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브르의 우산
꺄뜨리느 드 뇌브는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 내세울 만큼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프랑스 여배우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꺄뜨리느 드 뇌브 만큼 청순하고도 매력적인 미인이 있으면 어디한번 나와 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꺄뜨리느 드 뇌브는 브리짓트 바르도 이후 프랑스의 프라이드를 전세계에 크게 높여 준 여성이다. 누구든지 그의 매혹적인 모습을 한번이라도 대하게 된다면 ‘아하,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아름다움’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무명의 꺄뜨리느 드 뇌브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은 ‘셸부르의 우산’이라는 뮤지컬이다. 노르망디지방 셸브르 마을에서 우산가게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아름다운 아가씨의 때 묻지 않은 애틋한 사랑얘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래 셸부르는 일약 세계적 명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마을에서 파는 셸브르표 우산은 대단한 관광상품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셸부르의 우산’을 이 마을에서 로케이션 할 때 비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느 비오는 날 저녁, 주인공인 꺄뜨리느 드 뇌브와 그의 애인이 우산을 받쳐든 채 거리를 하염없이 걸어가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며칠을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렸는데 말이다. 전체 출연진과 제작진은 하릴없이 하늘만 쳐다보며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멀리 파리에서부터 온 주연급 배우들은 ‘시간이 금’이기 때문에 아주 황당한 입장이었다. 할 수 없이 영화감독은 셸부르 마을의 소방서에 부탁하여 소방차를 동원했다. 이렇게 하여 ‘셸부르의 우산’의 마지막 비 내리는 장면은 대낮에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서 촬영을 마쳤다는 것이다.
셸부르 마을 앞 해변에는 멀리 영국 쪽을 바라보고 있는 나폴레옹의 기마동상이 세워져 있다.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호령할 시절,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함대는 노르망디 남서쪽의 트라팔가갑(岬)에서 넬슨제독의 영국함대와 건곤일척을 내건 일대 격전을 벌이게 되었다. 당시 나폴레옹 함대의 근거지는 바로 셸부르 항구였다. 이 해전에서 나폴레옹은 크게 참패하고 말았다. 영국은 이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런던 중심가에 트라팔가 광장을 만들고 이곳에 넬슨 제독의 기념동상을 하늘 높이 만들어 세웠다. 프랑스는 셸부르의 바닷가에 권토중래를 다짐하여 울분을 삼키고 있는 나폴레옹의 동상을 세웠고-. 셸부르 마을은 2차대전을 마무리해 준 저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셸부르의 바닷가에는 연합군에 참가했던 나라들의 국기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병하듯 펄럭이고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모진 포화 속에서도 해변의 옛 성당은 유리창 한 장 깨지지 않고 건재했다. 그후 이 성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성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셰부르 해안에 서 있는 나폴레옹 기마상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우리 원자력인들이 셸부르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이 마을과 인접한 라아그(La Hague)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전문가들의 안전성 능력을 믿고 낙후된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부지선정을 적극 지원했다. 라망슈(La Manche)처분장 인근마을인 보몽(Beaumont)시의 시장은 우리에게 산뜻한 교훈을 주는 말을 해주었다. ‘우리는 과학자를 신뢰합니다. 과학자들이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하여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개인이나 기업처럼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과학자들을 믿어야지 누굴 믿겠습니까?’ 라 망슈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1969년부터 운영을 시작하여 20년이 넘게 아무런 문제없이 활용되다가 포화상태가 되어 1991년 문을 닫았다. 아하, 그런데 우리는? 원자력과학자들의 말을 믿기는커녕 엉터리 반박만 늘어놓고 있다.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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