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도 반핵
‘새우도 반찬’이란 말이 있다. 어디서 유래한 말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아마 옛날 우리네 양반님들의 식사취향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양반님들은 밥 먹을 때에도 체면상 큼직한 반찬만을 집어 잡수셨을 것 같다. 새우 같은 자질구레한 반찬을 젓가락으로 쪼물쪼물 집어먹는다는 것은 양반체면에 어딘가 경망스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란 말이 있다. 평범한 수신(修身)용어에 불과한 이말을 실생활에 적용하던 경우도 있었다. 융통성 이라고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는 양반님들은 이 가르침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무조건 넓은 길로만 다녔다. 가깝게 갈수 있는 소로(小路)가 있더라도 양반체면에 어찌 고샅 같은 골목길로 다닐 수 있냐고 하면서 큰길을 따라 멀리 돌아다녔던 것이다. 요즘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기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군자대로행이란 말은 무릇 군자라면 마음을 넓게 가짐으로써 덕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새우도 반찬’이란 말은 가난한 서민들 생활에서 나왔다는 설명도 있다. 맛있는 생선을 먹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므로 비교적 값싼 새우젓을 사서 그걸로 위안을 삼았기 때문에 새우도 반찬이 된다는 의미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요즘에는 ‘새우도 반찬’이란 속어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계속 거두어들인다면 큰 몫이 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뜻으로 많이 쓰고 있다. 예컨대 국민적 오락인 고스톱 판에서 겨우 3점으로 먹었다고 해도 계속 그렇게만 먹으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식으로 제법 큰 몫이 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 새우가 원자력에 대하여 무슨 감정이 있는지 간혹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면 지난 2월초와 4월말,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경우이다. 취수구를 새우 떼가 막아 버리는 바람에 발전소가 올 스톱되는 불상사가 있었다. 해류를 따라 이동하던 새우 떼가 밝은 불빛을 보고 취수구 쪽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작년 9월에는 동해연안에 서식하던 해파리 떼가 대거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울진 1, 2호기가 7시간 동안 중단된 적이 있다. 4월말에 동해안 울진 연안에 새우떼가 몰린 것은 전에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새우 철이 아니기도 했지만 원래 동해에는 새우가 별로 많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대규모 새우 떼가 몰렸다는 것이다. 새우는 2~3cm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렇게 작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가 바다생물이나 이물질의 취수구 유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3단계 철망도 그대로 통과한 뒤 펌프실까지 침입했다고 한다. 이 바람에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펌프의 회전날개가 여러개나 망가져서 더 이상 냉각수를 끌어들일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며칠씩이나 원전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원전 1기가 하루 가동을 중단하면 경제적으로 약 3~4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원전이 생산해야할 전기를 화력발전으로 대신해야 한다는 가정아래 화력발전 운전비용을 계산하면 그렇다. 원전 1기를 1주일 동안 가동하지 못하면 2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 이번에 새우떼 때문에 무려 원전 2기가 1주일 이상이나 가동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으니 바야흐로 새우도 반찬이냐고 따질 정도로 미약한 존재가 국가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하기야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가 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몇몇 나라에서는 원전이 반핵운동 때문에 가동 중지된 경우가 있다. 심지어 가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린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원전을 다 지어 놓고서도 정치적으로 반핵을 내세운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아까운 원전의 문을 닫아버렸다. 대신 부족한 전력을 이웃 스위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스위스 역시 전력을 프랑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다 아는대로 프랑스가 이웃나라들에게 수출하는 전력은 원자력을 이용해서 생산한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오스트리아도 원자력 전기를 수입해서 쓰고 있는 셈이다. 필리핀도 원전을 건설해 놓고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새우도 환경운동을 하는지 새우가 원전 가동을 중단시켰다. (1997년 6월)
*환경운동단체들의 원자력반대가 너무 극심한데 대한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