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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 그리고 소금

정준극 2007. 5. 22. 15:08
 

소돔, 그리고 소금


이스라엘에 있는 사해(Dead Sea)는 정말 희한한 존재이다. 사해는 해면보다 약 4백 미터나 낮은 곳에 있다. 사해의 평균 기온은 섭씨 40도나 된다. 매일 약 4백만 톤의 물이 요르단강으로부터 흘러 들어온다. 그렇게 많은 물이 흘러 들어오지만 나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평균수위를 유지한다. 기온이 워낙 높아서 매일 들어오는 양 만큼의 물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염분이 많기 때문에 물이 빨리 증발한다는 얘기도 있다. 사해의 염도는 보통 바다 물의 4배가 된다. 사해(死海)라고 하니까 웬 4字와 관련된 내용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4백미터, 40도, 4배 등등!


사해의 물은 왜 짤까? 여러 가지 설이 있겠지만 아무튼 현재로서는 구약성경에 적혀 있는 얘기가 그럴 듯 하다. 아브라함이란 양반이 살던 시대이므로 꽤 먼 옛날의 얘기이다. 아브라함에게는 롯(Lot)이라는 조카가 있었다. 그 롯이 오늘날 사해 남쪽에 있었다고 추측되는 소돔(Sodom)이란 곳에 살았다. 소돔 부근에는 고모라(Gomorrah)라고 하는 큰 성읍도 있었다. 소돔과 고모라는 도덕적으로 말할 수 없이 타락한 곳이었다. 오늘날 죄악이 판을 치는 곳을 예로 들때 무조건 소돔과 고모라를 꼽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이 두 성읍의 사람들이 하는 꼴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결국은 멸망시키기로 작정했다. 다만,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소돔에 살고 있으므로 아는 처지에 일괄적으로 멸망시키기는 곤란하므로 롯의 가족, 기타 몇몇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에 한하여 특혜를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런 사실을 통보 받은 롯은 망연자실하여 하나님께 간청했다. 소돔과 고모라 성에는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의인도 있으니 본인이 의인 50명을 구해오면 멸망판결을 집행유예 해 달라는 간청이었다. 하나님으로서도 옳은 사람(의인)을 악인과 함께 처벌하는 것은 찜찜한 일이었다. 그래서 ‘오냐, 의인이 그렇게 있다면 재고하겠노라’라고 답변하였다. 롯은 의인 50명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구할 수가 없었다. ‘45명만.. 아니 40명만....’ 이렇게 신고 대상 인원이 점점 줄어갔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단 열 명만 있어도 멸망하지 않겠노라는 약속을 받아 냈지만 열 명은커녕 단 한 명도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롯과 그의 아내와 두 딸만이 성읍을 떠나 산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었고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 불길에 휩싸여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단 열명의 의인도 없었단 말인가? 그러니 멸망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멸망 할 리가 없다. 약 열 명이나 되는 대통령 후보가 우후죽순 같이 나타나서 저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들 후보들이 하나같이 의인은커녕 의인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돔 사람 같다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롯이 아내와 딸들을 데리고 소돔과 고모라로부터 피신 할때에 하나님은 이들에게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그랬건만 어쩐 일인지 롯의 아내가 이 당부 말씀을 듣지 않았다. 집에 두고온 세간과 패물 따위가 생각났던지, 또는 오며가며 은근히 유혹의 눈길을 보냈던 세상 남정제들이 생각났던지, 하여튼 미련이 남아서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롯의 아내는 단번에 소금 기둥으로 변했다. 오나가나 부인네들이 문제이다. 소돔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지역에는 현재 소금 굴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롯의 아내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얘기다. 이때의 소금 때문에 사해가 소금 바다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구약 성경에는 소돔과 고모라 사건 이후 오늘의 사해를 염해(Salt Sea)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또한 눈여겨볼 일이다.


세상에 소금처럼 귀한 물건은 없을 것이다. 성경에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소금’은 ‘의인’을 뜻한다는 해석이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죄악의 성읍이 멸망함으로써 소금을 풍성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니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또 한가지 신통한 일이 있다. 사해의 물속에는 염분만 많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귀중한 광물 자원이 무궁무진하게 들어있다고 한다. 유황을 비롯하여 칼슘, 마그네슘, 브로마인까지 등등. 그중에서 ‘사해표’ 브로마인(bromine)은 전세계 소비량의 4분의 1을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브로마인은 농약이나 플라스틱, 페인트를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쓰는 물질이다. 사해에는 앞으로 1천년이나 더 뽑아내어 쓸수 있는 브로마인이 녹아 있다고 한다. 죽음의 바다가 이제는 풍요의 선물을 제공해 주는 있는 셈이다. 이럴진대 모쪼록 대선 주자들이여, 자기를 죽이므로서 모든 백성들에게 또 다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 보시는 것이 여하하신지? 하기야 과학자들의 말도 안 믿는 세상에 정치인들의 말을 누가 믿을까 보냐이지만 말이다.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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