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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물

정준극 2007. 5. 22. 15:03
 

용의 눈물


TV드라머 ‘용의 눈물’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잘 아는 대로 드라머 ‘용의 눈물’은 월탄 박종화 선생의 역사소설 ‘세종대왕’을 원작으로 삼은 것이다. 세종대왕은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정안대군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정안대군(이방원)은 나중에 조선 제3대 태종이 된 사람이다. 세종대왕은 1397년에 태어났으므로 올해는 세종대왕 탄생 6백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가 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한글 활용의 시제품격으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세종대왕의 할아버지인 태조 이성계의 이씨조선 창업이 천명(天命)에 따른 것임을 만천하에 확실히 해 두자는 의도에서 였다.


세종대왕의 아버지 태종(정안대군)은 세종대왕의 할아버지인 이성계와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다. 세자책봉 문제 때문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서열을 무시하고 후처 강비의 소생으로 세자를 삼았다. 이성계의 정통 왕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중에서 야심 많은 정안대군이 가장 앞장서서 들고 일어났다. 너무나 이성계에게 반발하고 강비를 미워했기 때문에 강비는 정안대군을 죽이려고 까지 했다. 정안대군이 강비의 소생을 죽이자 이성계도 태종을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생각하여 상대 해주지 않았다. 왕위에서 물러난 이 성계는 함흥에 가서 지냈다.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고자 사자들을 보냈지만 죽임을 당하고 돌아오지 못했다. 함흥차사라는 말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 이성계에 대하여 평소부터 섭섭한 마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버지 이성계에 대하여 정말 속이 상해서 울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각에서는 그 이방원의 아들인 세종대왕이 할아버지 이성계를 위해서 용비어천가라는 찬송가를 지었을리 만무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즉 ‘용의 눈물’이란 것은 이성계가 자식들 때문에 속이 상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세종대왕의 아버지인 태종이 너무나 속이 상해서 흘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건 그렇고, 진짜 ‘용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의 우리나라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중에서 하나로 손꼽혔었다. 우리나라의 놀라운 경제발전에 대하여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찬탄했었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의 근면에 대하여 칭송을 아끼지 않았고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모델로 삼아 공부하고 싶어 했다. 세계는 우리나라가 네 마리 용중에서도 가장 앞섰다고 난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뭔가? 한마디로 한심한 우리의 경제이며 한심한 우리의 사회상이다. 가치관이 전도되어 있어도 대단히 전도되어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이다. 최고 지도자라고 하는 대통령부터 뇌물과 부정부패에 물들어 있다. 국회의원들, 장관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사회지도층이 모두 썩어있다. 국민의 혈세를 착복하고도 ‘좀 그랬기로 뭐가 그리 큰 잘못이라고 난리들이냐?’라는 태도이다. 이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중에서 제일 먼저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이다. 울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다.


실업율이 4년만에 최고라고 한다. 72만명을 넘었다는 보도다. 금년 1분기의 경상적자는 80억불에 육박했다고 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나 늘었다는 것이다. 1백 50억원에 이르는 도박자금을 해외로 교묘하게 밀반출한 사람들도 있다. 1천6백여명이 골프 친다고 외국에 나갔다가 도박에 손을 댔다는 얘기다. 공금으로 해외출장가서 원래 업무는 저리가라였고 골프만 치다가 돌아온 국회의원들도 여러명이나 된다. 외국여행가서 호텔비로만 1억6천만원을 쓴 사람도 있다. 해외 카지노 도박판에서 하루 저녁에 5천 2백만원을 가볍게 날린 무역업자가 있는가하면 김포공항을 나서자마자 20여일 동안 술집에 파묻혀 술값으로만 2천1백만원을 써버린 학원 원장도 있다. 나라 밖에만 나섰다 하면 마치 걸신들린 듯 귀중한 외화를 마구 뿌려대는 한국인의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경기불황과 실업율 증가에 수출부진까지 겹쳐 나라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때에 이처럼 파렴치한 과소비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은 한푼이 아쉬운 때에 말이다. 어디서 그토록 많은 돈이 생겨 흥청망청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비단 호화 해외여행뿐이 아니다. 국내 백화점마다 수입소비재가 가득가득 넘쳐있다. 팔리니까 수입해온 것이다. 외제차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또 무슨 심사인지? 매국노?


정말 이제는 눈물을 흘리고 개과천선해야 할 때이다. 놀지만 말고 일해야 할 때이다. 전에는 외 국에 나가면 ‘아, 코리아! 원더풀!’이란 소리를 들었었다. 이제는 창피하기만 하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창피하기만 하다. 나라의 명예를 되찾고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너나할것 없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건 국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부처, 각기관, 각 단체에서 특히 그러해야 한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다시 되어야 한다. 우리 연구소를 포함해서!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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