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87. Goldschmidt, Berthold (골드슈미트) [1903-1996] - 부정한 아내의 당당한 남편

정준극 2007. 7. 4. 13:27



 베르톨트 골드슈미트

 

부정한 아내의 당당한 남편


타이틀: Der gewaltige Hahnrei (The Magnificent Cuckold: 또는 부정한 아내의 당당한 남편). 전3막의 음악적 희비극(Tragicomedy). 페르낭 크롬멜리니크(Fernand Crommelynick)의 희곡 Le cocu magnifique를 기본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독일어 Hahnrei(영어의 Cuckold)는 원래 부정한 아내의 남편을 말한다. 그러나 남편을 속여서 서방질을 하는 사람이란 뜻도 있다. gewaltig라는 단어는 힘 있고 장대하다는 의미이다. 외국어 타이틀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당당한 불륜’이라고 번역한 사람도 있지만 합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초연: 1932년 만하임 국립극장

주요배역: 브루노(의처증의 남편), 스텔라(브루노의 부인), 페트루스(선장, 스텔라의 사촌), 옥스허드, 에스트루고(브루노의 서기)

사전지식: 사람의 심리는 무언지 모르지만 두려운 일이 일어 날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급기야는 자기 자신을 물론 주위 사람을 파멸 시킨다. 이 오페라에서 주인공인 브루노라는 평범한 사람은 아내에 대한 의처증 때문에 결국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당국이 국민을 믿지 못하는 사회체제를 고발한 작품이다.

에피소드: 페르낭 크롬멜리니크의 희곡 Le cocu magnifique는 1922년 구소련에서 처음 연극으로 공연되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에 힙입은 극단은 독일 순회공연을 갖기로 했다. 독일에서 극단장은 골드슈미트를 만나 오페라로 만들것을 적극 권유했다. 골드슈미트의 음악은 악기사용이 명료하고 리듬이 정확하며 멜로디는 노래하는 듯한, 즉 칸타빌레 스타일이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나치는 이 작품이 지나치게 대담한 성격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거부반응을 보였다. 골드슈미트라는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 그는 유태인이었다. 골드슈미트는 나치가 못마땅해 하자, 내용을 일부 수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하임에서는 환영을 받았다. 다만, 정치적 입장 때문에 4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전쟁이 끝나자 골드슈미트의 이 작품은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실험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부정한 아내의 당당한 남편'의 음반표지


줄거리: 브루노(Bruno)는 아내 스텔라(Stella)의 정절을 의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에 혹시 아내가 자기 몰래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하는 상상 때문에 말 못하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찌 보면 병리적인 질투심이다. 브루노는 아내의 행동에서 무슨 꼬투리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브루노는 분명히 무언가 있을 것인데 이상하게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아내에 대하여 의심하는 마음이 더 커져서 못견딜 지경이 된다. 실제로 브루노가 단 하루동안 다른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 집을 비웠을 때 평소 스텔라를 사모하고 있던 마을의 멋쟁이 옥스허드(Oxherd)가 스텔라에게 접근하여 엔조이 하자고 치근거렸지만 다행히 유모의 용감한 간섭으로 옥스허드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쫓겨 난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남편 브루노는 점점 더 아내 스텔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얼마후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있던 스텔라의 사촌 페트러스(Petrus)가 찾아온다. 스텔라는 정말 반가운 심정에 페트러스에게 다정하게 대한다. 이것이 문제였다. 브루노는 두 사람이 사촌간이지만 엄연히 남녀간이므로 서로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하여 의심스럽다고 생각한다. 브루노의 질투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서 도저히 견딜수 없을 정도가 된다. 마침내 브루노는 스텔라의 사촌인 페트러스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집에서 쫓아내고 또 다시 얼씬 거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그런 브루노를 보고 스텔라는 ‘이거 정말 큰일이네!’라고 생각하지만 어찌할 줄을 모른다.

 

브루노(Guenter Neumann)은 부인 스텔라(Yvonne Wiedstruck)에게 숨겨놓은 애인이 있다고 믿는다. 1994 베를린 코믹오페라극장. 나치시대에 골드슈미트의 오페라는 퇴폐적이며 타락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겨우 리바이벌하기 시작했다.

                           

스텔라는 남편을 망상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바람을 피워 확신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더 이상 망상 때문에 괴로워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텔라의 계책은 결과적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브루노는 스텔라에게 진짜 숨겨놓은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브루노는 마을의 웬만한 남자들을 하나하나 모두 스텔라를 직접 만나게 주선하고서는 뒤에 숨어서 어떤 놈이 숨겨놓은 애인인지 찾아내고자 한다. 스텔라는 남편의 의중을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남편 말대로 남자들을 하나하나 만난다. 하지만 스텔라의 숨겨 놓은 애인이 나타날 리가 만무하다. 스텔라의 행동은 평상시와 다름 없다. 그러자 브루노는 스텔라가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한다고 믿고 이번에는 자기가 다른 남자로 변장을 하고 스텔라를 만나 사랑을 고백하는 척하여 스텔라의 마음을 떠 보기로 한다. 스텔라는 그 남자가 남편인줄 모르고 있다. 다만 원래 계획대로 애인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 남편을 망상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자 응낙한다. 마침 두 사람이 딱 붙어서 있는 모습을 본 마을의 아낙네들이 빗자루를 들고 뛰어와서 ‘이런 나쁜 놈이 있나! 정조 높은 스텔라에게 뭐가 어째? 이놈이 미쳤나? 사랑한다구?’라면서 때리며 쫓아낸다. 브루노는 ‘아니올시다. 접니다, 저!’라면서 본모습을 보이지만 아낙네들은 더 난리를 피며 ‘브루노씨! 이게 무슨 짓이요? 스텔라를 데리고 장난을 하다니, 창피한 줄 알아요’라면서 톡톡히 망신을 준다. 브루노는 이 모든 수모가 스텔라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오히려 스텔라를 못살게 군다. 마을의 멋쟁이 신사 옥스허드만이 스텔라의 편을 들어 감싸준다. 그러면서 옥스허드는 스텔라에게 ‘저런 못된 남편은 이제 잊어버리고 나와 함께 새로운 사랑을 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브루노는 옥스허드야 말로 진짜 스텔라의 숨겨놓은 애인이었다고 생각하고 ‘저 놈이 그토록 내 망상 속에 있으면서 나를 괴롭혔구나’라면서 옥스허드에게 대든다. 스텔라는 용단을 내려 병적으로 질투심이 심한 남편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옥스허드에게 정말로 멀리 떠나자고 말한다. 브루노가 안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브루노와 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