna)의 아들이다. 리엔치는 평민 출신이지만 시민들은 그를 영웅처럼 추앙하고 있다. 귀족들의 불법적 만행을 참지 못한 리엔치는 시민들에게 로마를 통일하고 대 발전을 이룩하며 법을 수호하고 억압당하는 시민들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시민들은 환호한다. (제2장) 리엔치는 아드리아노가 이렌느를 보호해 준데 대하여 귀족으로서 의외의 행동이지만 고맙다고 치하한다. 리엔치는 자기의 지도력 아래에 로마가 진정으로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드리아노는 리엔치에게 그의 구상이 너무나 무모하며 잘못하다가는 유혈사태까지 불러올지 모른다고 하며 경고한다. 그렇지만 리엔치가 로마를 위해 하는 행동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제3장) 아드리아노와 이렌느는 자기들의 사랑이 영원불변할 것을 다짐한다. 아드리아노는 리엔치가 어느 때에 가서는 몰락할 것으로 예견되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은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언제 리엔치를 배반할지 모르며 귀족들도 리엔치의 사상과 행동이 너무 과격하고 무모하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제4장) 교회(로마교황이 있는 라터란성당)에서 오르간 소리가 들리고 이어 시민들이 무대 위로 뛰쳐나온다. 리엔치가 갑옷을 화려하게 입고 시민들 앞에 나선다. 시민들이 무릎 꿇어 존경심을 보인다. 교황의 특사인 라이몬도(Raimondo)가 교회의 문을 열고 리엔치를 환영한다. 리엔치는 로마의 수호자로서 자유와 법을 수호하겠다고 천명한다. 시민들은 리엔치를 영웅으로 떠받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충성할 것을 서약한다.


제2막. (제1장) 로마의 의사당이다. 리엔치가 장엄한 의상을 입고 나타난다. 콜로나, 오르시니를 비롯한 원로원들이 리엔치에게 충성을 서약한다. 리엔치는 자기는 영예에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로마의 자유를 위해 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언한다. (제2장) 오르시니와 콜로나는 리엔치가 오만하다고 생각하여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다른 귀족들이 그들이 주장에 동조한다. 그들은 리엔치가 민중 선동자라고 하며 더 이상 리엔치가 권력을 휘두르게 두고 볼수는 없다고 말한다. 두 귀족 대표들은 리엔치를 그날 저녁에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아드리아노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다가 리엔치 편에 서서 그를 위해 충성키로 결심한다. (제3장) 연회가 한창이다. 리엔치가 로마 곳곳에서 온 귀족과 외교사절들을 환영하고 있다. 이러한 리엔치에게 아드리아노가 다가와 모반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슬며시 알려준다. 음악이 연주되고 연극이 공연된다. 연극의 내용은 부르터스가 루크레티아의 죽음을 복수하며 독재자 타르퀴니우스로부터 로마를 해방시킨다는 것이다. 연극 도중 오르시니가 리엔치를 해치려고 하지만 리엔치는 위기를 모면한다. 리엔치는 로마의 대번영과 화합을 위해 오르시니를 용서한다. 귀족들은 자비에 눈이 멀어 배반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리엔치를 비난한다.


