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의 밤
세계 3대 폭포라고 하면 남미의 이과수(Iguacu),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있는 나이아가라를 꼽는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과수 폭포는 규모면에서 제일 크다.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도저히 한눈에 내려다 볼수가 없다. 그보다도 교통편이 썩 좋지 않고 또 관광지로서 개발이 덜 되어 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얼른 내키지 않는다. 아무튼 가본 사람의 얘기에 따르면 대체로 날씨조차 천방지축이어서 정신만 얼얼하다가 왔다는 것이다.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접경지대에 있는 빅토리아폭포는 잠베지 강에서 카리바 호수로 흘러 떨어지는 폭포인데 위용이 참으로 엄청나다. 때문에 도대체 여기가 이 세상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겁만 잔뜩 집어 먹다가 돌아온다는 얘기다. 나이아가라는 교통도 편리하고 관광지로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곳이며 또한 폭포의 생김새도 ‘아, 과연 이것이 진짜 진짜로구나’ 할 정도로 멋있기 때문에 온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나이아가라폭포는 잘 아는 대로 5대호 중에서 이리(Eirie) 호수의 물이 온타리오(Ontario) 호수로 흘러 떨어지는 길목에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아가라는 두 개의 폭포로 구성되어있다. 하나는 미국의 버팔로 쪽에 있는 이른바 '아메리칸 폭포'이고 다른 하나는 캐나다 쪽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는 ‘호스슈(Horseshoe) 폭포’이다. 호스슈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위에서 내려다 본 폭포의 생김새가 말편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메리칸 폭포 보다도 캐나디언 폭포인 호스슈의 규모가 대단하기 때문에 보통 나이아가라라고 하면 캐나다 쪽의 호스슈 폭포를 말한다.
나이아가라는 엄청난 양의 물이 엄청난 낙차로 떨어지는 폭포이다. 때문에 잘만하면 대단한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세울수 있지만 그게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수력발전소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저 캐나다 쪽의 절벽에 조그맣게 건설해 놓은 것이 고작이다. 나이아가라에서 온타리로 호수에 면하여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해밀톤이란 큰 도시가 나온다. 공업단지로 알려진 곳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캐나다 제1의 도시인 토론토이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한 온타리오주는 캐나다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인구도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전기가 무척 많이 필요하다. 필요한 전기의 대부분은 온타리오 호수가에 있는 피커링 원자력발전소와 휴론호수가에 있는 브루스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얻는다. 피커링 마을은 토론토와 거의 붙어있다. 토론토시내에서 빤하게 보이는 곳에 있다. 브루스는 토론토에서 서쪽으로 두어시간 가면 있다. 경치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는 곳이다.
피커링에는 무려 8기의 원자력발전소가 한줄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편의상 4기씩 나누어 피커링 A, 피커링 B라고 부른다. 휴론 호반에 있는 브루스에는 모두 7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역시 편의상 4기를 묶어서 브루스 A, 나머지 3기를 묶어서 브루스 B라고 부른다. 이들 원자력발전소의 소유자는 캐나다 최대의 전력회사인 온타리오 하이드로이다. 이 회사는 피커링 북쪽 온타리오 호반에 달링톤이라고 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온타리오 하이드로가 운영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19기나 된다. 그런데 피커링과 브루스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은 시설용량이 400MWe에 불과한 작은것일 뿐만 아니라 연령도 25세를 지난 오래된 것들이다.
최근 온타리오 하이드로 회사는 피커링 A(4기)와 브루스 A(3기), 도합 7기의 운전을 일시 보류하는 단안을 내렸다. 일부 환경운동자들은 캐나다의 원전 잠시중지를 안전성 이유 때문이니 어쩌니 하면서 혹시 우리나라의 월성1호기 (600MWe)도 안전성 재점검 대상이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피커링과 브루스의 정직처분은 경영부실이 주된 이유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온타리오 하이드로는 앞으로 2, 3년 동안 경영개선을 꾀하여 보고 재가동하되 그도 저도 아니면 아예 중대 결심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내년부터는 전기가 엄청 부족할터이니 추운 겨울, 더운 여름을 어떻게들 지내려나? 한여름밤의 나이아가라에서는 5색 조명등이 폭포수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나이아가라 마을은 유원지처럼 불야성을 이룬다. 전기가 부족하면 나이아가라 마을은 영업정지 해야 할 입장이 분명하다. 어서 피커링과 브루스가 재가동되어 나이아가라의 밝은 모습을 보여 주기를 희망한다. 혹시 화력으로 보충한답시고 그 무지무지한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및 질소산화물을 내뿜으려 하지는 않겠지! (1997년 9월)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한 에피소드 한 조각]
우리나라의 어떤 부부가 모처럼 뉴욕에 사는 아들네 집에 갔다가 미국까지 가서 평소에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싶어서 단체 관광편으로 갔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폴포 아래까지 가는 배를 탔다. 메이드 오브 미스트라고 하던가? 배에는 온통 노인들 뿐이었다. 걸어다니가도 불편한 노인들이 배를 타니까 모두 힘들어 했다. 어떤 할아버지는 누가 부축해주어야 했고 어떤 할머니는 아예 바닥에 앉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국의 이 부부는 '우리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이야 가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