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85. Goldmark, Karl (골드마크) [1830-1915]-시바의 여왕

정준극 2007. 7. 4. 13:26

 카를 골드마트

 

시바의 여왕


타이틀: Die Koenigin von Saba (The Queen of Sheba: La Reine de Saba: Sába királynője). 전4막의 그랜드 오페라. 대본은 헤르만 모젠탈(Hermann Mosenthal)이 맡았다.

초연: 1875년 비엔나 궁정오페라극장.

주요 배역: 시바의 여왕, 아싸드(솔로몬의 사자), 술람미스(또는 술람미타, 구약성서에는 술람미 여인, 대제사장의 딸), 솔로몬

음악적 하이라이트: 아싸드의 아리아, 성전에서의 합창, 아싸드의 로망스  

베스트 아리아: Magische Tone[마법의 음성](T)


시바의 여왕. 갈 에리카


사전지식: 골드마크는 이 오페라로 커다란 명성을 얻었다. 골드마크는 모두 6편의 오페라를 썼지만 즉각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은 ‘시바의 여왕’뿐이다. 아싸드의 아리에타(Arietta, 작은 아리라)인 ‘마법의 음성’은 서정적인 이탈리아풍의 아리아이다. 지금까지 카루소(Caruso)만큼 아싸드의 아리에타를 완벽하게 소화한 테너는 없었다고 한다. 3막이 시작될 때에 나오는 사바 여왕의 입장 음악은 발레곡으로서도 유명하다. ‘시바의 여왕’은 초연 이후 자주 공연되지 못하였다. 이유는 주인공인 시바의 여왕이 관능적으로 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도 구약성서 내용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내용이어서 유대교와 기독교로부터 약간의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어느날 비엔나 궁정극장의 총감독이 골드마크에게 ‘시바의 여왕’을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지나가는 말을 던졌다. 그러면서 궁정오페라단원으로 새로 들어온 카롤리네 베텔하임(Karoline Bettelheim: 1845-1926)이라면 시바의 여왕으로 적격이라는 말도 덧 붙였다. 카롤리네는 한때 골드마크로부터 피아노를 배운 일이 있다. 골드마크는 극장총감독에게 ‘카롤리네라구요? 정말 시바의 여왕 역할로 제격입니다.’라고 말하며 두말없이 오페라 작곡에 들어갔다. 카롤리네는 골드마크의 뮤즈였다. 그러나 비엔나 초연때에는 아말리에 마테르나(Amalie Materma: 1844-1918)이 타이틀 롤을 맡았다.

 

솔로몬과 술라미스.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

 

줄거리: 시대는 기원전 10세기경. 아름답고 총명하다고 알려진 시바의 여왕이 지혜롭고 부유한 솔로몬 왕을 방문하러 온다. 솔로몬 왕은 젊은 총리대신 아싸드(Assad)를 영접사로 보내 마중토록 한다. 그러나 솔로몬 궁전에 함께 도착하리라는 것과는 달리 시바의 여왕은 도착하지 않고 아싸드가 먼저 도착한다. 아싸드는 시바의 여왕을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보고한다. 아싸드의 얼굴은 창백하고 수심에 가득차있는 것 같다. 솔로몬왕과 술람미스(Sulamith)가 무슨 연유인지를 묻는다. 술람미스는 대제사장의 딸로 아싸드 총리대신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여인이다 (구약성서 아가서에는 술람미를 솔로몬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인 것처럼 묘사되어있다). 아싸드는 시바의 여왕을 마중하기 위해 길을 가는 중 어떤 님프(물의 요정)처럼 생긴 아름다운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샘물에서 목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매력적이기에 인간적으로 그만 정신을 빼앗겨 그 여인을 사모하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솔로몬의 어머니인 밧세바에 대한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솔로몬 왕은 아싸드의 마음이 더 이상 혼란해지기 전에 내일 당장 술람미스와 결혼식을 올리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잠시후 시바의 여왕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오고 이어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의 궁전에 들어선다.