제3막 (제1장) 로마의 어떤 광장. 폭도로 변한 군중들이 무대에 들어선다. 귀족들은 모두 도피하였다. 리엔치가 나타나 로마의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다시한번 약속한다. 곧 이어 귀족측과 군중들간의 전투가 벌어진다. 군중들은 리엔치를 환호하며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제2장) 아드리아노는 가문을 따라 귀족 편에 서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군중들 편에 서서 귀족들을 타파해야 하는지 갈등에 쌓인다. (제3장) 리엔치가 로마의 자유를 수호하자고 외치며 군중들의 전투를 인솔한다. 아드리아노는 그러한 리엔치에게 귀족들과의 전투를 중단하도록 간청한다. 아드리아노는 이렌느에게 리엔치가 같은 동족을 살상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아드리아노의 아버지인 오르시니가 성난 군중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아드리아노는 리엔치를 저주하며 이렌느와 영원히 헤어질 운명임을 말한다. 리엔치는 위풍당당하게 군중들과 함께 사라진다. 제4막 (제1장). 로마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게 되자 외교사절들과 교황청의 추기경들도 로마를 떠난다. 귀족들을 규합한 콜로나가 교황청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권력을 잡는다. 이제 로마 교황청은 더 이상 폭도와 다름없는 군중들의 편이 아니다. 교황청은 리엔치를 배반자라고 비난한다. 아버지를 잃은 아드리아노는 리엔치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현편, 리엔치의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가 준비중이다. (제2장) 리엔치와 이렌느가 연회 장소에 나타난다. 이들이 교회에 들어가려고 하자 귀족 지지자들이 저지한다. 교황청 특사인 라이몬도가 나와서 리엔치를 비난한다. 이어 리엔치의 권력을 박탈한다는 교황의 교서가 교회 문에 붙여진다. 아드리아노는 이렌느에게 어서 함께 도피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이렌느는 오빠 리엔치와 남아 있겠다고 한다. 리엔치는 아직도 대 로마의 번영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제5막 (제1장). 의사당에서 리엔치가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 자기에게 힘을 주어 로마의 장래를 번영케 해 달라는 기도이다. (제2장) 이렌느가 들어온다. 이렌느는 비록 아드리아노를 사랑하지만 로마를 위하여 오빠인 리엔치의 편에 서서 운명을 함께 하겠다고 말한다. (제3장) 아드리아노가 변장하고 숨어 들어온다. 그는 이렌느에게 리엔치를 배반할 계획임을 말해 준다. 그는 리엔치가 미쳤다고 말하며 만일 리엔치를 계속 따른다면 큰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4장) 의사당 앞의 광장이다. 군중들이 횃불을 들고 나타나 교회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소리친다. 리엔치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군중들은 이제 리엔치가 자기들을 이끌었던 지도자였음을 부인한다. 또다시 교황청의 특사가 나타나 군중들에게 더 이상 리엔치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군중들이 의사당에 불을 지른다. 타오르는 불길이 리엔치와 이렌느를 삼킨다. 의사당이 무너진다. 아드리아노도 무너져 내리는 돌더미에 묻힌다.


 

탄호이저


타이틀: Tannhäuser (원래 타이틀은 Tannhäuser und der Siegerkrieg der Wartburg: Tannhäuser and the Singers' Contest at the Wartburg: 탄호이저와 봐르트부르크의 가수경연대회). 전3막. 탄호이저는 음유시인 겸 기사를 말한다. 오페라의 주역인 탄호이저의 이름은 하인리히(Heinrich)이다. 이 오페라의 대본 역시 작곡자 자신인 바그너가 썼다.

초연: 1845년 독일 드레스덴 궁정극장(드레스덴 버전). 1861년 파리 제국오페라극장(프랑스 버전)

주요배역: 비너스, 탄호이저(음유시인), 헤르만(튜린기아의 영주, 백작), 엘리자베스(헤르만백작의 조카), 음유시인들(헤르만볼프람 폰 에셴바흐, 비터올프, 발터 폰 데아 포겔봐이데, 하인리히 데아 슈라이버, 라인마르 폰 츠베터)

음악 하이라이트: 비너스 동굴에서의 난잡한 술잔치 모티프, 탄호이저의 비너스 찬미 노래, 목동의 노래, 순례자의 합창, 노래의 전당과 엘리자베트 음악, 노래 경연대회의 귀족과 기사들 음악, 노래 경연대회의 귀부인들 음악, 돌아오는 순례자들의 음악

베스트 아리아: Blick inh umher in diesen edlen Kreise(B), O du mein holder Abendstern[오 저녁별이여](B), Dich, teure Halle[오 사랑스런 노래의 전당이여](S), Inbrunst im Herzen[가슴속으로부터의 회개](T)

