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듐온천
유성 온천에 왔다가 대덕 연구 단지 둘러보는 길에 우리 원자력 연구소를 방문한 어느 지방 유지분들을 만났다. 원자력 이용과 방사선의 정체에 대하여 나름대로 자세히 설명했지만 도무지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 했다.
‘여러분들은 원자력을 무슨 이유로 두려워하십니까?’
모두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 어떤 양반이 침묵에 민망스러웠던지 대답했다.
‘그거야 방사선이란 것이 무섭기 때문이지요. 방사선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고 해도 우리한테 해롭다고 그럽디다.’
유성온천은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온천이다. 이른바 라듐 온천이다. 라듐에서 나온 방사선이 가스 형태로 물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라돈탕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선전 팸플릿에는 유성온천이 신경통, 류마티스성 질환, 병후 회복, 당뇨병, 만성 중독, 부인과 질환, 위장병, 비만증 등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미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성 온천을 찾아오고 있는가 보다. 한달 내내 장기 투숙하면서 온천 효과를 보려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 인근에 있는 유명한 바드 가슈타인(Bad Gastein)온천에 대하여 독일 방사선피폭연구협회가 이 온천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인체 피폭량을 조사한 바 있다. 바드 가슈타인은 유성온천과 마찬가지로 라듐온천이다. 바드 가슈타인에서 온천 이용자의 경우, 매일 한 시간씩 한 달 동안 온천을 하면 25밀리렘에서 2백 60밀리렘까지의 방사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에 좋으라고 하루 한 번 온천물을 1리터 정도씩 한 달 간 마시면 적게는 5밀리렘에서 많게는 30밀리렘까지의 방사선을 받는다.
바드 가슈타인 지역주민은 1년에 다른 지역 사람보다 2백밀리렘에서 1천밀리렘까지의 방사선을 더 받는다.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1년에 약 2백 40밀리렘의 자연 방사선을 받는다. 바드 가슈타인 온천마을 주민들은 1년에 약 4백 40밀리렘에서 1천 2백 40밀리렘의 자연방사선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모두들 아무 탈 없이 건강하다. 라돈탕에 근무하는 일반 종업원(표 파는 사람 등)은 1년에 4백~1천 8백밀리렘을 추가로 받으며, 라돈탕 상시 근무자(우리 같으면 때밀이 등)는 무려 1천밀리렘~7천밀리렘의 방사선을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구나 특수 라돈탕 내 항시 근무자(유럽에서는 온천에 물리치료사가 있음)는 1년에 1만 4천밀리렘 이상의 방사선을 더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2년 독일 ‘방사선피폭 연구 및 기술’지 13권에 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방사선 때문이라고 하면서 원자력을 두려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1년에 5밀리렘 이상의 방사선이 외부 환경으로 나오지 않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라듐온천에 비하여 형편없이 적은 량의 방사선이, 그나마도 나올까 말까인 셈이다. 라돈탕에서 온천을 즐긴다는 것은 자청하여 방사선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받는 것과 같은 뜻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말대로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한다면 아마 라듐 온천을 찾아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정확히 알고 나서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반핵 환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은 라듐 온천에도 한번 안 가는지 모르겠다. (1994년 2월)
.오스트리아의 유명 온천장인 잘츠부르크 인근의 바드 가슈타인. 주로 라듐 온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