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148. Massenet, Jules (마스네) [1842-1912]-라호르의 왕

정준극 2007. 7. 4. 14:04

줄르 마스네

            

[라호르의 왕]


타이틀: Le Roi de Lahore (The King of Lahore). 전5막. 루이지 걀레(Luigi Gallet)가 대본을 맡았다.

초연: 1877년 파리 오페라극장

주요배역: 나이르(시타), 알림 왕, 신디아

베스트 아리아: Promesse de mon avenir(B), Oh! Quels sons funcestes(S), J'ai fui la chambre nuptiale!(S), Ce homme, a cette heure...Je te revois tremblante et pâle(T)

사전지식: 19세기초, 동양에 대한 유럽인들의 호기심이 팽배해 지고 있을 때에 나온 작품. 동양의 신비성, 이국적인 장면, 기독교와는 거리가 있는 힌두교의 얘기등이 얽혀서 흥미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대장치, 의상등에 소요되는 경비가 만만치 않아 제작자들이 공연을 꺼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대는 인도의 라호르(Lahore)이다. 지금은 파키스탄 제2의 도시이다. 옛 무굴제국의 수도로서 영화를 떨쳤던 도시이다. 이 오페라의 스토리가 진행될 당시에는 라호르가 독립왕국이었다. 

 

 '라호르의 왕' 초판 악보 표지


줄거리: 라호르 왕국의 젊은 왕 알림(Alim)은 인드라(Indra)사원의 아름다운 여사제 나이르(Nair)와 사랑에 빠진다. Indra신은 천둥과 비를 관장하는 인도 Veda교의 최고신이다. 나이르는 여사제로서 순결한 처녀로 살기로 서약했지만 알림왕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억제할수 없었다. 알림왕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나이르를 찾아가 서로의 사랑을 다짐해 왔다. 알림왕의 수석 보좌관인 신디아(Scindia) 역시 아름다운 여사제 나이르를 한번 보고 깊은 정념에 사로잡힌다. 알림왕과 나이르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신디아는 나이르를 만나 사랑을 고백한다. 나이르는 당연히 냉담하게 거절한다. 그리하여 나이르에 대한 신디아의 정념은 증오로 변한다. 신디아는 나이르의 남자친구가 누구인지 은밀히 자체조사를 진행한다. 결과, 라이벌이 알림왕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악한 신디아는 이 두사람의 불경스런 사랑을 폭로하여 두 사람 모두 매장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라호르왕국을 자기 손에 넣고 나이르까지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사악한 신디아는 인드라 사원의 고승인 티무르(Timur)를 만나 순결하고 존경받아야 할 여사제 나이르가 목하 열애중인바 이는 분명히 신성모독죄에 해당하므로 알아서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신디아는 내친김에 나이르의 애인이 오늘 밤 나이르를 만나기 위해 신전에 나타날 것이므로 궁금하면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확인해 보라고 자못 친절하게 얘기해 준다. 드디어 함정이 파진 것이다. 알림왕이 나이르와 밀회하는 장면이 발각된다. 상대방이 왕인줄은 꿈에도 몰랐던 고승은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여사제와 연애한 사람을 그대로 둘수 없으므로 고민하다가 신디아의 자문을 받아 마침 무슬림 병사들이 라호르왕국을 침공하고 있으니 나가서 싸워 승리하면 죄를 갚는 것이 되고 패배하면 죄값을 치루는 것이 된다고 선언한다. 왕을 직접 전쟁터로 몰아내면 나이르를 만나지 못하게 될것이라는 신디아의 계산이었다. 뒤에 남은 나이르는 한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시타(론 스티븐스)와 알림(조앤 서덜랜드)


알림왕은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하며 용감하게 전쟁터로 나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디아의 마음은 왜 그런지 불안하다. 만일 왕이 승리하여 돌아온다면 분명히 자기의 죄를 물을 것이므로 그것이 걱정이었다. 신디아는 참으로 악랄한 음모를 꾸민다. 왕의 부하를 매수하여 전쟁터에서 왕을 죽인다는 음모이다. 결국 알림왕은 부하의 칼날에 죽임을 당한다. 죽임을 당한 왕이 한참후 눈을 떠보니 인드라낙원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왕은 인드라낙원의 신들에게 지상으로 돌아가 단 한번 만이라도 나이르를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곳에 올때 나이르에게 아무런 얘기도하지 못하고 왔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신들은 왕의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신들은 한동안 상의한 결과 두 사람의 그런 숭고한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범이 되는 것이므로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결정한다. 이 결정에 따라 왕은 인간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과거의 모든 부귀, 영화, 명예는 헌신짝처럼 버려야 하며 나이르가 어떤 사연으로든지 죽게 되면 그 때에는 다시 이곳 저승으로 즉각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시타 역을 창조한 조세핀 드 레츠케(Josephine de Reszke)


알림왕은 평범한 나그네가 되어 라호르에 다시 나타난다. 알림왕은 사람들로부터 사악한 신디아가 라호르왕국을 완전히 차지했으며 불행한 나이르에게 자기 와이프가 되어 달라고 매일같이 강요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백성들은 어찌하여 젊은 왕이 전쟁에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어여쁜 나이르가 불쌍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자기도 모르게 격분하여 현재의 처지는 생각지도 않고 왕궁으로 들어가 신디아에게 라호르왕국을 배반하고 왕을 살해한 비겁하고 악랄하며 사악한 인간이라고 소리 높이 비난한다. 신디아는 깜짝 놀랐으나 정신을 차리고 위병들에게 저 나그네를 당장 내쫓으라고 명령한다. 왕궁에 잡혀와 있던 나이르가 창문 틈으로 이 광경을 본다. 나이르는 나그네가 오매불망하던 알림 왕인 것을 알고 자기를 찾아온데 대하여 너무나 기뻐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몰래 만나 성 밖으로 도망한다. 하지만 당장 신디아의 눈에 걸린다. 신디아는 병사들을 풀어 알림과 나이르를 추격하여 잡아오도록 한다. 병사들에게 잡혀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나이르는 코브라보다도 싫은 신디아에게 잡혀 굴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왕 앞에서 칼로 자기 몸을 찌른다. 이로써 이 세상에서의 알림 왕의 생활은 신들과의 약속대로 나이르가 숨을 거둠으로서 끝난다. 그리하여 왕도 나이르의 옆에 쓰러져 죽는다. 오페라는 인드라의 낙원에 이른 두 사람이 신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이세상과 저세상 중에서!

 

시타 역의 조앤 서덜랜드.