사전 지식: 3막짜리 신화적, 에로틱, 탐미적, 참회적, 순애보적 요소가 혼합된 비극. 그러나 초점은 종교적인 면에 둔 작품이다.  Der fliegende Holländer(방랑하는 화란인)에 이은 바그너의 다섯 번째 오페라이다. 탄호이저가 드레스덴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오페라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여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바그너는 내용을 좀 더 수정하여 파리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파리버전은 제1막에 바커스의 파티 장면을 추가하고 여기에 프랑스 오페라의 전통인 발레를 넣은 것이다. 파리의 초연은 아래 에피소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난리도 아니었다. 드레스덴과 파리는 그렇다고 치고 다른 곳에서의 공연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세상열락을 멀리하고 하나님께 의지하며 회개함으로서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이 좋았고 더구나 음악이 기가 막히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후 바그너는 1870년대를 통하여 탄호이저를 무던히도 수정하였다. 하지만 드레스덴버전과 파리버전은 통합되지 못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드레스덴버전은 순례자들과 회개에 대한 모티브로 시작하여 비너스부르크로 연계된다. 그러나 파리버전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난잡한 잔치로 시작된다. 제2막3장에 나오는 노래경연대회 게스트들의 등장장면에 나오는 음악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다. 전주곡과 함께 나오는 합창의 제목은 ‘튜린기아의 영주 헤르만 만세!’이다.


에피소드: 파리에서의 탄호이저 초연은 재앙이었으며 마치 드레스덴과는 완전히 다른 오페라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잘 아는 대로 1800년대에 파리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는 거의 모두 제2막에 발레가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프랑스 사람들의 발레 애호는 웃기지도 않는 것이어서 오페라에서 발레만을 보러 극장에 오는 사람도 많았다. 프랑스 오페라에 발레가 포함되는 것은 마치 미국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가 빠질수 없는 것과 같다. 당시 파리의 경마클럽이라면 자칭 유행의 첨단 추종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들은 탄호이저 초연에 가기는 가되 파리 사람들로서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2막이 시작될 때쯤인 밤 10경에 극장에 나타나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오페라의 전반부를 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그너는 사실 자기 오페라에 발레를 집어넣는 것을 별로 내키지 않아 했다. 하지만 관객들을 위해 어쩔수 없었다. 대신, 2막 시작 전이 아니라 1막에 넣었다. 1막의 발레 장면은 탄호이저의 스토리와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밤 10시쯤 극장에 도착한 사교계 인사들은 발레 장면이 이미 지나간 것을 알고 대단히 화를 냈다. 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파리에서의 탄호이저 공연은 3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 이후 35년간 파리에서는 탄호이저 공연을 볼수 없었다.


줄거리: 제1막.  때는 13세기. 비너스가 살고 있는 비너스버그(Venusburg) 산속의 궁전이 무대이다. 사랑의 신 비너스(Venus)가 지금까지 모든 파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파티를 열고 있다. 미소년과 미소녀들, 어릿광대와 익살꾼들, 풍요로운 수확의 신들(화우누스), 바다의 요정들(싸이렌), 숲의 요정들(님프)이 어울려 광란의 춤을 추고 마시며 아무나 유혹하고 있다. 옆방에서 제발 조용히 해 달라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것에는 아예 아랑곳 하지 않는 대단한 파티이다. 노래하는 기사(중세의 음유시인 기사를 말함) 탄호이저는 이미 상당기간동안 비너스와 사랑 놀음을 하며 지냈다. 이제 탄호이저는 여러 신들과 함께 날마다 술잔치 및 섹스 생활만 하고 지내는 데에 지친듯 이제 좀더 새롭고 인간적인 것을 경험하기 위해 세상에 내려가고 싶어 한다. 그러한 탄호이저를 보고 비너스가 화를 낸다.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요정들, 향기 나는 술과 맛있는 음식, 환상적인 천상의 음악, 그리고 섹스....남자가 누릴수 있는 이 모든 것에도 만족을 못 느끼고 지상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다니? 바보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비너스는 탄호이저에게 ‘당신은 돌아올 것이야!’라면서 경멸하듯 말한다. 탄호이저는 비너스부르크 궁전을 떠나 지상의 어느 아름다운 골짜기로 내려왔다. 길을 찾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을 때 오랜 친구인 튜린기아(Thuringia)의 영주 헤르만(Hermann)백작과 다른 음유시인 친구들(Wolfram von Eschenbach: Biterolf: Walther von  der Vogelweide: Reinmar von Zweter)을 만난다. 친구들은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냐?’라면서 무척 궁금해 한다. 탄호이저는 비너스와 파티 및 섹스를 즐기다가 왔다고 설명하기가 어려워 무언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지냈다고 얼버무린다. 헤르만의 조카인 아름다운 엘리자베스(Elisabeth)는 탄호이저가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이다. 지금까지 탄호이저만 생각하며 지낸 정숙한 여인이다.