 

시바의 여왕의 도착

 

시바의 여왕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극진한 영접을 받는다. 시바의 여왕이 얼굴을 가렸던 베일을 벗자 아싸드 총리대신은 깜짝 놀란다. 바로 사막의 샘에서 만났던 그 매혹적인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시바의 여왕은 아싸드를 보자 처음에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아싸드가 내일 술람미스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불현듯 질투심이 생긴다. 시바의 여왕은 아싸드를 납치하여 술람미스 여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게 하고 자기의 애인으로 삼기로 작정한다. 한밤중에 시바의 여왕은 시녀 아스타로스(Astaroth)로 하여금 아싸드의 침실 부근에 가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잠못 이루고 있는 그를  유혹해 내도록 한다. 이윽고 아싸드가 집 밖으로 나오자 시바의 여왕의 병사들이 아싸드를 납치해 간다. 시바의 여왕은 자기의 온갖 예술적 및 섹시한 재능을 다하여 아싸드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아싸드는 ‘냉정해 지자, 냉정해야 산다!’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시바의 여왕이 추는 그 유명한 벨리 댄스를 보고나서는 도저히 더 이상 냉정을 지탱할수 없었다.

 

갈등하는 아사드


다음날 아싸드와 술람미스의 결혼식이 예정대로 예루살렘 성전에서 진행된다. 시바의 여왕도 하객으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시바의 여왕은 다시한번 아싸드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시바의 여왕은 아싸드의 귀에 입을 대고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가 하면 매혹적인 몸짓으로 그의 눈길을 잡아끈다. 결국 아싸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바의 여왕의 발 앞에 몸을 던지면서 그를 사랑한다고 소리높이 외친다. 모든 사람들이 놀란다. 신부 술람미스는 슬픔에 쌓인다. 대제사장은 신성한 성전을 모독했다고 하면서 아싸드를 비난한다. 아싸드에게 죽음의 저주가 떨어진다. 술람미스와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에게 아싸드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이에 솔로몬은 아싸드를 죽이지 않는 대신 사막으로 추방한다.

 

결혼식을 앞둔 술라미스


제4막. 아싸드가 황량한 사막을 헤매고 있다. 그는 자기의 어리석었던 행동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로서 이방인 여인에게 정염을 품었던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아싸드는 사막을 방황하는 중에도 술람미스의 한결같은 헌신적인 사랑을 생각하고 낙심과 괴로움을 이겨낸다. 이때에 요염한 시바의 여왕이 아싸드를 찾아 나타난다. 그리고 또 다시 기막힌 교태로서 아싸드의 마음을 유혹한다. 아싸드는 이번만큼은 결단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무척 노력한다. 아싸드는 시바의 여왕의 매혹적인 육체를 보고 젊은 남자로서 참기가 어려웠지만 여호와를 생각하고 술람미스를 생각하여 모든 유혹을 극복한다. 시바의 여왕은 아싸다를 더 이상 자기 품안으로 끌어 들일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떠난다. 아싸드는 몸과 마음이 모두 기진맥진하다. 며칠 동안이나 뜨거운 사막을 헤매면서 물도 마시지 못하여 기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시바의 여왕으로부터의 유혹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피곤해 있다. 아싸드는 죽어가고 있다. 이때에 술람미스가 죽을 고생을 감수하면서 사막의 아싸드를 찾아온다. 아싸드와 술람미스가 감격적으로 서로의 손을 붙잡으려는 순간 세찬 모래바람이 불어 닥친다. 잠시후 모래바람이 걷히자 사막에는 아싸드와 술람미스가 서로 손을 잡고 죽어있는 모습만이 보인다.

 

사막에서 방황하는 아사드


[구노의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이라는 오페라도 있다. 전5막. 1862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골드마크의 ‘시바의 여왕’보다 13년 전이다. 제라르 드 네르발(Gérard de Nerval)이 쓴 Le voyage en Orient(동방으로의 여행)이란 소설을 기본으로 유명한 줄르 바르비에르와 미셸 캬레가 대본을 썼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솔로몬왕이 시바의 여왕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바의 여왕은 조각가이며 건축가인 아도니람(Adoniram)과 관계를 맺고 있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의 구혼을 물리치기 위해 아도니람과 몰래 도주하려고 하지만 무위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아도니람의 일꾼들이 아도니람이 만든 거대한 청동 그릇을 부셔버리고 아도니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이상이 구노의 ‘시바의 여왕’의 간단한 줄거리이다. 구노의 이 오페라는 파리 초연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하지만 파리 이외의 도시에서는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아도니람의 아리아 Faiblesse de la race humaine(약한 것은 인간이라던가)와 시바의 여왕의 아리아 Plus grand dans son obscurité(그대의 낮은 신분이 더 위대하도다)는 간혹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것이다.


아사드와 술라미스.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