제2막. 헤르만영주의 성인 봐르트부르크(Wartburg)이다. 노래경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 아름다운 엘리자베스와 결혼할수 있다. 노래 경연대회의 상품으로 여자를 내 걸은 것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원래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도 그랬다. 그건 그렇고, 노래경연대회의 주제는 사랑이다. 모두들 나름대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지만 결국 탄호이저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탄호이저가 부른 노래는 ‘여신들과의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내용인즉 자기는 사랑의 최고 여신인 비너스와 섹스를 경험하였으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랑이 무언지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저런 말도 안되는 방탕하고 미친 소리가 어디 있냐고 하면서 경악한다. 분노한 그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탄호이저를 죽이려한다. 엘리자베스는 비록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탄호이저를 사랑하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의 미련한 행동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헤르만백작은 만일 로마교황이 탄호이저의 행위를 용서한다면 자기도 용서하겠노라고 약속한다. 자기의 행동을 뉘우친 탄호이저는 로마에 있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순례의 차비를 한다.


제3막. 몇 달이 지났다. 탄호이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몹시 쇠약해져 있다. 탄호이저의 친구로서 엘리자베스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볼프람(Wolfram)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로마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순례자의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유명한 '순례자의 합창‘이 무대를 압도한다. 엘리자베스는 순례자 한사람 한사람을 살펴보며 혹시 탄호이저가 아닌가 하는 기대감으로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탄호이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언덕 위의 자기 집으로 올라간다. 볼프람이 저 유명한 ‘저녁별의 노래’를 부르며 별 빛이 엘리자베스의 가는 길을 인도해 달라고 간청한다. 탄호이저가 돌아왔다. 초라하고 수척하며 더럽기가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얼굴은 수염이 길게 자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탄호이저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며 로마에까지 갔었다. 위험한 바위산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산속을 헤매기도 했다. 먹을 만한 음식이라고는 입에 넣어 보지도 못했다.  말할수 없는 난관을 겪고 로마를 찾아온 그에게 교황은 ‘여보게, 자네를 용서하겠네. 하지만 내 지팡이에 푸른 잎이 무성하게 돋아나기 전까지는 안 되네!’라고 말했다. 낙담한 탄호이저는 마음의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채우기 위해 다시 비너스를 찾아가기로 한다. 전에 자기와 쾌락을 즐기던 비너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탄호이저를 발견한 볼프람이 제발 비너스에게 가지 말라고 간청하며 엘리자베스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말에 탄호이저가 가던 길을 멈칫한다. 마침 탄호이저를 마중나왔던 비너스는 탄호이저가 천상의 쾌락을 마다하고 지상의 애처로운 사랑을 찾아가려는 마음이 생긴 것을 알고 몹시 불쾌하여 화를 내며 사라진다. 언덕위에서 종이 울린다.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종소리와 함께 순례자들이 나타난다.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교황의 지팡이를 들고 있다. 결국 탄호이저는 용서함을 받은 것이다(이 경우는 파우스트의 설정과 흡사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타이틀: Tristan und Isolde (Tristan and Isolde). 전3막. 대본은 역시 바그너가 직접 썼다.

초연: 1865년 뮌헨 왕립궁정국립극장

주요배역: 마크왕(콘월의 왕), 트리스탄(마크왕의 조카), 이졸데(아일랜드의 공주), 쿠르베날(트리스탄의 가신), 브란게네(이졸데의 시녀), 멜로트(마크왕의 측근)

음악 하이라이트: 욕망 모티프(시작 파트), 욕망의 만족 모티프(마지막 파트), 밤에 대한 찬양 음악

베스트 아리아: Milde und leise wie er lächelt[밝고 부드럽게 그가 미소를 짓고 있네] (Liebestod)(S), Tatest du's wirklich?(T), Einsam wachend(MS)

사전지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비극이라고 할수 있는 작품이다. 전편을 통하여 낭만과 열정적인 음악이 압도하고 있다. 스토리는 유럽의 실제 전설에 기본을 둔 것이다. 바그너는 이 오페라를 스위스에 체류하는 기간중에 완성했다. 바그너는 1849년 드레스덴에서 모종의 스캔들을 일으켜 스위스로 피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그너의 생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한심하고 엉망이었다. 추방당하고 빚에 쪼들리고 부인과 이혼하는 등 하는 일마다 실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여인의 경제적 지원은 바그너를 밑바닥 생활에서 건져준 일대 사건이었다. 바그너는 이 여인을 온 마음으로 미칠 듯이 사랑했다. 하지만 아름답고 부유한 마틸데 베젠돈크(Mathilde Wesendonck)라는 이 여인은 결혼한 몸이었다. 바그너는 고통과 연민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담아 표현했다고 한다.

에피소드: 베르디의 아이다(Aida)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상당히 흡사한 면이 있다. 우선 사랑과 죽음이라는 테마가 비슷하다. 아이다의 서곡과 트리스탄의 서곡은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 아이다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는 이졸데의 아리아와 비슷하다. 첼리스트였으나 나중에 명지휘자가 된 토스카니니는 약 60편의 오페라 악보를 암기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날 누가 토스카니니에게 어떤 오페라가 최고냐고 물었다. 토스카니니는 서슴없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라고 말했다. 토스카니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덧붙여 말했다.


배경 이야기: 이 오페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그 이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영국 남부지방인 콘월(Cornwall)과 섬나라인 아일랜드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콘월의 장수인 트리스탄경이 아일랜드에서 벌어졌던 전투에서 어떤 적장을 죽였지만 그 자신도 큰 부상을 입었다. 상처가 나아지지 않자 콘월의 마크(Mark)왕은 걱정한 나머지 마법으로 신비한 의술을 시행한다는 아일랜드의 의녀 이졸데를 찾아가 치료를 받도록 주선하였다. 나쁜 소식: 트리스탄이 전투에서 죽인 적장이 바로 이졸데의 약혼자였다. 좋은 소식: 이졸데가 트리스탄의 상처를 치료하여 생명을 건져준다. 그리고 나중에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다만,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기까지 각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두 사람이 행복한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스토리나 마찬가지로 그렇게 간단히 끝나는 해피엔딩은 없는 법이다. 아일랜드와 콘월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조약으로서 양국간에는 아일랜드의 이졸데와 콘월왕 마크의 결혼이 약속된다. 마크왕의 조카인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에 가서 마크왕의 신부가 될 이졸데를 데려오는 임무는 맡게 된다. 여기에서부터 비극의 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줄거리: 제1막. 이졸데와 하녀 브랑게네(Brangäne)를 태운 트리스탄의 배가 아일랜드에서 콘월(Cornwall)로 향하고 있다. 이졸데는 자기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슬픔에 잠겨있다. 더구나 자기를 호위해 가는 트리스탄이 자기를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자기와의 사랑약속은 한낱 거짓이었단 말인가? 트리스탄의 상처를 헌신적으로 치료하여 생명을 살려준 것을 후회해 보기도 한다. 이윽고 이졸데는 사랑하지도 않는 마크(Mark)왕과 억지로 결혼하느니보다 차라리 사랑하는 트리스탄과 함께 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심한다. 이졸데는 하녀에게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을 가져오도록 한다. 이점에서는 ‘니벨룽의 반지’에서 지그프리트의 내용과 어쩌면 그렇게도 흡사한지 모를 지경이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불러 이제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의미에서 술을 한잔 마시자고 제안한다. 이졸데 자신이 먼저 잔을 들어 마신다. 독약을 마신 두 사람이 갑판위에 쓰러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이와는 정반대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져서 이제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며 포옹한다. 안타까운 두 사람의 처지를 도와주기 위해 하녀가 독약대신에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했던 것이다.


제2막. 일단 콘월에 도착한 이졸데는 마크왕과 결혼식을 올리지만 거의 매일 밤 트리스탄과 달콤한 밀회를 계속한다. 막이 오르고 남편 마크왕이 사냥을 떠나자 이졸데는 자기 방 앞에 횃불을 걸어 둔다. 트리스탄과 만나기 위한 비밀 표시이다. 하녀 브란게네는 마음이 불안하다. 이번 마크왕의 사냥 행차는 그의 신하 멜로트(Melot)의 간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페라가 아닌가! 이졸데는 ‘아씨, 제발 오늘밤은 조심하시오, 잉?’이라는 하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트리스탄도 브란게네의 말을 가볍게 듣는다. 두 사람은 마치 아직도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한 듯 무려 40분간에 걸친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사랑의 밤이여, 우리에게 내려오소서!’(O sink' hernieder, Nacht der Liebe)라는 곡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크왕이 돌연히 돌아온다. 마크왕은 트리스탄의 배신에 격노한다. 사악한 멜로트가 칼로 트리스탄을 찌른다. 제3막.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고성이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트리스탄이 깨어난다. 충직한 하인 쿠르베날(Kurwenal)이 트리스탄을 지켜주고 있다. 불행하게도 트리스탄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자기가 이졸데라고 하는 어떤 여인을 사랑했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하인이 트리스탄에게 바로 그 이졸데가 지금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고 말해 준다. 이 말을 들은 트리스탄은 마치 저 바다로부터 이졸데가 탄 배가 다가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는 기진하여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잃다가 다시 차리기를 몇 번이나 거듭한 후, 트리스탄은 실제로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된다. 갑판에서 이졸데가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침내 이졸데가 고성으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제 트리스탄의 기운은 완전히 소진되어 헛소리를 하다가 이졸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아무리 의술에 뛰어난 이졸데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또 다른 배 한척이 도착한다. 마크왕이 탄 배이다. 트리스탄을 따라 고성으로 온 트리스탄의 충성스런 병사들은 마크왕이 고성을 공격하러 온 것으로 생각하여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마침내 왕의 신하들과 병사들이 고성에 올라오자 충직한 하인 쿠르베날이 앞서 나가서 사악한 멜로트를 칼로 쳐 죽이고 왕의 다른 병사 몇 명을 죽인 후에 스스로 자기를 찌른다. 그러나 마크왕은 트리스탄을 공격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마크왕은 이미 죽은 트리스탄을 붙잡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마크왕은 전쟁에서 자기를 위해 충성을 다 바쳐 싸웠던 트리스탄을 잊지 못하고 다시 부르러 온것이었다. 하인 쿠르베날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사실을 밝힌다. ‘사랑의 묘약’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이 강렬하게 되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마크왕은 이졸데에게 자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트리스탄을 잃은 이졸데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Liebestod(사랑의 죽음)이라는 아리아를 부른 후 트리스탄의 몸에 쓰러져 마침내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